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분 더러운 진창 (15/37)
  • 기분 더러운 진창

    “도련님, 컨텍트 상단에서 오셨습니다.”

    집사의 말에 후버가 알았다는 대답을 하자 세이건과 칼이 후버의 방에 들어왔다.

    “먼저 영지전의 승리를 축하합니다. 도련님.”

    축하의 인사를 건네는 둘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 자리를 권했다.

    전에 슬레인 자작에게 받은 마법주머니 안의 마법 물품을 팔기 위한 자리.

    “대금은 전에 말씀드린 대로 처리해 주셨으면 합니다.”

    “사실 모든 지급을 슬레인 자작이 지급한 금괴로 받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혹시 그 이유를 먼저 알 수 있겠습니까?”

    이들에게 말해 줘도 되는 건가 아닌가에 대한 고민을 했지만, 앞으로의 일에 크든 작든 상단의 도움은 필수적이었기에 컨텍트 상단 역시 한 몫 끼게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으로선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외부인이고 앞으로 도움이 필요하기에.

    “먼저 크롤라이드 님이 계신 곳으로 가시죠.”

    “혹시 크롤라이드 님의 실험에 필요한 것입니까?”

    “아닙니다. 그곳이 가장 안전합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칼과 세이건을 데리고 크롤라이드의 집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심각한 표정의 크롤라이드가 눈앞에 있는 금괴를 바라보고 있었다.

    후버와 이미 이야기를 했지만, 이 일로 인해 왕국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단 두 분이 가지고 오신 금괴를 하나 저에게 주시지요.”

    “예, 여기.”

    후버의 요청에 칼이 금괴를 건네주자 후버가 자신의 주머니에 있던 다른 금괴를 꺼내서는 두 사람에게 전해 주었다.

    “두 금괴의 차이점을 아시겠습니까?”

    이리저리 살펴보는 칼과 세이건, 하지만 외관상 금의 차이는 알 수 없었다.

    무게, 부피 모든 것이 일치하는 것처럼 보이고 자신이 가져온 금의 경우에는 비중까지 정확하게 측정하였고 왕국의 인장이 찍힌 것도 같았다. 아무리 봐도 문제 될 만한 것은 없었다.

    “혹시 검사를 해 보아도 되겠습니까?”

    “예. 마음껏 하셔도 됩니다.”

    그 말에 상단에서 사용하는 검사 도구를 아공간 주머니에서 꺼내는 칼, 표면에 흠집을 내어서 약품을 통한 검사와 색, 굳기 등을 검사해 보았지만 두 금괴의 차이는 전혀 없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비교되는 금괴를 가지고 오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하였기에 좀 더 신중하게 살펴보았지만 모두 같은 금괴였다.

    “크롤라이드 님의 설명을 부탁합니다.”

    “자네들이 경제에 대해서는 나보다는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니 복잡한 설명은 생략하고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지.”

    “부탁합니다.”

    “왕국이든 제국이든 대륙의 모든 나라가 금에 대해서는 전매권을 행사하고 있네! 모든 금광은 국가의 소유이고 그 국가의 인장을 찍음으로써 유통되고 있지. 즉, 금에는 그 출처가 남는다는 것이지.”

    “예.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금광이 속한 영지에는 생산된 금의 10%를 국가가 인정하는 인장을 찍어서 그들에게 나누어 주지. 금광 하나를 발견하면 영지에도 이익이 적지 않지만, 국가가 90%의 세금을 가져가는 것에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지.”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영주들로서는 적지 않은 이익이기에 금광을 발견하면 국가에 신고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다소 허술한 부분이 있지. 만약 자네에게 금덩어리를 주고 왕국의 인장을 찍으라고 하면 가능할 것 같은가?”

    그 말에 칼과 세이건이 고민에 빠졌다.

    생각해 보지 못한 부분이지만 만약 자신이 영주이고 금광을 발견했다면 그런 유혹을 느낄 수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했다.

    순도를 높이고 금을 일정한 형태로 만들어 압력을 주어 찍어낸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가능은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래되지 않아서 누군가는 그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을까 합니다. 왕국 법에도 나와 있듯이 금광을 소유하고 불법적으로 캐는 자를 신고하는 자에게 금광 소유의 권리 중 5%를 하사한다는 내용이 있으니까요.”

    “그렇지. 할 수는 있지만 하지는 않는 게 현재의 상태이지. 그런데 일개 영주들도 할 수 있는 일을 왜 국가는 금을 모두 거둬들여 수도에서 직접 금을 찍어내는지 알겠는가?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데 말이야. 영지 안에서 생산하고 관리가 그 양을 보고 하는 것이 더 간편한데 말이야?”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여기부터는 한 국가의 기밀에 해당하는 부분이라네. 왕가와 작업을 하는 사람 몇몇을 제외하면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 나야 내 스승님이 마탑의 탑주이셨다보니 어찌 알게 된 것이지만, 왕국은 모든 금에는 세금을 받은 금이라는 표시를 눈에 보이지 않게 남겨 놓게 되네. 프로메튬이라는 연금술로 만든 금속에 특수한 처리를 해서 아주 소량을 금괴 안에 섞는 거지.”

    “그것이 무엇입니까?”

    “그냥 꼬리표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되네. 방사능이라고 하는 것인데 자네들은 처음 들어 보았을 거야.”

    방사능이라는 말에 칼과 세이건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므로 크롤라이드는 상관없이 설명을 계속했다.

    “일반적으로 금은 자네 같은 상단길드 쪽에서 보관하지 국가로 다시 돌아가지 않아. 자네들 금으로 세금을 내본 적이 있나?”

    “없습니다. 주로 마법 재료로 납품하든가, 아티팩트를 이용해서 납품하였습니다. 아니면 상단에서 발행하는 수표를 이용하였습니다.”

    “그럴 거야. 모든 금광이 국가의 소유인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지. 영주들은 대부분 현물이나 수표를 이용하지. 보석도 많이 사용하고 아무래도 금은 민간에서는 활용성은 높지만, 국가단위에서는 그보다 부피가 작고 가치가 큰 것을 이용하는 게 더 경제적이니까.”

    “그건 그렇습니다.”

    “그런데 말이야. 자작이 처음 우리 영지를 도와주던 마법사에게 준 금괴에는 그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았어. 세금을 내지 않은 금괴라는 뜻이지. 그리고 이제 자네들에게 지급한 것을 확인해볼 차례지.”

