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152화 (152/163)

00152  히든리거  =========================================================================

“방법은…….없겠나?”

“일단 신교대에서는 방법이 없습니다. 신교대에서 자칫 사병의 마음이 삐뚤어지면, 대형사고가 일어납니다. 뭐…….정 그러시다면 자대배치를 받은 후, 그 때. 해당 부대로 가서 다시 한 번 만나보십시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행정장교의 말처럼 지금은 장교라고 해서 군 사병들에게 막무가내로 할 수 없는 시기였다. 자칫 사병이 마음을 달리 먹으면 진정 대형사고가 일어나고 있는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할 수 없이 다시 발길을 돌렸다.

“이래저래…….한 놈을 두고 너무 열 내고 있는 것 아닙니까? 이쯤에서 그만 접고…….각자 다른 선수들을 알아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상무의 코치가 신교대 정문을 나서자마자 장두관에게 말했다.

“코치님께서는 다른 선수들을 물색하십시오. 난 장철수를 잡아야겠습니다.”

하지만 장두관은 그의 말에 콧방귀를 끼며, 그대로 차량을 몰고 부대를 벗어났고, 상무의 코치는 그 자리에 서서 쓴 표정만을 짓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니, 일단 그렇게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장두관은 돌아오는 길에 이강수에게 이와 같은 내용을 알렸고, 이강수는 그 즉시 정책기획관에게 장두관의 말을 전하였다.

이태성을 대신하여 이민구를 채웠지만, 연태민을 대신할 장철수는 아직 끌어당기지 못한 상태였다. 그리고 한 달 전 보았던 1사단의 이장성과 서지호는 곧 국방부FC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광양전을 승리로 장식한 후, 국방부의 1위 독주는 계속 이어졌다. 이어지는 19라운드와 20, 21라운드 모두를 승리로 장식하며, 이제 광양과도 승점을 5점차로 벌여놓았다.

“저기 들어옵니다.”

2주 사이에 세 번의 경기를 치렀고, 이내 모든 절차를 다 마무리 한, 이장성과 서지호가 국방부FC로 들어서는 날이었다. 그리고 서재호의 차량이 들어오며 연동훈이 말하였다.

장두관과 이세령이 두 선수를 맞이하기 위하여 주차장으로 향하였고, 곧 이장성과 서지호가 내린 후, 두 사람을 향해 힘찬 경례를 하였다.

이장성과 서지호를 처음 본 후, 약 5주가 지난 후에야, 그 두 사람을 완벽하게 국방부FC로 편입시킬 수 있었다.

“이제부터 우리 국방부FC는 한 층 더 업그레이드 된 팀으로 성장한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우린 연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일단 18라운드 광양전을 승리하면서, 그 뒤로 이어진 세 번의 경기도 모두 승리하면서 우린 4연승을 달리고 있다. 이제 우리의 독주를 막을 팀은 사실…….없다고 본다.”

연동훈은 진정 업그레이드 된 선수들의 능력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모두를 고루 본 뒤 말하였다. 이장성과 서지호는 이제 갓 국방부에 편입되었지만, 두 선수는 이미 뛰어난 국방부FC의 선임들로 인하여 순조로운 군 생활이 이어질 전망이었다.

“이제 남은 경기는 총 15라운드입니다. 총 36라운드에서 21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우리 국방부FC는 승점 44점이며, 13승 5무 3패입니다. 남은 경기에서 다시 우리의 뒤를 쫒고 있는 광양과 경기, 서귀포전을 잘 치른다면, 무난히 첫 시즌에 클래식무대로 오를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선수들의 영입과 함께, 회의가 열렸고, 연동훈이 지금까지 국방부FC의 성적에 대해 말해주었다.

“진정 첫 시즌에 클래식 무대를 밟는다면, 우리 국방부FC가 만들어진 이유에 대해 모두가 긍정적인 반응들을 보일 것입니다.”

이어 이강수가 정책기획관을 보며 말했고, 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국방부FC는 군대에 입대한 장병들 중, 축구에 소질이 있는 장병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기 위하여 국방부의 장병특화 부분에서 가장 먼저 시행된 시범 케이스였다.

