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48 히든리거 =========================================================================
선수 한 명, 한명의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관중들은 큰 박수를 보내주었다. 그 박수 속에 담긴 의미는 아주 많을 것이었다. 결론적으로는 승리를 원하는 박수겠지만, 그래도 국방부FC만의 화끈한 경기를 보고 싶어 한다는 뜻을 담은 것도 있었다.
세령이 휴가를 간 후, 잠시 지휘봉을 잡았던 연동훈이 보여주었던, 경기 방식은 많은 국방부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겨주었던 경기였다. 그 후로 치르진 세 경기는 세령이 직접 지휘하였고 그녀의 성격답게 화끈하게 밀어붙였지만, 많은 골을 넣지 못했던 경기들이었다.
-광양은 현재 챌린지리그 득점 순위 1위인 골잡이 서용호를 원톱으로 내세우며 또 다시 국방부의 골문을 열어볼 계획으로 보입니다. 또 한 쉐도우로 자리한 이민호 선수 역시, 대단한 골 감각을 지닌 선수로, 광양이 넣은 전체 27골 중, 이 두 선수가 넣은 골이 무려 21골입니다. 두 선수가 움직이면, 그만큼 골로 답이 오는 것이 많다는 뜻입니다.-
광양에서는 천재적인 골잡이인 서용호가 있었다. 그는 서귀포의 공격천재 강석중과 함께 챌린지리그의 득점왕 경쟁을 하고 있는 인물이며, 경기당 거의 한 골씩은 꼭 넣는 선수이기도 하였다.
-오랜만에 등장한 국가대표가 또 있습니다. 바로 광양의 중앙미드필더인 서민수 선수입니다.-
서민수의 이름이 언급되자, 관중들은 그에게 큰 박수를 보내주었다. 비록 광양선수이지만, 국방부FC의 홈구장을 찾은 많은 국방부 팬들도 그의 A매치 경기를 잘 보았기에, 그에게는 큰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이었다.
-광양FC의 선축으로 챌린지리그 제 18라운드 경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삐익!”
-경기 시작됩니다!-
드디어 시작되었다. 광양과의 피할 수 없는 한 판 승부가 시작되면서, 관중들의 박수소리도 평소와는 전혀 다른 엄청난 소리를 내뿜고 있었다.
-서용호 선수,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국방부FC의 중앙을 아주 빠르게 파고들기 시작합니다.-
역시 서용호였다. 그는 공을 자기진영으로 패스한 뒤, 곧바로 빠르게 국방부진영을 파고들었다. 이에 센터백 두 명은 물론, 미드필더들도 그를 마크하고자 따라붙었다.
“서용호에게 선수가 많이 붙는다.”
요주의 대상이지만, 그렇다고 서용호에게만 이미 수비수 세 명이 붙어버린 것을 두고 광양의 감독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생겨나 있었다.
-서민수 선수! 곧바로 이민호 선수를 보며 길게 패스합니다!-
서용호에게 붙은 수비수로 인하여, 그 옆으로 치고 들어가는 이민호를 커버하는 인물이 설태구 혼자였다. 이에 서민수는 이민호를 보며 길게 스루패스를 찔러주었고, 그 공은 설태구의 발을 아슬아슬하게 비켜간 후, 이민호의 발에 정확하게 전달되었다.
-서민수 선수의 정확한 패스입니다! 이민호 선수! 전방 골문을 향해 봅니다! 그대로 슛!-
여러 번의 터치도 없었다. 공을 잡은 후, 골문이 보이자, 이민호는 망설임 없이 그대로 슛을 질렀다.
‘탁!’
-국방부의 용지현 선수, 이민호 선수의 강력한 중거리 슛을 쳐내지 않고 잡아냅니다! 용지현 선수! 그대로 중앙선을 향해 길게 던져줍니다!-
용지현의 전매특허였다. 공을 쳐내지 않고 잡은 후, 중앙선에 위치한 동료에게 던져주는 것이었다. 킥이 아니고 던져주는 것이기에, 패스의 정확도는 거의 90%이상이었다.
