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작 (36/37)
  • 조작

    하루간 꼬박 말을 타고 와서 피곤을 느끼기도 하지만 후버는 미리 상황을 살피고 있던 정보원의 안내에 따라 기묘한 대치를 보이고 있는 조지아 공작가의 병사들과 아가스틴 공작가의 병사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후버가 고용한 용병들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 자리 잡았다.

    “설명해봐.”

    “일단 저쪽에 불빛이 보이는 저택에 타이킨이 연금 상태에 있고 그 주변을 10명의 용병이 지키고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1선에서 매복하는 것이 조지아 공작이 보낸 병사들로 추측이 되고 그보다는 소수이지만 20명의 병사들은 조금 떨어진 측면에서 저택을 감싸듯이 매복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밤이라 잘 안 보이시겠지만 대략적인 상황은 이렇습니다.”

    간단하게 그림으로 보고하는 정보원의 말에 후버가 고개를 끄덕였다.

    “통상적으로 이런 경우 작전이 시작되는 시간은 새벽 2~3시 정도인데 이미 그 시간은 넘겼으니 어스름하게 빛이 비추는 시간을 택해서 공격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유는?”

    “교대 시간과 겹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출 시간의 특성상 야간 근무자들은 최고의 피로를 느끼고 주간 근무자들은 아직 몽롱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적은 해가 밝아오는 타이밍에 딱 맞추어서 공격을 하겠군.”

    “현재 저택의 외곽은 대략 15분 간격으로 2명의 병사들이 짝지어서 경계를 서고 있습니다. 그걸 생각한다면 2명의 병사가 초소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저택으로 돌아가서 다음 근무자들을 깨우는 순간에 공격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군.”

    “단 두 명의 병사가 차이가 있을 뿐이지만 어찌 되었건 더 처리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용병이나 병사들이나 저택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병사를 깨우는 것이 아니라 무거운 무장을 푸르는 것이니 지금처럼 레더아머라도 걸친 병사들 보다는 맨몸의 병사가 화살 등으로 상대하기 쉽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재 시각이 5시 이니 앞으로 빠르면 1시간 늦어도 2시간 안에는 결판이 나겠군. 고딕, 이쪽이 고용했다는 흔적은 남지 않겠지?”

    “모르겠습니다. 처음 후버 님이 타이킨을 연금할 당시에는 흔적이 남아있겠지만 지금의 용병들은 고용주가 자작님이 아닌 아가스틴 공작가라는 소문을 은연중에 퍼트려 놓았습니다. 그래서 저들이 용병임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성실하게 근무를 서는 것이구요.”

    “이번에는 성실함이 독이 되겠군.”

    후버가 대략적으로 지켜보기에도 용병치고는 어쩐지 절도 있게 인수인계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자유를 좋아하는 용병이라는 이미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홀로 생존할 실력이 있는 상위 용병들의 이야기일 뿐 실력이 떨어질수록 오히려 안정된 생활을 바라기에 이번 기회에 혹시라도 공작의 눈에라도 들까하는 저들 나름의 기대가 성실한 근무 자세로 나타나는 듯했다.

    “내일 공격을 할 가능성은 없는가?”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현재의 포위선이 다음 날 낮을 보내기에는 너무나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부대를 뒤로 미루기도 그렇구요. 반면 2선의 아가스틴 공작의 부대로 보이는 쪽은 내일을 대비하는 것도 같습니다.”

    “일단 이곳에 파견된 정보원의 수가 몇 명이지?”

    “저를 포함해서 15명입니다.”

    “각자의 무력은?”

    “대중없습니다. 용병으로 치면 D급의 무력을 가진 이도 있고 B급의 용병 역시 있습니다.”

    D급이라는 말에 후버가 의문을 표하자 고딕이 대답했다.

    “D급은 원래 이런 임무에는 투입되지 않습니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이렇게 된 거지요. 저들의 임무는 평시의 정보 수집 정도입니다. 사실 정보 수집이라고 해도 그저 항간에 떠도는 소문 정도일 뿐이지 고급 정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럼 일단 직접적인 무력 사용이 불가능한 D급은 모두 뒤로 빠져서 트렙을 설치하도록 지시하고 나머지는 상대방의 대응을 봐서 결정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후버의 명령을 받은 정보원이 어둠을 이용해 이곳저곳을 움직이며 후버의 명령을 전달하였고 고딕은 후버의 옆에서 두 진영을 관찰하였다.

    “그런데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후버 님이 직접 개입하기에는 좀…….”

    “대충 한눈에 보기에도 조지아 공작가의 병사들은 수준이 높아 보이는군. 성사 용병이 가세한다고 해도 비등비등한 싸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아.”

    고딕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좀 더 두고보자구 30분 정도의 시간이 있으니 목표는 상대의 생포이고 직접 싸움에 뛰어드는 게 아니라 불리함을 느끼고 자력 생존 원칙으로 도망가는 아가스틴 공작가의 병사들만을 대상으로 한다. 주변의 풀을 엮어서 발이 걸리도록 조치해 두도록.”

    “그렇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후버가 이런 저런 지시를 내릴 것이란 걸 짐작한 정보원은 흩어져 있던 다른 정보원을 한자리에 모아 두었고 이번에는 후버의 명령이 빠르게 전파 될 수 있었다.

    후버의 명령을 들은 정보원들은 D급을 중심으로 후방으로 빠져서는 풀들을 묶어 만드는 기초적인 트랩을 설치하였다.

    일반적으로 걷는 사람이야 단순히 발끝에 무언가 걸린다는 느낌만이 들겠지만 빠르게 달리는 사람에게는 한번쯤은 넘어지게 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도망자의 발을 묶기에는 적합한 방식이었다.

    “단 한 놈만 생포해도 문제없으니 괜히 무리하는 일은 없도록 하라고 전…….”

    챙!

    후버가 다음 명령을 내리려는 순간 금속성의 작은 소음이 후버의 귀에 들렸고 후버 혼자만 들은 것은 아닌지 모두의 고개가 저택 쪽을 향했다.

    “모두 흩어져라. 무리할 필요는 없다. 정체가 들키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흩어지기 직전 후버의 마지막 명령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명령을 내리고 저택 쪽으로 다시 고개를 돌린 후버는 일점을 향해 날아간 석궁이 초소에 박히는 장면과 일단의 조지아 공작가의 병사들이 저택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 그리고 아가스틴 공작가의 병사들이 조심스럽게 포위망을 좁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른 모두를 20여 미터 뒤로 물린 후버는 고딕을 이끌고 아가스틴 공작가의 병사들이 있는 곳으로 슬금슬금 다가가기 시작했다.

    “저기 대장처럼 보이는 놈 있지?”

    “네.”

    “절대 시야에서 놓치지 마.”

    후버가 말한 곳에서 고딕 역시 연신 수신호를 보내는 한 명의 병사를 볼 수 있었고 비록 얼굴이 구분되지는 않지만 그 병사의 모습을 눈에서 놓치지 않기 위해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런데 아가스틴 공작가가 이곳을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걸까요?”

