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기사 제위
타이킨의 신변이 조지아 가문의 블렌드 공작에게 인계되고 블렌드 공작은 아가스틴 가문의 안티구아 공작을 연일 성토하며 작위 매매에 대한 사항의 진실을 밝히라며 안티구아 공작을 압박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타이킨은 연일 블렌드와 함께 자신에게 작위를 판 엘더 영주의 윗선으로 안티구아 공작을 지목 하는 것으로 안티구아 공작을 당황스럽게 했다.
영문을 모르고 블렌드 공작의 앞에 끌려 나간 타이킨은 빠르게 블렌드 공작의 눈치를 살폈고 우연을 가장해서 블렌드 공작의 유도심문에 넘어가 주며 자신의 생명을 연장시키며 스타치 왕국에서 파견된 간첩의 역할인 크랩스 왕국의 혼돈을 부채질했다.
정보길드를 통해 중앙의 소직을 듣던 후버는 타이킨이 스타치 왕국에 돌아가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존재감을 뽑낼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훌륭하게 블렌드 공작을 도와서 안티구아 공작을 몰아치는 것을 보고 타이킨이 간첩에는 참 잘 어울리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앙의 혼란이 가속화될수록 1왕자가 다스리는 엔트로 영지와 3왕자가 다스리는 치알디니 영지에서 거부당한 유량민들이 드라고니아 포레스트로 유입되는 수는 늘었고 신전의 지원과 후버가 사재기 해둔 자원을 바탕으로 드라고니아 영지는 빠르게 발전을 해나갔다.
중앙에서 정치적인 논쟁이 계속되는 동안 후버는 영지 주변에 묻힌 구더기에서 안티구아 공작가가 묻어 놓은 대부분의 무기를 회수할 수 있었고 병사들의 훈련을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군사의 질이나 수적으로도 빠른 팽창을 이루고 있었다.
“이 부분은 고딕이 참 잘해주었군.”
그중에서 괜찮은 성과라면 고딕이 본격적으로 연필의 판매를 맞고는 지리적으로 드라고니아 포레스트의 반대편에서 연필의 판매를 시작 했다는 점이었다. 드라고니아 영지의 표식대신 자신이 고안한 인장을 찍은 연필은 조금더 저렴한 가격에 팔리면서 드라고니아 영지에 몰려있던 이권을 향한 질투심을 돌려두는 역할을 했다.
모든게 순조롭다는 생각을 한 후버가 얼마 전 신전에서 배달 온 편지를 뜯었다.
“다시 신전으로 올라오라는 건가?”
일상적인 인사치레로 시작된 편지는 후버의 예상대로 주교의 초청이 담겨 있는 내용이었다. 매년 말 크랩스 왕국의 축복을 내리는 자리에 반드시 참여해 달라는 간곡한 요청이 담긴 편지에 후버는 귀찮음을 느꼈지만 신전과의 관계를 생각해서 가지 않을 수도 없다는 것을 느꼈다.
“이번 기회에 중앙에 아군을 좀 만들어 둬야겠군.”
조용히 영지를 발전시키는 만큼 주변의 이목이 집중 되지 않는 것은 좋았지만 그만큼 주변에 아군이라고 부를 만큼의 세력이 없는 것은 후버에게 안타까운 일이었다.
원래의 계획은 영지가 발전하기 시작하는 원년으로 삼고 영지민들에게 축제를 열어주고 자신이 그 축제를 주관하려 했지만 신전에서 온 편지로 인해 후버는 축제의 진행을 매터 상단주에게 맡기고는 편지에 쓰여진 일정에 여유 있게 맞추기 위해 짐을 꾸리라고 집사에게 지시 했다.
“3일 후 영지를 떠날 것이니 체이서 기사단장과 스케일 총재도 준비를 하라 해주게.”
“말씀하신 대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수도까지의 거리는 마차를 타고 빠르게 달리면 4일, 평속의 마차를 타고 가면 7일,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하면 하루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이고 편지에 기입된 날짜를 기준으로 5일 정도의 여유가 있었기에 후버는 굳이 서두를 생각 없이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해서 이동할 생각을 했다.
영지의 총괄적인 부분을 맡고 있는 스케일과 체이서가 갑작스러운 소식에 수도로 가는 이유를 물었고 후버는 둘에게 자신과 신전의 관계에 대해서 고딕이 설명하지 못한 부분까지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고는 이번 수도행의 목적을 설명하였다.