예상대로 용지현이 던진 공은 추강이 바로 잡은 후, 광양의 골문을 향해 몸을 돌려 뛰기 시작하였다.
-국방부FC의 빠른 역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추강! 공을 잡은 후, 약 10미터 정도를 뛰며, 오른쪽으로 열어줍니다!-
추강의 공을 이어받은 선수는 오랜만에 경기에 참가한 이민철이었다. 이민철은 추강이 준 공을 잡은 후, 공을 몰며 곧바로 사이드 끝까지 뛰기 시작하였고, 광양의 사이드백이 그의 뒤를 따라붙지 못하고 있었다.
-이민철! 센터링!-
‘펑!. 팅’
-아! 아깝습니다! 이민철 선수의 아주 빠르며 정확한 센터링을 연태민 선수가 제대로 받았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며, 그의 손에 맞고 골포스트를 맞은 뒤, 골라인 아웃됩니다!-
아쉬운 순간이었다. 방향만 살짝 잘 돌아섰다면 영락없는 골이었다. 하지만 연태민의 머리에 맞은 공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면서 골키퍼는 얼떨결에 손을 뻗어 쳐 내면서 막아내었다.
-지형구! 코너킥!-
‘팅!’
“와우! 저 상황에서 바로 슛으로 연결하네!”
지형구의 코너킥에 관중들이 놀란 눈으로 소리쳤다. 그리고 아나운서 역시 놀란 눈이었다.
지형구의 코너킥은 완벽한 반원을 그리며 골대 반대방향으로 그대로 빨려 들어갈 듯 하였지만, 골포스트 모서리를 맞고, 골라인을 벗어났다. 하지만 정말 모두가 감탄한 완벽한 코너킥이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라이벌답게 두 팀. 경기 초반부터 위협적인 공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전반전 시작 후, 5분도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광양이 먼저 한 차례 공격을 시도한 후, 곧바로 이어진 국방부의 공격에서 자칫, 광양은 첫 실점을 빠른 시간 안에 내어줄 뻔하였다. 하지만 골키퍼의 운도 따랐으며, 골포스트도 한 몫 한 탓에 실점의 위기를 넘겼다.
“예감이 좋습니다.”
귀빈석에 앉은 국회의원들은 장관을 보며 말했다. 경기 시작과 함께 화끈한 공격을 보여준 탓에 그들도 기분이 좋은 것이었다.
하지만 장관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비록 뜬소문이지만, 골포스트를 맞히면, 경기에 패한다는 설이 있기에, 괜한 불안감이 있었던 그였다.
“좋아. 주눅 들지 않고 그대로 밀고 나간다.”
연동훈은 다시 자기진영으로 돌아서가는 선수들을 향해 큰소리로 말했다.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떨쳐주기 위해서는 코치가 계속된 말을 전달 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다시 공격에 나서는 광양은 빠르게 움직이지 않았다. 수비를 할 때는 공격자들도 모두 수비 진영까지 내려가는 국방부였기에, 몇 명이라도 다시 끌어내기 위해서는 차분하게 공격을 시도해야했다.
-국방부FC. 평소와는 다른 수비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나운서도 지금의 국방부 수비형태를 처음 보았다. 지금까지 국방부는 공격자에게 수비가담률을 최소로 하도록 하였다. 그만큼 역습으로 빠르게 치고 올라가기 위해서는 언제나 공격자는 공격적인 위치에 있어야 함을 강조하였었다.
하지만 지금은 연태민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자기진영 중앙까지 내려와 있었다.
“국방부가 제대로 수비로 나오는데. 1차전때 충격이 꽤 컸던 모양이군.”
광양감독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수비전술을 보이고 있는 국방부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도 세령의 경기 스타일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모든 경기에서 수비보다는 공격지향적인 전술을 구사하던 그녀가 갑자기 수비에 더 치중한 경기를 하자, 새삼 새롭게 느껴지고 있는 그였다.
“이제. 이세령감독마저 수비로 돌아선 건가.”
