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147화 (147/163)

00147  히든리거  =========================================================================

바로 1위라는 자리.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지만, 골득실에서 밀려난 것이 모두가 느끼는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하지만 세령은 그 아쉬움에 대해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 17라운드 경기에서 국방부는 경기FC를 만나지만, 광양은 또 다시 약체라 불리는 충청을 만난다. 국방부FC는 경기FC를 잡기 위하여 사력을 다해야 하고, 광양은 비교적 약체인 충청을 상대로 주전선수들 대거 교체선수로 투입하는 상황을 만들 것이었다.

이유는 바로 18라운드. 현재 1위인 광양과 2위인 국방부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이 경기는 두 팀이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이기에, 17라운드에서 비교적 강팀인 경기FC를 상대해야 하는 국방부가 더 체력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게 될 것이었다.

17라운드. 경기FC와는 원정경기로 치러졌다. 경기FC 역시, 국방부를 잡으며 1위 자리까지 넘볼 수 있는 상황이기에, 경기FC는 이번 시합에 주전선수들을 모두 투입하고 있었다.

광양의 서용호에 이어, 개인 득점랭킹 2위를 달리고 있는 민태호를 최전방 원톱으로 세우며, 국방부의 골문을 열 계획이었다.

두 팀은 2위와 3위답게 아주 치열한 공방전을 보여주었다. 두 팀의 수문장은 골과 다름없는 수많은 슈팅을 막아내며, 서로의 경쟁에도 불을 붙이고 있었다.

세령은 다음 경기인 광양과의 경기를 앞두고 용지현 대신, 구자훈을 투입하였고, 구자훈은 세령에게 보답하고자, 철벽 수문장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이날 경기 중, 국방부FC와 경기FC의 시합은 같은 시간대에 열린, 클래식과 챌린지리그를 통틀어 가장 높은 시청률을 보였고, 그에 맞는 화끈한 공방을 보여주면서, 관중들과 시청자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선사하였다.

그리고 두 팀은 고루 승점 1점씩을 나눠가지는데 만족해야 하였다.

양 팀은 전, 후반 통틀어 총 40번이 넘는 슈팅이 나왔다. 그리고 32번이나 되는 유효슈팅이 있었고, 그 32번의 유효슈팅을 오로지 두 팀의 수문장이 모두 막아낸 것이었다.

이에 이 날 있었던 모든 경기에서 17라운드 통합 MVP는 국방부와 경기FC의 두 수문장에게 고루 돌아가는 영예도 안을 수 있었다.

“다음 경기…….18라운드에서는 전체적인 많은 변화가 일어날 라운드입니다.”

17라운드가 끝난 후, 다음 18라운드의 대진 상대를 보며 연동훈이 말했다. 상대는 바로 광양이었다.

광양은 17라운드에서 비교적 약체인 충청을 맞이하였지만, 너무 많은 주전을 교체로 내려앉히는 바람에 0대0의 무승부를 거두었다. 이로 인하여, 여전히 국방부와 승점이 같았고, 이번 18라운드에서 두 팀이 무승부를 거두지 않는 한, 어느 팀은 2위가 되어야 하며, 또 어느 팀은 1위의 자리에 앉게 되는 것이었다.

“그래…….18라운드. 중요한 경기이면서, 우리에게는 또 한 명의 선수가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시합이다.”

연동훈의 말이 있은 후, 세령이 연태민을 보며 말했다. 연태민은 이번 18라운드가 마지막 경기가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곧바로 제대를 위하여 원대복귀를 해야 했다.

지난 날, 이장성과 서지호가 국방부FC의 경기를 지켜보고 간 후, 약 3주가 지났지만, 아직 두 장병은 국방부FC에 합류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로 인하여, 이번 18라운드가 끝나면, 국방부FC는 전체적인 선수구성원 중, 3명의 자리가 비워지게 되는 것이었다.

17라운드가 끝나고, 광양전을 대비하여 선수들은 체력단련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다른 팀들과 달리, 광양 전에서는 아주 많은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두 팀은 승리를 위해서 단 한시라도 쉬지 않고 뛸 것이며, 숨이 목 끝까지 차올라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 모두가 생각하였다.

