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61 히든리거 =========================================================================
-35라운드, 국방부FC와 경기FC의 경기를 중계해 드리겠습니다.-
결전의 날은 다가왔다. 점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경기였으며, 한 경기에 모든 것을 걸려있다고 봐도 무방할 경기였다.
경기가 시작된 후, 경기FC는 초반부터 강하게 몰아붙였다.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하며, 또 빗장수비를 자랑하며, 국방부FC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골! 골입니다!-
경기FC의 첫 골이 터졌다. 전반 40분이었다. 물러서지 않던 두 팀의 균형이 깨지며, 국방부의 관계자들의 표정은 굳어졌다.
이 경기에서 패배하면 사실상 우승은 물 건너가는 것이었다. 즉. 다음 시즌을 예약해야 할 상황이었다.
-전반전 종료됩니다. 경기FC는 민태호 선수의 선취득점으로 1대0으로 앞서가고 있습니다.-
민태호의 골로 인하여 우위를 점한 경기FC는 후반 들어 수비적으로 나갈 것이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경기FC에게 수비적인 경기는 없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경기FC는 공격을 계속하여 이어나갔다.
그로인하여 국방부도 쉽게 공격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경기FC의 공격이 매서웠기에, 공격수들도 모두 수비에 가담하며, 체력적인 소모가 많아지고 있었다.
-후반전. 남은 시간은 3분입니다. 이대로 경기가 종료되면, 국방부FC는 우승경쟁에서 일단 멀어지게 됩니다.-
아나운서가 기운을 다 뺏는 듯 한 말을 하였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독기를 품을 만한 말을 하였다.
패배하면 이대로 남은 경기를 치를 필요가 없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말하였지만, 국방부FC 선수들에게는 아직 경기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추강 선수! 공을 몰고, 직접 움직입니다.-
평소 보기 드문 현상이었다. 추강은 드리블이 약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드리블을 하며, 상대 수비수를 따돌리고 있었다. 이 역시 그동안 있었던 세령의 전술적인 훈련득분이었다. 무조건 공만 찬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드리블과 함께, 진영을 휘젓고 다니는 능력도 기르게 하였고, 지금. 그 결과를 보고 있는 것이었다.
-추강! 사이드로 들어선 오형호 선수에게 패스합니다!-
남은 시간은 얼마 없었지만, 국방부는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오형호에게 건너간 공은 곧바로 페널티박스 중앙으로 넘어왔고, 그 중앙에서 달려오는 속도로 인하여 높이 점프한 이장성의 머리에 공은 그대로 적중하였다.
‘철렁!“
“와아아!”
-골! 골입니다! 이장성 선수! 멋진 헤딩슛을 작렬합니다!-
이장성은 장신의 키를 이용하여 높이 뛰어올랐고, 오형호의 센터링을 유일하게 헤딩으로 받아친 인물이었다. 공은 곧바로 골네트로 들어섰고, 골키퍼는 움직이지도 못한 채, 멍하니 서 있었다.
“삐익~!”
-경기 끝납니다. 국방부와 경기FC. 서로 한 점씩을 주고받으며 1대1로 경기를 마무리합니다.-
아슬아슬했다.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고, 실낱같은 희망이 따라왔다.
“어라…….광양이 졌다…….”
그리고 그 순간, 또 하나의 낭보가 전해졌다. 광양이 리그 최하위인 강릉에게 잡혔다. 그로인하여 광양은 승점을 얻지 못했고, 국방부와 경기FC가 나란히 승점을 나눠가지며, 1위 광양과의 승점차를 1점으로 줄였다.
이로 인하여 최대의 수혜자는 경기FC가 되었다. 경기FC는 남은 경기인 충청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후, 국방부와 광양이 서로 비겨주기를 바랄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1위는 경기FC가 되는 것이었다. 국방부와 광양은 무조건 승, 패를 봐야 한다. 무승부가 되면, 진정 1위 자리를 경기에게 그냥 내어주게 되는 것이었다.
