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150화 (150/163)

00150  히든리거  =========================================================================

-아! 골! 골입니다! 슛과 동시에, 서용호 선수의 앞으로 발을 뻗은 여민호에게 공이 닿으며, 용지현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공은 힘없게 굴러 골문 안으로 들어서고 말았습니다!-

“와아아!”

서용호는 두 팔을 벌리며 큰 환호성을 질렀고, 이내 광양의 선수들이 그에게 다가가 안으며 함께 기뻐하였다. 하지만 국방부 선수들의 움직임은 모두 멈춰있었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자책골이 나온 것이었다.

용지현은 서서히 일어나 골문 안에 있는 공을 들고 나오며 자신의 앞에 넘어져 있는 여민호를 보았다. 여민호는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발을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굳이 저 상황에서 발을 뻗지 않아도 용지현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슛이었는데, 여민호! 너 뭐야!”

관중들은 여민호의 자책골에 어이가 없는 듯, 일부는 그에게 큰소리치며 손가락질을 하였다. 그들의 행동에 또 다른 일부 팬들은 따가운 눈총을 보내기도 하였다.

“일어나십시오.”

용지현은 여민호의 옆으로 다가가 말했다. 자신보다 두 달 선임인 그에게 뭐라 말할 수 없는 처지도 있지만, 비단 계급 때문만은 아니었다. 축구는 언제나 변수가 일어난다. 그리고 조금 전의 변수는 여민호의 실수가 아니었다.

여민호는 수비수로써, 공격자의 슛을 저지하는 역할을 수행해야하는 포지션이었다. 당연히 서용호가 슛을 질렀으니, 그것을 차단하고자 발을 뻗은 것뿐이었다. 비록 운이 따르지 않아, 그 공이 굴절되면서 골문 안으로 들어섰지만, 결코 여민호가 자책골을 넣고자 고의적으로 행동한 것은 아니었다.

곧 국방부의 선수들이 여민호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토닥거려주었다. 하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후반 20분이 지나며, 광양이 선취득점을 올립니다. 이로써 1위 자리에는 광양이 조금 더 가깝게 다가서고 있습니다.-

광양을 이겨야만이 1위 자리를 넘볼 수 있는 국방부와는 달리, 광양은 무승부만 거둬도 여전히 1위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는 유리한 상태였다.

먼저 1득점을 올렸기에, 순위를 변동시키려면 국방부가 남은 시간 안에 두 골을 넣어야 할 판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흐른 경기의 내용 상, 남은 시간 안에 두 골을 넣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경기는 다시 재개되었다. 잘 이끌어 오던 경기에서 자책골이 나오면서, 국방부의 사기가 떨어졌다. 1골을 뺏겼다면 그 한 골을 다시 찾아오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지만, 자책골은 많은 선수들의 기운을 내려앉히는 것이었다.

“두 골을 넣으면 되는 것이다.”

연태민은 국방부 선수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를 들은 선수들은 이민구와 추강이었다. 조금 전, 여민호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하여 무엇보다 열심히 뛰어야 할 세 사람이었다. 이들로 인하여 골이 나올 것이기에, 남은 시간동안 골문을 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사람들이었다.

-추강 선수! 공을 뒤로 돌립니다.-

추강은 쉽게 광양진영으로 공을 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한 골을 허용한 상태에서 더 많은 공격을 시도해야 하지만, 그는 의외로 느긋하게 경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국방부. 광양 진영으로 들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태민 선수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자기진영에서 공을 돌리고 있습니다.-

연태민은 광양진영 중앙에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으로는 언제나 두 명의 수비수가 따라붙어 있었다. 국방부의 최대 장점이 역습이기에, 만에 하나 역습상황이 전개된다면, 현재 광양 진영을 넘어와 있는 연태민으로부터 시작될 것을 생각하여, 그의 곁에 수비수가 미리 붙어 있는 것이었다.

“서서히 공격적으로 나오겠지. 우린 이대로 수비로 국방부를 맞이하고, 남은 시간을 버틴다.”

국방부와 마찬가지로 광양 역시 서용호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자기진영에 들어가 있었다. 이는 한 골 리드를 지켜, 승리하겠다는 광양의 생각이었다.

