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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5화 (5/175)
  • 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 5화

    5. 동료?(2)

    나는 눈을 끔뻑였다.

    지금껏 내가 사용하던 활력은 그저 말 그대로 스킬을 건 대상에게 약간의 활력을 북돋아 주는 역할만 할 뿐, 아무런 능력이 없는 스킬이었다.

    한마디로 쓰레기 스킬이란 소리다.

    그런데…….

    “등록은 뭐고, 이건 또 뭐야…….”

    활력의 [잠김] 상태가 풀리고 [해금] 상태가 되자 이해하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사람이 아닌 사물에 활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아니, 그렇지 않은가? 움직이지도 못하는 사물에 활력을 불어넣어 봐야 뭐 하느냔 말이다.

    스킬을 처음 얻었을 당시 사물에 스킬을 써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당연히 [사용 가능 대상이 아닙니다.]라는 알림음만이 뜰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분명, 스킬이 해금되기 시작하고 생긴 변화일 터였다.

    “그나저나 내 스킬이 왜 잠김에서 해금으로 변한 거지?”

    가시지 않는 의문이었지만, 지금 당장 알아낼 방법은 없다.

    “어쨌든, 능력이 조금씩 깨어나고 있다는 말인 거지?”

    알 수 없는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기쁜 건지 복잡한 건지…….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활력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재촉이라도 하듯 깜빡이는 알림음에 작게 대답했다.

    “활력.”

    동상에 손을 올리고 마력을 주입했다.

    [활력을 사용하셨습니다.]

    [최초로 활력을 사용하셨습니다.]

    [서브 스킬이 등록되었습니다.]

    [능력치가 온전치 않아 극소량의 능력치만 발현됩니다.]

    [‘우마 길드의 버려진 동상’을 등록하시겠습니까?]

    [부여 가능 속성이 1개 있습니다.]

    [부여 가능 속성 : 뇌(雷)]

    정신없이 알림음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몇 가지 있었다.

    스킬을 처음 사용했다느니, 등록이라느니…….

    하지만 별걱정은 들지 않았다. 그저 사용해 보면 될 일이니까.

    나는 망설임 없이 동상을 등록하고 가능 속성이었던 뇌 속성을 부여했다.

    그러자…….

    “음머.”

    이상한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 *

    “음머~~!”

    동상이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도 눈앞에서!

    나는 이 믿지 못할 광경을 그저 벙찐 얼굴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에는 다양한 능력자들이 있었다. 곤충이나 동물을 조종하는 능력이라든지, 몬스터를 테이밍해서 싸우는 테이머라든지…… 흔하진 않지만 사람 외에 다른 생물체들을 이용해 싸우는 사람들이야 얼마든지 있다는 소리다.

    하지만 이건 들어 보지도 못한 능력이었다.

    사물에 생명을 부여하는 능력이라니…….

    “개사기잖아……!”

    황당함과 흥분, 기대감이 한곳에 섞여 복잡한 감정을 자아내고 있었다.

    떨리는 손과 눈앞에서 울고 있는 황소를 번갈아 쳐다봤다.

    그러고는 머리를 빠르게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이런 녀석이 몇 마리만 더 있어도…….”

    오소소 닭살이 올라왔다.

    머릿속으로 펼쳐지는 장관.

    그것의 반의 반만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낮은 등급의 던전은 쓸어 버리고도 남으리라…….

    “아냐, 아냐. 아직 설레발치지 말자.”

    나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좋아하기보단 능력의 정확한 판단이 우선이다.

    보기만 무서워 보이고 실속이 없는 녀석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나저나 진짜 잘 만들긴 했네.”

    동상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하자 박윤식 영감의 실력에 다시 한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근육 하나하나, 골격, 주름 하나까지 실제 생물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완벽한 디테일이었다.

    거기에…… 폐기 예정이긴 했지만, 길드의 마스코트이니만큼 동상이 풍기는 위엄과 에너지는 대단했다.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러니까…… 이게 앞으로의 내 능력이라는 거지?”

    가슴이 빠르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분명 알림창에서는 극소량의 능력치만 발동된다고 했다.

    그렇다는 것은 아무리 많이 쳐줘 봐야 20퍼센트 정도의 힘만 사용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나는 눈앞 눈을 끔뻑이며 울고 있는 거대한 뿔을 가진 황소를 향해 기대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돌진!”

