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 1화
1. 늦게 피는 꽃(1)
“병신아, 여…… 기가 어디라고 와. 오긴!”
“입 열지 말라고! 상처 벌어지잖아!”
“크큭. 아, 안 죽어, 새꺄.”
“안 죽긴 시발. 네 꼴을 봐. 숨넘어가 뒈지기 일보 직전인데.”
병신.
그렇게 가지 말라고 말려 댔는데 기어코 와서 이 사단을 만든다.
잊고 살라고, 불가능한 일이라고 그렇게 뜯어말렸건만…….
이 와중에 가지런한 이까지 보이며 활짝 웃는 천우진의 모습을 보자 가슴이 칼에 찔린 듯 아리게 쑤셔왔다. 왼쪽 어깨가 완전히 날아가고, 배에 구멍까지 난 녀석이 처 웃기는…….
“도윤아.”
“아, 진짜 제발. 입 좀 다물어! 피 더 흘리면 진짜 죽는다고!!”
나는 절규하듯 소리쳤다.
그러고는 내가 가진 유일한 스킬인 ‘활력’을 끊임없이 불어넣기 시작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행동이었지만, 이 짓거리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시발! 시발!!”
울부짖으며 미친 듯이 스킬을 써 대는 내 모습을 천우진은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더없이 밝은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야…….”
“왜?”
“……우냐?”
“울긴 시발!”
진짜 숨넘어가기 직전만 아니었으면 시원하게 면상을 갈겼을 거다.
다 죽어 가는 와중에도 천우진의 표정은 그만큼 순수했다. 얄미울 정도로.
“우리 버리고, 잘난 맛에 떵떵거리며 살다 다 뒈져 버린 가문의 복수는 왜 하겠다는 건데, 왜!! 너 호구야?”
“그래도 가, 가족이잖냐.”
“가족은 니미. 버렸으면 남이지.”
그렇게 무시당하고 홀대받았으면서 그 사람들을 위해 혈혈단신으로 적진에 뛰어들다니…… 내 기준에선 정신병자나 다름없는 행동이다.
이 녀석이 걱정돼 적진 한가운데까지 따라온 나는 더더욱 제정신이 아니었고.
“그래도 야, 약점은 찾아냈다.”
뭐가 그리 기쁜지 녀석은 웃고 있었다.
“그러면 뭐 하냐고! 너랑 나랑 뒤져 버리면 약점이고 나발이고 천가(天家) 전체가 없어지는 건데.”
“우리에겐 다음이 있어.”
“다음은…… 시발! 말 같지도 않은 소리 좀…… 읍!”
그 순간, 무언가 입안으로 들어왔다.
비린 맛이 입안에 감돌았다.
아래를 내려다 보니 어느새 끈적하게 굳어진 피를 머금은 손가락이 입안에 들어와 있었다.
“뭐 하는 짓이야?”
“삼켜!”
미친놈.
자신의 피를 삼키란다.
장난기가 가신 진지한 얼굴로 보아, 농담이 아니었다.
“…….”
잠시 고민한 끝에 입안에 고인 액체를 목구멍으로 넘겼다. 평소라면 무슨 짓이냐며 욕을 한 바가지는 날렸겠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고 하지 않나. 인정하기 싫지만, 눈앞에 있는 천우진은 어느새 생명이 다해 가고 있었다.
마지막 부탁일지도 모른다.
“됐냐?”
천우진의 피를 삼킨 나는 입까지 벌려 안을 확인시켜 줬다. 그러자 천우진은 썩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잘했네.”
“갑자기 뭔 짓거리야.”
갑자기 피를 삼키라고 한 이유를 묻자, 천우진은 대답 대신 사과를 건넸다.
“미, 미안하다. 나 때문에 너까지 죽게 생겼네.”
“닥치라고 제발.”
“크큭, 이 새끼 우네.”
“그래, 운다! 흐으…… 흑. 억울해서 운다. 나까지 뒤지는 게 너무 억울해서. 그래서 운다고, 시발!”
“도윤아.”
“왜! 또 놀리려는 거라면…….”
“나…… 부탁이 있는데…….”
뜬금없는 천우진의 요구에 먹먹해진 목을 애써 가다듬었다.
“말해.”
“형이라고 불러 봐.”
이 새끼가 끝까지!
순간 울컥한 감정이 치솟았지만, 천우진의 얼굴을 보자 금세 가라앉았다.
고통과 곧 죽을 거라는 두려운 감정. 그 복잡한 감정을 애써 유머로 포장시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형.”
“…….”
“됐냐?”
“크큭. 조, 좋네. 앞으로 계속 그렇게 부르기다?”
“다 뒤지게 생겼는데 계속은 무슨. 여기서 살아가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불러 줄 테니까. 제발, 목숨줄만 잡고 있어 봐. 제발!”
“이, 잊지 마라.”
“아, 알겠다고 그러니까 쫌…… 어?”
그 순간, 잡고 있던 천우진의 무게가 늘어났다.
“어…… 어.”
고개가 옆으로 떨궈지고.
