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157화 (157/163)

00157  히든리거  =========================================================================

‘철렁!’

-골! 골입니다! 국방부FC 후반 시작과 함께, 진주의 골문을 열었습니다. 그 첫 번째 득점자는 오형호 입니다!-

후반전이 시작되었고, 세령의 전술은 오래 지나지 않아 바로 빛을 발하였다. 오른쪽에서 주로 뛰었던 오형호가 중앙으로 섰고, 추강의 뒤를 받쳐주었다.

그로인하여 상대 수비수가 오형호를 제대로 커버하지 못한 채, 공간을 내어주었고, 오른쪽으로 자리이동을 한 지형구가 올려준 센터링을 오형호가 발리슛으로 멋진 첫 골을 만들어내었다.

“뭐야. 선수들의 위치가 다 바뀌는 바람에 우리 선수들이 해당 선수를 제대로 마크하지 못하고 있잖아.”

진주 감독은 완전 바뀌어버린 국방부의 각 선수별 포지션에 의해 진주의 수비진들이 자신이 커버해야 할 선수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고, 그로 인하여 후반 시작과 함께 골을 내어주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국방부FC! 선수들의 위치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수비수와 골키퍼인 구자훈을 제외하고, 공격진들의 위치가 모두 바뀌며 진주FC에게 혼동을 주고 있습니다!-

그저 단순한 포지션 변경이라면 상대 선수가 쉽게 적응할 수 있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오른쪽 윙어였던 오형호가 중앙 쉐도우 자리로 서고, 추강이 스트라이커로 올라서며, 이민구와 서로 위치변동을 자주하였고, 또 한 여형민이 중앙과 쉐도우 자리를 번갈아 가며 움직이니, 진수 선수로써는 누가 누구를 마크해야 할지 당연히 혼동이 올 것이었다.

‘철렁!’

-진주FC! 또 다시 한 골을 내어줍니다!-

후반 30분. 이번엔 이민구의 골이 터졌다. 그리고 이민구는 페널티박스 안쪽이 아닌, 조금 전까지 오형호가 섰던 쉐도우 자리에서 강력한 슛을 질렀고, 그 슛이 그대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이민구는 자신의 데뷔전 때, 페널티박스 안에서의 움직임보다 그 외곽에서의 움직임이 더 좋았었고, 추강처럼 아주 먼 거리에서 지른 중거리 슛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심어주었었다.

그리고 지금. 그 때와 같은 중거리 슛이 나오며 진주의 골문을 다시 열었다.

“삐익!”

-경기 끝납니다. 전반전의 무료하였던 경기와는 달리, 후반전에는 국방부의 화려한 변신을 보게 되면서, 진주FC가 국방부FC에 0대2로 무릎을 꿇습니다.-

진주는 3차전도 패배하였다. 국방부를 상대로 세 번의 경기를 치렀고, 매 경기마다 두 골을 내주며 완패를 하고 있었다.

3번을 모두 패배하였지만, 역시 진주의 홈팬들은 여전하였다. 그들은 열띤 응원을 경기가 끝났는데도 이어하고 있었고, 자신이 응원하던 진주선수들을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고 있었다.

“저 모습이 진정한 스포터즈다. 경기의 승, 패와는 상관없이 모두 한마음으로 자신의 팀을 응원한다. 모두 열심히 하였으니, 저들에게 당연히 박수 받아 마땅하지.”

세령은 그들을 보며 진정한 팬심이라 말하고 있었다. 야유와 투척이 아닌, 오로지 함성과 박수만을 보내는 팬들. 지금 진주의 홈팬들은 모든 축구팬들의 표본이 되는 행동들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진주와의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면서, 국방부는 여전히 1위 자리를 고수하게 되었다. 그리고 2위인 광양과 3위인 경기FC도 모두 승리하면서 승점차는 여전히 2점이었지만, 진주는 국방부에 패배하면서 승점차가 더 멀어지게 되었다.