“마지막 광양과의 홈경기에서 우리의 모든 것을 다 보여줘야 한다. 너희들에게 아주 큰 도전이며, 다음 시즌을 어디에서 뛰느냐가 걸려있는 한판이다.”
경기를 3일 앞두고 연동훈이 모두를 세워두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 한 경기로 인하여 다음 시즌이 바뀐다. 클래식으로 오르느냐, 아니면 한 시즌을 더 챌린지에 머무느냐가 달려있다.
“이제…….이 내용들을 알려줘야겠군.”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정책기획관은 지난 날, 두 외국인 스카우트가 주고 간 서류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서류에는 낯익은 이름들이 꽤 적혀 있었다.
“오늘…….우리는 첫 시즌의 마지막 경기를 가진다. 그리고 이 경기의 결과가 너희들의 다음을 말해줄 것이다.”
시간은 지나간다. 그리고 결전의 날을 밝혀주었다. 광양과의 마지막 홈경기가 있는 날이며, 올 시즌의 마지막 경기이기도 하였다.
국방부FC의 홈구장은 엄청난 숫자의 인파로 붐비고 있었다. 지난 광양과의 2차전 때보다 더 많은 관중들이 모여 들었지만, 이미 들어설 수 있는 인원을 초과해버렸다.
국방부관계자들도 모두 모였다. 마지막을 승리로 장식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결과는 없을 것이었다.
“모두 모였는가?”
경기 시작에 앞서 정책기획관은 선수들이 모여 있는 라커룸으로 내려왔고, 모두를 보며 물었다.
세령을 비롯하여 모두가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들을 향해 하나하나 시선을 마주하였다.
“오늘…….난 너희들에게 중대한 발표를 할 것이다. 그리고 너희들은 그에 맞는 결정을 해야 한다.”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생각지 못한 정책기획관의 말이었다. 소재은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는 이미 정책기획관이 단행을 감행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정책기획관은 서류를 들었다. 그리고 그 서류를 빤히 보았다. 곧 장두관을 불렀고, 그에게 서류를 보여주었다.
“무엇입니까?”
서류를 대충 훑어본 그가 눈동자를 휘둥그렇게 뜨며 물었다.
“우리…….국방부 가족들의 미래네.”
정책기획관은 웃으며 말했다. 국방부FC의 미래, 선수들의 미래가 적힌 종이라 말하고 있었다.
“정말…….이게 현실입니까?”
장두관은 자신의 손에 들린 서류를 보며 말을 더듬거렸다. 그의 행동을 보며 모두가 의아해 하고 있었고, 곧 소재은이 그의 옆으로 다가섰다.
“망설이지 말고 그냥 말씀하십시오, 이미 마음의 준비는 다 하고 있습니다.”
“무슨 마음에 준비인가? 그럼 벌써 이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말인가?”
“물론이지 않습니까? 이제 국방부FC가 명실 공히 최고의 팀으로 성장하였으니, 그에 맞는 수뇌부를 데리고 온다는 말이지 않습니까? 이미…….”
그녀의 말을 들은 후, 장두관은 자신의 손에 들린 서류를 그녀에게 주었다. 그리고 정책기획관은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손으로 전달된 서류를 소재은은 멍하니 보고 있었다.
“어라…….어라…….이거…….”
그녀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였다.
“이렇게 된 거, 자네가 직접 읽어주게.”
정책기획관이 그녀를 보며 말했고, 그녀는 자신의 손에 들린 서류를 보며, 눈을 멀뚱멀뚱 거린 뒤, 다시 서류를 장두관에게 주었다.
“전…….못하겠습니다. 장소령님이 직접 하십시오.”
그녀의 행동에 장두관은 미소를 지었고, 곧 자신의 손으로 다시 온 서류를 보았다.
“추강.”
그리고 읽기 시작하였다.
“네. 상병 추강.”