    크롤라이드가 후버가 가지는 금괴를 들고는 검사를 시작했다. 아티팩트를 이용해서 하는 검사이기에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고 그 금괴에서도 방사능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여기에도 역시 없어.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자네들은 수표를 사용할 것이고 이 금괴는 상단이 무너지지 않는 한 밖으로 돌 일이 없어. 그게 무슨 의미이겠나?”

    “그럼 문제가 없는 것 아닙니까? 밖으로 돌지 않으면 국가로 돌아가지도 않고 국가로 돌아가지 않는 금을 저희 같은 상인이 검사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다소 격양되어 목소리가 커진 세이건이 말했다. 저것은 일종의 장물, 만약 국가에서 세금을 내라고 한다면 금의 가치가 순식간에 10분의 1로 줄어들 수도 있다.

    “흥분하지 말게. 내가 이것을 국가에 신고하지는 않을 것이니깐. 위 사실이 가리키는 이상한 점과 자네가 잘못 아는 점을 하나씩 짚어 주겠네.”

    “말씀하시지요.”

    “첫 번째로 이상한 점은 자작가에서 하나의 금괴와 보석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거야. 당연히 그곳에 금괴가 있어야 하는데 말이야. 대외적으로 레빌리온 백작가는 경제적으로 망하기 직전이었거든. 그럼에도 공격을 강행한 것은 자작이 그런 레빌리온 백작가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 만큼의 자금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자작의 창고는 텅 비었어.”

    로비스가 예상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모든 재산을 챙겨 달아난 로비스의 손에 있었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자작가에서 발견된 금괴는 하나도 없었다.

    “두 번째로 단 한 번 국가가 금을 요구하는 시점이 있지.”

    “그것이 언제입니까?”

    “전쟁 배상금, 전쟁에서 패배한 국가는 그 배상을 금괴 또는 귀금속으로 한정해서 배상하고 특별히 상호 조약에 따라 다른 물품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그 기본은 어디까지나 금괴야. 어디서든 비슷한 가치를 인정받는 게 바로 금괴니까. 이 전쟁 배상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가는 비축해 두었던 아티팩트를 판매하거나 세금 대신 징수한 수표를 이용해서 금을 수도로 운송 후에 전쟁배상금으로 승전국에 넘겨주게 되지!”

    “그것이 무슨 상관입니까? 어쨌든 금괴를 넘겨주면 전쟁배상금은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까?”

    “아니야. 대륙법에 나와 있듯이 ‘범죄로 말미암아 생산된 모든 생산물의 가치는 그 소유 국가가 범죄로 발생한 이득 분을 상계하여 가치를 재평가한다’라는 구절이 있지. 전쟁배상금이 지급되고 나면 그 소유국은 승전국이고, 그들이 그 금의 모든 가치를 인정할 것으로 생각하나?”

    그제야 둘은 이 문제가 한 상단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했다.

    이미 크롤라이드가 사실을 알았으니 배상금을 문제 되는 금괴로 지급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시중에 돌아다니는 금괴가 이런 식의 문제가 있는 금괴라면 문제를 알았다고 해도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어려워진다.

    “여기까지는 내가 아는 분야이니 자네들이 한번 생각해 보게. 당장 가지는 자산의 가치가 절반 정도로 떨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 비축해둔 모든 금괴가 가짜는 아닐 테니 그 정도라고 가정하면 말이야.”

    “그건 재앙에 가깝습니다. 저희 상단만 해도 귀금속의 10배 이상의 수표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데 갑자기 세금을 그 정도로 내야 한다면 상단이 존속할 수 없을 겁니다.”

    깊게 생각하던 칼이 좋은 생각이 난 듯 크롤라이드에게 말했다.

    “그럼 국가에서 지금까지 유통되거나 보관하는 시중의 금괴에 대해서 모두 정상적인 금괴라고 용인을 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까?”

    “안됩니다.”

    지금까지 크롤라이드와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후버가 나서서 칼의 생각을 제지했다.

    자신도 그런 생각을 했고 크롤라이드와 마탑이라면 충분히 왕을 설득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다른 국가에 우리나라의 인장이 찍혀서 빠져나간 금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만약 왕이 그런 사실을 대대적으로 선포한다면 당장 우리 왕국의 인장이 찍힌 금괴에 대한 검사를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경우에도 범죄로 말미암은 가치 평가는 기본적으로 해당 국가에서 그 가치를 재평가할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거래하던 상단에서 손해로 인한 구상권을 청구하겠죠.”

    그 말에 칼과 세이건의 표정이 참담하게 변했다. 그들의 반응을 살핀 후버가 나머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사전에 계획된 것이라면? 사실 이 금괴가 우리 왕국이 아닌 다른 왕국에서 인장만을 위조하여 대대적으로 판매한 것이라면 어떻겠습니까?”

    이번엔 크롤라이드의 표정 역시 일그러졌다. 자신도 생각한 문제, 하지만 비약이라고 자위해봤지만, 후버의 입에서도 똑같은 생각이 나온다면 정말 그럴 가능성이 컸다.

    “결국에는 그 이야기가 나오는 구나, 후버야.”

    타국이 적당한 상단을 차려서 인장이 위조된 금괴를 이용하여 수표를 발행하고 물품을 살 때는 인장이 위조된 금괴나 수표를 사용하고, 팔 때는 정상적인 금괴를 받아서 모아 두었다가 제3국과의 교역이나 상단에 입금하여 차용증을 받아둔다면 왕국에는 점차 위조된 금괴만이 남아 있을 것이다.

    “정확한 규모를 조사하기 위해 크롤라이드 님은 다시 마탑으로 돌아가실 겁니다. 이 일을 두 분께 말씀드리는 이유는 앞으로 상단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도와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한 번에 너무 많은 정보를 들은 둘은 넋이 빠져 버렸는지 그저 후버와 크롤라이드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미 이야기를 들었기에 한쪽 발을 담근 상태였지만 두 발을 모두 담기에는 진창의 깊이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국가 차원의 일. 그것만도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데 타국과 연관된 일일지도 모른다는 것은 쉽게 가부를 정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생각할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후버는 슬레인 자작에게 넘겨받았던 아공간 주머니를 주고 칼이 가지고 있던 주머니를 건네받았다.