“어?”
몸이 축 늘어진다.
“…….”
“형?”
“…….”
“야.”
“…….”
“죽었냐?”
눈앞이 뿌옇게 물들었다.
“…….”
“죽었냐고.”
목이 메었다.
“…….”
차오르는 물기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시발! 뒤질 거면 그런 부탁은 왜 한 건데? 어?”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무언가 계속해서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가슴이 미어터진다는 느낌을 난생처음 온전히 느끼는 중이다.
“병신 같은 새끼. 머저리 새끼. 등신 새끼!”
그렇게 한참을 목 놓아 울고 있는데…….
“눈물 나서 못 봐주겠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에 들어도 단번에 알 수 있는 목소리였다.
“쓰레기 같은 방계 놈이랑 지지고 볶고…… 아주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광경이네. 눈물 난다, 눈물 나. 크큭.”
잊을 수 있을 리가…….
대한민국 헌터 명가이자 나의 가족인 천가(天家)를 배신하고, 몰락시킨 장본인인데.
천가의 직계이자 나의 친형.
천지훈.
이 사건의 처음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는 후레자식이었다.
비릿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녀석이 눈에 들어오자 머릿속 실 하나가 툭 끊어졌다.
“천지훈, 이 개새끼야!!”
허리춤에 찬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고는 천지훈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활력!”
[온몸에 활력이 넘쳐 흐릅니다.]
온몸에 스킬을 두른 채 녀석에게 도약했다.
“활력? 크하하하하. 오랜만에 보네. 그 쓰레기 스킬.”
“닥쳐! 이 배신자 새끼야.”
“배신? 배신은 내 재능을 알아보지 못하고 첫째 형을 차기 가주로 뽑은 천가가 나한테 한 짓이지.”
“그렇다고 중국이랑 손잡고 우리 가족을 모조리 죽여?”
“모조리라니? 너랑 저 녀석은 살았잖아. 뭐, 가족 같지도 않은 폐기물이라 죽일 가치도 없어서 살려 둔 거긴 하지만…… 그런데 가문에서 버림받은 너희가 이렇게 열을 올릴 줄은 꿈에도 몰랐네?”
“그 입 다물라고 했다!”
“우리 막내. 안 본 사이에 입이 거칠어졌네? 버릇없이 말이야.”
시종일관 웃고 있던 천지훈의 얼굴이 조금씩 굳어졌다. 그러나 제자리를 우뚝 지키고 있는 것은 여전했다.
명백한 무시.
천지훈의 지척까지 다다른 나는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
“천가의 피를 가진 녀석이 검이라니, 역시 넌…… 쓰레기야.”
조소를 흘린 천지훈이 검을 가볍게 피했다.
그러고는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닥치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검도 상대를 봐 가면서 휘둘러야 하지 않을까? 내가 누군지 벌써 잊은 거야?”
“……!”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한 충격이 일었다.
그제야 천우진의 죽음으로, 놓아 버렸던 정신이 돌아왔다.
병장기를 든 채 저 녀석에게 달려드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짓.
바보같이 그것을 이제야 깨닫다니…….
엄청난 흥분으로 잠시 잊고 있었다. 저 녀석을 부르는 또 하나의 이름을.
‘검을 빨리 놓아야…….’
나는 재빨리 들고 있던 검을 놓았다.
아니, 놓으려고 할 때였다.
“늦었어.”
천지훈의 스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콰과과광!!
그 순간, 머리 위로 무언가 쏟아졌다.
뇌가 타들어 가는 끔찍한 고통.
내 머리 위로 쏟아진 것은 저 녀석의 이름과 관계 있는 것이었다.
저 녀석의 또 다른 이름은…….
뇌룡(雷龍).
머리 위로 번개가 쏟아져 내렸다.
몸이 허물어지는 것이 실시간으로 느껴졌다. 온몸이 경직되고 움직일 수 없었다. 의식이 점점 흐려지며 주마등이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렇게 허무하게 목숨을 잃는구나……!’
온몸이 땅바닥에 닿기도 전 의식이 사라졌다.
그렇게 나는 친형제보다 가깝게 지냈던 사촌 형을 죽인 범인의 털끝조차 스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했다.
‘개 같은 인생!’
점멸하며 사라지는 의식 속에서도 시스템은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플레이어 ‘천도윤’님이 사망하셨습니다.]
완벽한 확인 사살.
이제 갈 곳은 오직 두 곳뿐이었다.
천국.
혹은…….
지옥.
‘이왕이면 위쪽으로 갔으면 좋겠는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을 때.
시스템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들려왔다.
[천우진 플레이어의 특성 ‘늦게 피는 꽃’과 ‘영원한 동반자’의 특성이 발동됩니다.]
……오류인가?
갑자기 몇 분 전 죽어 버린 사촌 형의 특성이 발동했단다.
‘그래서 뭐, 나보고 어쩌라고…….’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알림음에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온몸이 분자 단위로 쪼개지는 듯한 기분이 들더니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머릿속에 각인되듯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10년 전으로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