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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13화 (13/175)
  • 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 13화

    13. 돌아온 막내아들(1)

    “균형 잡는 법 조금 알려 줘 놓고 복수를 하라니 어쩌니, 속 편한 소리만 하다니…….”

    천가의 대문 앞에 선 나는 긴장한 얼굴로 한숨을 들이켰다. 약 한 달여의 시간 동안 내가 배운 것이라고는 오직 몸의 균형을 완벽하게 잡는 것뿐이었다.

    -판은 깔아놨으니 마음껏 날뛰어 보거라.

    “판은 무슨…….”

    큰아버지의 명령에 따라오긴 했지만, 걱정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었다.

    아무리 전설 등급의 [천가의 피]가 있다고 하더라도 해금률은 고작 50퍼센트. 모든 능력을 활용하는 생도들에게는 당하지 못할 것이야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게다가…….

    “내가 비전 무술을 배운 것도 아니고…….”

    배운 것은 오직 균형잡기였다.

    기본적인 무술도, 비전 무공도 배우지 못한 상태. 즉, 막 무예에 입문한 초심자와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였다.

    얻어터지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오셨습니까? 도련님.”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을 때,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철용 아저씨!”

    돌아보니 역시나, 철용 아저씨가 빙긋 웃는 얼굴로 서 있었다.

    “흑운님께 이야기는 모두 들었습니다. 준비는 다 해 놨으니 어서 들어가시죠.”

    철용 아저씨는 이미 흑운. 즉, 큰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는 눈치였다.

    하긴 아버지를 모셔온 세월이 얼마인데…….

    그나저나 마음에 걸리는 말이 있었다.

    “준비요?”

    “네, 걱정 마시고 들어가시죠.”

    인자한 얼굴이 불안한 것은 왜일까?

    나는 앞서 들어가는 철용 아저씨의 뒤통수마저 불길함을 느꼈다.

    * * *

    가문의 정문으로 들어선 나는 숨을 헙하고 들이켰다.

    저 멀리 보이는 우글우글 한 무리가 이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멀리 보이는 뭉치는 분명 사람들이었다.

    워낙 거리가 있어 누가 누구인지 식별은 되지 않았지만, 기운으로 알 수 있었다.

    저기에 서 있는 모두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저기는…….”

    “네, 야외 대련장이지요.”

    철용 아저씨는 웃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참 기특하십니다. 가문에 돌아오자마자 도전장이라니.”

    “그게 무슨……?”

    “흑운님께 들었습니다. 그동안 도련님과 대련했던 2급 생도들을 모두 불러 달라고 하셨다고…….”

    “제가요?”

    “네, 제 입으로 담긴 조금 그렇지만 ‘다 죽여 줄 테니, 목 닦고 기다리고 있어 이 씨발놈들아!’라고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철용은 어쩐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제, 제가요?”

    나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철용을 바라봤다.

    이게 무슨 개소리란 말인가.

    “물론, 도련님의 부탁에 따라 모두에게 그대로 전해 드렸고요.”

    하…….

    이제야 스승이 깔아놨다던 ‘판’의 정체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이, 이! 미친 영감이!”

    “네?”

    머리를 망치로 맞은 기분이었다.

    사이코인 줄은 알았지만, 스승이 이 정도로 정신 나간 인간인 줄은 몰랐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을 퍼트리다니.

    게다가…….

    “아, 그리고 그 점은 매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뭐가요?”

    “천가의 피 말입니다.”

    “그러니까 그게 왜……?”

    “[잠김] 상태가 풀리는 대신 등급이 떨어지셨다고…….”

    이건 또 무슨…….

    철용 아저씨에게 들어 보니 내 천가의 피 등급이 전설에서 유니크 등급으로 떨어졌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했다.

    소문의 근원지야 뻔했다.

    “허…….”

    허탈함에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 정도면 거의 사기꾼 아닌가?

    아주 소설을 써놨다.

    더욱 허탈한 것은 이 말도 안 되는 소문이 천가 내에서 기정사실화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철용 아저씨도 믿을 정도면…….’

    큰아버지가 전투 외에 다른 쪽에 더 재능이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후…….’

    침착하자.

    마냥 안 좋은 소문만은 아니었다.

    모든 힘이 풀리지 않은 지금.

    힘을 모두 사용한다 한들 유니크 정도의 힘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어느 정도 당위성이 인정되는 소문이었다.