    “충분히 생각하시되 다른 사람과의 의논은 금합니다. 마릴린과도 의논하시면 안 됩니다. 오직 두 분만 알고 계셔야 합니다.”

    자발적인 도움이 필요한 만큼 협박을 할 수는 없었다.

    당장은 둘을 믿는 수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저희가 생각할 것이 많군요.”

    “이걸 가지고 가게나.”

    크롤라이드가 하나의 아피팩트를 던졌다.

    “디맨션 사일런스가 걸려 있는 아티팩트네. 7서클에 이르지 못한 자라면 강제로 캔슬할 수 없는 물품이야. 앞으로 둘이 이야기할 때는 반드시 이 도구를 사용하도록. 마나석만 바꿔주면 되니깐.”

    다시금 둘은 자신들이 들은 이야기의 무게를 실감했다.

    “알았습니다. 지금 바로 상단으로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게나. 조심해서 가고 좋은 답변을 들려주었으면 좋겠군.”

    미소로 배웅하는 크롤라이드였지만 둘의 표정은 여유가 없었다.

    어차피 이미 들었으니 발을 뺄 수는 없었다.

    이미 진창은 한쪽 다리를 전부 삼켰고 다른 쪽 다리마저 빠트려 중심을 잡고서 있을지, 아니면 그대로 넘어져서 질식해서 죽을지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었다.

    ‘차라리 후버 도련님이 그냥 상단을 집어 삼키려는 철없는 백작가의 자제였다면 더 행복했겠군.’

    세이건의 불행한 생각도 현재 세이건이 생각하는 가장 행복한 망상이었다. 국가적 사건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는 너무나 무거웠다.

    *

    *

    *

    아스트라.

    뜬금없다.

    현재 후버가 느끼는 감정은 뜬금없다.

    단 하나, 이제 살 만하다고 생각했지만 한 장의 편지는 그런 후버의 생각을 비웃고 있었다.

    양초를 녹여서 만든 봉인 위에 찍힌 모습은 분명히 ‘아스트라’ 한 단어, 다른 사람이 주었다면 그냥 동명이인이라고 했을지 모르겠지만, 이 편지를 지금 전해 주는 것은 아쉽게도 크롤라이드. 그럼 이 아스트라가 그 아스트라가 맞을 것이다.

    “보지 않겠습니다.”

    “봐야 한다.”

    “싫습니다. 전 이 편지를 보기 전에 백작가에서 가출한 것입니다.”

    “하늘에 뜬 수정구가 있는데 그걸 이용하고도 내가 널 못 잡았다고 말하면 이해할 것 같으냐?”

    지당한 지적, 후버가 만든 수정구는 여전히 하늘에 떠서 레빌리온 백작가를 지키고 있었다. 자승자박이 이런 것이리라.

    “너에게도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파랗게 질려서 돌아가던 칼과 세이건을 생각해보아라. 내가 그때는 경황이 없어서 그냥 넘어갔지만 결국 한껏 분위기 잡고는 컨텍트 상단에 모든 것을 넘긴 것이 아니냐?”

    현재 상황에서 가장 불쌍한 것은 누가 뭐래도 컨텍트 상단, 일개 상단이 왕국 차원에서 관리해야 할 진실을 알아 버렸고 다른 상인들은 하지 않을 고민인 자신이 가진 금의 출처에 대해 의심을 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들은 잠 한 번 푹 자지 못했을 것이다.

    “예전부터 제가 영지를 형님께 넘겨주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은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런데 현 국왕이신 아스트라님이 보내신 편지면 그냥 안부인사는 아닐 것 아닙니까?”

    “안부인사는 아니다.”

    오늘따라 담백한 크롤라이드의 화법.

    “그러니깐 저는 안보겠습니다. 편지를 보면 왕명이 쓰여 있을 것이고 제가 왕명을 거스를 수는 없잖습니까?”

    “그럼 왕이 읽으라고 보낸 편지를 안 읽는 것은 왕명을 거스르는 것은 아니더냐?”

    “크롤라이드 님, 이건 아닙니다. 저희 같은 일개 백작령이 끼어들 규모는 이미 옛날에 넘어 버렸을 것입니다. 슬레인 자작만 해도 확인된 금액만 10만 골드가 넘습니다.”

    “누가 그 정도 규모의 일을 시킨다고 했더냐? 지레 겁부터 먹기는 쯧쯧쯧! 그런 큰 건은 국가에서 처리할 일이지 설마 그런 일을 시키겠느냐? 그냥 현재 후버 너의 능력이 닿는 부분까지, 즉 국가가 일일이 개입하기 곤란한 민간 쪽을 맡아주기를 바라시는 것뿐이다.”

    “정말이십니까?”

    “그럼 국왕이 설마 모든 가짜 인장이 찍힌 금의 행방을 알아내고 그 일당을 잡아내라고 시켰을 것 같으냐? 너의 위치만큼 네가 가진 만큼의 성과를 내기를 원하시는 것이다. 이 일이 비밀에 부쳐져야 한다는 것은 너도 알지 않느냐? 그러니 조금 갖춘 능력이 부족해도 너와 같이 이미 아는 자를 쓰시는 것뿐, 중요한 것을 시키려는 것은 아니다.”

    후버가 슬레인에게 듣고 싶은 말을 해준 것처럼 크롤라이드 역시 후버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주었다.

    “그럼 알았습니다. 어차피 읽어야 할 것 그냥 읽지요.”

    후버가 결국에는 편지의 봉인을 뜯었다.

    순간적으로 종이에서 빠져나가는 마나가 느껴지는 것을 보니 편지가 열리면 자동으로 발신인에게 알리도록 장치가 되어 있는 듯했다. 빼도 박도 못하게 된 상태…….

    쑥!

    칼과 세이건이 느꼈던 것이 이런 것일까?

    후버는 자신의 발이 진창에 빠지는 것을 느끼고는 편지를 놓쳐 버렸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백작가의 …중략… 왕국에 위험이 될 수 있는 요소를 미리 파악하여 보고한 그의 충성심을 높이 사노라. 그런 이유로 레빌리온 백작가의 후버에게 대리 영주의 자격을 내리고 그 증표가 되는 하나의 반지와 금괴 500kg을 빌려주노라.

    “대리영주라뇨? 금 500kg이라뇨? 주는 것도 아니고 빌려주는 것이 무슨 뜻입니까?”

