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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14화 (14/175)

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 14화

14. 돌아온 막내아들(2)

가문에 들어온 지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대련은 성사되었다.

“타인을 죽이거나 심각한 신체적 훼손을 하는 경우 징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심판으로 나선 사람은 박혁진. 고모의 외동아들이었다.

아버지에게 전해 받았던 세력도에서 확인한 인물. 둘째 형 천지훈의 최측근이었다.

‘이렇게라도 날 감시하겠다 이거지?’

첫째 형과 둘째 형은 임무로 인해 가문을 비운 상태.

심판으로 배치해 가면서까지 내 전력을 분석할 생각이라니.

과분한 관심이다.

예전이었다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심지어…….’

첫째 형까지 지극한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관중석에는 첫째 형의 측근들이 삼삼오오 모여 나를 주시하는 중이었다.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게 없는 법이야. 형들.”

나는 작게 읊조렸다.

현재 내 계획은 저 녀석의 얼굴에 주먹 한번 꽂아 넣는 것. 오직 그것뿐이었다.

해금률이 풀리고 비기를 배운다면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여력이 많이 남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아무것도 배운 게 없으니 약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저 녀석들은 밥 먹고 종일 몸만 굴리는데…….’

이겨 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무리 전설 등급보다 질이 낮은 유니크 등급의 천가의 피를 물려받았다 하더라도 그건 가문 내에서 이야기였다. 다른 길드에서 들어간다면 어딜 가든 극진한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아니 극진한 대접이 아니라 아예 길드의 간부 자리를 보장받고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괴물들이 사는 곳.

그것이 천가(天家)였다.

“무기는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항복을 외치거나 기절할 경우 시합은 종료됩니다. 준비되셨습니까?”

“네.”

먼저 대답한 것은 천석일이었다.

조금 전 내 도발이 먹혔는지 당장이라도 싸우고 싶어 근질근질 한 모습이었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박혁진은 손을 올리며 대련의 시작을 알렸다.

“시작!”

“넌 뒤졌어, 이 새끼야.”

어른들, 심지어 원로까지 몇 명 참여한 대형 이벤트여서 그런지 녀석은 관중석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속삭이듯 외쳤다.

“크게 말해. 뭐라고?”

자신의 위치는 방계.

어르신들이 있는 앞에서 감히 직계에게 욕을 날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그 점을 노렸다.

녀석의 얼굴이 누르락푸르락 달아올랐다.

-상대방을 흥분시켜라. 그게 가장 승률을 올리는 법이다.

훈련 중 귀에 딱지가 앉도록 날리는 큰아버지의 멘트가 귀에 맴도는 느낌이었다.

“각오하시죠, 도련님.”

“응, 와 봐.”

최대한 거만하게 말하자 녀석의 얼굴이 뻣뻣하게 굳었다.

‘그렇게 감정이 다 드러나서야 쓰나.’

이 정도면 계획이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할 수 있었다.

상대방을 흥분시키고 틈을 만드는 일.

그나마 제일 자신 있는 부분이었다.

‘뒤지게 처맞긴 하겠지만, 한 대는 때릴 수 있겠지.’

큰아버지의 농간으로 인해 한순간에 광역 도발을 시전한 패기 있는 직계의 막내아들이 되어 버렸지만, 처음부터 목표는 승리가 아니었다.

크게 한방!

저 녀석의 면상에 주먹을 꽂는 일뿐이었다.

이제 그 초석은 다져놓은 셈이었다.

녀석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자신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서슬 퍼런 날을 자랑하는 투척용 단검이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나는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크흐흐흐.”

“웃어?”

천지훈. 네가 이럴 때 도움이 되기도 하는구나.

죽기 전 들었던 마지막 멘트.

나는 천지훈에게 들었던 말을 고대로 전해 주었다. 물론 약간의 조미료를 첨가해서.

“천가의 피를 가진 인간이 병장기라니…… 역시 넌 쓰레기야. 아! 방계라 그런가?”

직계에서 방계로 좌천된 천정일, 천석일에게 이보다 좋은 정신공격은 없었다.

“이, 개새끼가!!”

녀석은 결국 참지 못하고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관중이 술렁거렸지만, 경기가 중단되는 일은 없었다.

빠르게 투척용 단검 두 개가 각각 다른 방향으로 날아왔다.

“나는 내 능력을 극대화한 것뿐이다!”

녀석은 눈이 반쯤 돌아간 채 소리쳤다.

“알아, 인마.”

