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60 히든리거 =========================================================================
“정말…….여기에 적힌 사람들을 전부 말입니까?”
“네. 그 중에서 아래에 랭크된 인물들은 꼭 스카우트를 하고 싶다는 곳이 많습니다. 협조를 해 주신다면…….우리 쪽에서도 이에 맞는 모든 것을 준비할 것입니다.”
그들은 정책기획관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정책기획관은 마냥 미소를 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가 들고 있는 서류의 아랫부분에 랭크된 인물들. 편히 보낼 수 있는 인물들이 아니었다.
정책기획관은 그들이 돌아간 후, 홀로 자신의 사무실에서 많은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결정을 한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만난 두 스카우트와 나눈 대화를 그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 혼자만이 그들과 나눈 대화를 알고 있었다.
선수들이 휴가복귀를 하였다. 단 일주일간의 휴가였지만, 모두가 뽀얀 피부를 한 채, 부대에 복귀하였다.
그만큼 일주일간의 달콤한 휴가가 이들에게 많은 힐링을 해 준 것이었다.
휴가 복귀 후, 선수들은 더욱 더 열심히 경기에 임하였다. 점차 우승에 가까워지면서, 다음 시즌부터는 클래식무대를 밟아, 더 큰 세상으로 나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휴가 복귀 후, 처음 치러진 27라운드 경기에서 국방부는 충청을 맞이하여 기분 좋은 승리를 이어갔다. 그리고 광양과 경기FC 그리고 진주도 모두 승리하면서, 승점차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었다.
“28라운드는 광양이다. 우리가 꼭 넘어야 할 산이다.”
드디어 광양과의 3차전이 다가왔다. 이번 경기에서 패배하면 다시 1위 자리를 내주게 된다. 그렇다고 2위로 내려앉는 것은 아니었다. 현재 3위인 경기FC가 광양과 승점이 같기에, 경기FC도 승리할 경우 국방부는 3위까지 내려앉는 것이었다.
-챌린지리그 제 28라운드. 국방부와 광양과의 경기를 중계 방송하겠습니다.-
이 역시 많은 관심이 가고 있는 경기였다. 광양은 시즌막판 서용호와 이민호, 서민수의 삼각편대가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며, 골 폭풍을 만들고 있었다.
광양과의 원정경기이며, 광양 팬들은 타도 국방부를 외치고 있었다. 국방부를 잡으면 무조건 1위였고, 남은 경기에서 패배가 없다면 다음 시즌, 클래식리그 진출 확정이 되는 것이었다.
-양 팀의 선발라인업이 끝나며,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고 있습니다.-
22명이 그라운드위에 올랐다. 진정 최고의 이슈라고 해도 될 정도의 인재들이 꽤 많이 보였다. 이 두 팀에서 선수 선발하여 한 팀으로 뛴다면, 클래식무대를 뛰는 팀들도 쉽게 잡을 수 있을 정도의 명성이 높은 인물이 꽤 있었다.
-경기 시작됩니다.-
경기 시작과 함께 광양의 공격이 매섭게 이어졌다. 서민수라는 국가대표 미드필더가 뿌려주는 공은 정교하였다. 그의 공을 받은 이민호와 서용호는 국방부FC의 수비진들을 모두 무너뜨리며, 골문을 쉽게 열어버렸다.
“뭐야. 전반 시작 5분 만에 첫 골이야. 역시 우리 광양은 최고라니까!”
광양 팬의 말처럼 경기시작 5분 만에 국방부의 골문이 열려버렸다. 그것도 천재적인 골키퍼라는 용지현이 지키고 있는 골문이 평범한 슈팅에 의해 열려버렸다.
“용지현이 왜 저럴까?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슛이었잖아.”
모두가 의아해 하였다. 장두관의 말처럼 쉽게 막을 수 있는 평범한 슛이었다. 하지만 용지현은 그 공을 잡지 못하였다. 방향을 잡았지만, 공이 이미 지나쳐 간 후에 일어난 그의 행동이었다.
“용지현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서용호의 슛이 속도를 더 한 것입니다.”
“뭐? 그럼 용지현이 따라 갈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슛이었단 말이야?”
장두관이 눈으로 직접 보았지만, 충분히 용지현이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세령의 말처럼 그의 공은 무척 빨랐다. 용지현이 평소와 같이 생각하면서, 그의 공을 제대로 캐치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 후로, 이어지는 광양의 공격은 용지현이 모두 막아내고 있었다. 단 한 번…….그 첫 골을 제대로 막지 못한 탓에 용지현은 전반전 경기가 끝나가는 동안,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전반전 끝납니다.-
전반전이 종료되었다. 국방부도 수없이 많은 슈팅을 날렸지만, 역시 광양의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힘내자. 광양과의 경기는 우리가 무승부만 거둬도 되는 경기다.”
연동훈이 모든 선수들을 향해 말했다. 그의 말처럼 광양과는 무승부로도 충분히 이긴 경기라 할 정도로 벅찬 상대였다.
선수들은 그의 말을 들은 후, 다시 한 번 파이팅을 외쳤고, 후반전을 맞이하였다.
-추강의 슛이 골포스트를 맞고 팅겨 나갑니다.-
-이민구의 슛! 골포스트를 넘어갑니다!-
-오형호! 슛! 아…….골키퍼 정면입니다.-
-이장성의 중거리 슛! 역시 골키퍼에게 잡히는군요.-
-서지호! 서지호! 터닝슛! 아…….골포스트를 약간 벗어납니다!-
연이은 국방부의 맹공격이 이어졌다. 하지만 아나운서의 말처럼 공은 모두 골 문안을 외면한 채, 비켜나갔다. 그로인하여 국방부 선수들은 더욱 더 지쳐가는 듯하였다.
