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51 히든리거 =========================================================================
“!!!”
‘철렁!’
-골! 골입니다! 세 명의 장신 수비수의 사이로 뒤 늦게 뛰어오른 국방부의 오형호 선수의 머리에 공이 닿으며, 골네트를 흔듭니다!-
공이 떨어지는 낙하시간을 제대로 계산하지 않고, 서용호의 소리에 의해 먼저 뛰어오른 것이 화근이었다. 충분히 동시간대에 같이 뛰어올랐다면, 키가 크고 점프력이 좋은 광양의 이철환이 공을 걷어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뛰어오른 후, 다시 몸이 내려올 때, 오형호가 뛰어 올랐다. 그리고 그 때 맞춰서 공은 내려오고 있었고, 오형호의 머리에 정확하게 맞은 후, 방향을 골문으로 돌린 오형호의 헤딩슛에 의해 공은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와아아아!”
진정 버저비트라 해도 과언이 아닐 골이었다. 전, 후반 90분의 모든 시간은 끝났고, 선수교체로 인하여 지체되었던 시간을 계산하여 추가 시간 1분을 주었다. 그리고 그 1분 안에 광양의 골문이 다시 열린 것이었다.
“삐익!”
-경기 끝납니다! 국방부FC! 라이벌인 광양을 홈에서 잡고, 1위로 올라섭니다!-
경기가 끝났다. 광양의 선수들은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하지만 국방부 선수들은 그라운드 위에서 서로 축하의 말을 전하고 있었고, 곧 귀빈석으로 향하여 장관을 향해 경례하였다.
장관을 비롯하여 귀빈석에 앉은 사람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의 경례를 받아주었고, 답례를 해 주었다.
관중들도 멋진 경기를 보여준, 국방부FC 선수들을 향해 아낌없는 기립박수를 보내주었다. 승리한 기쁨도 있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화끈한 공격축구를 보여준 것에 대한 답례도 있었다.
장관은 약속대로 귀빈석에 앉았던 일부 국회의원과 귀빈들에게 저녁을 사기 위하여 움직였고, 라커룸으로 돌아온 선수들은 다시 한 번 큰 환호성을 질렀다.
마치 모든 시즌을 끝내고 우승한 것과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는 선수들이었다.
“오늘. 경기는 무척 좋았다. 2대 1일이라는 스코어도 좋았고, 무엇보다 우리의 최대 라이벌인 광양을 잡고, 1위로 올라선 것이 기쁘다. 모두 수고했다.”
장두관이 가장먼저 선수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해주었다. 곧이어 서재호를 비롯하여 소재은도 축하의 말을 전하였고, 소재은 선수들의 건강상태도 하나하나 체크를 해 주었다.
“아직 끝이 아니다. 우리가 갈 길은 아직도 멀다. 오늘 승리로 1위로 올라섰지만, 이 자리에서 다시 내려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
연동훈이 이어서 선수들을 향해 몇 말을 하였지만, 세령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라커룸을 나서려 하였다.
“감독님. 한 말씀하시지 않으십니까?”
연동훈이 그녀를 보며 물었다.
“모두가 좋은 말을 다 해서, 내가 굳이 할 말이 없을 것 같네. 모두 수고했어. 오늘 석식은 장관님의 명령으로 특별히 특식이 준비된다고 하니, 맛있게들 먹고 휴식을 취해.”
세령은 그 누구보다 더 기뻤다. 하지만 그 표현을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모든 경기가 끝난 후, 샤워를 마치고, 잠시의 휴식을 취하였다. 그리고 석식시간에 맞추어 모두 식당으로 향하였다.
특식에 대해 궁금함도 있었고, 또 평소보다 더 배가고픈 나머지 특식이 아니라도 먹을 것이라면 무엇이든 다 먹고 싶었다.
“와우.”
모두 식당으로 들어섰고, 들어서자마자 코를 자극하는 고기 굽는 냄새에 입가에 미소는 절로 생겨나고 있었다.
“오늘 저녁은 삼겹살이다. 너희들의 체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오늘은 특별히 육식을 취한다. 모두 마음 놓고 많이들 먹어라.”