“영지외의 아군을 만들자는 거군요. 객관적으로 말하면 지금 시기에 2왕세자님을 따를 만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꼭 가시적인 성과를 바라는 것이 아니네. 그저 영지의 이름을 알리면 되는 것이지 스케일 총재는 사교장에서 지식을 뽐내고 체이서 기사단장은 수도의 젊은 기사 지망생들과의 대련을 통해 좋은 인상을 남기도록 하게.”
“그 정도야 어렵지 않습니다.”
“그럼 부탁하지.”
수도에서의 역할에 대해서 지시를 받은 둘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고 후버는 신전이 자신을 부른 이유에 고민을 하다가 밤이 되어서 잠에 들었다.
“자작님 마차가 준비되었습니다.”
이미 아침 식사를 마치고 한가로이 책을 읽고 있던 후버에게 집사가 마차가 준비 되었다는 것을 알렸고 후버는 읽던 책을 내려 두고는 체이서, 스케일과 함께 마차를 타고 인근 영지의 텔레포트 게이트로 향했다.
도착 후엔 그곳을 통해 수도에 당도했고 마차 여행과 텔레포트 게이트를 통한 여행에 피로감을 느낀 일행은 아무 말도 없이 여관으로 가 방을 잡고는 다음 날 점심이 될 때까지 늦잠을 자며 피로를 풀었다.
“이곳에서는 모두 자유행동을 하도록 하지.”
여관에서 점심을 먹고 함께 수도를 구경 하던 중 후버가 말했다.
“그래도 자작님의 체면이 있으신데.”
“나의 체면을 생각한다면 제발 각자 활동을 했으면 좋겠군. 신전에서의 나의 모습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아니라서 말이야.”
후버는 절대로 그 어색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은지 손사래를 쳤다.
“자작님의 뜻이 그러하시다면.”
체이서와 스케일 역시 후버의 그러한 성격을 알기에 굳이 따라나서겠다고 하지는 않았고 후버의 뜻을 따라서 각자의 기호에 맞게 수도에서의 일정을 보내기로 하였다.
“무슨 일이 있으시면 통신구를 통해 서로 연락을 하도록 하지요.”
“그러지.”
“알겠습니다.”
스케일의 말에 모두가 동의를 하고 후버는 신전으로 향했다.
“무슨 용무십니까?”
“주교님을 뵙고자 방문 하였습니다.”
“누구십니까?”
주교를 뵙고자 한다는 말에 성기사가 긴장을 하고는 후버를 바라보았고 후버는 주교가 보낸 편지의 겉봉을 성기사에게 보여 주었다.
“이건…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신전의 직인과 주교의 직인이 찍힌 봉투를 본 성기사는 후버가 정말로 주교의 요청으로 이곳에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곧바로 후버를 주교의 방으로 안내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후버 님.”
“이스마엘 님의 가호가 있으시기를.”
“이렇게 먼 곳까지 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신전에 자주 오지 못해 아쉬운 차에 잘 되었습니다.”
의례적인 인사말로 대화를 시작한 후버와 주교는 한동안 담소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고 해가 어둑해질 때가 되어서야 주교가 본론을 꺼냈다.
“사실 후버 님에게 부탁이 있어서 수도에 와달라는 부탁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탄없이 말씀하시지요.”
“후버 님께서도 아시다시피 후버 님께서 봉헌하신 성물을 모두 사용하라는 이스마엘 님의 신탁에 따라 수도사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성서를 옮겨 적었고 이제 모든 작업이 끝나고 마무리 작업만이 남았습니다.”
“벌써 그렇게 되었단 말씀이십니까? 수도사님의 노력에 그저 감탄할 뿐입니다.”
“모두들 자신이 500년 만에 내려진 이스마엘 님의 말씀을 따른 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모르고 필사를 하고 있습니다.”
몸안의 신성력을 과하게 활성했는지 후버는 자신이 만든 가짜 성물을 보고 감동을 느꼈을 수도사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꼈다.
“그들에게 축복이 있을 것입니다.”