그로인하여 이태성과 연태민이 새로운 진로를 찾았고, 두 장병은 제대와 함께 클래식무대에서 뛰게 되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장병들이 더 나올 것이며, 더 나가 해외리그로 나가는 장병들도 있을 것이었다.

“앞으로…….우리 국방부FC는 조금 더 진취적으로 장병들의 앞길을 위하여 나서겠습니다. 지금까지 전 세계 그 어떤 스카우트들도 보지 못했던 히든리거를 더 많은 스카우트들이 볼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그들에게 우리 국방부FC의 선수들이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며, 해외리그로도 충분히 나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어 이강수가 앞으로 국방부FC의 정책에 관해 다시 한 번 말하자, 세령과 연동훈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의 책임이 무겁게 느껴지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들이 찾아낸 인재들이 해외리그로 나가며,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란 말에 심장이 두근거리기도 하였다.

“이대위의 말처럼, 우린 앞으로 더 많은 곳에 우리 국방부FC를 노출시킬 것이네. 그러니…….여기에 앉은 모두에게 어떤 상황이 전개되며, 또 어떤 결정을 내려야할지가 다가올 것이니, 모두…….그 때 자신이 내려야 할 결정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두게.”

정책기획관이 이강수의 말에 이어 몇 보태는 말을 하였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자, 모두 일어나 그에게 경례하였다.

정책기획관이 나선 후, 이강수와 서용석도 나섰고, 곧 장두관도 따라나섰다.

“왠지…….느낌이 무섭다.”

소재은이 홀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세령이 그녀를 보았다.

“뭐가…….말입니까?”

“그냥. 무섭잖아. 정책기획관님의 말씀처럼, 우리가 차후에 내려야 할 결정이란 것 말이야.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도 모르는데, 결정을 하라는 말이 무섭잖아.”

어찌 생각하면 그녀의 말이 이해가고 있었다. 모든 것은 성장과 함께, 더 큰 무엇이 함께 포함되는 경우가 많았다. 기업으로 따지면,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유능한 CEO를 자리에 앉히며, 더 크게 성장하도록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이에 소재은이 생각한 부분이 이런 것과도 일맥상통한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었다. 국방부FC가 첫 시즌에 좋은 성과를 얻어, 클래식무대를 밟게 되면, 그에 맞는 새로운 사령탑이나, 코치진들이 들어설 것이었다. 그리고 그 때, 현재 남아있는 코치진이나, 감독이 무언가를 결정해야 된다는 뜻으로도 풀이가 되는 것이었다.

새로운 선수들이 합류하면서, 기존 선수들과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이장성과 서지호는 추강과 설태구가 맡은 포지션과 겹치는 자리였다. 지금까지 추강이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이장성이 투입되면서 새로운 경쟁구도가 만들어졌고, 중앙 미드필더로써, 전철민이 제대한 후, 그 자리를 책임졌던 설태구에게도 서지호라는 경쟁자가 생겼다.

하지만 이민구의 자리에는 아무도 들어서지 못하였다. 연태민마저 제대하면서, 국방부는 스트라이커의 빈곤이 찾아왔다. 확실한 골게터가 없기에, 쉐도우인 추강의 공격가담률이 높아질 것으로 보였다.

“서둘러 장철수를 설득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에 서재호가 장두관을 보며 말했다. 그라운드 위에는 22명의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 중이었고, 세령과 연동훈은 선수들을 보며 연신 뭔가를 기록 중에 있었다.

벤치에 앉은 두 사람은 공격자원이 부족해져버린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장철수의 합류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으로 느껴졌다.

“나도, 장철수를 빨리 데리고 오고 싶다. 하지만 본인이 원하지 않으니 방법이 없지 않은가?”

장두관이라고 보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민구 홀로 계속하여 스트라이커로 뛰게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이민구가 부상이나, 체력저하로 인하여 빠지면, 세령은 필시 스트라이커가 없는 상태인 제로 톱으로 경기를 운영할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지속적으로 본다면, 서둘러 공격자원을 데리고 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감독에게 장철수를 만나도록 하면 어떠하겠습니까?”