장두관이 선수들을 보며 말했고,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모두 자리에 서둘러 앉았다. 각 테이블마다 네 명씩 자리하여 앉았고, 불판이 준비된 채, 삼겹살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것을 보며 모두 미소를 지었다.
군대에 입대하여 냉동이 아닌 생삼겹살을 이토록 마음 놓고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진정 꿈에도 생각지 못한 장병들이었다.
“부대에서 이렇게 삼겹살을 구워먹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눈앞에 보인 삼겹살에 군침을 흘리며, 오형호가 말했다. 오늘 경기에서 귀중한 역전골을 넣은 인물이며, 어렵게 국방부FC에 합류한 선수였기에, 그 기쁨은 두 배였다.
“그래? 우린 첫 번째는 아니고, 이것이 두 번째다.”
그의 말에 추강이 웃으며 말했다.
“네? 그럼 예전에도 부대에서 고기를 구워 드셨습니까?”
추강의 말에 이번엔 이민구가 물었다.
“그래. 우린 체육부대에서 부대장님과 함께 첫 번째 삼겹살 파티를 하였지. 그리고 그 때는 상무선수들과 함께 먹었다.”
추강의 답에 모두는 그 때를 떠 올렸다. 상무와의 관계가 점점 더 악화되는 것에 체육부대장이 특별히 마련해준 자리였으며, 그로인하여 상무와 좋은 인연을 맺기도 하였다.
그리고 상무는 국방부FC의 전지훈련을 도와주기도 하였고, 지금도 꽤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두 팀이었다.
“내일…….연태민을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장철수를 다시 만나고 올 참이네.”
식사를 하고 있던 선수들과는 따로 자리를 마련한 간부들의 테이블에서는 장두관이 모두를 보며 말했다.
“장철수는 상무 쪽에서도 계속 컨텍이 오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세령이 이어 물었다.
“해 봐야지. 아직 장철수가 어느 쪽으로 손을 들지는 모르지만, 된다면…….우리 쪽으로 무조건 데리고 와야지.”
“그로 인하여 상무와 다시 관계가 소홀해지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네. 상무와 관계를 좋게 유지하기 위해서, 뛰어난 선수를 그들에게 상납하듯 갔다 받칠 이유는 없지 않은가.”
곧바로 연동훈이 말하였고, 연동훈의 말이 끝나자마자, 장두관이 소주한잔을 마시며 답했다.
선수들은 탄산으로 음료를 대신하였지만, 이들의 테이블에는 간단한 주류가 몇 개 있었고, 장두관이 가장 먼저 들이키고 있었다.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이 되었다. 하지만 마냥 상쾌하지는 않은 아침이었다.
“오늘. 연태민이 제대를 위하여 원대복귀를 한다. 우린 그동안 연태민의 경기를 다시 한 번 생각하며, 그의 자리를 빗내줘야 한다.”
“알겠습니다.”
모두가 그라운드에 섰고, 그 중심에 연태민이 서 있었다. 연동훈은 선수들에게 말했고, 선수들은 연태민을 향해 보았다.
이번에 새롭게 들어온 신입선수들에게는 연태민에 대한 많은 것이 부족하였다. 그와 고작 다섯 경기를 뛴 것이 전부이기에, 그를 알기에는 부족하였다. 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그와 동고동락하며, 전지훈련을 다녀왔고, 승리와 패배를 여러 번 맛보았다.
“장관님께서 주초 회의로 인하여 참석하지 못하셨기에, 연태민에 대한 원대복귀 신고는 내가 대신 받는다.”
정책기획관이 앞으로 나와 섰다. 그리고 연태민은 그에게 원대복귀 신고를 하였다.
“잘 가…….”
세령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고, 그를 살며시 안아주었다. 처음에 그녀가 안아주었을 때는 어색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선수들에게 세령의 품은 진정 어머니의 품이며, 누나의 품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장두관이 차량으로 그를 데려다 주기 위하여 기다리고 있었고, 연태민은 모두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였다.
“그대로 가면, 좋은 소식을 듣지 못하고 가잖아.”