“예, 그들은 많은 축복을 받을 것입니다. 사실 후버 님을 이곳에 부른 데에는 그 책과 관련된 이유가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이 책을 후버 님께서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너무나 오랜만에 나타난 성물입니다. 처음 제가 후버 님의 진위를 의심했을 때처럼 다른 이들도 성물의 진위를 의심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후버 님께서 이 성물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한 주신 이스마엘 님의 말씀을 들을 때까지 이 책들을 보관하여 주셨으면 합니다.”
주교의 제안에 후버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사기를 치고 그 증거까지 회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건만 후버의 몸에 자리 잡은 신성력은 후버가 머릿속에 생각한 것과 말하는 것을 다르게 내뱉도록 만들었다.
“저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자리에 있습니다. 그런제가 신앙의 증거인 성물을 보관하다 보면 정적의 공격에 의해 의도치 않게 성물을 손상 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 정도는 각오하고 있습니다.”
주교는 자신의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
후버 역시 단호한 의지를 보이고 싶었지만 후버의 입은 후버의 의사와 상관없이 원론 적인 이야기를 내뱉었다.
“그것은 주교님의 각오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성물의 위험을 알면서도 그 위험한 곳으로 성물을 떠나 보내는 것 역시 불경이 아니겠습니까?”
“그것은…….”
“십 년이 넘게 신전을 이끌어 오신 주교님이십니다. 저에게 성물의 보관을 맡기시기 전에 떠오르신 생각이 분명히 있으실 겁니다. 그 생각대로 하시면 될 것입니다.”
후버의 말에 주교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후버의 눈을 바라보았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모든 것은 주신 이스마엘 님의 뜻입니다. 주교님의 생각이라고 어찌하여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러시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축제에도 참가를 하실 겁니까?”
“초대해주신 만큼 즐겁게 즐겨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럼 제 옆자리를 비워 두도록 하겠습니다. 저와 함께 축복의 축제에 참여해 주셨으면 합니다.”
“영광입니다.”
후버가 감사의 말을 전하고 해가 완전히 어두워지고 나서야 주교는 후버와의 아쉬운 작별을 했고 주교의 대화에서 피곤함을 느낀 후버는 그대로 숙소로 향해서는 침대에 몸을 누이고 다음 날을 맞이하였다.
후버가 주교를 만나고 난 후부터 수도에는 이번 축복의 축제에 누가 주교의 옆 자리에 앉을 것인지에 대한 소문으로 여러 인물이 거론되기 시작했고 그중 후버의 이름도 간간히 거론되었지만 모두가 소문으로 치부할 뿐 진실로 받아들이는 자는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왕위의를 둔 경쟁으로 인해 왕세자들은 참여하지 않지만 국왕과 그 일가족이 모두 참여하고 중앙의 중요 귀족들이 모두 참여하는 축복의 축제에 2왕자를 모시는 후버가 주교의 옆자리를 차지 한다는 소문은 수도의 파티에서 인맥을 쌓고 있는 스케일 총재를 질문 공세에 시달리게 할 만큼의 파급력을 가지고 있었다.
주교를 만나고 수도에서는 그저 자신의 숙소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후버는 느끼지 못했지만 스케일과 체이서는 수도의 그러한 관심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고 후버에게 질문하여 그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들었을 때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뭐 그리 대단한 자리라고 그러는 건가?”
“대단한 자리 정도가 아닙니다. 왕국의 주요 인물은 물론 타국의 신자까지 모두 참석하는 자리입니다. 후버 님께서 주교의 옆자리에 앉는다면 최소한 이스마엘 님을 믿는 자들은 후버 님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 할 것입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신을 믿는 자들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십쇼. 자신이 믿는 신을 직접 모시는 자에게 칼날을 겨눌 수가 있겠습니까?”
“그야…….”
“물론 직접적으로 신을 모시는 주교와는 위치가 다릅니다만 상징적으로 주신의 간택을 받은 자가 앉는 자리가 바로 주교의 옆 자리입니다. 신전에 대해서 비판을 하는 학자들도 주교의 옆자리에 앉는 인물의 선정 방식에 대해서는 신전의 최후의 양심이라는 말로 비판을 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후버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꼈는지 체이서 마저 후버에게 자신이 아는 바를 설명 했다.
“신전에서 그 어떤 권력과 금력으로도 좌우할 수 있는 자리가 딱 3자리가 있습니다. 첫 번째가 주교, 두 번째가 대신관, 세 번째가 바로 후버 님이 앉으실 축제에서의 주교의 옆자리입니다.”