추강은 어느새 상병이었다.
“넌. 이번 시즌을 끝으로 독일 분데스리가 B. M으로 이적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너의 축구인생은 다시 시작된다.”
“네! 그게 정말입니까!”
모두가 놀랐다. 특히 세령이 놀란 눈을 하였다. 추강은 자신이 발굴해 낸 인재였다. 그리고 연태민과 이태성이 국내리그로 이적한 것과는 달리, 추강은 해외리그에서 러브콜이 도착하였다.
또 한, 이번 시즌이 끝나더라도 아직 추강의 군생활은 남아 있는 것이었다. 그가 만약 독일로 간다면 남은 군생활을 분데스리가에서 보내게 되는 것이었다.
“결정은 본인이 직접하며, 결정이 선다면, 우리 국방부는 너를 해외로 보낸다. 국방의 의무기간이 있지만, 그에 대해서는 이미 국방부FC를 창단할 때 모든 조항을 다시 수정하였기에, 네가 해외리그에서 뛰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정책기획관이 그가 해외리그로 가는 것에 대해 걸림돌이 없음을 알려주었다. 추강은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멍하니 있었다. 믿을 수 없었고, 그 누구도 믿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리고 용지현.”
“상병 용지현.”
“넌. 프리미어리그 C. S팀으로 간다.”
“네! C. S라면 프리미어리그 명문팀 아닙니까?”
용지현이 우리나라 골키퍼로써는 처음으로 프리미어리그 명문구단의 골문을 지키는 수문장으로 나서게 되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지만, 이 또 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후로, 이장성과 서지호, 그리고 구자훈 등이 다시 일본프로리그와 네덜란드 리그의 러브콜을 받으며 계약이 대기 중에 있었다.
모두는 놀란 눈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이제 첫 시즌을 보냈다. 그것도 2부 리그에서 뛰었고, 군인의 신분이었다. 하지만 이들에게 세계 명문구단이 손을 먼저 뻗은 것이었다.
이는 정책기획관의 힘이 꽤 크게 작용하였다. 정책기획관을 찾아온 두 명의 외국인은 국방부FC가 처음 창단 될 때부터 줄곧 경기장에 포착되었다. 이들은 세계 각국의 명문구단과 연결된 스카우트들로, 그들의 입김은 꽤 강한 편이었다.
그리고 해당리그의 구단들이 각자의 영상을 보며 마음에 드는 인물을 선택한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우리에게 있어 또 하나의 경사가 있다.”
모두는 정책기획관의 입을 보았다. 또 누군가가 명문구단의 러브콜을 받은 것이었기에, 그 대상이 궁금하였다.
“이 감독.”
“네? 소위 이세령.”
“자네는 우리 국방부FC를 진정 잘 이끌어 주었네, 자네가 떠난다면 우리는 아주 큰 시련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자네를 위해서는 충분히 그 시련을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 있네.”
“무슨…….말씀이신지?”
세령은 정책기획관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이세령 감독은 영국 프리미어리그 L팀에서 감독직 제의가 왔다.”
“!!!”
진정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놓으라는 클래식무대의 명장들이 즐비한 상태였다. 그리고 해외에서도 명장들은 엄청나게 많다. 하지만 그 모두를 제쳐두고 명문구단이 세령에게 감독직을 권하였다.
여자프로구단도 소유하고 있는 팀이지만, 그녀에게 여자구단을 맞기는 것이 아니었다. 남자들의 프로리그에서 당당하게 감독직을 수행해 줄 것을 제의한 것이었다.
세령은 멍하였다. 자신은 프로선수도, 또 감독직을 오래 수행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의 지도력을 본 눈치 빠른 구단주들은 그녀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어 오르기 전, 헐값에라도 데려오려 한 것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예상했던 헐값이 아니었다. L구단은 세령에게 아주 큰 금액을 제시하였다. 이는 국방부에서도 꽤 큰 금액이라, 가히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