    “글쎄? 나도 그걸 이해할 수가 없어.”

    “혹시 우리의 작전이 어딘가로 새어나간 건?”

    고딕의 말에 후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단순히 정보가 샌 것으로 보기에는 시기가 너무나 절묘하게 조지아 공작의 병사들이 공격하는 시기와 일치했기 때문이다.

    “만약에 정보가 새나가서 타이킨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안티구아 공작이 겨우 20명을 보냈겠나?”

    “그만큼 신뢰하거나 신력이 출중한 20명일 수 도 있지 않습니까?”

    “아니야, 그래도 이해가 안 돼. 저들의 복장은 어딘가 직접적인 무력으로 공격하기 위한 복장이 절대 아니야.”

    “그래서 병장기를 구덩이에 묻어둔 것 아닙니까?”

    “너의 말대로 그 정도로 고급 기사나 병사로 이루어 져 있다면 그런 싸구려 무기를 사용할까? 우리 입장에서는 썩 괜찮을지 몰라도 공작의 입장에서는 그저 싸구려 보급용 병장기일 뿐이지.”

    “하지만 우리가 발견 못한 구덩이가 있을 가능성도 있지 않습니까?”

    “그 부분은 인정하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저들이 구덩이에서 병장기를 꺼내 무장 하지 않은 것은 어떻게 설명 할 건가? 정말 우연히 습격의 시기가 맞았다면 둘 모두 완전 무장을 하는 게 정상이겠지.”

    후버의 지적에 고딕이 반문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고는 다른 질문을 했다.

    “후버 님 타이킨이 후버 님이 생각한 대로 움직여 줄 것 같습니까?”

    “확신은 할 수 없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지 지금 상황에서 타이킨이 가장 원하는 게 무엇일 것 같은가? 수년간 감옥에서 기약 없는 삶을 보내는 것.”

    “그건, 당연히 아닐 것입니다.”

    “본국에 구조신호를 보내는 한편 자신의 쓸모를 입증해야겠지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 자신을 손아귀에 넣은 블렌드 공작을 이용해서 크랩스 왕국의 정치적 혼란을 불러올 필요가 있고 말이야 그것도 대규모로.”

    “거기서 둘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다는 말입니까? 하지만 블렌드 공작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왕국의 혼란을 부채질할 만한 인물은 아닙니다.”

    “이런저런 심문을 하겠지만 그 심문이라는 것이 결국 자신이 듣고 싶은 답을 듣기 위해 행하는 거지 타이킨도 바보가 아니니 심문을 당하는 와중에 블렌드 공작이 바라는 답을 알게 될 걸세 그렇게 둘은 서로를 이용하는 좋은 관계가 되겠지.”

    후버의 설명에 고딕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 정보를 주는 여러 가지 방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자 이해하기가 쉬웠기 때문이다.

    “그럼 후버 님은 아가스틴 공작가의 병사들은 어째서 이곳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글쎄? 우연이 아닐까? 우연히 안티구아 공작이 블렌드 공작을 감시하다가 일단의 병사무리들이 빠져나간 걸 알았고 혹시라도 있을 무력 도발의 증거를 잡기 위해서 병사를 파견한 거겠지.”

    “그래도 이상합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드라고니아 포레스트 근처로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처음에야 인근 영지를 지원한다는 목적이 있지만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그저 경고를 해주고 자구책을 찾으라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습니까?”

    후버와 고딕이 안티구아 공작이 보낸 병력의 목적에 대해서 갑론을박 하고 있을 때 같은 상황을 올리버 역시 격고 있었다.

    “저 허름한 저택에 뭘 숨겨 놓았다고 저리 경계가 삼엄하고 블렌드 공작의 병사들은 저렇게 죽기 살기로 공격을 하는지…….”

    후버보다는 훨씬 가까운 거리라서 그런지 올리버는 금속성 소음과 함께 부상당한 병사들이 내지르는 신음 역시 들을 수 있었다.

    “어떻게 할까요? 대장님.”

    “일단 좀 더 상황을 지켜본다. 공작가 병사들의 승리는 당연한 것이고 저들이 저렇게 멀리까지 와서 공격을 하는 이유라도 파악을 해야지 공작님을 뵐 면목이 생기지 않겠나?”

    “알겠습니다.”

    올리버는 투스헤이 부관과의 짧은 대화를 마치고는 저택의 상황에 집중하였다. 저택의 소음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고 이내 더 이상의 신음 소리도 들려오지 않게 되었을 때 조지아 공작가의 병사가 한 명의 남자를 팔에 끼고는 억지로 끌고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누군지 아시는 인물 입니까?”

    투스헤이 부관의 질문에도 대답을 하지 못한 채 올리버는 몇 번이나 눈을 깜빡여 가면서 자신이 보는 인물이 사실인가를 머릿속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타이킨이다.”

    “네?”

    “타이킨… 엘더 영주는 기억나나?”

    “옛! 그럼 설마?”

    “그렇다. 타이킨 그자는 실종되지 않았습니까?”

    올리버의 밑에서 일하면서 얼마 안 되는 실패이기에 투스헤이 부관도 쉽게 타이킨의 존재를 기억하고 있었고 올리버는 단장이 되고 자신이 처음 실패한 일이기에 그 일을 부관보다 자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특히 타이킨의 외모는 혹시라도 우연히 마주칠까 꿈에서 나올 정도로 확실하게 기억 하고 있었다.

    “그자가 어째서 여기에?”

    “어찌 되었건 블렌드 공작에게 넘어가기 전에 빼오거나 처리해야 하지 않습니까? 저자가 공작의 손에 넘어가면 겨우 잠잠하게 했던 작위 매매건이 수면 위로 나오게 됩니다.”

    “하지만 지금 병력으로는 불가능하다.”

    부관의 생각을 모르지는 않지만 현재로서 올리버가 타이킨을 빼오는 것은 요원하게 보였다. 일부 기사들이 부상을 입었다고는 하나 정상적으로 적이 운용할 수 있는 병력은 40 이상 그에 비해 올리버의 병력은 21명밖에 되지 않았다.

    “후버 자작의 병사들의 솜씨가 형편 없군. 고작 5명밖에 상하게 하지 못하다니.”

    씹어뱉듯이 말하는 올리버.

    “기습으로 타이킨만 사살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지금은 불가능하다. 한다고 해도 내일 밤 어둠이 내렸을 때 아니면 상대가 비트를 파고 잠에 들었을 때나 각개 격파가 가능하겠지.”

    냉정한 올리버의 상황 판단에 투스헤이 부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도보로 이틀 거리에는 이렇다 할 마을이 없습니다. 굳이 있다면 후버 자작의 영지이지만 그곳으로 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직 병사들을 수습하는 중이기에 정확한 이후 이동의 방향은 알 수 없지만 자신이 동일한 임무를 받았을 때의 행동 방식을 생각한 올리버는 부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그곳은 텔레포트 게이트가 운영되지 않으니 가장 가까운 텔레포트 게이트가 운용되는 곳으로 이동하겠지.”