-설태구 선수. 추강 선수에게 패스를 받고, 서서히 광양 진영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개인 드리블이 약한 추강은 설태구에게 공을 패스한 뒤, 광양 진영으로 들어서기 시작하였다. 패스를 받은 설태구는 드리블 능력이 우수하기에, 패스 없이 자신이 직접 공을 몰고, 광양의 수비수를 따돌리며, 중앙까지 침투하고 있었다.

“뭣들해! 저 한 선수를 막지 못해서 뭐하는 거야!”

설태구의 드리블을 막지 못하자, 광양의 코치가 큰소리쳤다. 이에 광양의 미드필더 두 명이 그에게 따라 붙으면서, 그 두 명이 움직였던 곳에 공간이 생겨나자, 설태구는 아무도 없는 그곳으로 공을 밀어주었다.

“어디다 패스를 하는 것이냐!”

아무도 없는 곳으로 공이가자, 그에게 다가섰던 광양의 미드필더가 소리쳤고, 곧 몸을 돌려 그 공을 잡으러 가려하였다.

‘툭!’

그 순간 아무도 없던 진영에 갑자기 나타난 듯, 그 공을 낚아채 가는 선수가 있었다. 이민구였다. 최전방 공격수인 이민구가 페널티박스 밖까지 나오며, 흘러가던 공을 낚아챘고, 곧바로 중앙으로 낮게 깔리듯 공을 패스하였다.

-연태민 선수입니다!-

그가 패스한 곳에는 연태민이 있었다. 연태민은 이민구가 뒤로 약간 빠지며, 흘러내려오는 공을 잡기 위하여 움직였을 때, 이민구가 있던 자리로 빠르게 움직였고, 그의 움직임을 미리 캐치하지 못했던 수비수들은 뒤 늦게 그의 곁으로 움직였지만, 연태민은 자신에게 패스된 공을 원터치로 곧바로 다시 뒤로 밀어주었다.

‘펑!’

그리고 연태민이 밀어준 공은 조금 전, 연태민에게 패스한 이민구의 앞으로 다시 되돌아가고 있었고, 이민구는 달려오며 그대로 슛을 질렀다.

‘철렁!’

-골! 골입니다! 이민구 선수의 그림 같은 중거리 슛이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한 골을 뺏긴 지, 10분 만에 얻어낸 만회골이었다. 이민구는 공간을 잘 보며 침투하는 것이 일품인 선수였다. 설태구가 아무도 없는 곳으로 공을 밀어준 것이 아니라, 그곳으로 이민구가 빠져나올 것을 미리 알고 패스한 것이었고, 그 예상은 적중하였다. 페널티 박스에서 빠져나오며 공을 받은 이민구는 그 즉시 자신의 자리로 이동하던 연태민을 보았고, 연태민은 이민구가 바로 자신에게 패스하자, 몸을 돌리지 않은 채, 원터치로 살짝 공을 외곽으로 다시 돌려보냈다.

연태민은 이민구가 추강처럼 중거리 슛이 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달려오며 때린다면, 충분히 아주 강력한 슛이 나올 것을 생각하였고, 그의 예상대로 이민구는 연태민이 살짝 밀어준 공을 아주 강하게 골문을 향해 질렀다.

광양의 골키퍼가 쉽게 골을 내어주는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민구의 중거리 슛은 그 강도가 추강을 능가할 정도였다. 그런데다 달려오며 때리니, 그 속도가 엄청났다.

그로인하여, 공을 눈으로 보았지만, 반응속도가 따라가지 못한 광양의 골키퍼는 공이 골라인을 통과한 후에야 몸을 날려 점프한 것이었다.

-후반 35분. 국방부FC의 이민구 선수! 동점골을 작렬시킵니다!-

이민구의 슛은 진정 세령식 축구에서 자주 나오는 강력한 슛이었다. 세령은 골문이 보인다면, 주저 없이 슛을 할 수 있도록 선수들에게 말해 왔었다. 그리고 이민구는 그녀의 말을 그대로 따른 것이었다.