    ‘……시발, 당위성은 무슨!’

    좋게 생각해 보려고 해도, 도저히 좋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점점 가까워지는 한 무리.

    그 무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선이 무섭게 나를 집어삼켰다.

    당장이라도 나를 죽일 것만 같은 시선이었다.

    내 또래의 2급 생도들.

    모두가 안면이 있는 아이들이었다.

    언젠가 한 번쯤은 나를 죽도록 팼던 아이들.

    그중에서도 유독 나를 심하게 때렸던 애들도 모여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막내 도련님.”

    “반갑습니다.”

    “오랜만입니다.”

    모두가 환영해 주는 말들뿐이었지만 그들의 눈빛은 전혀 반대의 의미를 전하고 있었다.

    나를 죽여 버리고야 말겠다는 시선.

    아버지 정도의 실력이 있는 자가 있었더라면 나는 이미 시선만으로도 죽어 버렸으리라.

    ‘눈빛 한번 살벌하네…….’

    아마 뒤쪽에 앉아 있는 가문의 어른들이 아니었다면 이 녀석들의 반응은 더욱 끔찍했을 것이다.

    가문 내의 제1 야외 대련장.

    그곳의 관중석에는 수많은 인파가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무슨 사람들이…….”

    관중석을 쑥 훑어봤다.

    가문 내의 수많은 어른과 어린 생도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개중에 나를 정말로 반가워하는 눈빛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실력이 한참이나 모자라 쫓겨난 아이가 엄청난 도발을 해 대며 가문으로 돌아왔으니, 건방이 하늘을 찌른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긴 원래 나를 좋아하던 인간들도 아니었으니까…….’

    익숙한 시선이라 그리 큰 타격은 없었다.

    그래도 쓸쓸하긴 한데…….

    딱 한 명.

    저 녀석을 빼고는 모두의 시선이 똑같았다.

    녀석은 나를 보고 반가워하면서도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시선의 주인공은 당연히 천우진.

    새 삶을 살게 해 준 은인이었다.

    ‘역시 왔군.’

    나는 천우진의 주변에 앉은 녀석들을 샅샅이 훑었다.

    ‘저 녀석들이란 말이지?’

    천우진이 자기편으로 만들고 있는 녀석들일 가능성이 컸다.

    녀석은 1급 생도이니만큼 주변도 모두 1급 생도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믿을 만한 아이들이어야 할 텐데…….’

    실력보다는 믿을 수 있냐 없냐가 우선이었다. 천우진은 믿지만 다른 아이들을 믿을 수 있을까 걱정하던 그 시점.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어이! 막내 도련님!”

    역시나 나를 심하게 팼던 아이들은 인성이 박살 난 녀석들이 많다.

    하긴 그런 도발을 들었으면 나라도 그랬으려나?

    뒤를 돌아봤다.

    역시나 아는 얼굴이었다.

    * * *

    “형님의 복수를 해 주마.”

    눈빛이 아주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녀석의 이름은 천석일.

    얼마 전 나를 구타하다가 철용 아저씨에게 처맞은 천정일의 동생이었다.

    녀석을 보자 옛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유독 나에게 악감정이 많았던 천정일과 천석일이었다.

    유전자는 어디 안 간다고 천석일은 형 천정일을 따라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기로 유명한 녀석이었다.

    “그래, 형님은 잘 계시고?”

    “크윽, 너 때문에 형님이…….”

    “형님이 뭐? 보좌관님에게 엉덩이라도 맞았어?”

    관중석에 꽂혀 있던 시선을 아래로 돌렸다.

    나를 무섭게 노려보는 녀석들.

    개중에는 약한 나와의 대련을 싫어하던 녀석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나를 때리며 스트레스를 풀던 녀석들이었다.

    그동안 감춰 살아왔던 울분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잊고 있었다. 이 녀석들은 쓰레기다.

    냉정히 생각해서 이 녀석들을 이길 자신은 없지만, 얼굴에 주먹을 한 번이라도 날리고 싶은 마음. 그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리고 그 정도는 나도 어찌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지더라도 비굴한 모습은 보이지 말자!’

    잡아먹을 듯 나를 공격하는 눈빛에 대항해야만 했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원천을 알 수 없는 오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곧, 실천으로 이어졌다.

    “반말하지 마! 이 새끼야! 나이도 어린 게 어디서.”

    첫 번째 시합은 놀랍게도 천석일.

    저 녀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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