    “그렇다면 지금부터 내일 저녁까지 밖에 시간이 없습니다. 아마 상대도 우리가 하는 방식처럼 강행군으로 텔레포트 게이트까지 이동하여 확보한 인물과 병력을 이끄는 인물은 텔레포트 게이트로 영지에 복귀하고 나머지는 도보로 이동할 것입니다.”

    “일단 상대를 뒤쫓는다. 이미 해가 떴으니 멀리 이동하진 않을 거야. 앞으로 대략 5시간 거리 그리고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텔레포트게이트가 있는 영지가 어디지?”

    투스헤이 부관이 지도를 꺼내서는 눈대중으로 거리를 비교했다.

    “칼렉스 자작령이 가장 가깝습니다.”

    “그럼 우리가 앞서서 이동하고 휴식을 취한다. 부관이 앞장서고 나머지가 따르도록.”

    “그건 상대를 놓칠 위험성이…….”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마라. 우리는 상대방의 숙영 위치를 먼저 파악해서 매복을 통해 기습을 하는 것 외에 다른 승산이 없다.”

    “알겠습니다.”

    올리버의 지시에 따라 투스헤이 부관은 한 명의 병사를 선발대로 마을 방향으로 보냈다. 최대한의 속도를 낸다면 이곳에서 마을을 왕복하는 데에 필요한 시간은 대략적으로 15~20시간 남짓, 투스헤이 부관의 명령에 따라 가장 발이 빠른 자가 마을 방향으로 출발을 했다면 나머지 병사들은 조지아공작가의 병사들이 이동하는 속도에 맞춰서 한 시간 함께 이동하면서 조지아 공작가 병사들의 이동 속도를 체크했다.

    “대략 시간당 5km 정도를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 추세대로 나머지 4시간을 움직인다면 20km 정도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부대를 4개로 나누어서 18km부터 3km 간격으로 보초병의 역할을 하는 부대를 놓고 전진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우리들의 능력을 고려해볼 때 앞으로 4km까지는 빠르게 속도를 내기 힘들지만 그 이후부터는 시간당 12km 속도로 최대 2시간 이동할 수 있으니 2시간 정도면 첫 번째 목표 포인트 이후 20분 간격으로 다음 포인트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좋아, 부관의 말은 모두 들었을 테니 지금 부터는 조용히 이동한다. 앞으로 2시간 동안은 모든 지휘권을 투스헤이 부관에게 이양한다.”

    부대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한 투스헤이 부관과 올리버가 먼저 한 발 나섰고 그 뒤를 올리버의 부하들이 따랐다. 30분가량 이동을 하여 4km 적과의 거리는 1.5km 정도 벌린 이후에는 마음껏 소리는 내며 이동 하였고 한 시간여를 달려서 1차 포인트에 근접하였고 5명의 척후병을 두고는 다시금 빠른 속도로 이동하였다.

    “이제 마지막으로 올리버 님, 저 그리고 2명이 한 조가 됩니다.”

    “좋다.”

    이동 범위에 따라서 통신을 듣고는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올리버와 부관은 앞장서서 이동하였다.

    “이곳입니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부관에게 쉬라는 명령을 내린 올리버는 부대원들의 위치를 지도에 표시하였다.

    “그러니까 출발 지점부터 18km 지점에 4명, 21km 지점에 4명, 24km 부분에 4명, 마지막으로 27km 부근에 우리군.”

    “그렇습니다. 체력이 낮은 순으로 먼저 휴식을 취하게 하였으니 전투시의 체력의 소실은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예측한 대로 움직여 줘야 할 텐데 말이야.”

    “저도 그러기를 바랍니다.”

    이후 최대한 체력을 아끼기 위해부관과 올리버는 교대로 30분 정도 휴식을 취하면서 척후에게 들려오는 보고를 받고 있었다.

    “일단 22km 지점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빠르게 이동하는군.”

    “이곳까지 올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주면 나야 고맙군.”

    “24km 부근에서 적이 숙영을 할 것이라는 보고입니다.”

    “좋다. 우리도 그 지점으로 합류한다. 병사들에게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도록 명령하도록.”

    부관이 통신구를 통해 명령을 지시 하고는 올리버와 함께 왔던 길을 되짚어가기 시작했다. 대략 2km 정도는 빠른 속도로 나머지 1km 정도는 천천히 걸으며 본대에 합류하였다.

    “상대의 동태는?”

    “방금 전에 식사를 마치고 지금 비트를 파고 있습니다.”

    “다행이군.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곤란했을 텐데.”

    비트를 파고 소규모로 휴식을 취하는 것은 분명히 은폐와 엄폐에는 좋지만 기습에는 취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그러한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조지아 공작가의 병사들도 척후를 고지대로 보내는 것이 확인되었다.

    “대충 작전을 짐작 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의 목표는 가장 외곽의 10명이다. 척후가 눈치채기 전에 빠르게 해치우고 산개하여 전방으로 30km 지점에서 다시 합류한다.”

    2인 1조로 한 명씩 처리를 하라는 명령에 올리버의 부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지아 공작가의 병사들이 비트를 파내고 2인 1조로 비트 안에 들어가는 동안 올리버와 부하들은 늦은 식사를 하고는 상대방이 완전히 비트 안에 숨기를 기다렸다.

    “대략 지금쯤이면 한참휴식을 취하고 있을 것입니다. 확실히 타이킨은 한 번에 처리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좋아, 나는 고지대로 올라간 척후의 처리를 할 테니 너희들은 내가 신호를 보내면 2인 1조 한 비트당 4명씩 단번의 병사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다. 할 수 있겠지?”

    “걱정하지 마십쇼! 단번에 끝내겠습니다.”

    부관에게 다시 지휘권을 이양한 올리버는 천천히 고지대를 향해서 올라갔다. 한 발, 한 발 신중을 다해서 올라간 올리버는 통신구를 가지고 비트 부분을 감시하는 병사 한 명을 볼 수 있었다.

    발소리를 최대한 죽인 올리버가 한 발, 한 발 병사에게 가까워질 때마다 조금씩 숨을 죽이기 시작했다.

    올리버는 병사에게 다가가기 전에 10m 전부터 아예 숨을 멈추고 지면을 스치는 발소리마저 줄이고 접근했다. 5m, 4m 가까이 다가갈수록 천천히 다가가던 올리버가 적의 뒤편에서 마침내 단검을 상대의 어깨 높이로 조심히 들어 올렸다.

    푸욱.

    털썩.

    갑작스러운 올리버의 칼질에 놀라서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뒤로 주저앉는 조지아 공작가의 병사의 입을 한손으로 틀어막은 올리버는 어깨에 박힌 칼을 움직여서는 병사의 목으로 강하게 휘젓듯이 움직였다. 병사의 간혈적인 반항이 있었지만 올리버의 칼날이 병사의 목뼈를 건드렸다고 생각한 순간 저항하던 병사의 힘이 천천히 빠졌다.

    “후우~ 큰일 날 뻔했군.”

    손바닥과 손등에 남은 이 자국을 대충 손으로 문질러서 고통을 덜어낸 올리버는 단검에 묻은 피를 공작가의 병사의 옷에 닦아 내고는 단검을 빛에 반사시켜서 신호를 보냈다.

