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59 히든리거 =========================================================================
-남은 시간은 추가시간을 포함하여 약 8분 여 정도라 예상됩니다.-
아나운서의 말이 있은 후, 곧 부심이 추가시간을 표시해 주었다. 3분이었다. 아나운서의 말처럼 8분여가 남은 것이었다.
-장철수 선수! 다시 공을 몰고 갑니다. 그의 화려한 드리블에 국방부의 수비수가 다 뚫리고 있습니다.-
드리블은 진정 일품이었다. 미드필더부터 뚫고 지나쳐간 그는 수비수도 모두 따돌리며, 골문으로 향하였다.
“이것도 막을 수 있겠는가!”
장철수는 페널티박스 안으로 진입하자마자, 앞에 보이는 골문을 향해 강한 슛을 질렀다.
-장철수! 슛!-
‘탁! 팅!’
“뭐…….뭐야 대체!”
막혔다. 진정 페널티킥과 같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지른 그의 슛도 용지현이 막아냈다. 비록 잡은 것은 아니지만, 펀칭으로 쳐 냈고, 그 공은 골포스트를 맞고 골라인을 벗어났다.
장철수는 멍하였다. 이번 경기에 자신이 지른 슛이 모두 일곱 차례였다. 하지만 단 한골도 얻지 못하였다.
코너킥도 무산되었다. 곡선을 그리며 잘 넘어온 공이지만, 용지현이 먼저 뛰어올라, 장철수의 머리에 닿기 전, 낚아챘다.
장철수의 표정은 더욱 더 굳어졌다. 촉망받고,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든 그가…….지금 몸값이라고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군인들 급여와 같은 이들보다 더 못한 경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국방부의 역습이 다시 이어집니다!-
국방부의 역습 상황이 전개되고 모두가 빠르게 수비로 나서고 있었지만, 여전히 장철수는 국방부진영에서 나오지도 않고 있었고, 움직이지도 않으며,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하였다.
-오형호! 센터링!-
오형호의 센터링이 아주 제대로 들어서고 있었다.
-이장성! 헤딩슛!“
‘팅!’
-골포스트를 맞고 나옵니다! 추강! 추강! 그대로 슛!-
골포스트를 맞고 페널티박스 외부까지 튕겨 나온 공은 추강이 바로 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슛을 날렸다.
‘철렁!’
“와아아아!”
종료 직전이었다. 국방부의 공격은 흐름이 깨지지 않았다. 추강의 중거리 슛이 오랜만에 나왔고, 그 공은 그대로 골문을 향해 들어섰다.
-국방부FC! 상무를 맞아 4강에서 형님을 내려앉힙니다!-
아나운서의 멘트가 더 압권이었다. 아우가 형님을 무릎 꿇게 만들었다.
-경기 끝납니다! 국방부FC. 창단 첫 회에 FA 컵 결승에 오릅니다!-
이변이 일어나고 있었다. 국방부가 창단 첫 회 FA컵의 결승에 올랐다. 정규시즌을 1위로 달리는 것도 이변이었지만, FA컵 결승행의 이변이 더욱 더 컸다.
국방부FC의 모든 선수와 코치진들이 그라운드 위로 올랐다. 서로 얼싸 안으며 축하였고, 그들의 환호 속에 장철수는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벤치에 서 있는 세령에게로 돌아섰다. 그녀를 보며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고 있었지만, 세령은 그를 향해 미소를 지어주었다.
“쳇…….”
장철수는 그 즉시 그녀의 시선을 피한 채, 그라운드를 내려서기 시작하였다.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상무의 감독과 코치에게도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그의 행동에 상무 감독의 표정도 굳어졌고, 코치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국방부가 포기한 후, 상무의 코치는 하루가 멀다 하고 그를 찾아갔다. 그리고 설득하였다. 비로소 천재적인 공격수를 얻었다고 여겼지만, 한 편으로는 애물단지를 데리고 온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고 있었다.
경기를 끝내고 모두 벤치로 들어섰고, 곧 라커룸으로 향하였다.
“오랜만이네 이 감독.”
그리고 그녀의 뒤로 체육부대장이 다가섰다. 장두관은 그에게 경례하였고, 세령도 그를 보며 경례하였다.
“잘 지내셨습니까?”
세령은 미소를 지으며 안부를 물었다. 자신에게 아주 큰 역할을 맡도록 한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체육부대장이었다.
“내가…….자네를 아주 제대로 본 듯 해, 정말 훌륭한 팀으로 만들었어.”
부대장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곧 상무의 감독도 그녀의 옆으로 왔다.
“짧은 시간에 어찌 이런 팀을 만들 수 있었습니까? 부럽습니다.”
상무 감독은 진심이었다. 그는 세령의 지도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고, 부대장도 그녀의 성장이 굉장히 빠르다는 평을 내 놓았다.
“저 혼자만의 성과는 아닙니다. 장소령님은 물론, 선수들의 뒷바라지를 마다하지 않은 연중사와 함께, 선수모두의 뜻에 의해 성장한 것입니다.”
세령은 두 사람의 칭찬을 모두 돌리고 있었다. 장소령의 도움과 연동훈의 뒷받침. 모든 것이 제대로 맞아 떨어졌고, 무엇보다 선수들의 열정이 성장과정이라 말하였다.
상무감독은 비록 패배한 경기지만, 전, 후반 90분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 자신의 지도자경력을 뛰어넘는 세령의 지도력에도 감탄하였고, 선수들의 열정에도 감탄하였다.
이날의 경기는 또 다시 뉴스매체를 다 덮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아시아축구연맹의 홈페이지에도 게재되었다.
그로인하여 국제연맹의 홈페이지에도 오늘의 경기는 올랐고, 세령의 지도력이 알려졌다. 또 한 국방부FC에 속한 선수들의 이력도 모두 소개되었다.