    벌게진 후버의 안색과는 다르게 크롤라이드는 웃음을 띤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일세. 그냥 하사하자니 너무 많고 아무것도 없이는 아무 일도 못 할 것이고 그래서 일단 빌려주고 일만 잘하면 이자는 갚지 않아도 되네.”

    “원금은 갚아야 한다는 것입니까? 뭘 보고 그런 큰돈을 빌려주고, 뭘 보고 그런 큰 임무를 저에게 내린단 말입니까? 그리고 대리 영주는 무엇입니까?”

    “말 그대로일세. 국왕파 귀족 중 백작 이하 귀족의 영지에서 그들을 대리해서 영주가 될 수도 있고 그들의 협조도 받을 수 있네, 현재 국왕파가 70% 귀족파가 30%이니 항상 여행을 가고 싶다던 자네로서는 좋은 것 아닌가? 이자야 연 20%의 저렴한 이자이고 담보물은 백작가 전체로 설정을 해 놓았다고 써 있을 것일세. 자세한 내용은 좀 더 편지를 자세히 읽어보면 알 수 있을 거야.”

    전혀 좋아하지 않는 후버의 표정에 한숨을 내쉰 크롤라이드는 그저 후버를 다독이는 것 외에는 다른 할 말이 없었다.

    “그리 억울해하지는 말기를 바라네. 조만간 마법사부터 기사, 어쌔신까지 자네를 지원해 주기 위한 부대들이 편성되고 있으니 걱정 안 해도 될 걸세. 인생이 뭐 그런 거 아니겠는가? 자네가 콘택트 상단을 꿰어버렸듯이 나도 굳이 자네에게 실험을 보여준 이유가 왜 없겠나?”

    후버가 아무런 대답이 없자 크롤라이드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도 내가 자네를 이렇게 믿으니깐 추천도 하고 왕께서도 나를 믿으니까 자네를 천거하고 뭐 그런 거 아니겠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려준 크롤라이드가 사라짐과 동시에 후버가 꿈꾸던 평범한 생활도 사라져 버렸다.

    몇 개월간 지금까지 크롤라이드가 모은 정보를 검토하던 후버는 결국 가족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폭탄선언을 하였다.

    “저는 이제 영지를 떠나서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오려고 합니다.”

    모든 가신이 추수를 앞두고 모이는 일 년에 몇 번 안 되는 자리, 그동안의 레빌리온 백작가는 많은 것이 변했다.

    먼저 큐리오는 영지전의 승리로 말미암아 더는 아카데미로 가야 할 의무가 없었다.

    영지전에 승리한 귀족 자제에게는 해당 영지를 관리할 것과 가진바 그 능력을 충분히 인정받았다는 증표로 아카데미를 가지 않아도 되는 일종의 특권을 주기 때문이다.

    “아카데미로 가려는 것이냐?”

    뭔가 아쉬움이 묻어나는 백작의 말에 가신들도 궁금한 눈으로 후버를 바라보았다.

    감추려고 해도 후버가 한 일은 완전히 감추어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떤 영지전도 1~2달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그것도 별 피해도 없이 마무리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슬레인 자작은 백작가에 너무나도 간단하게 무너져 버렸다.

    누군가가 개입했을 것이고 그 기간 외유가 잦았던 후버가 아카이브의 도움을 받아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은 품고 있었다.

    “우선 그곳으로 가려 합니다…….”

    “의외구나. 항상 영지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하더니 가는 곳이 아카데미라니?”

    “좀 더 넓은 세계를 보려면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마릴린이 갑자기 돌아와서 잠깐 너의 시녀 일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뭔가 변화가 있을 거란 것은 알았지만 아쉽구나.”

    백작은 후버가 언젠가는 떠날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떠난다면 백작령이 안정된 지금이 매우 좋은 시기이다.

    더 이상 후계자 문제는 없었다.

    “가야 한다면 가야지. 갑자기 영지가 휑하니 비어 버린 느낌이구나. 큐리오가 떠나고 크롤라이드가 떠나고 이제 너도 떠나는구나!”

    “죄송합니다. 하지만, 큐리오 형님은 그래도 가까운 곳에 있지 않습니까?”

    이제 17살인 후버가 세상으로 나간다 하여 백작은 물론 많은 가신이 한마디씩 충고를 해주자 저녁 시간은 금방 끝나버리고 말았다.

    백작과 호위 등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했지만, 후버는 호위에 대해서는 이미 생각한 바가 있었다.

    자신을 모시고 싶다고 무릎을 꿇었던 한스, 그 정도면 충분했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백작가의 사람은 함께하지 못한다.

    어차피 아카데미는 가지 못할 것이다.

    차라리 아카데미를 가고 싶을 만큼 아스트라의 편지가 주는 무게는 묵직했다.

    ‘처음 후버를 볼 때까지만 해도 이 아이가 영지를 제 발로 나가주었으면 했는데 지금은 그때 그 생각을 한 것이 이렇게 아쉬울 줄이야.’

    백작도 안 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언젠간 돌아올 후버가 더 성장해 있길 바라기 때문이다.

    후버의 나이 17살. 처음으로 돌아올 날을 기약하지 않는 여행 계획은 그렇게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인해 짜였다.

    자신을 배웅하는 모든 집안 식구와 하나하나 인사하고 후버, 그리고 슬렌은 영지를 떠났다.

    멀어지는 백작가의 풍경만큼 아쉬움이 들었지만 자유롭게 세상을 느껴보고 싶었다.

    *

    *

    *

    “뭔가 부족해. 핵심이 느껴지질 않아!”

    남자가 들고 있는 것은 슬레인 자작과 레빌리온 백작가 간의 영지전이 담긴 보고서. 하지만 그 보고서를 보는 그의 표정은 탐탁지 않았다.

    몇 년간 조사를 했음에도 보고서 자체에서 어떤 핵심적인 것이 느껴지지 않은 것이다.

    더 이상은 보고서를 만들라고 하기도 민망한 상태.

    “죄송합니다. 워낙 순식간에 자작가가 쓸려 버리고 정보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여 필요한 정보를 모두 모으지 못했습니다.”

    “으흠…….”

    자신의 수족이나 다름없는 그가 모으지 못한 정보라면 누군가에 의해 통제되는 정보라고 보는 것이 정확했다.