    올리버의 신호를 받은 부관은 병사들에게 손짓으로 타깃을 나누어 주었고 바로 올리버의 눈에 꾸물거리며 비트를 향해 움직이는 병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올리버의 병사들은 비트에 근접해서 신중하게 상대의 숨소리를 들으며 위치를 파악하고는 서로의 눈빛을 맞추었다. 땅으로 깊게 판 후 몸을 곧게 세워서 자는 형태인 비트안의 병사를 보호해 줄 수 있는 것은 위장을 위한 흙을 덮기 위한 나무판과 병사들이 걸치고 있는 간단한 레더아머뿐이었고 그나마 레버아머는 치명적인 부위인 정수리 부분이나 목 부위를 보호해 주지는 못했다.

    허공에서 교차한 올리버의 병사들이 시선이 부관을 향해 집중 되었고 부관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신호를 보냈다.

    쿵!

    나무판을 뚫을 힘을 얻기 위해 높이 들려진 검이 땅을 향해 강력하게 박혔고 뒤이은 신음성이 올리버의 병사들의 귀를 자극한 순간 부관의 신호에 따라 올리버의 병사들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상대의 상태도 살피지 않고 우선 도망부터 치는 올리버의 병사들을 뒤쫓기 위해 뒤늦게 조지아 공작가의 병사들이 비트를 빠져나왔지만 발자국과 핏자국 그리고 사라져 가는 올리버의 병사들을 뒷모습만을 볼 수밖에 없었다.

    “우선 병사들의 수습이 우선이다.”

    “알겠습니다.”

    조지아 공작가의 병사들을 지휘하는 필스너 역시 흉수들을 쫓아가고 싶었지만 일단은 병사들의 수습이 우선이었다.

    “2명 중상에 8명 사망입니다.”

    명령에 따라 사살자의 수를 확인한 병사가 비통에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2명의 상태는?”

    “생사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빌어먹을 개자식. 호긴스 부관 척후병을 호출하라.”

    “옛.”

    지휘관의 명령을 들은 호긴스는 통신구를 이용해서 척후병을 호출하였지만 당연히 척후병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필스너 지휘관님 척후병이 연락을 받지 않습니다.”

    “제길, 당했군. 사망자 9에 중상자 2명… 현재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한 인원은 보관하라.”

    필스너의 지시에 호긴스가 병사들의 수를 세었다.

    “대략 35명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35명이라… 그럼 아직까지 상대보다 수적인 우위는 우리가 가지고 있다. 어서 이곳을 정리하고 이동한다.”

    “전사자의 시체는 어떻게 합니까?”

    “일단은 이동하여 다른 곳에 묻어두고 나중에 회수한다. 어서 이동의 준비를 하도록.”

    필스너의 지시에 병사들이 시체를 꺼내서는 한 곳에 정렬해 두고는 비트를 다시 파묻었다.

    “당장 사용하지 않을 군장은 비트와 함께 파묻고 최대한 경량화를 하고 이동한다. 전우의 시체를 짊어질 병사는 짐을 다른 자에게 넘기고 무기만을 휴대하고 시신을 조심스럽게 모시도록.”

    “군장을 이곳에 두고 가면 흔적이 남게 됩니다.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어쩔 수 없다. 지금은 다른 것보다 귀환과 전우의 시체를 수습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만약 지금 공격 한 것이 후버 자작의 병사라면 이미 모든 증거를 수정구로 촬영하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모르겠는가? 우리가 생포를 당하는 것이 까짓 군장이 조금 남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

    “알겠습니다. 바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호긴스가 병사들을 시켜서는 시체의 수습을 마치고 장비를 모두 분배하고는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병사들의 피로도가 걱정입니다.”

    “그래도 다른 방법이 없지 않은가? 상대는 기습의 전문가다. 게다가 신중하기까지 하고 상처를 봐서 알겠지만 병사 한 명당 2명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총 수는 척후병을 처리한 인원까지 생각해서 21명이겠지. 물론 이 길에 매복이 없다면 말이야.”

    “그렇다고 한 번에 이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지금은 부상자와 시신 무엇보다도 타이킨 저자가 문제입니다.”

    “시신은 한 시간 거리를 이동 후에 그곳에 임시로 안치할 것이니 곳 이동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원군을 부르는 것은 가능할 것 같은가?”

    “별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편도로 가까운 텔레포트 게이트로 이동을 하는 것이나 저희가 이동을 하는 것이나 시간이 비슷하게 걸립니다.

    그리고 언군을 부르면 저희가 이렇게 소규모 부대로 움직인 이유가 없어집니다.”

    호긴스의 말대로 조지아 공작가의 병사들이 굳이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하지 않고 숲길로만 이곳으로 온 이유는 타인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당장 상황이 급하다고 해도 가장 필요한 은밀성을 포기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았다.

    “그건 호긴스 자네의 말이 맞아 일단은 자력으로 최대한 움직이는 수밖에 없겠군. 무리한 명령인 줄 알지만 부대에게 속보로 움직이라는 명령을 내리게.”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조지아공작가의 병사들이 이동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때 후버와 고딕 그리고 고딕이 이끄는 수하들은 올리버를 잡기 위해 올리버를 중심으로 커다란 원을 그리듯이 그를 포위하고 있었다.

    “우선은 이동 방향에 풀을 묶어 두는 것으로 시간을 끌도록 조지아 공작가의 병사들이나 올리버의 부대와 어느 정도 거리를 확보해야 하니.”

    후버의 명령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바닥의 풀을 묶어서 일종의 트랩 지대를 설치한 병사들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올리버의 이동을 놓치지 않고 따라 붙었다.

    털썩!

    “이거 참… 저 사람도 아가스틴 공자가에서는 귀한 인재일 텐데.”

    올리버가 풀에 걸려 넘어지는 것을 보고 고딕이 불쌍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귀하니깐 지금 이렇게 둘러싸고 있는 것 아닌가? 아니었으면 대충 병사들 화살 연습용 표적이 되었겠지.”

    “거참 말씀 잔인하게 하십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거리는?”

    “이제 안전합니다. 제까짓 게 소리를 질러봐야 뭐 1km를 울리겠습니까? 2km를 울리겠습니까? 여기서 부터는 처리해도 안전합니다.”

    “좋아, 여기 이 지점을 중심으로 포획을 실시한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너와 저자의 전력 차이는? 아니 승산은 있는가? 못하겠으면 석궁이라도 한발 쏴주고 아니면 후발대로 오기로 한 한스나 체이서 기사단장에게 맡겨도 상관없네.”

    “자작님은 저를 너무 무시하십니다. 설마 저 정도도 처리 못하겠습니까? 제가 이래 봬도 도둑 길드 서열 2위입니다. 괜히 자작님의 눈먼 화살에 저자가 목숨을 잃으면 포로로서 가치가 없지 않습니까? 그보다는 통신을 어떻게 불가능 하게 하는가? 이게 문제입니다.”