긴장된 나날 속에 훈련을 거듭하고, 어느덧 18라운드 경기가 다가왔다.

화창한 날씨였다. 일요일이며, 많은 관중들이 이미 국방부FC의 홈구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모두는 긴장한 상태였다. 이번 경기로 인하여 충분히 순위 변동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 긴장감은 더했다.

“모두…….광양과의 첫 번째 시합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잊을 수 없는 경기였다. 챌린지리그에 뛰어들어 광양과 첫 경기를 치른 그 때. 광양의 홈구장에서 2대5라는 엄청난 스코어를 내주며 패배하였다.

개막전까지만 하더라도 청주와 3대 3으로 무승부를 거두며, 첫 경기로써 첫 단추를 잘 꿰었다는 평을 받았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두 번째 경기에서 국방부는 광양에게 혼쭐났었다. 무려 다섯골. 쉴 새 없이 골문을 열어주었던 경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달라졌다. 미숙하였던 부분이 보강되었고, 더 많은 득점력과 함께, 수비진들도 잘 갖춰졌다.  또 한 용지현이라는 천재적인 골키퍼와 함께, 구자훈도 가세하였고, 다양한 공, 수간의 변화를 잘 이끌어낸 현재였다.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연동훈의 말에 추강이 답했다. 그리고 연태민이 고개를 숙였다. 그 때 당시, 연태민은 이태성과 함께 공격을 주도하였지만, 이렇다 할 실력발휘를 하지 못한 채, 무릎을 꿇었었다.

“설욕전이다. 이번엔…….우리가 광양의 골문을 다 찢어버린다.”

연동훈이 다시 말했다. 조금 격하기는 하지만, 그의 말이 모든 선수들의 귀에 완전히 꽂히고 있었다.

“제대로 보여주겠습니다. 원정에서 그런 치욕을 당하면 어떤 기분인지…….이번엔 광양이 맛보고 돌아가도록 해 주겠습니다.”

연태민이 자신 있게 말했다. 비단 그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모두가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었다.

어디에서나 항상 존재하는 것이 라이벌이었다. 그리고 지금. 챌린지리그에서는 국방부FC와 광양이 서로 라이벌 구도를 갖추고 있다는 평을 전문가들이 내놓았다.

그만큼 두 팀은 서로 닮았고, 엎치락뒤치락하며 따라가고 도망가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많은 관중들이 홈구장을 찾았다. 이미 2만관중석은 꽉 들어찼지만, 광양과의 빅 매치를 관전하고자, 국방부 앞은 경기장에 들어서지 못한 많은 관중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더 이상 관중들이 들어올 자리가 없습니다.”

국방부FC관계자들도 이와 같은 일로 인하여 함박웃음을 지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하였다.

많은 홈팬들이 열띤 응원을 펼칠 것이었다. 하지만 광양과의 1차전을 이들도 잘 기억하고 있었다. 만에 하나 2차전도 그때처럼 대참패를 겪는다면, 관중들의 야유가 더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장관님은 물론, 국방부 관계자들과 함께, 국회의원 몇 분까지 참석하였습니다.”

경기 시작에 앞 서, 이번 경기를 직접 관전코자 국방부FC의 홈구장을 찾은 귀빈들의 명단을 보며, 이강수가 정책기획관에게 보고하였다. 정책기획관도 이번 귀빈명단은 여느 경기 때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국방장관은 물론, 국방장관과 친분이 있는 몇 국회의원은 물론, 국가기관의 수장들도 참석을 하였다. 이들은 일요일이며, 휴일이기에, 평소와는 조금 다른 주말을 보내고자 찾은 것이었다.

“귀빈석이 화려합니다.”

경기에 앞 서, 그라운드위에서 몸을 풀기 시작하는 두 팀의 선수들을 보며, 각기 벤치에 앉은 감독들과 코치진들의 표정도 평소와는 달랐다. 이에 광양의 고치가 감독을 보며 말했다.

“지금까지 경기를 치르면서 저 정도의 귀빈들은 처음이다. 이거…….분위기에서 완전 압도당하는 느낌인데.”