곧 이강수가 급히 달려오며 말했고, 모두는 그를 보았다. 그리고 연태민도 그를 보며 섰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의 말에 세령이 뜻을 물었다.
“연태민. 넌 제대와 함께, 수원으로 간다. 수원에서 너를 데리고 가기 위하여 절차를 준비 중이다.”
“네? 정말입니까?”
이태성에 이어 또 다시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태성은 제대와 함께 서울로 가기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연태민이 수원과 계약하게 되었다는 이강수의 말이었다.
어제 경기에서 수원과 서울의 스카우트가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은 광양의 코치 눈에 들어왔었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의 눈 중, 수원의 눈에 연태민이 들어간 것이었다.
이로써 서울은 이태성을, 그리고 수원은 연태민을 데리고 가게 되었다. 이는 국방부FC의 사업으로 뛰어난 인재발굴을 위하여 그 인재들의 진로를 군대에서 미리 잡아주는 단계였고, 연태민은 두 번째로 새로운 인생을 경험하게 되는 장병이 되었다.
“수원이라면…….그럼 이태성 병장님과 라이벌이 되는 것 아닙니까?”
“그렇네. 이태성이 서울이니, 수원과 서울이 라이벌이지. 그럼 자연스럽게 연태민과 이태성도 라이벌이 되겠네.”
추강의 말에 곧 연동훈이 연태민을 보며 말했다. 연태민은 입가에 미소를 잔뜩 머금고 있었다. 자신이 수원으로 간다는 것도 기뻤고, 무엇보다 자신의 위에서 항상 국방부의 제 1원톱으로 자리했던 이태성과 진검 승부를 펼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그를 기쁘게 하였다.
연태민은 원대복귀를 하는 날, 아주 좋은 소식을 듣고, 돌아가게 되었다. 모든 선수들은 부러워하였고, 자신들에게도 꼭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났으면 하는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장두관은 연태민을 원 소속부대에 데려다 준 후, 신병교육대를 찾았다. 바로 장철수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장소령?”
그리고 신병교육대 앞에서 상무의 코치진을 만나게 되었고, 상무의 코치는 장두관을 보며 굳은 표정으로 인사하였다.
두 사람은 원래 체육부대에서부터 안면이 있던 사이였으며, 서로 가끔씩 만나 소주한잔을 하던 사이였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만은 아니었다. 두 사람은 장철수를 먼저 손에 넣기 위하여 잠시 우정에 선을 그어둔 상태였다.
“오늘…….결판을 냅시다.”
상무의 코치가 먼저 말을 꺼냈다.
“뭐. 좋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장두관도 승낙하였다. 상무의 코치는 민간인이기에, 굳이 장두관과 친분을 오랫동안 유지한 채, 지낼 필요는 없는 신분이었다.
두 사람은 잠시 신경전을 벌이 듯, 매서운 눈빛을 서로 교환 한 뒤, 신교대 안으로 들어섰다.
“두 분의 마음은 알겠습니다. 그런데 장철수 사병이 축구에 관해서는 이제 관심을 접었다고 두 분을 만나려 하지 않습니다.”
신교대 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행정반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사정 설명을 제대로하기도전에 행정장교로부터 이와 같은 말을 듣게 된 두 사람은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잠시…….만나서 대화라도 할 수 있게 어찌 자리 좀 만들어주게나.”
같은 군인의 신분인 장두관이 행정장교와 대화를 나누기는 더 편하였다. 일반인이 상무의 코치는 그에게 부탁만 할 수 있지만, 장두관은 계급이 높아, 일종의 압력 행사도 할 수 있는 사이였다.
“저도 그렇게 해 드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요즘 군대가 어떤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사병 잘 못 건드렸다가 아주 매서큼에 뭇매 맞기 딱 좋을 때입니다. 장소령님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장철수는 그만 포기하십시오. 지 놈이 공차기 싫다는데, 별 수 없지 않겠습니까?”
장철수가 국, 내외 유명구단의 러브콜을 마다하고 군대에 입대한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게 되는 그의 말이었다. 그는 그저 축구가 싫어진 것이었다. 그로인하여 현실도피를 한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 장소가 군대가 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