하지만 관중들은 이와 같은 경기 방식을 원하지 않았다. 광양을 맞아 화끈한 공격을 보여주기를 기대하였지만, 경기 초반부터 수비지향으로 나가니, 기대와는 달리 흥이 덜한 것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지켜보자. 그래도 우리의 이세령 감독이잖아.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거야.”
몇 관중들은 지금의 전술도 닥공에 필요한 전술이라 여기고 있었다.
-광양FC. 조금씩 국방부진영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국방부 선수들을 끌어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서민수에게 공기 가면서, 광양의 공격진들이 마음 놓고, 국방부FC의 진영으로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국방부FC. 조금 전까지 수비에 치중하고 있었던 선수들이 하나 둘, 중앙선 부분으로 넘어오기 시작합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움직임들이었다. 서민수가 공을 잡았고, 이미 국방부 진영으로 광양의 공격진 다섯 명이 넘어가 있는 상황이었지만, 연태민을 비롯하여, 이민구, 추강. 심지어 양쪽 날개로 뛰고 있는 지형구와 이민철마저도 중앙선을 넘기 직전이었다.
“우리 공격을 우습게 보는 건가.”
이에, 광양 감독은 세령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다른 팀에 비해 공격력이 강한 광양을 상대로, 공격을 하도록 길을 열어주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기에, 세령의 생각을 읽을 수 없는 그였다.
-설태구 선수! 서민수 선수의 바로 옆으로 붙습니다! 밀착마크를 하며, 서민수 선수가 자유롭게 공을 패스하지 못하도록 막아섭니다.-
설태구가 움직였다. 서민수에 비해 작은 키며, 체격 또 한 작지만, 그는 서민수를 완전히 막아 세우고 있었다.
“서민수! 공을 넘겨!”
이민호가 왼쪽에서 큰 소리로 외쳤고, 그 즉시 서민수는 이민호를 보며 공을 패스하였다.
“어딜!”
서민수의 패스는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패스가 이민호의 발끝에 닿기 전, 장강식이 슬라이딩 태클로 패스를 차단하였다.
“쳇!”
이민호는 자신의 바로 앞 1미터 정도를 남겨두고 공이 차단되자, 쓴 소리를 내 뱉은 후, 곧바로 공을 잡기 위하여 움직였지만, 슬라이딩태클을 한, 장강식이 어느새 벌떡 일어나 그 공을 가로챈 뒤, 중앙선을 향해 뛰는 설태구를 보며 길게 패스하였다.
“!!!”
장강식의 움직임에 모두가 놀란 눈이었다. 슬라이딩 태클 후, 일어서는 속도가 엄청 빨랐고, 1미터 뒤에 서 있었다고 하지만, 이민호의 움직임도 빠른 편이었다. 하지만 이민호가 공을 잡기 전, 장강식이 공을 잡은 후, 곧바로 설태구에게 밀어주었다.
-장강식! 아주 빠른 태클로 인하여 공을 차단하여 설태구 선수에게 밀어줍니다!-
장강식은 몇 차례 이와 같은 움직임을 보여주었었다. 항상 공을 차단할 때, 슬라이딩으로 공을 막은 후, 바로 일어나 공을 낚아챈 경험이 많은 선수였다.
장강식이 공을 차단할 것을 미리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설태구는 서민수의 발끝에서 공이 떠나자마자, 곧바로 중앙선으로 향해 움직였었고, 그 움직임에 맞춰, 장강식의 패스가 이어진 것이었다.
-국방부FC의 역습 상황입니다!-
역시 빨랐다. 설태구는 중앙선을 넘으며, 패스없이 단독 드리블로 광양진영 중앙까지 쉽게 파고들었다. 작은 체구지만, 그의 움직임이 워낙 빠르기에 그의 개인 드리블을 막을 수 있는 선수는 몇 되지 않았다.
-설태구 선수! 앞쪽으로 뛰는 추강을 향해 스루패스! 추강! 공을 잡자마자, 곧바로 연태민에게 밀어줍니다!-
“와우!”
“그래! 이게 바로 이세령감독식 축구란 말이지!”
빨라도 너무 빠른 전개였다. 이에 관중들은 한 동안 보지 못했던 세령의 축구를 보는 느낌에 환호성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함성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