    “통신은 내가 끊어 주지 아마도 통신이 끊기기 시작하면 내가 개소리를 할 테니 그건 생포하기 전에는 신경 쓰지 말도록.”

    “그건 쉽습니다. 바로 시작할까요?”

    후버가 고개를 끄덕이고 몸의 신성력을 돌리기 시작하자 올리버의 위치를 확인한 고딕은 올리버가 지나갈 위치 즈음에 매복을 하였다.

    몬스터의 피로 인해 몸 안에 쌓인 마기를 모두 제거한 후버는 엎드려서 천천히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마나의 고리를 돌려 신성력의 필드를 만들었다.

    “갑니다!”

    작은 목소리로 고딕이 후버에게 신호를 주었고 후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낮은 포복 자세에서 빠르게 도약하는 고딕의 모습에 당황한 듯이 단검을 가슴 높이 까지 올린 올리버가 보였다.

    “누구냐?”

    고딕은 대답 없이 올리버에게 다가가서 롱소드를 가로로 깊게 베어 들어갔고 올리버는 주저앉듯이 몸을 뒤로 젖혀서는 고딕의 일검을 회피하였다.

    고딕은 롱소드를 휘두르는 반동을 이용해 완전히 몸을 회전해서 다시 세로로 길게 베어내고는 잡고 있던 롱소드를 놓아 버렸다.

    고딕의 연속공격에 놀란 올리버는 일으키던 몸을 다시 완전히 땅에 들어 누워서는 오른쪽으로 몸을 굴렸고 고딕은 왼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오른손으로 옮겨 잡고는 올리버의 몸을 세로로 찍어 내렸다.

    푸욱!

    올리버가 누워서 움직일 수 있는 한정되어 있었고 고딕의 행운인지 올리버의 불행인지 그 범위는 고딕의 공격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항복?”

    비웃음과 함께 항복을 권하는 고딕

    “미친 소리!”

    올리버의 대답을 들은 고딕이 다시 한 번 올리버를 향해 이죽거렸다.

    “들어 누워서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을 텐데.”

    “그건 두고봐야지.”

    슬금슬금 몸을 일으키면서 눈치를 보던 올리버가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서는 고딕에게 던졌다.

    펑!

    가벼운 폭발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비산하는 하얀 가루에 고딕이 반사적으로 얼굴을 가리며 뒤로 물러났고 그 틈을 타서 올리버가 통신구를 꺼내고는 통신을 연결하려고 했지만 통신구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젠장!”

    후버가 펼쳐 놓은 신성력의 필드가 작동하는 범위 안이기에 통신구는 작동하지 않았고 날리는 하얀 가루 너머의 고딕이 웃는 모습을 본 올리버는 이유는 몰랐지만 고딕이 통신이 되지 않도록 무슨 수를 쓴 것은 짐작할 수 있었다.

    “이 가루는 뭐지?”

    “궁금하면 한번 들이마셔 보던가.”

    무언지 모를 가루가 신경 쓰인 고딕은 더 이상 올리버에게 접근할 수 없었다.

    “고딕 경, 가루는 신경 쓰지 않고 그를 생포해도 됩니다.”

    “네?”

    “고딕 경에게는 아무런 위해도 주지 않을 것입니다.”

    나무 뒤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고 말하는 후버의 차분한 목소리에 고딕은 이 말을 들어야 할지 아닐지 고민이 되었다. 분명 후버는 자신이 개소리를 듣지 말라고 했지만 왠지 그 말을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씨발 어쩌라는 건지…….”

    “고딕 경은 저자의 당황한 표정이 보이지 않나요? 그런 건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디다가 쓰는 건지는 몰라도 저것만으로는 공격용이 아닙니다.”

    “믿어보겠습니다.”

    고딕이 안개처럼 옅어진 하얀 가루 속으로 몸을 날렸고 후버의 말대로 가루는 고딕에게 아무런 위해도 끼치지 않았다.

    “얕은 수작이었군.”

    안심한 고딕이 품 안에 들어 있는 단검 중 하나를 꺼내서는 올리버에게 던졌고 올리버는 던져진 단검을 가까스로 피해냈다.

    “확실히 하지, 항복?”

    고딕은 올리버가 일어설 틈을 주지 않으려는 듯 외쪽 손가락 사이에 하나씩 단검을 끼고는 오른손에는 하나의 단검을 들었다.

    “웃기는군. 너는 내가 누군지 아는가?”

    “중요하지 않지.”

    “너의 고용주는 그게 중요한 것 같은데 생포하려는 자와 죽이려는 자의 싸움이 누구한테 유리한지 모르지는 않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의 몰골은 처참하군.”

    “쓸데없는 말은 여기까지 실패가 어떤 건지 느끼게 해주지.”

    고딕이 올리버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해 어리둥절하고 있는 순간 후버가 숨어 있던 나무 뒤에서 밝은 빛이 터져 나왔고 후버를 중심으로 강력한 바람이 고딕과 올리버를 휩쓸고 지나갔다.

    “안 돼!”

    딱! 딱! 딱!

    연신 입을 벌렸다가 강하게 다물며 이가 부딪히는 소리를 내는 올리버를 이상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 뒤에서 후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잡아!”

    후버의 목소리에 자신의 본문을 떠올린 고딕이 이를 딱딱거리고 있는 올리버의 뒤로 돌아가 올리버의 목을 졸랐다.

    “컥! 컥!…….”

    고딕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한 올리버가 무슨 행동을 해 보기도 전에 고딕의 양팔이 올리버의 목을 조였고 얼만 지나지 않아 올리버의 몸이 축 늘어졌다.

    “생포한 것 같습니다.”

    고딕의 외침을 들은 후버는 몬스터의 피를 마시며 나무 뒤에서 걸어 나왔다.

    “이게 뭡니까?”

    “뭐긴 뭐야, 마나석 가루지 아무래도 이 녀석 보통 위치는 아닌가 보군.”

    “이건 마나석 가루라고 치고 병 걸린 것처럼 이를 딱딱댄 것은 무엇입니까?”

    고딕의 질문에 후버가 올리버의 입을 열어 보였고 올리버의 입은 흉측하게 느껴질 정도로 화상을 입었다.

    “같이 죽으려고 한 거군. 이거 심문하기는 까다롭겠어.”

    말을 하면서 후버가 화상으로 약해진 올리버의 잇몸에 박혀 있는 어금니를 빼내기 위해 롱소드를 휘둘러서는 올리버의 아래턱을 강타했다.

    “이거 보이지? 이 어금니가 일종의 아티팩트가 되는 거지 강하게 맞부딪치고 주변에 마나가 충분하면 화이어 마법이 입을 중심으로 퍼지게 되는 거고 올리버가 마나석 가루를 뿌린 것은 아마도 장거리 통신을 함과 동시에 자살을 하기 위함이겠지 뭐랄까… 멀리서 자신을 보낸 자에 대해서 자신의 충성심을 입증하는? 그런 의미라고 보면 될 것이네. 통신이 되지 않으니 실패하기는 했지만.”

    고딕은 뒷말보다는 단순히 이를 부딪치는 것만으로 화이어 마법이 발현되는 치아가 있다는 사실에 더 주목했다.

