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46 히든리거 =========================================================================
“너희 둘. 만약 국방부FC에 합류하게 된다면, 절대…….이 감독을 힘들게 하지마라. 그 즉시 내가 너희 둘을 다시 원대 복귀시킬 것이다.”
이해석은 이장성과 서지호를 보며 말했다. 두 장병은 이해석의 말뜻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이들 역시 이세령이 이해석의 딸인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자신의 딸을 힘들게 하지 말라는 뜻이 담긴 말로 받아들였다.
이장성과 서지호는 특별히 일반 사병으로는 처음으로 국방부FC의 경기를 직접 지켜보았다.
그것도 자신들에게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는 세령의 도움으로 귀빈석에 앉아 보게 되었고, 차후에 국방부FC에 합류하여, 꼭 국방부FC를 더 빛나게 할 의욕이 생기고 있었다.
세령은 자신에게 말없이 부대로 돌아간 이해석의 마음을 이해하였다.
언제나 이별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듯 한 자신을 배려한 것도 있으며, 자신을 믿고 있다는 뜻도 함께 담겨 있기에, 세령은 부대로 복귀한 이해석에게 짧게나마 전화로 인사를 나누었다.
짧았지만, 많은 것을 얻은 휴가였다. 14라운드 경기도 승리로 장식하였고, 선수들의 기분도 한 층 더 밝아져 있었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세령이 없었던 14라운드 경기를 잘 이끌고 승리를 가져온 연동훈의 지도력에도 생각보다 많은 칭찬을 보내주었다.
비록 장두관이 조언하였고, 관중들이 원하는 시원스러운 경기를 치른 것은 아니지만, 첫 감독대행의 자리에 앉아서 승리를 가져온 것만으로 관계자들에게는 아주 큰 만족감이었다.
“기분 좋은 일요일입니다.”
일요일 아침. 선수들은 생각보다 일찍 잠에서 깼고, 누가 시킨 일도 아니지만, 하나, 둘 그라운드로 나와 공을 차며, 아침 운동을 대신하고 있었다.
“저 놈들…….무슨 바람이 불은거야?”
이에 선수들의 숙소로 향하던 장두관이 그들의 모습을 보며, 함께 걸어가고 있던 서재호에게 물었다.
“어제. 이감독이 없는 상태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한 것으로 마음이 들 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악마 같은 연동훈에게 칭찬까지 들었으니, 기분이 날아갈 것입니다.”
서재호의 생각대로 선수들은 모두가 기분이 업그레이드되어 있는 상태였다. 무엇보다 연동훈에게 얻은 칭찬이 이들을 더 기쁘게 해 준 것이었다.
악마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지만, 한 동안 악마본성을 보이지 않았었다. 그리고 세령이 없던 14라운드 경기에서 연동훈의 지도력아래 승리를 가져왔고, 그로인하여 연동훈에게 밤새도록 칭찬을 받은 것을 마음에 두고 있는 선수들이었다.
“앞으로 남은 경기수 24라운드입니다. 그 중에 우리 국방부는 FA컵 8강에 올라 있기에, 7월부터 시작되는 FA컵 8강전도 함께 병행해야 합니다. 이에 선수들의 몸 관리를 철저히 하여, 꼭. FA컵과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하겠습니다.”
조식이 끝난 후, 정책기획관의 주최 하에 세령을 비롯하여 국방부FC의 관계자들이 모두 모인 회의가 진행 중이었고, 앞으로 남은 경기와 함께, FA컵에 관한 말을 세령이 하였다.
“현재 순위는 어찌되는가?”
정책기획관이 세령의 말을 들은 후, 미리 준비된 보고서를 보며 물었다.
“보고서 내용대로 현재 순위는 2위입니다. 지난 14라운드 경기에서 우리 국방부가 승리하였지만, 1위인 광양도 역시 승리를 가져가며, 나란히 승점 3점씩을 획득하였기에, 순위변동은 없었습니다.”
세령이 그의 질문에 답하였다.