“26라운드를 끝내고, 우리 국방부FC는 16승5무4패의 성적이며 승점은 53점으로 여전히 1위로 달리고 있습니다. 그 뒤를 이어 승점 51점으로 광양과 경기가 뒤따르고 있으며, 진주FC는 이번 우리와의 경기에서 패하면서 승점차가 많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난 뒤, 모두 국방부로 복귀하였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시즌 경기로 인하여 매번 경기가 끝날 때마다 회의가 있었고, 다가올 경기에 대해서도 미리 준비하는 단계를 빼놓지 않고 있었다.

“남은 경기는 이제 12경기입니다. 그리고 우리 국방부는 FA컵을 병행해야 하기에 선수들의 체력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강수의 말대로 이번 주부터 다시 FA컵이 시작이다. 8강전이며 떨어지면 그것으로 바로 끝이지만, 승리할 경우, 4강전을 대비해야 한다.

회의가 끝난 후, 모두 회의실을 나섰다. 세령과 연동훈도 회의실을 나선 후, 곧바로 선수들의 숙소로 향하였다.

“이제부터…….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하게.”

정책기획관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장관을 만났고, 장관은 그를 보자마자 말하였다.

정책기획관은 그의 말을 들은 후, 표정이 잠시 굳어졌다. 무엇을 시작하라는 뜻인지 그는 잘 아는 듯, 짧게 답한 뒤, 어디론가 전화를 하였고, 곧 유창한 영어로 대화를 한 뒤, 전화를 끊었다.

“다음 경기부터…….우리 국방부FC를 보기 위한 많은 스카우트들이 경기장을 찾을 것입니다. 진정…….장관님과 제가 이루고자 한, 우리 장병들의 미래에 대해…….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정책기획관이 말하였고, 장관의 표정도 잠시 굳어졌다. 장병들의 미래를 밝혀주기 위한 사업. 그리고 그 시작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밝아야 할 표정이 굳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첫 시즌에 성적이 좋다고 너무 빨리 일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만에 하나 서둘러 일을 진행하다, 진정 죽도 밥도 되지 않은 일이 일어난다면, 앞으로 국방부FC의 선수들의 앞날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축구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FA컵 8강전인 국방부FC와 강원의 경기를 중계 방송해 드리겠습니다.-

챌린지리그와 클래식리그의 FA컵 대결이었다.

비록 강원이 10위권에 머물고 있는 팀이지만, 그래도 클래식리그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에, 강원의 우세를 점치는 전문가가 많았지만, 일부는 국방부의 무서운 돌풍에 강릉마저 제물이 될 것이라는 평도 많았다.

FA컵은 전체리그를 통틀어 진행되는 경기였다. 강원은 국방부FC가 챌린지리그 1위로 달리고 있지만, 어려운 상대는 아니라 여겼다. 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뭐야? 챌린지리그에 있는 팀이 저리 강해?”

강원팬마저도 국방부의 경기력에 넋을 놓고 있었다. 국방부는 화려한 볼 드리블은 물론, 화끈한 중거리 슛을 통해 강원의 골문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었다.

공격수라고 딱 정한 인원들만이 공격에 나서는 것이 아니었다. 이미 멀티플레이의 모든 것을 조금씩 익히며 경기에 임하고 있었던 국방부는 최전방 공격수인 이민구는 물론, 추강과 오형호, 그리고 설태구와 지형구 등, 공을 가지고 페널티박스 인근으로 가는 선수라면 누구나 할 것 없이 공격을 퍼 부었고, 그로인하여 강원의 골문은 속수무책으로 열리고만 있었다.

-경기 끝납니다. 국방부FC와 강원의 경기는 국방부FC의 4대0이라는 스코어로 국방부의 승리로 끝납니다.-

이슈였다. 각종 스포츠매체는 물론, 일반 뉴스에서도 강원의 패배에 대해 모두가 놀란 눈들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국방부의 놀라운 변화에 모두 놀란 것이었다.