    “그럼 밥은 어떻게 먹습니까?”

    “일반적으로 자연에서 있는 마나 농도의 수십에서 수백 배 이상 되지 않으면 그냥 이렇게 될 뿐이지.”

    “그러니깐 그 입이 타버리는 게 문제 아닙니까?”

    “문제는 무슨, 일단 마나를 뿌려두고 호흡으로 축척해 둔 마나로 발동을 시키기 때문에 일반적인 생황에서는 발동 할 일이 없어.”

    “자작님은 이걸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십니까?”

    “수틀리면 너희들에게도 하나씩 달아주려고 했거든.”

    후버의 담담한 말에 고딕은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올리버의 몸을 묶었다.

    “먼저 통신구부터 확실하게 압수하고… 아니다. 다시 푸르고 옷도 싹 벗겨서 담요 하나만 두르고 흘러내리지 않게 잘 묶어.”

    “굳이 그러실 필요까지는?”

    “너도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목숨을 구할 도구 하나쯤은 숨기고 있을 거 아니야? 만약에 이 녀석도 그런 게 있으면 확실하게 찾아낼 방법이 있나?”

    “뭐 그러시다면야.”

    뜨끔한 고딕이 후버의 지시에 따라 포박을 풀고는 옷을 벗겼다.

    “절차 끝나면 비전투 요원 시켜서 영지의 감옥으로 먼저 보내버리고 방해만 되니깐.”

    다시 결박을 풀리고 옷이 벗겨진 올리버에게 후버가 3번이나 중첩해서 슬립 마법을 사용하였다.

    “어지간하면 깨어날 일은 없을 테지만 그래도 운반하는데 조심하고. 한스와 후발대의 위치는?”

    “방금 전에 들어온 보고에 의하면 이제 조지아 공작가의 병사들을 마주했다고 합니다.”

    “그럼 이제 우리도 그쪽으로 이동하자고 모두 피곤하겠지만 이틀만 더 참으면 되니 불평은 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

    *

    *

    조금 과장하자면 패잔병의 몰골을 하고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을 한 조지아 공작가의 병사들이 열을 맞춰서 숲속을 걸어갔고 그런 그들의 뒤를 한스와 합류한 후버와 나머지 일행이 조심스럽게 뒤따랐다.

    “그런데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동수로 만들어 줘야지.”

    “그게 무슨?”

    “한스는 보지 못했지만 아가스틴 공작가의 병사들이 한차례 조지아 공작가의 병사들에게 기습 공격을 하고는 사방으로 흩어졌어. 혹시 그들을 보았나?”

    “보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답은 뻔하군. 아마도 전방 어딘가에 집결지를 만들어 두고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이들을 공격하려는 생각이겠지.”

    “그럴 것입니다.”

    “처음은 운 좋게 성공 할지 몰라도 기습이란 것은 상대가 방심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역공을 당하기 딱 좋지 않은가? 게다가 그들은 자신들을 지휘하던 지휘관도 잃었으니 두 번 말할 필요도 없지.”

    “그럼 우리가 조지아 공작가의 병사들을 공격해서 수를 줄여 준다는 겁니까?”

    “일단은 10명 정도를 처리해서 비슷하게 만들어 두면 아가스틴 공작가의 병사들도 해 볼만하다고 생각할 것 아닌가?”

    후버의 말에 한스와 고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입니까?”

    “과녁 연습.”

    말과 함께 후버가 조지아 기사단이 지나간 자리를 자세히 둘러보기 시작했고 얼마 안 가 부상당한 병사 중 한 명이 흘린 핏자국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핏자국을 단검을 통해 조심스럽게 떠낸 후버가 수정구에 인식을 시켜 하늘 위로 뛰었고 수정구는 부상자의 머리 위에서 조지아 공작가의 병사들이 움직이는 속도에 맞추어서 천천히 그들을 따라갔다.

    “석궁은 직사 무기라서 힘들겠고 혹시 활을 잘 다루는 병사가 있는가?”

    인력이 충원되어 이제 50여 명이 된 병사들을 둘러보는 후버의 눈에 몇 명인가가 우물쭈물하며 팔을 올리는 것이 보였다.

    “보급품 중에 활은 있고?”

    “저희 쪽 보급품에 활이 5개 정도 있습니다.”

    한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후버는 손을 들려고 했던 병사를 차례대로 5명 가리켰다.

    “저기 5명에게 활을 건네주고 실력을 보도록 하지 10명의 병사들을 처리하는 데 30발의 화살을 주겠다. 10명을 처리하는 데 소요된 화살의 양이 한 발씩 줄어들을수록 여기 있는 병사들 모두에게 10실버씩을 하사하도록 하겠다.”

    “그럼 10발만에 모두 처리하면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2골드씩의 상여금을 받는 것이지.”

    2골드라는 후버의 말에 활을 쥐고 있는 병사들을 바라보는 동료의 시선이 달라졌고 일부는 자신이 쏘겠다며 활을 가진 병사의 활을 빼앗기도 하였다.

    “아무래도 지금 뽑힌 자들이 못미더운 자가 조금 있나보군 다시 한 번 시간을 주지 상의해서 가장 활을 잘 쏘는 병사 5명을 뽑도록.”

    “알겠습니다.”

    비록 추적 중이기에 큰 소리를 낼 수는 없지만 나름의 치열한 토론 과정을 거친 병사는 최후의 5인을 내세웠다.

    “사격은 자유 사격. 준비된 사수로부터 자유 발사한다. 은폐, 엄폐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몸을 세우고 쓰는 바보짓은 용납하지 않는다. 그리고 저 중 딱 봐도 운동과는 별 관계가 없어 보이는 자의 근처에는 실수로라도 화살을 날리지 말도록.”

    후버가 병사들이 볼 수 있도록 수정구를 하나씩 건네주었고 병사들에게 건넨 수정구에는 후버가 보던 조지아 공작가의 병사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비추어졌고 병사들도 후버가 설명한 타이킨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었다…….

    “이거 거리를 알 수가 없는데요.”

    “감으로 발사 하도록 어차피 화살은 넉넉하게 있고 30발을 넘어 간다고 해서 죄를 묻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기준을 50발로 늘려주지 10발에 모두를 쏘아 맞추면 4골드씩을 주지 이제 좀 공평한 것 같나?”

    후버의 답변에 자신이 자청해서 활을 쏘겠다고 한 자들은 동료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2골드에서 4골드로 껑충 뛰어버린 지급 예정인 상여금에 동료들의 무언의 응원이 귓가에 울리는 듯 했다.

    “준비된 사수로부터 발사!”

    후버의 말이 끝나고도 한동안 활을 겨누고만 있던 병사들 중 한 명이 용감하게 활시위를 놓았고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 빠른 속도로 포물선을 그리며 조지아 공작가의 기사를 향해 박혔다.

    “효력사! 인정!”

    후버의 말에 구경하던 모두가 주먹을 불끈 지었지만 수정구를 보고 있던 병사들의 표정은 오히려 굳어 버렸다.