“이 감독에게? 이감독이라고 별 수 있을까?”

“그거야 모르는 일 아닙니까? 사실 추강이나, 설태구, 용지현은 물론, 장소령님도 잘 아시겠지만, 해병대 수색대대에서 근무했던 오형호를 생각해 보십시오. 특히 오형호는 가족전체가 반대했지만, 결국 그 가족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 사람이 이감독입니다. 이번에도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서재호의 말을 들은 후, 장두관은 세령을 향해 보았다. 진정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묘한 매력을 지닌 여인이라는 것은 인정하였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서 군 생활을 하던 사내들을 모아놓고, 그들을 통솔하면서, 하나로 뭉치도록 만들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녀는 그 어려운 일을 무척 쉽게 진행하고 있는 듯 보였다.

“한 번…….해볼까?”

장두관도 별다른 방법이 없기에, 서재호의 뜻에 따라 해 볼 생각을 하였다.

“이 감독.”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장두관이 세령의 옆으로 다가서며 그녀를 불렀고, 세령이 그를 보았다.

“말씀하십시오.”

자신을 부른 후에도 말은 없이, 그저 그라운드 위를 뛰어다니는 선수들을 보고 있는 그를 보며 말했다.

“우리…….국방부FC에 공격자원이 누가 있을까?”

“이민구와 추강, 그리고  여형민과 오형호, 이번에 투입된 이장성과 서지호가 있습니다.”

“아니. 내 말은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다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 공격자라고 할 수 있는 선수 말이야.”

세령은 공격성을 띈 선수들을 모두 말하였지만, 장두관이 물은 의미에 대한 답은 아니었다.

“이민구…….혼자입니다.”

곧 그가 무엇을 묻고자 하는지 알았고, 세령은 그라운드 위로 시선을 돌리며, 홀로 최전방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민구를 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이민구 뿐이지. 우리에게 공격자원이 더 필요하다는 것은 자네도 알 것이네.”

“네.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스트라이커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마땅한 선수가…….”

“한 명…….있지 않은가?”

“네? 누굴…….말씀하시는 것인지?”

세령은 사실 장철수에 대해서는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제아무리 뛰어난 선수라고 하여도, 자신의 의지가 없다면 필요치 않았다. 이미 장두관이 몇 차례 그를 설득하기 위하여 찾아간 것을 알고 있고, 그 때마다 퇴짜를 맞고 돌아온 것도 알고 있기에, 장철수는 이미 세령의 머릿속에서 지워져 가고 있는 인물이었다.

“장철수…….한 번 만나보는 것이 어떤가?”

장두관은 세령을 보지 않은 채, 말하였고, 그의 말에 그라운드 위를 보고 있던 세령의 시선이 장두관에게 돌아갔다.

“장철수…….축구가 싫어서 군대 입대한 인물이지 않습니까? 그런 선수를 왜…….”

“혹시 모르지 않은가. 그가 축구가 싫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자 하는 것일수도 있다는 생각 말이야.”

세령은 그의 말을 들은 후, 그에게 집중되어 있던 시선을 돌려 그라운드 위를 보았다.

“새로운 경험…….그 새로운 경험이 우리 국방부FC로 들어온다는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아닐 것입니다. 군대에서 공차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미 프로리그에서 인정받은 선수가 군대스리가에 맛을 들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알아. 알고 있는데…….그래도 그 놈이 진정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만이라도 알고 싶어서 그래. 자네가 한 번…….만나봐 주면 안 되겠나.”

장두관은 여전히 그녀를 보지 않은 채, 말하였다. 이에 세령도 이제 시선을 그에게 두지 않았다. 그리고 답도 하지 않았다. 지금 그 어떤 포지션보다 더 중요한 포지션이 공격 자원이었다. 그러기에 세령도 장철수가 마음을 돌린다면, 기꺼이 그를 데리고 오고 싶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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