또 한, 이번 동점골로 인하여, 여민호의 마음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진 순간이었다.

-스코어 1대 1이 됩니다. 아직 남은 시간은 15분. 이렇게 되면 아직 경기의 승자를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1대 1이며, 남은 시간이 15분이었다. 충분히 한 골, 아니 두 골도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경기는 많은 사람의 손에 땀을 쥐게 하였다. 관중들은 물론, 벤치에 앉은 코칭스태프들, 그리고 귀빈석에 앉은 장관 및 국회의원의 손에 땀이 잔뜩 묻어나게 만들고 있었다.

“남은 시간은 15분이다. 충분하다. 1위로 올라가자.”

연태민이 선수들을 향해보며 말했다. 분위기 반전이 된 것이었다. 그리고 17라운드에서 기대 이하의 경기를 보여주었던 이민구를 다시 기용한 세령의 선택도 모두에 칭찬을 받고 있었다.

-남은 시간은 5분입니다. 국방부의 공격은 여전하며, 광양이 수비적으로 경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광양은 무승부만 거두어도 될 상황이기에, 굳이 어려운 상황을 만들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방부는 달랐다. 잡을 수 있는 경기라면 꼭 잡으려 하였다.

-광양FC 남은 한 명의 교체카드를 들고 나옵니다.-

시간을 지체하려는 의도로 보이는 교체였다. 공격수 이민호를 빼고, 수비를 보강하는 광양의 감독이었다.

-국방부FC도 선수교체가 있습니다. 우근우를 빼고, 수색대대 출신인, 오형호 선수가 투입됩니다.-

해당 시간에 국방부도 함께 선수교체를 감행하였다. 공격자원으로 빠른 침투능력이 탁월하며, 가족들 모두가 축구선수 출신인 오형호가 들어갔다.

오형호는 체격이, 사이드에서 올라오는 센터링을 충분히 먼저 선점할 수 있는 체격을 지니고 있는 선수였다.

-공을 잡은 광양. 쉽게 중앙선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민수 선수. 공을 잡고 이리저리 돌리다, 전방을 주시하여 길게 패스합니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다. 서민수는 남은 시간동안 공을 잡고 시간을 끄는 작전을 감행하지 않고, 전방으로 뛰어 들어가는 서용호를 보며 길게 패스하였다.

-서용호 선수! 그대로 발리 슛!-

‘탁!’

“젠장!”

길게 떠 올라온 공은 서용호의 몸을 약간 지나쳐 갈 것 같았지만, 서용호는 몸을 날려 발리슛을 날렸고, 그 공의 속도가 빨랐지만, 또 다시 용지현의 두 손에 그 공은 잡히고 말았다. 이에 광양의 감독이 쓴 소리를 내 뱉으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그 즉시 수비전향으로 돌아서라는 강한 몸동작을 보여주었다.

-용지현 선수! 길게 중앙선으로 던집니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기에, 경기를 조율할 타이밍은 아니었다. 용지현은 공을 잡아 던졌고, 그 공은 중앙선을 지나치며, 추강에게 다이렉트로 연결되었다.

-페널티박스 안에 이민구와 연태민, 그리고 오형호가 들어서 있습니다. 추강! 그대로 툭툭 치며 슛!-

추강은 국방부 선수와 광양의 선수들이 페널티박스 안에 오모조목 다 모여 있는 것을 보았고, 그 틈으로 골문이 보이자, 자신의 전매특허인 비행기이륙 슛을 날렸다.

‘탁! 팅!’

-골키퍼! 쳐 냅니다! 그리고 골포스트를 맞은 공이 위로 떠오릅니다!-

아까운 순간이었다. 진정 제대로 맞았고, 공이 제대로 휘며 감아 들어갔지만, 골키퍼의 손에 살짝 걸치며, 방향이 틀어졌고, 그로인하여 골포스트를 맞고 공이 다시 페널티박스 안으로 떠올랐다.

“막아!”

서용호가 큰소리치며 페널티박스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공이 떨어지는 낙하지점에는 광양의 장신 수비수 세 명이 함께 떠올랐고, 그 뒤로 오형호와 함께 이민구가 뛰어 올랐다.

‘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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