    “조지아 공작가의 병사들이 모두 숨었습니다.”

    “당연하지 않은가? 그럼 저들이 자네가 맞추어 주기만을 기다려 줄줄 알았나?”

    “그것은 아니지만.”

    “그러니 다음에는 5명이 동시에 발사를 하도록 자유롭게 사격을 해도 되지만 그편이 맞추기는 좀 더 쉬울 거야.”

    “알겠습니다.”

    조지아 공작가의 기사들은 흉수를 찾으려는지 몸을 숨긴 상태에서 숲을 둘러보았지만 눈에 걸리는 흉수를 찾을 수가 없었고 어쩔 수 없이 부상당한 병사를 부축하면서 이동을 개시했다.

    후버의 병사들은 그런 조지아 가문의 병사들이 이동을 개시할 때마다 일제히 화살을 발사했고 발사한 화살의 수가 30이 되는 순간 처음 목표로 했던 10명의 기사를 처리할 수 있었고 조지아 공작가의 병사들이 피해를 막기 위해 병력을 산개 한 덕에 타이킨이 상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었다.

    “약속한 2골드는 영지로 돌아가는 즉시 지급하겠다. 그러니 절대로 죽지 말도록 또한, 숫자가 준다고 돌아올 몫이 많아지는 것은 아니니 양아치 용병들처럼 서로 뒤통수를 치는 일은 없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병사들의 대답을 들은 후버는 손짓으로 계속해서 조지아 공작가를 따라가라는 지시를 내렸다.

    *

    *

    *

    누가 정확한 위치를 말한 것도 아니지만 숲 속에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공터로 한 명, 한 명 아가스틴 공작가의 병사들이 모여들었고 어느새 그 수가 20명이 되었다.

    “투스헤이 부관님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올리버 지휘관님이 우리보다 늦게 오실 리가 없습니다.”

    “혹시 다른 곳에 계신 것은 아닌가?”

    “몇 번이나 주변을 탐색해 보았지만 다른 곳에는 계시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병사들의 보고에 부관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일단 지금 부터는 나의 지휘를 따른다. 무슨 일이 있으셨다면 나나 공작님에게 분명히 따로 말씀을 남기셨을 거야.”

    “그럴 여유가 없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올리버 지휘관님의 위치는 다른 모두를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였고 누군가 다가온다면 가장 먼저 아실 수 있는 위치였다. 우선 몸을 회복 하는 것에 주력하도록.”

    20명의 인물이 모두 모인 것을 확인한 부관은 전날 새벽 마을로 보냈던 병사가 사온 포션을 모두에게 2병씩 나누어 주었다.

    병사들은 외상이 없는 만큼 오랜 시간동안 혹사된 다리에 한 병을 꼼꼼하게 바르고는 나머지 한 병을 마시는 것으로 체력을 회복했다.

    “우선은 다른 가정은 하지 않는다. 올리버 님께서 지시하신 대로의 작전으로 한 번 더 기습을 하고 휴식 후에 끝장을 본다.”

    “알겠습니다.”

    부관 역시 돌아오지 않은 올리버로 인해서 찜찜한 기분을 느꼈지만 병사를 지휘해야 하는 자신이 그런 불안감을 겉으로 보일 수 없기에 병사들이 쉬는 동안 척후를 자처 하고는 숲을 훑어보며 올리버의 흔적을 탐색했다. 그렇게 2시간여를 숲 속을 훑었지만 부관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올리버가 아닌 조지아 공작의 병사들뿐이었다.

    “모두 기상 적들이 이곳으로 접근 하고 있다. 모두 조용히 병장기를 꺼내도록 이번에는 희생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휴식을 하던 병사들의 주의를 환기시킨 부관은 자신들을 향해 접근하는 조지아 가문의 병사들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고 부관의 눈에 자신들이 한 것보다 더 많은 피해를 입은 조지아공작가의 병사가 보였다.

    “이봐 이쪽으로.”

    “무슨 일이십니까? 부관님.”

    “저자들의 상태가 이상한데 혹시 병사들 중에 추가로 저들을 공격한 자가 있는지 물어보게.”

    “알겠습니다.”

    지시를 받은 병사가 동료 병사에게 물어봤지만 기대했던 답을 듣지 못했다.

    “혹시… 올리버 님이 아닐까요?”

    “올리버 님이? 아무리 올리버 님이라고 해도 혼자서 저 많은 병력을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르나?”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들의 상처는 모두 활로 인한 것 같습니다. 혹은 석궁일 수도 있겠구요.”

    “그래서?”

    “아시다시피 이곳 어딘가에 병장기를 묻어둔 구덩이들이 있지 않습니까? 혹시 올리버 님께서 그것들을 이용 하신 것은 아닌지?”

    “그건… 이곳은 드라고니아 영지와 거리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병장기가 묻혀진 곳은 이곳이 아닐 거야.”

    “부관님은 모든 구덩이의 위치를 아십니까?”

    “그것은 올리버 님만 알 것이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 않습니까? 지금 상황에서 저희를 제외하면 누가 있어서 저들을 공격하겠습니까?”

    “그건…….”

    “부관님 저택을 공격한 지 고작 하루하고 반나절입니다. 드라고니아 영지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도 힘든 시간입니다. 매일마다 보고를 한다는 가정하에 최소한으로 잡아도 저택에서 보고가 없다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는데 반나절 사실 확인을 하는 데 하루 그리고 증원을 요청 하는데 하루 이제 막 그들은 저택에서 병사들을 모아서 추적을 시작했을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드라고니아 영지에서는 대응할 시간이 없고 따라서 저들을 처리할 수 있는 건 올리버 님밖에 없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자네가 말하는 결론이 뭔가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지?”

    이런 일의 결정자는 부관이었지만 항상 올리버의 판단에 의지하던 투스헤이 부관은 독자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우선 저들을 공격해야 합니다.”

    “그보다는 올리버 님이 돌아오시는 것을 기다리는 것은 어떠한가?”

    “그것은…….”

    병사가 무언가 말하려고 할 때 조지아 공작가의 병사들이 있는 방향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금 조지아 가문의 병사들 한가운데에 화살이 꽂혔고 병사들은 이지저리 산개하면서 다가올 화살 공격에 대비했다.

    그런 그들을 향해 화살이 한 발씩 규칙적으로 날아들었다.

    “저곳이다!”

    지금껏 위치를 정확하게 알지 못했던 조지아 공작가의 병사들이 이번에는 규칙적으로 발사되는 화살로 인해서 정확한 방향을 알았는지 일제히 숲의 한 방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부관님! 도와야 합니다!”

    “무슨 말인가?”

    “한 발의 화살만이 날아들고 있습니다. 드라고니아 영지에서 눈치를 챘다면 고작 한 명을 보냈겠습니까? 분명히 저 숲 속 뒤편에는 올리버 님께서 계실 겁니다.”

    급박한 상황 설명에 투스헤이 부관의 고개가 끄덕여 졌다.

    “모두 적의 뒤를 친다!”