    “로비스라는 자에게서 알아본 것은 모두 포함된 것인가?”

    “예. 로비스는 생각보다 쉽게 모든 정보를 토해냈습니다.”

    자작가를 빠져나가려고 숨어 있던 로비스는 빠져나가기는커녕 현재 누구인지도 알지 못하는 세력에게 납치되어 고문을 받고 있었다.

    “카드뮴이라는 자가 살아 있었다면 도움이 되었을 텐데.”

    “예. 하지만 이미 자작이 그를 추방하고 추격대를 보내 죽인 후였습니다.”

    “장부의 회수는 어떻게 됐지?”

    “장부 역시 모두 회수하지는 못했습니다. 조만간 레빌리온 백작가가 점령한 슬레인 자작가에 사람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무슨 방법을 사용하던지 무리수는 두지 말아야 해. 우리는 어디까지나 사건을 잠잠하게 만들려고 정보를 모으는 것이지 괜한 적을 만들려고 하는 것은 아니니깐.”

    노파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그들에게는 중요한 일이었다.

    “그래도 록시나 자작가라고 했던가? 이들은 쥐어짜 낼 필요가 있어.”

    “예. 그쪽으로 들어간 양이 만만치 않습니다. 처음부터 자작을 추천한 저의 불찰입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야. 그것에 대해서는 나도 동의한 상황이니까. 그리고 메디치 상단에 대해서는 이해를 구하고 회수해 오도록 하게.”

    “그들 역시 저희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나가서 일 보게.”

    남자가 인사를 하고 나가자 방 안에는 을씨년스러운 기운만이 감돌았다.

    겁 많은 자작이 쓸 만하다 생각했지만, 레빌리온 백작가와의 충돌은 너무 많은 계획의 오류를 만들었다.

    충돌하기 전에 발을 빼려 했지만 5년 이상 앞당겨진 충돌로 인해 그 시기를 놓쳐 버렸다.

    *

    *

    *

    “어서 오십시오. 후버 님.”

    컨텍트 상회에서 구했다는 이곳. 그들에게도 왕명이 내려간 것인지 아니면 마음을 정한 것인지 꽤 비장한 표정의 칼과 세이건이 후버를 맞이하였다.

    “두 분께도 편지가 온 것입니까?”

    “예. 저희에게도 왔습니다.”

    한숨과 함께 말하는 세이건 그리고 칼, 위장 군기는 걷히고 어느새 남은 것은 막막함이었다.

    “뭔가 좀 시도는 해보셨습니까?”

    “글쎄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일단 막막해하는 두 사람에게 약간의 희망을 줄 필요가 있었다.

    아카이브가 만든 방사능을 측정할 수 있는 아티팩트.

    “두 분에게 드릴 것이 있습니다.”

    후버가 내미는 조그마한 아티팩트에 두 사람이 뭔가 궁금해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티팩트입니다. 비축해둬야 할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저희가 검사해 봤을 때 검증이 되지 않은 금은 전부 신고해야겠군요.”

    “예.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 면책을 해주시기로 하셨답니다.”

    “많은 위로가 되는군요. 왕명으로 저희의 상관이시니 이제 후버 님께서는 말을 편하게 하시지요.”

    축 처진 두 사람의 대화에 자신들을 이끌 대장이 왔다고 긴장했던 일단의 사람들도 함께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왕의 명이라는 말에 사명감으로 들려왔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분위기랑은 달랐다.

    “그것은 차차.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겠지요. 지금으로서는 이렇게라도 소소한 왕명에 대한 저항을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쪽 분은 누구신가요?”

    “옛! 저희는 이번에 국왕 전하의 명령을 받고 이곳에 배치된…….”

    “됐고! 머리 울리니깐 소리 줄여. 그러니깐 나 도와주겠다고 왔다는 거 아니냐?”

    “그렇습니다.”

    “칼 님, 세이건 님, 이들에 대한 신상명세서 만들어 주시고 조사하신 것 아무거나 가져다주세요.”

    “옛! 바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와 함께 쌓여가는 서류들, 서류들은 크게 대외 무역을 많이 하는 상단부터 현재 곤란한 상황을 겪는 상단, 그리고 급성장하는 상단까지 다양한 상단들이 목록별로 정리되어 있었다.

    “거기 기사들.”

    “예.”

    “요약해와.”

    방 한구석 멀뚱히 서 있는 그들을 보기 답답해서 인지 후버는 그들에게 정리하라고 명령을 내리고 다시 서류를 읽기 시작했다.

    그저 하루라도 빨리 외부 활동을 할 근거를 만들고 싶을 뿐 그 외에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럼 첫 번째로 한번 회의를 시작해봅시다. 모두 자신의 생각을 기탄없이 말씀해 주세요.”

    툭.

    “제기랄! 좀 기척 좀 내고 다니라고.”

    어쌔신을 한 명 배치해 준다더니 어디서 정신 나간 놈을 데리고 왔는지 툭하면 하늘에서 떨어지고 툭하면 땅에서 솟는다.

    후버가 준적도 없는 종이를 기사들에게 몰래 훔쳐서 정리한 열정은 좋았지만, 신경이 거슬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기사들 모르게 모두 뺏어 온 것을 보면 이들 중 가장 실력은 좋은듯했다.

    아마 이름은 바이스, 특이사항은 말을 못한다는 것.

    “…….”

    고갯짓을 한번 하고 돌아가는 어쌔신.

    “아오! 저게 할 말 없으면 튀어나오지 마.”

    “여기가 딱 수상하다 촉이 오는 놈?”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딱 여기라고는 할 수 없는데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곳 찾은 놈?”

    “그게…….”

    “오늘부터 말 줄이는 놈은 죽는다. 딱 대답하고 딱 아니다 기다 한 번에 가는 거야 알았어?”

    잔뜩 히스테리를 부리는 후버, 몸은 자유롭지 않지만, 영지에서처럼 말을 조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좋았다.

    분명히 이들보다 상급자인 자신의 위치를 활용하는 유일한 순간이었다.

    “손들어봐.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정리한 놈?”

    하나씩 손을 드는 기사들을 보면서 한숨을 쉰 후버는 결국 자신이 이끌어 갈 수밖에 없었다.

    사실 기사들이 멍청한 것은 아니다.

    단지 시간이 부족했고 아직 감을 못 잡았을 뿐.