광양의 감독은 귀빈석에 앉은 많은 인물들을 보았다. 광양은 지금까지 경기장을 찾은 귀빈이라고 해 봐야, 광양시장이 최고였다. 하지만 지금 여기에는 국방장관은 물론, 국회의원 몇 명이 떡하니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저 사람들…….어디서 본 듯 하지 않습니까?”

광양의 코치 눈에 조금은 낯익은 얼굴이 보이자, 그는 감독에게 손가락으로 자신의 눈에 비친 인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들은 지난 날 국방부의 경기를 몇 차례 관전하였고, 또 정책기획관과도 안면이 있었던 인물들이었다.

“클래식리그의 수원과 저쪽은 서울의 스카우트들이다. 그들에게도 이번 경기는 빅매치라 할 수 있으며, 또 한,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국방부의 선수들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 놓치지 않겠지.”

광양의 감독이 그들을 보며 말했다. 그의 말처럼 두 사람은 클래식리그에서도 라이벌인 수원과 서울의 스카우트 들이었다. 또 한 광양 감독의 말처럼 국방부FC에서 뛰어난 인물이 있다면, 그가 제대하는 날을 기다리다, 공짜로 가져가겠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을 것이었다.

국방부FC에 속한 상태로 데리고 간다면, 이적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제대한 후에는 그 어떤 이적료도 없는 무적상태가 되기에, 그냥 데리고 갈 수 있는 최고의 장점을 가진 선수들이 바로 국방부FC의 선수들이었다.

-축구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금일, 국방부FC와 광양FC의 챌린지리그 18라운드 경기를 중계해 드리겠습니다. 국방부와 광양은 이번 경기로 인하여 순위변동이 예상되는 팀이며, 이기는 팀은 무조건 1위 자리에 오르는 영광을 가질 수 있는 경기이기도 합니다.-

경기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아나운서가 중계방송을 내 보내고 있었다. 그의 말처럼 이 한 경기로 인하여 순위가 변동된다. 무승부일 경우에는 여전히 광양이 1위 자리를 고수하겠지만, 패배시, 그 1위 자리는 국방부가 가져가게 되는 것이었다.

“긴장된다…….”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로 올라서고 있었다. 이에 연태민이 홀로 중얼거렸다. 현재 국방부FC 소속 선수들 중, 가장 선임이며, 광양을 무조건 잡아야 하는 마음이 강한 그가 긴장된다는 말을 하니, 다른 선수들의 긴장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국방부FC는 4-3-1-2로 이번 광양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최전방은 투톱으로 이민구와 연태민을 세웠습니다.-

원톱이 아닌, 두 톱으로 나서며, 조금 더 공격적인 경기를 보이겠다는 뜻이었다. 연태민의 노련미와 함께, 17라운드 때와는 달리,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 이민구를 투입하여, 빠르게 광양의 수비진들을 휘저어 놓겠다는 뜻이기도 하였다.

-쉐도우로 추강선수가 나섰으며, 양 쪽 사이드로는 지형구와 함께 오랜만에 이민철 선수가 나섰습니다. 지형구 선수와 이민철 선수는 아주 빠른 발로 인하여, 돌파력이 뛰어난 선수이며, 이 역시 양쪽 사이드를 공략하여 공격을 시도하겠다는 이세령 감독의 의도가 보이고 있습니다.-

추강의 자리는 어느 정도 예상하였다. 하지만 오른쪽으로 나선 이민철의 등장은 의외였다. 이민철은 총 17라운드가 치르지는 동안 단 두 경기만을 소화했던 선수로써 아직 그에 대한 실력평가가 제대로 없는 상태였다.

-중앙미드필더로 설태구 선수가 오랜만에 나왔군요, 그리고 포백으로는 구민철, 장강식, 여민호 선수와 센터백인 우근우 선수가 섰습니다. 골문은 용지현 선수가 지키는 국방부입니다.-

17라운드까지 잘 지켜주었던 구자훈이었지만, 상대가 상대이니 만큼 세령은 구자훈 대신 용지현을 투입시켰다. 구자훈도 반사 신경이나, 기타 골키퍼로써의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용지현에 비하면 아직은 부족하다는 평이 있는 구자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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