“신입선수들의 활용도를 더 폭넓게 해야 할 듯 하더군. 어제 경기에서 이민구의 움직임이 너무 둔해보였지만, 그 외 다른 신입선수들의 움직임은 또 좋았어. 이에 연중사의 선수교체 시기와 전술변화는 아주 탁월했다고 보네.”
국방부FC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연동훈의 칭찬이 이어졌다. 단 한 경기를 승리한 감독대행에게 생각보다 많은 관심들을 가지고 있는 시점이었다.
“이제 연태민이 제대하면, 그 자리에 또 다른 선수를 앉혀놓아야 하는데, 생각해 둔 선수는 있는가?”
이어지는 질문에는 서재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곧바로 세령의 옆으로 서며, 두 장의 프로필 사진을 빔프로젝트에 띄웠다.
“저 친구들은 어제 1사단장님의 추천에 의해, 귀빈석에 앉아서 경기를 관람한 장병들 같은데…….그렇지 않아도 궁금했었네. 저 두 장병의 실력이 어떠하던가?”
정책기획관은 서재호를 보며 물었다. 그러자 곧바로 하나의 동영상을 재생시켰다. 이는 자신이 직접 4대대에서 본 그들의 플레이를 영상으로 짧게나마 남겨둔 것이었고, 두 선수의 플레이를 현재 회의실에 앉은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이 두 장병은 현재 1사단 15연대 4대대에서 근무 중인 장병들로, 모두 이등병입니다. 비록 두 선수 중, 서지호가 곧 일병으로 진급하지만, 그래도 다음시즌 25라운드까지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기간이며, 무엇보다 이장성은 이제 자대배치 받은 지 열흘 정도 되었습니다. 즉…….다음시즌을 풀로 다 뛰고 제대하는 인물입니다.”
서재호가 두 선수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하였고, 관계자들은 재생중인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저 두 선수의 실력이 프로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 보는가?”
“네. 충분히 통할 것입니다. 이장성은 큰 키에 비해, 아주 빠른 돌파력과 함께, 넓은 시야, 그리고 정확한 패스와 슈팅력까지 고루 갖춘 선수이며, 서지호는 우리 국방부FC의 추강처럼, 중,장거리슛의 정확도가 아주 높은 선수입니다.”
세령은 그의 옆에서 서재호가 하는 말을 듣고만 있었다. 자신도 두 선수에 대해 느낀 것이 있고, 하고자 하는 말이 있었지만, 정책기획관의 질문은 서재호에게만 이어지고 있었다.
“그럼. 두 선수를 국방부FC로 데리고 올 것인가?”
“네. 하지만 두 선수는 제대하는 연태민의 대타로 국방부FC로 들어서는 것은 아닙니다.”
정책기획관은 연태민의 제대와 함께, 아직 국방부FC에서 두 명의 T.O가 더 남아있기에, 그 남은 자리를 보강하는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해당 선수는 연태민을 대신하는 것이 아닌, 그저 남은 두 자리를 채우는 것이라 말하고 있었다.
“연태민의 자리를 채울 자원이 있다는 것인가?”
“네.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 곧 확정이 되는대로 바로 보고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정책기획관에게는 아직 자세한 보고를 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바로 장철수에 관한 말이었다.
장철수는 얼마 전 현역입대를 자행한, 전 수원의 공격수로, 수많은 국, 내외 프로팀의 러브콜을 거절하고, 군에 입대한 인물이었다.
현재 장두관이 그를 만나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답변을 얻어내지 못하였고, 그를 만나기 위하여 상무 측에서도 군 신교대의 문턱이 닿도록 드나들고 있는 시점이었다.
“어쨌든 전체적인 시즌의 30%를 소화한 지금, 성적 면에서는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비록 광양이라는 우수한 팀에 의해 1위 자리를 치고 올라서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남은 경기가 많으며, 무엇보다 1위인 광양과 3게임이 남아 있으니, 그 3게임 중, 2게임이라도 잡는다면, 우리가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상황도 만들어집니다. 아무쪼록…….시즌이 끝날 때, 모두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많은 노력 부탁드립니다.”
