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144화 (144/163)

00144  히든리거  =========================================================================

“역습이다! 우리도 역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그 순간 여수의 코치가 큰소리로 외쳤다. 이는 전반전에 비해, 후반전은 공격적으로 나가겠다는 뜻으로 선수교체를 단행한 효과를 보려는 것이었다.

-여수FC! 빠른 역습이 시작됩니다!-

의외였다. 지금까지 여수는 빠른 역습이 없었던 팀이었다. 단조로운 공격패턴은 물론, 그마저도 빠르게 진행된 적이 없었던 팀이었다.

-국방부의 최대 장점인 빠른 역습을 여수FC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들어가!”

경기 시작과 동시에 이어졌던 국방부의 공격으로 인하여, 공격수 세 명과 미드필더 3명이 동시에 여수진영으로 들어갔던 국방부였다. 하지만 공격 실패 후, 빠른 역습으로 전향하여 치고 들어오는 여수로 인하여, 여수의 공격수와 국방부의 수비 숫자가 거의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면서, 연동훈이 큰 소리로 외쳤다.

-여수! 페널티박스 중앙으로 스루패스!-

포백라인마저 완벽하게 무너뜨리는 여수의 패스였다. 최종수비수를 지나친 공은 여수의 최전방 공격수 오민석에게 바로 연결되었고, 오민석은 국방부의 신예 골키퍼인 구자훈과 일대일 찬스를 맞이하였다.

‘톡!, 탁!’

오민석은 간격을 좁히기 위하여 앞으로 나서는 구자훈을 보며 그의 키를 넘기는 로빙슛을 시도하였지만, 구자훈은 그의 슛방향을 읽은 듯, 낮추었던 몸을 빠르게 점프하여 일으킨 뒤, 자신의 머리위로 지나쳐가려던 공을 툭 쳤고, 공은 조금 더 높이 떠 오른 뒤, 골대를 향해 통통 팅기며 굴러가고 있었다.

‘탁!’

“!!!”

그 순간 모두가 놀란 상황이 벌어졌다. 로빙슛을 막고자 몸을 뛰어 올리며 공을 쳐낸 구자훈이 땅에 착지하며 주저앉았지만, 곧바로 몸을 일으켜 세운 뒤, 통통 팅기며 천천히 굴러가는 공을 향해 몸을 날리며, 골라인을 통과하기 직전이었던 공을 외부로 쳐냈다.

“와우! 저 골키퍼도 대단한데! 국방부에 또 다른 천재 골키퍼가 등장한 거야!”

관중들은 구자훈의 놀라운 반사 신경에 박수를 보내며 소리쳤다. 심지어 자신과 라이벌인 용지현마저 벤치에서 일어나 큰 박수를 치며 그의 선방에 놀라움을 나타내고 있었다.

“구자훈. 정말 물건이네.”

구자훈의 플레이에 정책기획관마저도 놀란 눈을 하고 있었다. 저 멀리 부산까지 내려가 데려온 골키퍼라 그 느낌은 더 강하게 전해지고 있었다.

“잘했어.”

곧 국방부의 선수들이 구자훈의 옆으로 다가서며 그의 어깨를 토닥거린 후 모두 한마디씩 해주었다.

진정 한 골을 그냥 내어주는 상황이라 여겼고, 여수는 역습으로 인하여 한 골을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그 모두의 생각을 구자훈이 바꿔놓은 것이었다.

흥분이 가시기전에 이어진 코너킥은 킥과 함께 공이 골라인을 벗어난 후, 다시 들어오면서 여수의 찬스는 멈췄다.

“후…….긴장되네.”

후반전 시작과 함께 양 팀에서 한 번씩 기회를 가졌었다. 하지만 여수는 골과 다름없는 기회를 놓친 것에 억울할 만 하였지만, 국방부로써는 진정 한 골을 넣은 것과 같은 상황이 전개되었고, 이에 이장성이 자신도 모르게 홀로 중얼거린 말이 주위에 앉은 모두의 귀에 들어갔다.

“긴장돼?”

그의 말을 들은 세령이 물었다.