“즉, 누가 뭐래도 후버 님이 주신 이스마엘 님의 신실한 종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고 그 사실을 주신께서도 알고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실제로 그 자리는 채워져 있을 때보다 비워져 있을 때가 더 많은 자리입니다.”
후버는 체이서와 스케일의 설명에 대략적인 개념은 이해가 되었지만 명확하게 와 닿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후버 님이 당일 겪어보시는 것이 가장 나을 것입니다. 내일이면 스케일 님과 제가 말하는 것이 무슨 뜻인지 충분히 아실 것입니다.”
후버가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한 듯하자 체이서가 먼저 손을 들었다.
“저 역시 체이서 기사단장과 같은 생각입니다. 직접 격어 보시면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아무튼 저와 체이서는 지금부터 이 사실을 은밀히 소문을 내도록 하겠습니다.”
둘의 격양된 반응에 후버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짓으로 둘을 밖으로 내보냈다.
“팔찌에 기록이…….”
습관적으로 모르는 일이 있을 때마다 팔찌의 기록을 통해 답을 찾던 후버는 그 부분에 있어서는 팔찌에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뭐, 내일이 되면 알 일이지.”
체이서와 스케일이 말한 내용 중에 부정적인 내용은 어서인지 후버는 모르는 일에는 신경을 끄고는 창가로 보이는 수도의 모습을 보다가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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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제에 따라 왕족의 자리, 귀족의 자리, 평민의 자리 그리고 신전의 관계자들이 있는 자리가 수도의 커다란 공터에 마련되었다.
“잘못하면 전부 압사당하겠군.”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준 덕뿐인지 평년보다 10배나 많은 인원이 수도의 축복의 축제를 보기 위해서 수도로 몰려들었고 평년 정도의 규모로 생각했던 수도의 관리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안 되겠습니다. 후버 님은 마법을 사용하실 수 있으니 먼저 가시지요.”
일찍 나온다고 나왔지만 후버일행은 인파에 밀려 더 이상 축제 장소에 접근하기가 힘들었고 스케일이 후버 먼저 축제 장소에 가라고 권고 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나 혼자 편히 가서 미안하네.”
“아닙니다. 어서 가시지요.”
주변의 마나를 끌어 들여서 마법을 쓰려던 후버는 몰린 수많은 인파를 보고는 혹시라도 자신이 마나를 다룬 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자가 있을까 봐 걱정하는 마음에 신성력만을 사용해서 플라이 마법을 사용했고 하늘로 떠오르는 후버를 본 사람들이 후버를 가리켰다.
“저, 저거!”
“마법사다!”
후버가 플라이 마법을 사용하자 인파에 쓸려 다니느라 피곤을 느낀 다른 마법사들도 플라이 마법을 이용해 몸을 하늘로 띄워서는 후버의 뒤를 따랐다.
귀족석에 않은 이들의 형태가 보일 정도의 거리에 후버가 도착했을 때 회장에서 안내를 하는 목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졌다.
“탑주다. 지금 플라이 마법 쓰는 놈들 영원히 제명되고 싶지 않으면 10초 안에 땅으로 떨어져라.”
탑주에 말에 마법사들이 하나둘 다시 땅으로 내려섰지만 후버는 여전히 광장 쪽으로 플라이 마법을 사용해서는 모두의 얼굴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갔다.
“자네는 누구기에 내 말을…….”
“후버 님!”
마법사가 후버에게 한소리를 하려던 순간 후버의 오른편에서 후버를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주교님.”
후버가 주교의 옆에 착륙하자 주교가 후버의 두 손을 맞잡는 것으로 반가움을 표시하고는 자신의 옆자리에 앉혔고 이 과정을 모두 바라본 귀족들과 평민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무례를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의 손님이니 제가 죄를 대신 청하도록 하겠습니다.”
주교가 사과의 말을 하자 마탑의 탑주는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주변 귀족들의 웅성거림은 더 심해졌다.
장내의 분위기가 소란스러워 짐을 감지한 주교는 사회자에게 신호를 주었고 신호를 받은 사회자가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됨을 알렸다.
“와주어서 고맙소.”
“아닙니다. 제가 시골의 영지에만 있다 보니 수도의 축제에는 처음 참가하여 일찍 출발하여야 한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소란스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행사가 시작되자 평민들의 눈은 단상 위로 향했지만 귀족들은 연신 주교와 후버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둘의 대화를 듣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했다.