    황소의 정면에 있는 작은 나무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음머~!”

    “돌진!”

    “음머.”

    “돌진하라니까? 저거 안 보여?”

    “킁.”

    뿔 달린 황소. 그러니까 [우마 길드의 버려진 동상]은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니 꿈쩍만 안 한 게 아니라 아예 그 자리에 드러누워 버렸다.

    “야!”

    “음~~머~!”

    “나 무시하냐?”

    황당했다.

    무시만 당해 온 인생. 동물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것에게조차 무시를 당하다니…….

    심장 언저리가 다른 의미로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새 삶을 살게 해 준 주인한테 감히……!

    “야, 좋은 말 할 때 일어나라…….”

    “음머.”

    “야!!”

    “음머!!”

    저 녀석은 분명 내 말을 알아듣는 것이 분명했다. 아니면 저런 표정이 나올 수 없지.

    뿔 달린 황소는 부동자세로 한쪽 입꼬리만 올리고 있었다.

    ‘너 따위가 감히 나한테 명령질이야?’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이 개새…… 아니 소 새끼가! 끄아악!!”

    위계질서를 잡기 위해 황소의 뿔을 잡으려던 나는 엄청난 고통에 거리를 벌렸다.

    그러고는 한참이나 떨어진 곳에서 녀석을 멍하니 바라봤다.

    “미친.”

    단순히 바라만 볼 뿐임에도 온몸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파직-!

    위력은 한참이나 못 미치지만, 나에게는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는 감각.

    파지지직-!

    죽기 전 느꼈던 마지막 고통.

    [우마 길드의 버려진 동상]의 전신에는 스파크가 튀고 있었다.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천지훈의 능력과 동일한 능력.

    “가만…….”

    유일하게 부여 가능한 속성이 뇌(雷)라는 것이 어딘가 모르게 꺼림칙했다.

    날 죽인 능력을 부여할 수 있다니.

    ‘설마…… 아니겠지.’

    불길한 예감이 머릿속을 집어삼켰다.

    자신을 죽인 공격만 속성으로 부여할 수 있는 것이라면 앞으로의 속성 부여 스킬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게 아니라 죽음에 이를 정도의 고통을 받아야만 생기는 속성이라면…….

    겨우 살아난다면 늘릴 수야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네.”

    평생을 가져온 스킬과 특성이었지만 갓난아기처럼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했다.

    “일단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저 녀석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데…….”

    전기로 나를 공격하고는 무심한 듯 드러누운 황소 녀석.

    저 녀석부터 다루는 게 첫 번째 과제다.

    * * *

    언젠가 서울의 젊음의 거리라고 불리었던 곳은 이제 누군가의 소유로 바뀌었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가문 천가(天家)!

    구 홍대라고 불렸던 지역은 대부분 천가의 소유가 되었다.

    “결정하셔야 합니다, 가주님.”

    “흠.”

    홍대의 정 중앙.

    옛 경복궁을 연상케 할 만큼 고풍스러운 멋을 자랑하는 건물 최상층에는 인상을 잔뜩 찡그린 사내가 앉아 있었다.

    “아직 일러.”

    “가주님!!”

    “둘 다 성에 안 차.”

    여기서 말하는 둘은 가주의 첫째 아들 천진오와 둘째 아들 천지훈이었다.

    ‘그 두 분이 성에 차지 않는다면 대체 누가……?’

    가신은 당황했다.

    젊은 나이에 이뤘다고는 생각하기도 힘들 만큼 큰 업적을 세운 둘이었다.

    첫째인 천진오는 재앙급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난 스웨덴에 파견을 나가 성공적으로 레이드를 끝냈으며 사상자도 예상보다 절반은 줄인 스웨덴의 영웅이었다.

    둘째 천지훈은 인도 내에서 레이드가 불가능하다고 평가받는 몬스터 아르델리온을 혈혈단신으로 처리한 경험이 있는 엄청난 헌터였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대한민국에서 이 둘 이상의 후계자감은 존재하지 않았다.

    ‘크흠.’

    가신은 답답한 마음에 속으로 침음을 삼켰다.

