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158화 (158/163)

00158  히든리거  =========================================================================

일단 국방부와 상무. 즉. 군인이 중점이 된 두 팀 간의 선수들 경기라 그 관심은 더욱 더 증폭된 것이었다.

-오늘 경기는 군인들의 진정한 군대스리가를 보여주는 한 판이 될 듯합니다. 한 층 더 업그레이드 된 군대스리가의 실력. 그 중심에 상무와 국방부FC가 있습니다.-

아나운서의 목소리도 흥분된 억양이었다. 비록 대단한 팀들은 아니지만, 모든 축구팬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하였다. 그리고 최소 60만 장병들을 TV앞으로 끌어모우는 확실한 경기였다.

-먼저 상무의 선발라인업입니다. 상무는 이번에 입대한 장철수 선수를 최전방 원톱으로 내세웠습니다. 화려한 구단들의 러브콜을 버리고 군대에 입대한 장철수 선수. 그가 선택한 곳은 상무였습니다. 역시…….축구의 인생을 살고 있는 장철수 선수가 선택한 곳은 클래식의 상무였습니다.-

먼저 상무의 선발라인업을 소개하며 장철수의 말이 나왔다. 아나운서는 장철수가 국방부가 아닌 상무를 선택하며, 여전히 클래식무대를 누빌 것임을 말하였다.

그리고 곧 11명의 선발 선수를 발표하였다.

-이에 맞서는 국방부FC입니다. 상무인 형님에게 도전하는 아우의 입장에 선, 국방부FC 하지만 그들의 용맹함은 이미 상무를 뛰어넘었다는 평이 많습니다. 먼저 최전방 공격수로는 이민구와 함께 서지호가 섰습니다.-

의외였다. 원톱인 이민구가 아닌, 투톱으로 경기에 나선 세령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앙미드필더의 포지션을 가진 서지호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는 첫 번째 경기였다.

-뒤를 이어, 추강 선수와 설태구, 오형호 선수가 섰습니다. 그 아래로 지호형과 여형민이 섰습니다. 이번 상무와 경기는 대부분의 선수가 국방부FC로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은 선수들로 구성이 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의 말처럼 최전방을 책임지는 공격수나, 미드필더 진영에는 추강과 설태구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신입 장병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실력은 이미 검증되었다. 화려하고 화끈하며, 무엇보다 패기가 넘쳤다.

-포백으로는 여민호, 장강식, 우근우, 민철환이 섰습니다. 그리고 골키퍼로는 용지현이 섰습니다.-

포백라인은 거의 퍼펙트를 보여주었던 라인이 구성되었고, 수문장은 용지현이 섰다. 용지현은 지난 식중독 사건이후, 회복이 되었고, 그의 실력은 여지없이 완벽하게 보전 중이었다.

-경기 시작됩니다.-

상무와 국방부의 4강전이 시작되었다. 두 팀은 군인들답게 함성이 엄청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무의 감독과 코치진은 자신들과 라이벌이며, 한 편으로는 가족인 국방부의 벤치를 향해 미소를 지어주었다.

비록 초반에는 서로 삐거덕 거렸지만, 이제 서로 도움을 주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던 팀이었다. 하지만 4강전은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상무의 공격이 매섭습니다. 중앙에서 사이드로, 또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공격이 아주 빠르며, 국방부의 포백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포백이었지만, 상무의 빠른 전개에 하나씩 무너지고 있었다.

-장철수! 슛!. 용지현 선수의 두 손에 잡힙니다!-

장철수의 첫 슈팅이 나왔다. 골문을 향해 정확하게 날아갔고, 슛을 지른 후, 미소를 짓고 있던 장철수의 표정은 이내 굳어졌다.

그는 용지현을 알지 못한다. 축구를 조금만 안다면 모두가 알고 있는 골키퍼 용지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슛을 너무나 쉽게 막아내는 그를 보며 놀란 눈을 하고 있었다.

“용지현은 여전하군.”

상무의 감독이 홀로 중얼거렸다. 그도 용지현의 골키퍼 능력을 높이 본 인물이었다.

-국방부의 역습이 이어집니다.-

국방부의 역습은 수준급이다. 용지현에게서 시작된 역습은 중앙의 지호형을 거쳐, 곧바로 오형호에게 전달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이민구와 서지호, 추강은 어느새 페널티박스 인근까지 가 있었다.

-오형호선수! 중앙을 보며 센터링!-

오형호의 센터링은 정교하면서 낮게 깔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공은 정확하게 추강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추강! 추강 발리슛!-

‘탁! 팅!’

-아깝습니다! 골키퍼의 정면으로 날아가며,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골포스트를 맞고 골라인 아웃됩니다.-

시작 10분 만에 첫 골을 만들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상무에게 운이 따랐다. 골키퍼 정면으로 향한 공은 골키퍼의 별다른 방어 없이도 그의 몸에 맞고 골라인을 벗어났다.

“저 놈…….꽤 하는데.”

추강의 공격력은 이미 앞 선 강원 전에서 보았던 장철수였다. 그는 조금 전 일어난 추강의 슛에 굳은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공격수라도 위험할 때는 수비까지 내려가는 거다.”

곧 장철수의 옆으로 지호형이 다가서며 말했다. 그의 말에 장철수는 굳은 표정을 지었고, 그를 노려보았다. 비록 자신보다 계급은 높지만, 지금은 엄연히 다른 팀에 속한 선수사이였다.

-국방부의 코너킥이 무효로 끝나며, 다시 상무의 공격이 이어집니다.-

상무는 클래식에서 보여주었던 매서운 공격이 없었다. 오로지 단조롭고, 장철수를 이용한 공격루트가 대부분이었다.