    부관의 명령이 떨어지자 대화를 듣고 있던 병사들이 일제히 조지아 가문의 병사들을 향해 달려들었고 부관과 이야기하던 병사는 그들의 관심을 끌기위해 소리까지 지르며 달려 나갔다.

    “뭐야!”

    양쪽에서 공격이 있자 조지아 가문의 병사들은 당황을 했는지 어느 쪽으로 갈지 방향을 잡지 못했고 그 순간 지휘관인 필스너가 소리쳤다.

    “모두 반대 방향으로 저들과 섞이면 화살로 공격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 말에 병사들이 몸을 돌려서는 아가스틴 공작가의 병사들을 향해 돌진했고 이내 두 병사들은 충돌해서는 서로간의 살육전이 시작되었다.

    둘의 충돌을 본 후버는 슬금슬금 아가스틴 공작가의 병사들이 있던 곳으로 이동하며 대충대충 화살을 쏘았다.

    한 발, 한 발의 화살을 쏘며 이동한 후버는 아가스틴 공작가의 병사들이 열세에 몰려 절반 이상이 목숨을 잃었을 때쯤 공중에 대고는 시위를 당겼다.

    삐이이이익!

    크랩스 왕국의 어느 부대나 공통적으로 후퇴 신호로 사용하는 효시가 공기를 가르며 특유의 기하학적 무늬로 만들어내는 소리가 전투를 하고 있는 모두의 귀를 울렸다.

    “부관님 후퇴하셔야 합니다. 올리버 님의 명령입니다.”

    “후퇴~!!”

    병사의 청원에 흘끔 뒤를 돌아보며 화살의 궤적을 통해 후퇴의 방향을 확인한 부관이 후퇴를 명령했고 그들을 놓칠세라 조지아 공작가의 병사들은 더욱더 강력하게 아가스틴 공작가의 병사들을 밀어붙였다.

    “젠장! 길을 안 내주는군.”

    투스헤이 부관의 투덜거림처럼 조지아 공작가의 병사들은 쉽게 길을 열어 주지 않았다. 대규모 전투라면야 한 방향으로 뚫고 지나가면 된다지만 소규모 전투에서 그러한 행위는 오히려 명을 재촉하는 일이었다.

    “단 한 명만 생존한다.”

    부관의 옆에서 조언을 해주던 병사 하나가 주변의 아군이 들으라는 듯이 크게 외쳤다.

    “부관님을 중심으로 진형을 짠다!”

    연이은 외침에 병사들이 천천히 부관을 중심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어차피 시체를 수습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한 명이라도 더 빠져나가는 것을 목표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부관이 뭐라고 하기 전에 병사가 정당성을 역설하며 부관의 입을 막았다.

    포위망이 좁히듯이 아가스틴 공작가의 최후의 6명의 병사들이 부관을 둘러싼 형태.

    갑작스럽게 아가스틴 공작가의 병사 중 한 명이 강하게 발을 굴렀고 그것을 신호로 부관을 제외한 5명의 병사들이 방어를 포기하고 롱소드를 길게 전면으로 찔러 나갔다.

    짧은 순간의 공격이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최후의 일격에 조지아 공작의 병사들은 당황하여 자신이 휘두르던 검을 방어를 위해 회수하던 도중 4명이 피를 뿌리며 땅에 누웠고 반면 아가스틴 공작가의 병사들은 2명이 중경상을 입었을 뿐이었다.

    자신의 부하 두 명이 전면에서 쓰러지는 순간 아가스틴 공작가의 부관이 온몸을 날리며 검을 빼앗았다.

    “호긴스!”

    필스너의 외침이 호긴스에게 닫기도 전에 쓰러지는 아군의 몸을 받혀주기 위해 이동하던 호긴스부관의 스텝이 엉켰고 그 찰나의 틈을 롱소드가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필스너는 자신의 옆을 지나서 다시 회수되는 롱소드의 움직임을 허망하게 바라보다 뒤늦게 검을 아래에서 위로 쳐올리기 위해 예비 동작을 취하는 순간 자신의 몸이 기울여 지는 것을 느끼고 반사적으로 화끈한 통증이 느껴지는 발 부분을 바라보았다.

    “병신 새끼.”

    필스너의 시아에는 한 팔이 잘린 채 종아리에 단검을 찔러놓고는 자신에게 비웃음을 날리는 한 명의 병사가 보였다.

    필스너는 올려치려던 손에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아래로 찍어 눌러 자신의 종아리에 단검을 찔러 넣은 병사의 가슴팍에 롱소드를 깊이 찍어 눌렀다.

    “너희들의 주인이 누구냐?”

    “그런 소리는 나를 무릎 꿇리고 하시지.”

    필스너의 물음에 비웃음으로 대답한 투스헤이 부관은 수적 열세로 쉴 새 없이 자신을 향해 휘둘려 오는 롱소드를 막으며 한 걸음씩 후퇴하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이쯤에서 항복한다면 목숨은 보장하겠다.”

    잠시간 두 공작가의 병사들 사이에서 고요한 대치가 발생했다.

    “웃기는군. 목숨을 구걸할 것이라면 싸우지도 않았다.”

    상황이 아주 잘못 되었다는 것을 투스헤이 부관 역시 모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지금 상황에서 맥없이 항복을 할 수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묻지 항복할 생각이 있는가?”

    “개소리!”

    짧은 답변을 날린 투스헤이 부관은 그대로 몸을 날리며 롱소드를 가로로 길게 베어 나갔지만 이미 대비를 한 필스너와 그 병사들에게는 어떠한 위협도 되지 못했고 남은 것은 조지아 가문의 병사들의 일방적인 살육전뿐이었다.

    한 명, 한 명 병사들이 죽어갈 때마다 기회를 엿보는 부관이었지만 이미 기울어진 대세를 바꿀 수는 없었고 결국 투스헤이 부관마저 필스너의 검에 몸이 꿰뚫렸다.

    ‘부디… 올리버 님은 무사히 귀환하시길.’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면서도 공작에게 보고를 해줄 올리버의 무사함을 비는 부관이었지만 그의 바람을 들어줄 올리버는 짐짝처럼 드라고니아 영지로 운반되고 있을 뿐이었다.

    최종적으로 조지아 공작가의 병사들이 전투에 승리한 것을 본 후버는 쓴웃음을 지었다.

    “도망을 가라니깐… 젠장, 심문을 해봐야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겠군.”

    아가스틴 공작의 병사가 얼마가 죽는지는 알 바가 아니지만 공작의 병력 등에 대한 사항을 알고 있는 정보 제공자를 잃었다는 생각이 후버의 입맛을 쓰게 했다. 충돌 후 도망을 가면 적당히 2~3명을 생포하려던 계획이 조지아 공작가 병사들의 선전으로 인해 차질을 빚었다.

    “돌아간다. 별동대는 남아서 조지아 공작가가 소속 부대원의 시신을 회수하면 아가스틴 공작가 병사들의 시신을 회수한다.”

    “옛.”

    후버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꼈는지 고딕은 군말 없이 짧게 대답을 했고 후버는 고딕의 대답을 듣고는 영지 방향으로 휘적휘적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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