    표정을 보아하니 아직 가주 눈에는 두 자식이 핏덩이로밖에 보이지 않는 눈치였다.

    하지만 물러날 수는 없었다.

    “약속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올해 안에는 결정하시기로.”

    “올해는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어.”

    “가주님!”

    “약속은 지킬 테니 걱정하지 말고.”

    가신은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가문의 중대사가 달린 일인 만큼 신중하고 신중해야 할 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였다.

    “원로들의 의견은 어떻지?”

    “반반입니다.”

    “진오가 아니고?”

    가주는 조금 놀란 눈치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첫째 천진오를 밀자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몇 개월 사이에 변심한 원로들이 생겨난 것이다.

    “예, 첫째 도련님은 둘째 도련님보다 무위가 조금 부족하지 않냐는 의견이 나와서…… 물론 대외적인 의견 같습니다.”

    “실질적인 의견은?”

    “둘째 도련님이 잘 설득한 것으로 보입니다. 방법은…….”

    “원로들이 원하는 것을 줬겠지.”

    “그게…….”

    “됐다.”

    가주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천지훈의 전략은 눈 감고도 그려진다는 소리였다.

    물론 만물을 꿰뚫어 볼 만큼 강하고 예리한 감각을 가진 가주였기에 가능한 판단이었다.

    “그 녀석은?”

    “똑같습니다.”

    “……알겠다. 가 봐.”

    “예, 쉬십시오, 가주님.”

    가신은 미묘하게 복잡해진 가주의 얼굴을 애써 모른 척하며 뒤돌아섰다.

    ‘아직도 미련이 남으신 거구나.’

    오랜 기간 가주를 모셔온 입장으로 가주가 거리낌 없이 환하게 웃는 모습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중에 가장 밝은 웃음을 보였던 적은 다름 아닌 막내아들 천도윤을 봤을 때였다.

    능력이 개화하기 전 천도윤은 그 누구보다 발군의 재능을 보였던 아이였다.

    눈높이가 하늘을 찌를 정도로 높은 가주의 마음에 쏙 들을 정도로…….

    그러나 천도윤은 신의 장난으로 모든 재능을 잃은 아이였다.

    모든 능력이 [잠금]이란 단어 하나에 봉인된 것이다.

    가주의 한마디 물음에는 그에 대한 아쉬움이 진하게 배어 있었다.

    언젠가 잠금이 풀리지 않을까란 기대 하나로 한 줌의 희망을 꽉 쥐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차기 가주 후보 선정이 늦어지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지도 몰랐다.

    늦은 건 알지만 항상 아쉬움은 오래 남는 법이다.

    가주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먼저 운을 띄운 것은 가신이었다.

    가신은 돌아가던 길을 멈추고는 뒤돌아 다시 가주 앞에 섰다.

    “한번 불러올까요?”

    “……됐다. 가벼운 고난 하나 이기지 못하고 제 발로 떠난 놈이다. 뭐가 이쁘다고.”

    “제 발로 떠났다기보단 쫓겨났다는 게 맞는 표현이죠.”

    “그런 적 없다!”

    “물론 가주님은 반대했습니다만…… 원로들의 성화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으신 것도 사실이지요.”

    “…….”

    가주는 말없이 가신을 노려봤다.

    그러나 가신 경력만 30년.

    중년의 가신은 매섭게 노려보는 가주의 눈빛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빙긋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뿐이었다.

    “보고 싶으십니까?”

    “……됐다.”

    “그런 것치고는 얼굴이 복잡하신데요?”

    “…….”

    “매일 박윤식 영감과 싸우더군요.”

    가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누가 감히 천가의 직계와 싸우려 든단 말인가? 이것은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었다.

    “행복해 보였습니다.”

    “…….”

    “여기서 생활하던 그 어떤 순간보다요.”

    가주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가주님의 방식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방법이 누군가에겐 맞지 않는 옷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가신은 그 어느 때보다 진중한 태도였다.

    가주는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초침이 몇 바퀴를 돌 때까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불러오겠습니다. 가주와 후계자의 관계가 아닌 아비와 자식 간의 관계로 만나신다면 말이죠.”

    축 내려앉은 분위기를 먼저 깬 것은 가신이었다.

    그리고 한참 뒤, 가주의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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