정책기획관이 시즌 30%가 끝난 시점을 분석한 자료를 보며 마지막 말을 하였고, 곧 모두는 각기 업무를 보기 위하여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감독.”
정책기획관이 문을 열고나서기 전, 가만히 서 있는 세령을 불렀다.
“자네의 지도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오히려 챌린지리그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의 지도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이 많아. 아무쪼록…….우리의 인연이 어디까지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그 때까지…….최선을 다해주게.”
“…….”
세령은 그의 말뜻을 알 수 없었다. 비단 세령 뿐 아니었다. 그 누구도 정책기획관의 말뜻을 이해할 수 없었고, 그 말뜻을 조금이라도 쉽게 풀이하여 듣고 싶었지만, 결국 묻지 못하고, 여전히 멍하니 서 있는 세령이었다.
“이 감독…….무슨 생각을 그리하고 있어?”
모든 관계자들이 다 나간 후에도 세령은 여전히 서 있었고, 장두관이 다가서며 물었다.
“아닙니다. 잠시…….정책기획관님의 말씀이 떠올라서 그랬습니다.”
“너무 마음 깊이 담아두지 말게. 다른 뜻은 없을 테고, 아무래도 자네가 힘들어하니까. 가끔 휴가를 주고자 한 말일수도 있잖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다행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만에 하나 다른 뜻이 있는 것이라면, 차후 어떤 결정을 내려야할지 모르는 그녀였다.
14라운드가 끝난 후, 주중에 치르진 15라운드 서귀포와의 경기에서는 제대를 앞 둔 연태민의 천금 같은 동점골에 힘입어 1대 1의 스코어를 만들며 무승부를 거두었다.
용지현 대신 15라운드도 골문을 지킨 구자훈은 뛰어난 반사 신경을 보이며, 꽤 많은 슛을 막아냈지만, 센터백인 우근우의 반칙으로 인하여 주어진 PK를 막아내지 못하고 1골을 허용하였다.
이에 후반전 종료직전까지 끌려가던 국방부FC는 종료직전 터진 연태민의 헤딩골로 인하여 귀중한 승점1점을 챙기며 경기를 마무리 하였고, 광양은 리그 5위인 진주를 2대1로 이기며 승점 3점을 챙겼다.
이로써 광양은 국방부와의 승점을 3점차로 벌이며 여전히 선두를 달리게 되었다.
비록 패배하지는 않았지만, 좋은 경기를 치르고도 승리하지 못했던 서귀포전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하여 선수들은 주말 경기인 충청과의 16라운드 경기를 준비하였다.
16라운드 충청과의 경기는 원정경기였다. 충청은 다른 구단에 비해 관중수가 적은 팀이었으며, 굳이 원정경기를 왔다는 느낌이 덜한 팀으로, 그만큼 관중들이 현저히 줄어들어 있었다.
국방부는 신입선수들을 모두 기용하였고, 연태민과 추강을 조커로 빼 놓았다. 하지만 전반전에 선수들의 움직임이 워낙 좋았기에, 후반전에도 이세령은 선수교체없이 모든 선수들을 그대로 기용하였다.
이에 후반 5분 만에 이민구가 첫 골을 넣은 뒤, 후반 30분, 신입선수인 지호형이 추가골이자, 자신의 데뷔 골을 넣으며, 충청을 상대로 2대0 승리를 거두었다.
같은 시각, 광양은 뜻밖의 폭탄을 얻어맞았다. 리그 9위인 강릉과의 경기에서 1대2라는 역전패를 당했다. 이는 톱뉴스였다. 지금까지 광양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역전패라는 것도 뉴스였지만, 무엇보다 연패의 사슬을 끊지 못하고 있었던 강릉이 대어인 광양을 잡은 것이 최대 뉴스였다.
이로써 국방부와 광양은 서로 승점이 같았지만, 골득실에서 국방부가 밀려 여전히 2위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조금만 더 몰아붙일 걸.”
16라운드 경기가 끝난 후, 국방부의 관계자와 선수, 그리고 홈팬들은 모두 한결같은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