“국방부FC가 제대로 사고치고 있군.”
한국 축구연맹에서도 미소가 지어지고 있었다. 한동안 한국축구가 국제축구에 모습을 보인 적이 거의 없었었다. 하지만 이처럼 국방부FC의 돌풍으로 인하여 다시 한국축구가 알려지고 있는 것이었다.
"FA컵 결승은 11월에 있다. 그리고 그 상대는 서울이다.“
같은 시간 열린 또 다른 준결승에서는 서울이 부산을 잡고 결승에 올랐다. 이로써 국방부는 연이은 클래식 팀들과 FA컵을 치러야했다.
그리고 현재 서울에는 연태민이 뛰고 있었다. 그리고 제대하면 오형호가 서울로 향할 것이었다.
연동훈은 결승상대에 대해 말하고서는 선수들에게 미소를 지었다.
“왜 웃어?”
세령이 그를 보며 물었다.
“그냥 웃음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왜 웃냐고?”
“이대로 가다보면 우리 선수들이 모두 클래식 무대로 오를 수 있는 것과 함께, 혹시나…….해외리그에서도 러브콜이 올 수 있지 않습니까?”
연동훈은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는 중이었다. 해외리그의 스카우트들은 정확한 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우수한 선수를 컨텍하고, 또 그들의 영입을 위하여 구단에서 많은 경비를 지출한다.
그런 상황에서 그들의 눈이 국방부FC까지 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FA컵 4강전이 끝나고 난 뒤, 휴식기가 있었다. 그리고 선수들에게도 모처럼 휴가가 주어졌고, 국방부FC는 오랜만에 가지는 휴식으로 인하여 마음이 편하였다.
“남은 경기는 12라운드입니다. 올해는 챌린지리그에 속하는 팀이 두 팀이 늘었고, 처음으로 각팀마다 4경기씩 치르는 방식으로 채택된 뒤, 그 경기 일정이 평년보다 빠르게 마무리 될 것입니다.”
모든 선수들이 휴가를 맞이하여 국방부를 나서고 난 뒤였다. 세령과 연동훈, 그리고 일부 코치진들과 장두관, 소재은은 국방부에 남아 있었고, 이강수가 그들을 회의실로 모운 뒤, 남은 일정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팀 개편이 있기 전에는 12월이 되어서야 모든 경기가 끝났다. 하지만 열 개 팀이 처음으로 참가한 이번 시즌에는 초반에 많은 경기를 몰아서 하였고, 후반기에는 클래식무대에 오르는 팀에게 휴식을 주기위하여 일정을 많이 앞당겼었다.
그로 인하여 10월에 정규시즌이 마무리되고, 우승이 확정된 팀은 다음 시즌, 클래식무대에서 뛰게 되는 것이었다.
즉. 우승을 확정한 팀은 마음 놓고, 다음 달까지 휴식을 취할 수 있지만, 클래식무대에서 내려앉아야 할 팀은 하루하루가 지옥을 넘나드는 나날이 되는 것이었다.
“정책기획관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모든 선수들이 휴가를 갔고, 국방부FC는 한산하였다. 정책기획관은 세령과 연동훈, 그리고 장두관과 함께 그라운드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벤치에 앉아 있었고, 곧 한 장교가 다가와 정책기획관을 불렀다.
“손님?”
정책기획관의 그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행정반으로 향하였고, 세 사람은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우린 남은 12라운드를 어떻게 마무리할 지에 대해 의논하지.”
장두관이 말했다. 12라운드에서 중점적으로 검토해야 할 팀은 광양과 경기FC. 그리고 진주였다. 비록 진주와는 승점차가 벌어져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 없었다. 각기 이 팀들과 적어도 한 번씩의 경기가 남았다.
“경기FC와 진주와의 경기는 한 경기씩이 남았지만, 광양은 두 번 남았다. 그 두 번의 경기에서 승리해야만이 우리의 우승이 가까워진다.”
장두관이 남은 경기에 대해 다시 말하였다. 그의 말처럼 가장 중요한 경기는 광양과의 경기였다. 매 경기마다 절대 승, 패를 알 수 없는 경기가 광양과의 경기였다.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경기가 시작되면 광양의 움직임에 의해 끌려가던 경기였다.
“오랜만입니다.”
정책기획관이 행정반에 들어서자, 그들은 정책기획관을 향해 손을 내밀며 말하였다.
그리고 정책기획관도 오랜만에 그들을 보는 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받았다. 정책기획관을 찾아온 사람은 두 사람이었고, 모두가 외국인이었다.
“그 동안 국방부FC의 경기는 모두 보았습니다. 정말 화려하였고, 충분히 국제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인물이 몇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즌을 끝으로 국방부FC의 성적과는 관계없이 해당 인물을 원하는 구단으로 보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들은 외국인이다. 그리고 그들의 말을 들으면, 그들의 신분도 알 수 있었다. 바로 스카우트 들이었다. 외국인이니, 국내 리그의 스카우트는 아니었다.
그리고 이들은 국방부FC가 첫 시즌을 맞아 경기에 임할 때, 대부분의 경기를 직접 관전하였던 인물이기도 하였다.
“괜찮은 인물이 있었습니까?”
정책기획관이 물었다.
“네. 있었습니다. 이미 해당 인물에 관한 자료는 그들을 필요로 하는 각기 구단에 전달을 해 두었고, 그 내용을 모두 본 관계자들이 흡족해 하고 있었습니다. 세계의 각 구단에서 흥미를 가진 인물들의 명단입니다.”
그들은 정책기획관에게 하나의 서류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정책기획관은 그가 준 서류를 보았고,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던 중, 어느 부분을 보면서 표정이 굳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