-남은 시간은 추가시간 2분입니다.-
2분밖에 남지 않았다. 공격은 국방부FC가 광양에 비해 거의 두 배는 더 많이 하였다. 하지만 결국 초반에 잃어버린 첫 골이 결승골이 될 것처럼 느껴졌다.
“삐익~!”
-경기 끝납니다! 광양FC! 국방부와의 3차전을 다시 승리로 가져옵니다.!-
광양은 홈에서 국방부를 두 번 이겼다. 그리고 원정에서 1패를 당했다.
“모두 수고했어. 아직 경기 남았으니 더 힘내자.”
세령은 기죽은 듯 고개를 숙이고 들어서는 선수들을 다독거렸다. 특히 용지현은 안아주었다. 자신의 실수로 인하여 첫 골을 내주었고, 그 골이 결국 패배의 원인이 되어버린 골이었다.
세령은 한 동안 자신보다 훨씬 큰 용지현을 안아주었다.
“광양과의 경기에서 패해, 우리 국방부가 3위로 내려앉았습니다.”
우려하던 각본이 작성되어버렸다. 광양과 경기FC가 모두 이겼다. 그래서 두 팀은 승점 3점씩을 가져갔지만, 승점2점차로 앞서 있던 국방부는 3위로 내려앉으며, 오히려 그들과 승점1점차로 내려앉아 있는 상태였다.
“아직 남은 경기는 많네, 충분히 이루어 낼 수 있으니 너무 조금해 하지 말게나.”
광양과의 경기가 있은 후, 회의실에는 모처럼 장관이 자리하여 앉았다. 그리고 정책기획관이 직접 브리핑을 하였고, 그에 대해 장관은 여유가 있음을 말하였다.
하지만 마음은 그리 편치 않았다. 광양은 쉽게 패배하는 팀이 아니었다. 즉. 광양과의 마지막 36라운드 경기에 따라 클래식리그로 오르는 팀이 정해질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 질 수 있었다. 거기에는 국방부FC와 함께 광양과 경기FC가 3파전을 할 것으로 보였다.
그 후, 국방부의 선수들은 더욱 더 많은 훈련을 하였다. 단지 공격과 방어를 하는 훈련이 아닌, 선수들에게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도록 하였다.
그로인하여 선수들은 진정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이어지는 경기에서도 제로 톱을 시험하였고, 그 결과는 대 만족이었다. 정확히 골게터가 정해지지 않았으니, 공격성을 지닌 미드필더들도 공격 진영을 휘집고 다니며 골문을 열어젖혔고, 국방부를 상대하는 팀들은 그들의 놀라운 변화에 멍할 수밖에 없었다.
국방부의 연승은 광양과 경기FC의 연승과 함께 연일 보도되고 있었다. 그 누구도 예측 할 수 없는 승격 팀으로 3팀이 거론되었고, 나머지 팀들은 이번 시즌의 승격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었다.
막판까지 잘 따라오던 진주FC의 연패에 이어, 서귀포의 연패가 두 팀을 나락으로 빠뜨렸다. 진주FC는 한 때, 4파전의 주인공이기도 하였지만, 원정경기에서 연속적으로 패하면서 스스로 내려앉았다.
서귀포도 초반 강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내려앉기 시작하였고, 순위가 중위권으로 밀려나 버렸다.
조금씩 기온이 떨어지는 계절이 되었다. 남은 경기는 총 2라운드. 결국 막판까지 승격 팀을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1위인 광양은 23승 6무 5패. 승점 75점으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그 뒤로 국방부와 경기FC가 나란히 22승 7무 5패. 승점 73점으로 동률이지만, 국방부가 골득실에서 두 골 차로 앞서 2위였고, 경기FC가 3위였다.
“35라운드는 경기FC와의 경기입니다. 이 경기를 무조건 잡아야만, 다음 라운드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회의실에 모두 모였고, 남은 경기에 대해 말하였다. 이강수의 말처럼 경기FC를 무조건 잡아야 할 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광양과의 경기에서 광양을 잡는다면, 막판 역전이 가능한 상태였다.
“할 수 있겠는가?”
정책기획관이 세령을 보며 물었다.
“할 수 있고 없고를 떠나,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싸워왔습니다. 더 이상 물러 설 곳이 없다면 앞으로 나가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세령은 필승을 다짐하고 있었다. 그녀를 보며 정책기획관은 미소를 지었다.
“남은 경기가 모두 끝나고 난 뒤, 자네들에게 내가 해 줄 말이 많네. 그리고 내가 언젠가 한 말이 있네. 훗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자네들에게 닥친 상황에 대해 결정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하였었네. 모두가 기억할 것으로 보네. 그리고 그 결정의 순간이 곧 올 것이네. 모두…….자신들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잘 생각해 두길 바라네.”
모두는 그를 보았다. 그리고 그가 한 말을 떠 올렸다. 결정…….더 크게 성장하기 위하여 더 큰 인물을 받아들일 것이라 여겨졌다. 모두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번 시즌에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었으니, 그 결과에 맞는 대우가 있을 것이지만, 한 편으로는 다른 방향이 전개 될 수 도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우리 모두가 떠나야 하지 않을까? 국방부FC가 많이 성장했으니, 이제 그에 맞는 사령진도 맞춰져야 하지 않을까?”
정책기획관과 함께, 이강수 등이 나가자, 소재은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녀의 말이 신빙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성장과 함께 그 성장을 더 이끌어 낼 인물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었다.
“다른 것은 신경쓰지 않겠습니다. 우린…….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령은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가 그 때까지라면 그 때까지라도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