    “너희 정체가 뭐냐? 여기 오면서 뭐라고 이야기 듣고 온 거야?”

    “저는 기사단에서 차출돼 나와서 이쪽으로 오라는 말만 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래서 잘 모르겠습니다.”

    “왕명인 건 알았다면서?”

    “그건 여기 와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놈하고 똑같은 상태인 놈 다들 손들어봐!”

    이번에도 다들 손을 드는 모습을 보고 후버는 깊은 빡침을 느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왕이 내려준 기사라고 했다.

    그래서 기대를 했건만 누구도 왕이 내려줄만 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왕이시여! 괜한 소문이 퍼질까 존재감 없는 놈들로만 보내신 겁니까?’

    후버의 짐작을 증명시켜주듯 2주간의 시간을 더 줬지만 기사나 상단이나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던 후버에게 걸리던 하나의 이름 ‘록시나’였다.

    슬레인 자작가에서 슬렌의 도움으로 돈을 빌렸던 슈웨거 자작이 바로 록시나 자작령의 주인이었다.

    추적해야 하는 것이 금괴인 만큼 비슷한 시기에 거금을 빌려갔던 록시나 자작령 소속의 상회를 쫓기로 했다.

    ‘그냥 이름이 눈에 익어서 눈에 들어온 것은 아니길.’

    왠지 모르게 슬렌이 계속해서 거부했지만 그런 점은 간단하게 무시해 버렸다.

    그렇게 찾은 곳이 용병 길드, 잠시 후면 록시나 영지 소속의 콜린스 상단이 이곳으로 통과한다는 정보를 얻었다.

    자연스럽게 용병으로 합류해서 콜린스 상회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최근 공격을 자주 당한다는 것 역시 마음에 걸렸다.

    “어서 오세요.”

    깨끗한 건물 화사한 색상 그리고 깨끗한 차림의 접수원은 후버가 생각하는 용병 길드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느낌이 들었다.

    한스는 몰라도 후버 같은 경우는 이번 기회에 신분을 새로 만들었기 때문에 용병패는 있어도 길드 자체는 첫 방문이었다.

    “호위 일이 있는지 좀 알아보러 왔는데.”

    “호위 일이시라면 현재 전쟁 물자나 영지전 관련 물자를 운반하는 일이 하기 좋으실 거예요. 양은 적고 의뢰 금은 많거든요.”

    “아니, 가능하면 그런 일보다는 좀 안전한 그런 것은 없나?”

    “단순 상단 일은 요즘에는 별로 없습니다. 수도에서 내려가는 물품은 전부 사치품이니까요. 혹시 수도를 거치는 상단이 인원을 보강하겠다면 알려 드릴까요?”

    “그게 좋을 것 같군! 왕복에 4개월 정도, 그 이하는 가능하지만, 이상은 곤란해.”

    “예. 혹시 등급이 어떻게 되시나요?”

    “A-S등급 한 명과 D등급.”

    “A-S등급이시면 혹시 통신용 수정구를 가지고 계신가요?”

    보통 S등급부터 지원해 주는 수정구이지만 A등급과 S등급 사이의 용병에게도 가끔은 지원해 주기도 하기에 접수원은 수정구를 가졌는지를 물었다.

    “가지고 있다.”

    한스가 고유 번호를 불러줘도 통신구를 통한 통신은 가능하지만, 혹시라도 잘못 적을 가능성이 있기에 접수원은 책상 안에 있는 통신구를 꺼내 한스의 통신구 고유번호를 확인하였고 그 틈에 용병 길드에서 사용하는 통신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음… 확실히 가능성이 있었어.’

    몇 년 전 자작과의 영지전이 끝나기 전 크롤라이드가 만든 수정구가 생각보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듯하였다.

    통신을 하기 전에 누구인지 아는 것이 주는 편리함은 꽤 크기에, 거대 상단부터 시작된 크롤라이드의 수정구는 높은 인기를 얻어 금방 기존 통신구를 대체하였다.

    “그럼, 한스 님! 접수 끝났습니다. 4~5개월 상단 호위 단, 분쟁 지역 외 일반 물품 맞으십니까?”

    간단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한스와 함께 용병 길드를 벗어나서 후버와 함께 여관으로 향했다.

    *

    *

    *

    “드디어 연락이 왔습니다…….”

    “이제 연락이 온 건가? 빨리도 왔군.”

    “누군데?”

    슬쩍 반말로 뭉갠 슬렌은 끝까지 가보려는 듯 한스에게 존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처음 바이스가 어디 있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슬렌이 말을 해야 하나 안 해야 하나 고민했던 일행이지만 결국에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콜린스 상회의 록시나 자작령까지 단순 물품 호위라고 합니다.”

    “오케이. 그럼 일단 그쪽으로 가자고?”

    예상대로 기다리던 콜린스 상회의 의뢰가 들어온 것이다.

    후버는 기분 좋은 출발을 느낄 수 있었다.

    “규모는 어느 정도라고 하던가요?”

    “규모는 용병은 20명, 상단 인원까지 전부 포함하면 40명이 넘는 꽤 큰 행렬입니다. 이곳에 오는 도중에 산적의 공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인원을 충원하기 위해서 실력이 높은 용병을 찾는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대략 기간은 왕복 4개월 정도의 거리이지만 돌아올 때도 상단과 함께 할지는 알 수가 없다고 합니다.”

    “한스는 상관이 없지만, D급 용병인 나는 별로 좋은 대접을 받기는 어려울 텐데…….”

    “그래서 용병단으로 등록했습니다. 용병단 등록에는 두 명의 용병이면 충분하고 두 명 이상의 A급 용병이 없으면 이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없어 ‘한스 용병단’으로 했습니다.”

    “용병단으로 등록하면 혜택이 있어?”

    “특별한 혜택은 없습니다. 만든 지 오래된 용병단이면 의뢰가 많이 들어옵니다만 해당 사항이 없는 부분입니다.”

    “출발 날짜는 언제지?”

    “상단에서는 내일 아침 출발하는 것을 원합니다.”

    “그럼 그렇게 하지.”

    “수락한다고 통신을 넣겠습니다.”

    한스가 방문을 열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자 슬렌이 후버를 보고 말했다.

    “응, 수고해줘.”