“네? 아 네…….사실 이렇게 긴장되는지 몰랐습니다. 군대에서 공을 찰 때는 긴장보다는 그저 선임들의 눈치로 인하여 열심히 하는 것뿐이었는데, 프로리그는 역시 다르다는 것이 새삼 느껴지고 있습니다.”

이장성은 경기가 중반을 넘어, 종반으로 치닫고 있을 때 쯤, 프로리그는 자신이 상상했던 것 이상이라는 것이 점점 더 실감나고 있었다.

“긴장하면 실수로 이어진다. 만약. 너희가 국방부FC로 들어오게 된다면, 그 긴장은 함께 가지고오지마라. 한 명의 실수로 인하여,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 스포츠다.”

세령은 이장성의 말을 들은 후,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날카로운 표정도 아니었으며, 목소리에 묵직함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그저 일반적인 조언일 뿐이었다.

-국방부FC. 후반 초반에 여수의 역습상황을 잘 막아내고, 다시 공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지나간 상황은 그 순간 바로 잊는 것이 도움 된다. 한 골을 실점했다더라도, 그 실점은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그 실점을 계속하여 머릿속에 담아둔다면, 또 다시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었다.

후반전도 어느덧 30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후반전에는 빠른 역습으로 인하여 대량득점을 노리겠다는 국방부는 그 계획이 모조리 빗나가고 있었고, 여수 역시. 공격적으로 후반전을 뛰고 있지만, 여전히 득점은 없는 상황이었다.

“이대로는 힘들다. 선수교체를 해서, 다시 스피드를 올리자.”

장두관이 사이드라인 앞까지 나가있는 연동훈의 옆으로 서며 말했다. 기대를 모았던 이민구가 또 다시 제대로 된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로인하여 추강이 쉽게 공격적인 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연태민. 준비해.”

연동훈은, 제대 한 달을 앞 둔, 연태민을 불렀다. 연태민은 이태성과 함께 최전방을 책임지는 스트라이커였고, 제대하는 그의 차리를 채워줄 인물을 아직 물색하지 못한 상태였다.

-국방부FC. 선수교체가 있을 듯합니다. 아. 연태민 선수가 몸을 풀고 있습니다. 연태민 선수는 이제 국방부FC에서 최대 세 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는 선수이며, 곧 국방부FC를 떠나갈 선수입니다.-

연태민이 몸을 풀자, 아나운서가 그에 대해 말했다. 그러자 관중들의 시선은 연태민에게 집중되었다. 그의 플레이를 지금까지 봐 왔고, 모난 곳 없이 자신의 임무를 잘 수행하였던 그였기에, 특별히 그에 대한 안티 팬은 없었다.

-국방부. 선수교체입니다. 예상대로 이민구 선수가 나가고 연태민이 들어옵니다.-

연태민이 경기에 투입되었다. 그리고 세령은 연동훈의 전략에 대해 홀로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아무리 세대교체가 중요하긴 하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를 계속 기용하여 전체적인 흐름을 방해할 필요는 없었다. 이에 세령도 자신이 만약 벤치에 앉은 상황이었다면, 이쯤에서 공격적인 변화를 한 번 줄 것이라 여겼고, 자신의 생각처럼 연동훈은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은 이민구를 빼고, 연태민을 투입하고 있었다.

“수고했어.”

연태민은 자신과 교체되는 이민구가 들어오자, 그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말하였고, 곧 연동훈은 아무런 말없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연태민선수가 들어오면서, 추강선수와의 연계 플레이가 또 다시 주목받을 것 같습니다. 유독 두 선수의 연계플레이에서 많은 득점이 나왔던 국방부였기에, 남은 시간 안에 최소한 1득점이라도 올려, 승점을 가져가겠다는 연동훈 코치의 의도로 보입니다.-

아나운서의 말처럼 남은 시간동안 한 골이면 승부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축구는 모른다. 후반 추가시간에도 두 골, 세 골까지 나온 경기도 많았다. 즉. 경기가 끝나는 휘슬이 울릴 때까지는 그 결과를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오형호 선수! 다시 오른쪽을 빠르게 들어서고 있습니다!-

이민구에 비해, 오형호의 컨디션은 최상이었다. 지난 13라운드에서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던 한을 푸는 듯, 그의 몸놀림은 진정 가벼워 보였고, 몇 차례 예리한 센터링으로 골문으로 향하던 공격수에게 택배크로스를 보였었다.