“뭐, 뭐!?”

“안다고.”

작은아버지의 아들 천정일과 천석일은 모두 무기를 사용해 싸우기로 유명했다.

천정일은 검을, 천석일은 투척용 단검을 사용했다.

물체를 강화하는 경화 계열의 스킬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능력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 충분히 훌륭한 판단이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내 목적은 도발.

그냥 기분 나쁘라고 한 소리다.

쇄액-!

녀석이 던진 단검이 빠르게 쇄도했다.

나는 가볍게 목을 젖혀 단검 두 개를 모조리 피했다.

“……균형잡기 훈련이 이럴 때 도움이 되네.”

한 달간 매일 했던 훈련이었다.

날아오는 물체를 피하는 연습.

이젠 눈감고도 할 수 있다.

“뭐라는 거야!”

녀석의 품에서 계속해서 단검이 튀어나왔다.

나는 그럴 때마다 손쉽게 피해 가며 녀석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갔다.

“뭐, 뭐야!”

녀석은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이거 잘하면…….’

조금씩 기대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대체 어떻게……?”

당혹감이 깃든 녀석의 얼굴을 보자 입꼬리가 조금씩 움직였다.

할 수 있다.

생각보다 움직임이 단조롭다. 어쩌면…….

“……라고 할 줄 알았냐?”

당혹으로 물들었던 천석일의 얼굴이 순식간에 돌변했다.

“그딴 저급한 도발에 페이스가 흐트러질 줄 알았어?”

조소를 흘리고 있었다.

“준비는 끝났다. 인제 그만 뒤져.”

녀석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닥에 떨어졌던 단검이 하늘로 붕 떠올랐다.

8개의 단검은 내 주위를 돌며 공중에서 나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천가의 피]의 가장 큰 특징은 강인한 육체와 염동력.

천석일은 천가의 피의 두 가지 특징 중 염동력에 특출난 재능이 있었다.

자신의 스킬인 경화를 이용해 단검을 강화시키고 염동력을 이용해 사방으로 쇄도하는 공격.

그것이 녀석의 특기였다.

‘내가 가문을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고작 3개가 한계였는데…….’

그동안 엄청난 발전을 이룬 것이 틀림없었다.

사방에서 단검이 날아왔다.

나는 걸었다.

아랑곳하지 않고.

“두 배.”

“아까부터 뭔 개소리야! 뒤져 그냥!”

첫 번째 단검을 피하고, 두 번째 단검을 피했을 때만 해도 녀석은 여유로웠다. 아무리 피해 봐야 공격은 끊이지 않는다. 염동력을 이용한 무한 공격. 그것이 녀석의 장기였다.

하지만, 점점 그 숫자가 늘어나고…… 끊임없이 쇄도하는 단검이 나에게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못했을 때, 녀석은 진심으로 당황했다.

나는 묵묵히 녀석을 향해 걸어 나갔다.

대부분은 피했지만, 피하기 까다로운 단검은 그냥 손으로 쳐 냈다.

지금은 훈련이 아니니까.

“두 배는 많았어.”

“이, 정신병자 새끼가……!”

“너보다 더 빨랐고.”

“병신이, 아까부터 뭐라는 거야!!”

“이해할 필요 없어 넌.”

매일 목숨을 걸며 했던 훈련. 녀석은 알 필요도, 알아서도 안 된다.

관객석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2급 생도와 흑운이라 불리는 전설적인 존재의 염동력 구사 실력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

내가 한 달 동안 단순히 화살을 피하기만 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었다.

나는 단순히 날아오는 화살이 아닌 염동력으로 살아 움직이듯 공격하는 16개의 화살을 피해 가며 큰아버지에게 다가가는 훈련을 매일같이 해냈다.

이깟 단도쯤은…….

천석일의 공격이 전혀 먹히지 않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튀어나왔다.

놀라움과 경악이었다.

나는 천천히, 그러나 똑바로 걸어 나갔다.

그동안 가문에서 받았던 멸시와 폭행, 수군거림이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내가 아주 만만했을 거야.”

“너, 너!”

“능력 없는 직계의 막내아들…… 가지고 놀기 딱 좋았겠지.”

한발씩 다가갈수록 녀석의 얼굴에 공포가 드리웠다.

동시에 나는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고 있었다.

-판은 깔아 놨으니, 마음껏 날뛰어 보거라.

큰아버지의 말이 이토록 달콤하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다.

“이젠 너희 차례야!”