    *

    *

    *

    괜한 산짐승의 접근을 막고 접근하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려고 지펴놓은 여러 개의 모닥불을 마주하고 용병과 상인으로 구분된 무리가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자네는 며칠짜리 계약을 한 건가?”

    “나는 앞으로 3일 정도 남았는데 그쪽은?”

    커다란 검을 가진 불끈불끈해 보이는 남자가 옆에 있는 남자를 향해 질문했다.

    “난 5일, 아무래도 이번 호위 임무는 뭔가 이상하단 말이야.”

    “어떤 게 이상하다는 말씀이시죠?

    먼저 대화를 하고 있던 두 명의 말에 후버가 끼어들었다.

    “보아하니 초급 용병인 것 같은데 먼 길 상단의 호위는 처음인가?”

    “예. 어쩌다 보니 A-S급 용병을 알게 돼서 같이 용병단을 조직했지만, 장거리 상행은 경험이 없습니다.”

    위조된 후버의 용병 패에도 전장의 경험은 있지만, 상행에 참여한 경우는 전쟁터까지의 호위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그것은 강해지기만을 원해 전장만을 전전했던 한스 역시 마찬가지. 참고할 수 있는 것은 같은 모닥불을 쬐는 두 용병밖에 없었다.

    “운이 좋구만. 다른 건 아니고 2달 정도의 거리면 긴 상행이긴 하지만 이렇게 용병마다 따로 계약 기간을 정할 필요는 없거든. 자네는 무슨 등급인가?”

    먼저 대화하던 사람에게 등급을 물어보는 남자!

    “나는 B등급이고 경력은 한 7년 정도 됐지.”

    “나도 B등급 경력은 3년, 나 같은 경우는 앞으로 3일 후면 재계약을 할지 아닐지를 결정하지만 이 친구는 5일 이후거든.”

    “용병 일의 기간에 따라 같은 등급에도 차등을 두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지! 그리고 자네의 일행은 A등급이라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사실입니다.”

    “어디까지 상단을 쫓아가지?”

    “저희는 영지의 초입까지 계약되어 있습니다.”

    “그렇군… 나는 이 상행을 처음부터 따라왔거든. 산적에게 공격을 당할 때도 속해 있었지, 당시 출발지에서 처음 계약할 때에 용병 대부분은 C급 용병들이었네. B급만 돼도 이런 생필품을 운송하는 상단에는 부담되거든, 손해를 볼 정도는 아니지만.”

    “그런데 갑자기 C등급은 모두 취소하고 B등급으로 바꾼 겁니까? 계약기간도 짧아지고요?”

    “이게 우리 용병들에게 있어서 가장 불안한 요소라네. 용병의 고용 기간을 짧게 하고 저 친구처럼 등급이 높은 용병을 고용한다는 것은 첫 번째로 높은 등급의 용병을 추가로 고용할 빈자리를 만드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지금부터는 계속 경계태세로 가야 한다는 거거든.”

    “금방 체력이 소진되는 거겠죠.”

    “그렇지. 공격을 최소한 한 번 정도는 당한다고 생각을 하는 거지. 그렇지 않으면 괜히 단기 용병을 고용할 필요는 없으니깐.”

    “아예 협상을 생각하지 않는 거군요.”

    “그렇지… 그래서 나도 고용기간만 끝나면 미련 없이 빠지려고, 괜히 단명하는 곳에 있을 필요는 없으니깐.”

    “그렇군요. 그런데 상단으로서는 이유야 어찌 됐든 협상을 먼저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래도 기본은 아는 모양이구먼. 그게 문제야. 상단은 항상 협상을 하려고 하지. 그런데 상단에서 무력충돌을 크게 염려하고 있다는 건 어떤 근거를 가지고 판단하게 되는 거거든.”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무래도 누군가 이 상단과의 원한이 있는 듯하네.”

    “혹시 상단이 가지고 가는 물품 중에 가치가 높은 물건이 있는 것 아닙니까?”

    후버의 지적에 고개를 젓는 용병.

    “그건 아닐 거야. 일단 마차로 인한 바큇자국이 일정하다는 건 중량이 고르게 분산되었다는 거거든. 그리고 부피도 모두 비슷하지. 그렇다면 여기 있는 것은 생필품이 맞아.”

    “그렇군요.”

    “그리고 우리 같은 용병을 모두 정석대로 배치해뒀어. 만약 어떤 한 마차만 중요하다면 그쪽에 좀 더 많은 용병을 배치하거나 미리 이야기라도 해주거든. 의뢰비를 조금 개인적으로 주면서 말이야.”

    “그런데 그런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앞에 있는 용병 놈들이 걱정하더군. 곧 있으면 계약이 끝난다고, 나는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바로 앞에 확인했듯이 각자 기간이 다 달라. 그리고 저기 있는 A급을 제외하면 우리 같은 B급이 가장 높은데 나한테는 아무런 이야기도 없었거든.”

    “그건 저희 쪽도 같습니다.”

    “아무튼, 단명하기 싫다면 어느 정도 위약금을 지급하더라도 일단 빠지는 게 좋을 거야.”

    경험 많은 용병과 대화를 하고 3일이 지나자 많은 수의 용병이 계약 기간이 종료되지 않았음에도 더는 물품을 운송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는 위약금을 지급하고 상단호위 행렬에서 빠져버렸다.

    덕분에 콜린스 상회는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그쪽 분께서도 위약금을 지급하시려고 오신 겁니까?”

    후버와 한스를 보고는 한숨을 쉬는 상단의 책임자.

    “아닙니다. 물어볼 것이 있어서 이렇게 오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후버가 하는 것이 편했기에 후버가 전면에 나섰다.

    “어떤 것을 물어보기 위함이십니까?”

    “이 상단의 주인이 록시나 자작령의 슈웨거 님이 맞으십니까?”

    “예. 슈웨거 자작님이 주인이십니다.”

    후버에게까지 존대를 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와 용병단을 이루는 한스는 현재 중요한 사람이었다. 괜히 기분을 거스를 필요가 없어 존대로 대우해 주었다.

    “여기 있는 물품에 귀중품이 없는 것이 확실합니까?”

    “저희 상단은 그런 치졸한 거짓말은 하지 않습니다. 여기 있는 것은 정말로 영지민에게 판매할 필수품 들입니다.”

    기분이 나쁘다는 듯 책임자가 후버에게 이야기했다.