대신관의 축복과 설교로 시작한 축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열기를 더했고 후버는 많은 사람이 모여 신을 연호하는 모습에 문화적 충격을 받을 정도였다.
설교, 간증, 찬양, 설교, 간증, 찬양 의 순서가 3번이 반복 되고 나서야 사회자가 주교의 설교를 요청했고 해가 떨어져 어두운 밤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치지도 않는지 대중들은 주교를 연호했고 주교는 자신을 연호하는 대중들에게 한번 손을 흔들어준 후 단상 위에 나섰다.
“저는 이곳에 설교가 아닌 참회와 간증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평소와 같은 열정적인 설교를 바라던 참가자들은 주교의 나직한 말에 어떠한 반응을 보여야 할지 잠시 곤란함을 느꼈고 그러한 분위기와 상관없이 주교는 자신의 과오와 후버가 자신의 옆자리에 앉은 이유를 대중들에게 풀어내기 시작했다.
열광적으로 이스마엘의 이름을 연호하던 대중들이 주교의 말에 귀 기울이기 위해 작은 소음도 내지 않고 완전히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고 비록 외형적으로는 조용한 모습을 보였지만 주교의 간증이 계속될수록 대중들의 열기는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저는 500년 만에 성물이 다시 나타났음을 알리고 이례적으로 주신 이스마엘 님의 뜻에 따라 성녀님이 출현하기 전 성녀님을 보필할 자를 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신성기사의 자리는 주신 이스마엘 님의 뜻에 따라 성물을 신전에 봉헌하고 이스마엘 님의 뜻을 저에게 전한 후버 님에게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주교는 자신의 선언이 끝나고 천천히 단상에서 내려와 후버에게 다가갔다.
“후버 님의 말씀대로 저의 마음을 따라 이스마엘 님의 뜻을 받들었습니다.”
주교가 후버의 손을 잡고 일으키고는 신성력을 띤 연필로 쓰여진 성경을 후버의 손에 쥐어주었다.
주교는 얼떨떨해 하는 후버의 손을 잡고 연단 위에 올라가서는 후버를 다시 소개했고 주교의 간증 동안 조용히 있던 대중들은 후버와 주교를 연호하면서 참았던 열기를 폭발시켰다.
‘이게… 무슨.’
어느샌가 주교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고 공포스러울 정도의 열기를 보여주는 대중들 앞에 홀로선 후버의 심장이 미친 듯이 박동을 하기 시작했고 심장 박동에 맞춰서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고리가 힘차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펌프질 하며 혈액이 돌듯이 후버의 주위에도 신성력의 필드가 만들어 지기 시작했고 점차 범위를 넓히기 시작한 신성력의 필드로 인해 주변 마법사들이 해를 입을까 걱정을 하는 후버의 생각과는 다르게 마법사마저도 편안한 표정을 짓고는 후버가 무슨 말을 할지를 바라보았다.
당황한 후버가 무언가 말을 하려고 입을 열려는 순간 어두운 하늘에서 한 줄기 빛이 후버를 향해 벼락처럼 떨어졌다.
오오!
밝은 빛에 모두가 눈을 가리고 감탄성을 내뱉었고 밝은 빛이 다시 하늘로 돌아갔을 때 후버는 눈앞에 단상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스태프를 볼 수 있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이 후버는 오른손으로 스태프를 들어 모두에게 보여 주듯이 하늘 위로 손을 내질렀다.
“이스마엘 님이시여!”
약속이나 한 듯이 후버의 앞에 모인 평민들은 무릎을 꿇고는 이스마엘의 이름을 불렀고 갑작스러운 현상에 어쩔 줄 몰라하던 주교가 정신을 차리고는 외쳤다.
“주신 이스마엘 님의 뜻에 따라 드라고니아 영지의 대리 영주 후버를 신성기사에 임명한다!”
대중들이 새로운 신성기사의 출현에 흥분해 후버를 연호하였지만 후버의 귀에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여기까지가 내가 예비해 놓은 신성한 계획이다. 너에게 자유 의지를 돌려주도록 하겠다.”
그저 환한 빛 속에서 들었던 이스마엘의 목소리가 후버의 귀에 계속해서 머물 뿐이었다.
<후버크래프트 완결>
지은이|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