-오형호! 센터링!-

또 다시 이어지는 그의 센터링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페널티 박스를 향해 날아가지 않았고, 페널티박스 외부에서 들어서는 추강을 향해 정확하게 날아가고 있었다.

-추강입니다! 추강선수! 그대로 슛! 아…….슛을 할 것 같았지만, 자신 앞에 있는 수비수를 제친 후, 페널티박스 안에 있는 연태민에게 공을 밀어줍니다!-

추강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중거리 슛을 날릴 것이라 모두가 예상하였다. 하지만 바로 앞에 여수의 수비진이 이미 추강을 개인마크하고 있었고, 그로인하여 강력한 슛을 날리지 못하기에, 그를 따돌린 후, 전방에 보인 연태민에게 공을 밀어주었다.

-연태민! 수비수 한 명을 등지고 섰습니다. 몸을 돌리지 못하도록 수비수가 밀착마크하며, 또 다시 수비수가 더 붙습니다!-

공을 받은 후, 곧바로 결정을 내렸어야 할 순간이었다. 하지만 연태민의 몸은 골대를 등지고 서 있었고, 몸을 돌리려 하였지만, 이미 수비수가 바짝 붙어 있었기에 쉽게 몸을 돌리지 못하고 있었다.

“왼쪽…….”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서지호가 홀로 중얼거렸고, 세령은 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정확히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것과 같은 생각을 말한 그였다.

세령의 눈에도 왼쪽 사이드를 치고 올라와, 페널티박스 모서리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여형민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여형민은 선수선발 당시, 놀라운 공간침투능력을 인정받았고, 그로 인하여 국방부에 들어온 인물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혼전중인 페널티박스 안에서 비교적 자유로우며, 골문을 열 수 있는 거리에서 홀로 서 있었다.

-연태민선수! 몸을 돌리지 못하고, 다시 공을 페널티박스 외곽에 서 있는 추강선수에게 패스합니다!-

세령과 서지호가 생각하였던 패스는 아니었다. 연태민은 여형민이 아닌 추강에게 다시 공을 패스하였다. 추강의 몸도 비교적 자유로웠지만, 조금 전의 상황에서는 추강보다 여형민에게 주는 것이 더 올바른 판단이라 여겨졌다.

-추강! 그대로 슛! 아닙니다! 여형민 선수에게 공을 패스합니다!-

연태민이 건네준 공을 받은 추강은 충분히 슛을 할 수 있는 거리였지만, 그는 세령과 서지호가 생각하고 있었던 여형민에게 공을 패스하였다. 그리고 추강에게 패스된 공으로 인하여, 여형민은 조금 전보다 더 자유로운 몸이 되어 있던 상황이었다.

-여형민! 슛!-

‘철렁!’

-골! 골입니다! 국방부의 여형민 선수! 데뷔무대에서 데뷔 골을 작렬시킵니다!-

비록 공이 돌고 돌았지만, 결국에는 세령과 서지호가 생각하였던 여형민이 골을 성공시켰다.

여형민은 추강에게서 받은 공을 원터치로 한 번 다룬 뒤, 골대를 본 후, 인사이드로 감아 찼으며, 골키퍼가 서 있는 반대방향 모서리를 정확하게 노린 슛으로 국방부에게 첫 골을 선사하였다.

세령은 서지호를 향해 보았다. 비록 관중석에 앉아서 여러 방면으로 볼 수 있는 시야가 있지만, 축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공을 가진 연태민에게만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서지호는 그 와중에서도 홀로 자유롭게 있는 여형민을 볼 수 있었고, 그의 넓은 시야에 세령은 서지호를 팀에 합류시킨 뒤, 어떤 방향으로 활용할지를 벌써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후반 35분에, 여수의 골문이 열리며, 국방부FC가 귀중한 선취득점을 올렸습니다.-

여수를 상대를 골을 뽑아내는 것은 어느 팀이나 쉽지 않은 것이었다. 챌린지리그에 속한 팀들 중, 빗장수비로는 최고의 팀이기에, 그 수비수를 모두 뚫고 골문까지 여는 것은 항상 어려웠지만, 국방부는 새로운 신입선수들에 의해 어려운 골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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