    “그럼, 이야기가 편하겠군요. 중요치도 않은 생필품을 누군가 노린다 생각하시고 상단의 출발까지 미루시는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외부인에게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한숨과 함께 섞어 대답하는 책임자의 모습에 그들이 정말로 습격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상단을 출발시키시죠.”

    “상단의 출발은 용병이 모두 고용돼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고용할 수 있는 등급은 D등급뿐, 최소한 C등급으로 인원이 맞춰져야 출발할 수 있습니다.”

    아직 상단주가 눈치채지 못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용병을 구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단순한 예감이 아니라 현재 이 영지에 있는 용병들의 분위기가 그랬다.

    경험 많은 용병들은 상단을 따라가는 것을 꺼리고 있었으며 그나마 D등급처럼 겁 없는 이들만이 상단의 호위행렬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총 보유한 물품이 어느 정도입니까?”

    “그건 알아서 뭐하시려는 겁니까? 얼른 용건만 말씀하시고 이만 돌아가시지요.”

    캐묻는 후버에게 짜증이 나서일까? 상행 책임자의 말투는 곱지 않았다.

    “저희는 끝까지 상단을 호위할 생각입니다.”

    “뭐, 그러시다면 대략 1,000골드 정도일 겁니다.”

    “그럼 판매가 총액으로 생각하면 2,500~3,000골드 수준이군요. 제가 모두 사도록 하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농담이라고 생각하였는지 피식 웃으며 대답하는 책임자.

    “정확히 말하면 상단이 만약 손해를 입으면 2,500골드 한도 내에서 전부 배상하겠습니다.”

    후버가 하는 말은 상단의 책임자의 성격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머리 아픈데 와서 툭툭 건드리는 후버에게 곱게 말하는 것도 끝났는지 말투도 하대로 바뀌었다.

    “아마도 상단이 아무런 피해도 안 입기를 바라는 것 같은데 호기만으로 그러지 말게. 나도 지금 골치가 아프니.”

    “호기가 아닙니다. 보증금을 걸어두도록 하겠습니다.”

    “보증금이라? 굳이 그러는 이유를 알 수 있겠나?”

    손해보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유가 없었다. 일면식도 없는 용병이 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딱히 이유는 없습니다.”

    “그럼 나도 그런 돈은 받지 않겠네. 괜한 호의는 꼭 끝이 나쁘게 끝나니깐.”

    후버가 고민에 잠겼다.

    굳이 이들을 끌고 갈 필요는 없지만, 같이 간다면 좀 더 쉽게 자작의 협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경험 많은 책임자가 공격을 당한다고 생각한다면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도 알아야 했다.

    “슈웨거 자작과 저는 아니지만 제가 아는 분이 약간의 안면이 있습니다. 혹시 통신할 수 있으시다면 마법 가방을 멘 고양이를 아시는지 물어보시겠습니까?”

    “뭐 잠시 후에 안 그래도 이 일 때문에 통신할 생각이었네, 그런데 그 고양이를 안다고 달라지나? 고양이랑 무슨 사이인지도 알려줬으면 좋겠군.”

    “예. 고양이를 기억하신다면 그 고양이가 건네준 물건도 기억하실 겁니다. 그 물건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전해주시면 됩니다.”

    다짜고짜 대리영주이니 자신을 모시라고 할 수 없는 후버는 대충 슬렌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지.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겠나?”

    “그러도록 하지요.”

    상행의 책임자는 통신하기 위해 수정구를 들고 다른 방을 찾아갔다. 둘만 남은 방에서 한스가 후버에게 말했다.

    “그냥 저들을 두고 마탑으로 가서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하는 게 어떻습니까?”

    뭔가 마뜩치 않아 하는 한스의 말.

    “나중에 설명해줄게. 만약 슈웨거 자작이 공격받는 것이 누군가에 의한 것이라면 충분히 같이 가야 할 이유가 있어.”

    “알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위험한 길보다는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한스와 후버가 대화를 나눈 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상행의 책임자가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혹시 그 고양이와 자작님을 만난 곳이 어디입니까?”

    다시 존대로 돌아온 상행의 책임자의 말에 후버는 슬렌이 슈웨거 자작의 목숨을 구해준 것을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슬레인 자작가라고 알고 있습니다.”

    “아… 자작님께서 그 고양이에 대해 아는 것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럼 내 제안을 받아들이는 건가요?”

    “아니요. 그래도 그렇게 이동하지는 않습니다. 혹시 자작가를 위해서 가지고 계신 마법가방을 빌려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그건 가능합니다만 왜 그러시죠?”

    “자작님께서 가능하면 많은 물품을 가지고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해서 복귀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에 후버가 가지고 있던 3개의 가방을 넘겨주었다.

    한 개는 자신의 개인적인 물품을 넣어두고 다니기에 줄 수 없지만, 나머지는 빈 가방이었다.

    아공간 주머니의 가격이 절대 저렴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허름한 옷을 입은 후버가 다르게 보였다.

    “인사가 늦었지만 저는 이번 상행의 책임자를 맡은 재커리라고 합니다.”

    “저도 다시 한 번 인사하지요. 저는 후버 이쪽은 한스라고 합니다.”

    “최대한 물품을 챙기고 3일 거리에 있는 마탑의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짐을 챙기는 것은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대략 1시간 정도 걸릴 것입니다. 상단의 인원과 D급 용병들을 고용하면 그 정도 될 것입니다.”

    “그건 안 됩니다. 상단의 인물들도 모르게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재커리 님은 용병을 계속 구하시는 것처럼 길드로 가주시기 바랍니다. 창고에 있는 물품은 제가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후버와 한스 그리고 슬렌까지 열심히 상품을 주머니 두 개에 담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려 다음 날이 되어서야 모든 일을 끝낼 수 있었다.

    “그런데 정말 D등급이십니까? 두 분의 관계를 보면 아무래도 주도권은 후버 님께서 가지고 계신 듯합니다.”

    “예. 좀 사연이 있습니다. 과거 한스와 저희 아버지의 인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입니다.”

    굳이 다른 이의 사연을 캐묻고 싶지 않은 재커리는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렇군요. 그럼 바로 출발을 하도록 할까요?”

    출발 준비를 하면서 후버는 자신을 따라오는 어쌔신을 불러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을 돕기보다는 멀리서 누가 공격하는지를 알려달라는 주문을 하고 재커리를 따라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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