마치 지난 날, 서귀포의 경기를 보는 듯 하였다. 서귀포는 천재적인 골게터 강석중을 이용한 공격루트만을 주로 보여주는 단조로운 공격력을 가졌던 팀이었다.

-장철수 선수! 다시 골문을 향해 달립니다. 그대로 슛!-

“이번엔 잡지 못할 것이다…….”

‘탁!’

“!!!”

그는 약 20미터 정도의 거리에서 골문 모서리를 향해 슛을 질렀고, 홀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공은 골대 안으로 들어서지 못했고, 용지현의 손에 떡하니 잡혔다.

-용지현 선수! 길게 스로인!-

용지현은 잡은 공을 길게 던졌다. 이는 용지현이 보내는 역습의 신호였다. 그의 공은 대부분 추강이 바로 잡았다. 이번에도 추강이 그의 공을 중앙선 인근에서 잡은 후, 곧바로 사이드로 치고 들어서는 오형호에게 패스하였다.

-오형호 선수! 사이드가 아닌, 페널티박스 모서리로 공을 몰고 들어섭니다!-

보통 윙어들은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센터링을 올리는 것이 임무였다. 하지만 오형호는 그 공을 직접 몰고 골문을 향해 다가서고 있었고, 모두가 자리에서 엉덩이를 반 쯤 떼면 보고 있었다.

-오형호 선수! 그대로 슛!. 아! 아깝습니다. 골대를 살짝 벗어납니다!-

약간 높은 슛이었다. 골키퍼의 방향은 완벽하게 속였지만, 그 공은 골포스트의 굵기만큼 약간 높이 뜬 채, 골문을 벗어나고 있었다.

“대체…….이 놈들 뭐야? 다들 슈팅력이…….”

조금 전 오형호의 슈팅에 장철수의 심장은 굉장히 큰 소리를 내며 요동치는 듯하였다. 공격자의 슛은 강하고 정교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미드필더들의 슛이 저 정도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장철수 저 놈…….표정 보입니까?”

연동훈은 국방부 진영에서 멍하니 서 있는 장철수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그의 표정을 장두관은 물론 세령도 보고 있었다.

“아주 똥씹은 표정입니다.”

연동훈은 그의 표정을 보며 웃었다. 비록 상대팀의 선수를 보며 비웃는 것은 코치진으로 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그의 나쁜 성격을 꼬집는 그의 표정이었다.

-장철수 선수의 공격은 매번 용지현의 손에 그대로 잡히고 맙니다. 장철수 선수가 수원에 있을 당시, 그의 슛은 진정 골키퍼들에게 공포의 슛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슛은 용지현선수에게 그저 평범한 슈팅으로 밖에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나운서의 멘트를 들은 장철수의 표정이 더 일그러졌다. 자신이 클래식무대에서 뛸 당시, 진정 자신의 슛은 공포의 슛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공포가 없다. 그냥 일반적인 슛일 뿐이었다.

-전반전 종료됩니다. 상무의 이렇다 할 공격이 없었던 상태로 전반전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상무는 장철수가 지른 네 번의 슛이 모두였다. 반면에 국방부는 쉼 없이 상무의 골문을 노크하였지만, 상무에게 운이 따르던 슛이 많았다.

“후반전에 지호형대신 이장성이 투입된다.”

지호형의 플레이가 좋았지만, 다리를 약간 절룩거리는 것이 세령의 눈에 보였고, 그로인하여 즉시 이장성으로 교체하였다.

이장성도 중앙미드필더 역할을 제대로 하는 선수였다. 큰 키에 공격선수로 나설 수도 있지만, 세령은 그에게 중앙미드필더로써의 임무를 주었다.

-후반전 시작됩니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국방부의 공격은 이장성을 시작으로 아주 빠르고 매섭게 진행되고 있었다. 큰 키로 성큼성큼 뛰어가며 추강과 주고받는 패스를 하였고, 곧 공간을 잘 보며 다니는 여형민에게 패스를 해주자, 여형민은 페널티박스 중앙에서 곧바로 이민구에게 공을 내주었다.

-이민구 선수! 그대로 슛!-

‘펑!’

이민구의 슛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였고, 골키퍼는 두 손을 모아 그 공을 멀리 쳐냈다.

-달려오는 이장성 선수! 그대로 슛!

‘철렁!’

-골! 골입니다! 이장성의 중거리 슛이 상무의 골문을 엽니다!-

이장성의 중거리 슛은 추강의 트레이드마크인 비행기 이륙 슛처럼 골문을 향해 낮게 깔리며 들어갔고, 조금 전, 이민구의 슈팅을 쳐내며,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골키퍼가 다시 자기 자리로 이동하기 전, 공은 골네트를 흔들고 있었다.

-국방부FC. 후반 5분에 첫 선취득점을 만들어 냅니다!-

예상과는 달리 첫 득점은 국방부가 하였다. 장철수를 믿고 공격적으로 나서던 상무는 용지현을 뚫지 못한 장철수로 인하여 득점을 만들지 못하였고, 국방부는 여러 선수가 돌아가면서 지른 슛에 의해, 이장성이 첫 골을 터트렸다.

“잘했어!”

연동훈은 두 손을 번쩍 치켜들며 소리쳤다. 장두관도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고, 세령도 박수를 쳐 주었다.

또 한 상무의 감독도 조금 전 이장성의 슛에 대해 박수를 쳐 주었다.

국방장관은 국방부FC에게 더 애정이 가고 있지만, 그렇다고 상무를 버려두고 국방부만을 응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다. 이는 정책기획관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자신이 두 팀 모두에게 관여하고 있기에, 어느 한 팀을 몰아서 응원할 수 없는 입장에 선 인물들이었다.

어느새 경기도 종반으로 치닫고 있었고, 곧 후반 40분을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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