장관의 입은 귀에 걸렸다. 강원을 잡고, 4강에 진출하였다. FA컵에서도 좋은 성적을 이어가고 있으며, 무엇보다 리그에서 여전히 1위로 달리고 있기에, 첫 시즌에 2관왕을 할 수 있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울 수 있을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이슈는 연일 이어졌다. 국방부에서 뛰는 이민구가 제대와 함께, 서울에서 뛰기로 계약이 들어오고 있었다. 이는 진정 최대의 뉴스였다. 이제 입단한지 한 달정도 된 이민구의 공격력에 서울이 먼저 노크를 한 상태였다.

그리고 이민구가 제대한 후, 서울로 향하면, 연태민에 이어 서울로 들어서는 국방부FC의 두 번째 선수가 되는 것이었다.

또 한 오형호는 수원에서 영입제의가 들어왔다. 이미 가족 모두가 축구이력이 있는 오형호의 수원입단 제의는 그 가족들을 모두 환하게 웃도록 만들었고, 축구에 대해 학연, 지연으로 그동안 홀대받았던 분위기를 완전 바꿔 놓았다.

“이거…….경사가 매일같이 이어지니 하루하루가 마치 꿈속을 헤매고 있는 듯 한 기분이군.”

장두관이 선수들의 숙소로 들어서며 말했다. 강원을 잡았다는 것도 있지만, 이미 서울과 수원에서는 이태성과 연태민의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는 중이었다.

이적료 없이 데리고 온 두 선수가 몇 억의 이적료를 지불하고 데리고 온 선수들보다 더 월등한 경기를 펼치고 있으니, 그들에게는 국방부FC의 선수가 마치 보물덩어리였다.

“FA컵 4강 상대가 정해졌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하루하루 기분 좋게 연습을 하고 있을 때, 이강수가 선수들을 모두 불러보았고, 곧 세령과 장두관을 보며 말했다.

“4강 상대는 상무입니다.”

“상무…….”

세령이 나지막이 말했고, 장두관은 그녀를 보았다. 상무는 클래식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으며, 무엇보다 같은 군인들 팀이었다.

같은 군인들이 모여 4강전을 치러야 할 상황이었다.

“상무가 강하기는 하지만, 한 번 해볼 만하다.”

장두관이 모두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세령을 보고, 서재호를 보았다.

“상무에 간 놈에게 우리 국방부의 강함을 보여줘야 하잖아. 모두 상무마저 잡아보자.”

장두관의 말을 들은 후, 두 사람의 기억 속에는 동일 인물이 떠올랐다. 바로 장철수였다. 세령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복수심의 일종으로 상무에 입단한 장철수가 떠올랐다.

“장철수의 실력을 제대로 보자.”

세령도 곧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신에게 격한 말을 내 뱉었던 장철수. 그의 실력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였다.

“이번 FA컵 4강전은 최정예로 나간다. 모두가 최정예지만, 내가 말하는 최정예는 컨디션이다. 자신의 몸에 단 하나의 이상도 없다고 여긴다면, 모두 선발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다음 주, 4강전이 국군체육부대에서 열리니, 모두 준비해.”

세령은 국방부의 4강 상대가 상무이며, 상무와의 경기는 원정으로 열린다는 말을 들은 후, 모든 선수들에게 선의의 경쟁을 알렸다.

누구하나 빼놓고 갈 필요는 없었다. 모두가 멀티 플레이어들이다. 골키퍼를 제외하고는 그 어디에 서도 제 기능을 모두 발휘 할 선수들이었다.

시간은 여지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모두가 결승전보다 더 중요한 군인들 간의 결정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축구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금일. FA컵 4강전. 국방부FC와 상무와의 경기를 중계해 드리겠습니다.-

드디어 막은 올랐다. 4강전이지만, 다른 구장에서 열리는 4강 경기에 비해 많은 관심이 쏠리는 경기였다. 스포츠매체는 물론, 스포츠팬들의 관심도 어마어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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