50퍼센트의 힘을 모두 담은 주먹을 녀석의 면상에 꽂아 넣었다.

투쾅!!

“…….”

“…….”

굉음 소리에 경기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미, 미친……!”

“……막내 도련님?”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야 여기저기서 경악을 금치 못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다른 녀석들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다음!!”

* * *

소식은 빠르게 가문의 모든 사람에게 퍼져 나갔다.

막내 도련님이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 돌아오셨다!

그 머저리 막내 도련님이?

대련을 직관하지 못한 원로, 가문의 어른, 생도들에게는 도저히 믿기 힘든 소식이었다.

“글쎄 천석일을 한 번에 기절시켰대요!”

“석일이가 그리 만만한 녀석이 아닐 텐데…….”

보고받는 또 한 명의 인물은 천가의 유력 가주 후보 천진오였다.

그의 발밑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열두 다리의 괴수 프테가리오스의 육신이 있었다.

타닥타닥-!

새까맣게 그을린 프테가리오스의 주변으로 천진오의 동료들은 마무리 작업을 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암암리에 구조요청을 받아 도착한 곳. 천진오의 팀이 비밀리에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북한이었다.

S급 던전의 클리어를 장담할 수 없던 북한은 고위부의 연락망을 통해 남몰래 천가에 접촉한 것이었다.

“덕분에 살았습네다.”

함께 레이드에 참여했던 북한 측의 토벌대 대장이 손을 내밀었다. 각진 턱을 가진 그는 진심으로 천진오의 팀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천진오 역시 화답하며 북한 토벌대장의 손을 맞잡았다.

“아, 진짜 오빠!! 내가 적당히 하랬지? 이렇게 다 튀겨 버리면 가죽이고 뭐고 쓸 수가 없잖아!!”

까랑까랑한 목소리가 끼어든 것은 그때였다.

“허락받은 일이야.”

“허락이고 뭐고 내가 쓸 게 없다니까! 내가 강해져야 오빠가…….”

“아, 바쁘신 것 같은데 저는 이만 가 보겠습네다.”

눈치를 보던 토벌대장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이 녀석이 워낙 철이 없어서.”

“하하, 아닙니다. 보기 좋습네다. 덕분에 우리 동포들 목숨 살렸디요. 다시 한번 감사 드리겠습네다.”

고개를 푹 숙인 채 퇴장하는 토벌대장에게 다시 한번 사과를 건넨 천진오가 말했다.

“비즈니스 하는데 끼어들지 말랬지.”

무섭도록 차갑게 변한 얼굴이었다.

“붸쥐니수 하눈뒈 껴둘쥐 말뤴쥐~!”

그러나 붉은 머리칼의 그녀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천진오는 익숙한지 작게 고개를 저은 뒤 말했다.

“설아야.”

꽤 진지한 톤이었다.

“왜!”

여성은 대들 듯 천진오에게 대답했다.

“네 동생, 내 동생한테 깨졌단다.”

“뭐? 정일이가 지훈이한테? 둘이 사이좋은 편 아니었어?”

“말고.”

“그럼 석일이가? 왜?”

“지훈이 말고 도윤이한테 깨졌대.”

소식을 들은 천설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건 무슨 농담이야? 존나 재미없는데?”

“진짜야.”

“오빠 동생은…….”

천설아는 뒷말을 아꼈다.

“잠김이 풀렸단다.”

천진오의 대답에 천설아는 눈이 커졌다.

그러고는 손뼉을 짝 치며 환하게 웃었다.

“진짜? 너무 잘됐네! 도윤이 그놈 맨날 당하고 살아서 마음 아팠었는데.”

“네 동생은 걱정 안 돼?”

“걱정은 무슨, 지들이 한 일이 있는데. 같은 혈육이지만 진짜 정 안가, 걔네.”

“도윤이 우리 팀으로 끌어들일까? 꽤 쓸만해졌다는 소문이 있던데.”

“……오빠.”

“응?”

“오빠도 진짜 정 안 가는 거 알아? 무슨 가족이 도구야?”

천설아는 혐오스러운 눈으로 천진오를 바라봤다.

“내가 진짜 그 약속 때문에 오빠랑 붙어 있지, 아니었으면 벌써 가문 떴을 거야. 그러니까 약속 꼭 지켜.”

“당연하지.”

“빨리 돌아가자! 오랜만에 도윤이 보고 싶다.”

“알겠다.”

마지막 말을 끝으로 뒤돌아가 짐을 챙기는 천설아. 그 모습을 천진오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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