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143화 (143/163)

00143  히든리거  =========================================================================

-양 팀 선수 소개가 끝났습니다. 곧 경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잠시 후, 양 팀의 선수소개가 모두 끝났다. 선수들은 그라운드 위에서 몸을 풀며, 각자의 포지션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였고, 세령은 국방부FC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았다.

“4-3-2-1이네.”

선수들이 선, 위치를 보며 세령이 말했다. 포백을 두고, 미드필더를 다섯 명 둔 것이었다. 수비형으로 뛰어야 할 미드필더를 세 명 두었고, 공격으로 나설 인원을 두 명 두었다. 그리고 최전방에는 이민구가 원톱으로 섰다.

“처음 보는 인물이 많군. 이번에 새로 전입된 장병들인가?”

최태윤의 눈에는 새로운 장병들이 보였다. 제대를 앞두고 원대 복귀한 인원을 대신하여 그라운드 위에 올라선 인물을 보고 세령에게 물은 것이었다.

“네. 연중사가 이번 경기에서 새로 전입된 선수들의 능력을 체크 해보려는 듯합니다.”

세령이 최태윤의 물음에 답한 후, 여전히 그라운드 위를 보았고, 곧 벤치 앞에 서서 선수들에게 연신 큰 목소리로 뭔가를 주문하는 연동훈을 보았다.

세령은 이번 14라운드 경기에서 선발로 뛸 11명의 선수들 명단을 아직 보지 않은 상태였다. 그녀가 휴가를 떠나기 전, 연동훈은 이미 선발라인업을 다 준비해 두었다고 하였지만, 그녀는 그가 준비한 명단을 보지 않은 채, 급작스럽게 휴가를 떠난 것이었다.

“이민구와 지호형, 여형민과 오형호, 구자훈을 모두 투입시켰네. 신입선수들을 다 체크할 모양인가.”

세령은 그라운드의 위에 오른 11명의 선수들을 모두 다시 보았다. 이미 어느 정도는 예상한 포지션이지만, 골키퍼 자리에 용지현이 아닌 구자훈을 투입한 것은 의외였다.

아무리 여수가 공격력이 약한 팀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명성을 위해서는 인정된 선수인 용지현을 투입하여,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여겼다.

하지만 연동훈은 용지현대신, 신입 선수인 구자훈을 투입하면서, 그에게 용지현과 경쟁할 수 있는 구도를 마련해준 것이었다.

또 한, 기존 선수들과 함께, 경쟁구도를 만들기 위하여 신입 장병들을 모두 투입한 것이라 생각하였다.

“삐익!”

-경기 시작됩니다! 국방부FC와 여수FC의 14라운드 경기! 이번 승리팀은 충분히 순위까지 끌어올릴 수 있기에, 양 팀의 치열한 경기가 예상됩니다!-

국방부FC는 여수를 잡고 1위자리를 넘보고 있다. 반면에 현재 리그 7위인 여수는 국방부라는 대어를 잡고 목마른 승리를 챙기며, 리그 6위인 청주와 순위를 바꾸려는 계획이었다.

“정말…….빠릅니다. 군대에서 직접 보고, 뛰었던 군대스리가와는 정말 다릅니다.”

경기가 시작된 후, 이장성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말했다. 자신이 부대 내에서는 그래도 인재에 속한 인물이라 자부하고 있었지만, 지금 그라운드 위를 뛰어다니고 있는 국방부FC 선수들을 보며, 진정 자신은 그저 군대스리가에서만 뛰어 본, 우물 안 개구리라 느껴지고 있었다.

이 생각은 서지호도 마찬가지였다. 행정병으로 자대배치를 받고 왔지만, 그도 자신의 축구실력에 대해 어느 정도 스스로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 5분 동안 이루어지고 있는 두 팀의 공방을 보며, 자신도 이장성과 마찬가지로, 그저 우물 안 개구리라 느끼고 있었다.

-지호형 선수! 길게 패스합니다!-

전반 7분여가 지난 상태였다. 우동화를 대신하여 그 자리에 선 지호형이 약 30미터가 넘는 아주 긴 패스를 시도하였고, 그 공은 마형식을 대신하여 오른쪽 윙어자리를 차지하고 들어간 오형호에게 연결되었다.

“와우. 패스 환상적인데.”

관중들도 조금 전 있었던 지호형의 긴 패스에 감탄하고 있었다. 국방부진영 중앙에서 차단한 공을 그 즉시 오른쪽 사이드를 타고 달리는 오형호에게 아주 정확하게 전달되자, 감탄사가 절로 나온 것이었다.

-오형호! 센터링!-

오른쪽을 완전히 뚫고 들어선 오형호는 페널티박스 안을 보았고, 그 즉시 빠르고 낮게 깔리는 센터링을 올렸다.

‘펑!’

‘팅!’

-아깝습니다! 빠르며 낮게 깔린 공을 이민구 선수가 논스톱 발리슛을 때렸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날아가면서, 골키퍼의 손에 맞고, 골포스트를 맞힌 뒤, 골라인을 벗어납니다.-

“아깝네. 제대로 들어갔다면, 베스트 골감인데 말이야.”

1사단장이 자리에서 엉덩이를 들쭉 들쭉하며 말했고, 그의 그런 행동을 처음 본, 이해석과 최태윤이 서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1사단장의 그런 행동은 비단 그 혼자만 하는 행동은 아니었다. 축구경기를 직접 관전하며, 단 한 번도 앉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소리친 적이 없던 최태윤도 곧바로 이어진 코너킥 상황에서 아쉽게 추강의 슛이 골대를 약간 빗나가자, 자신도 엉덩이를 떼며, 아쉬운 표정을 보이고 있었다.

-국방부FC의 맹공격이 이어지고 있지만, 역시 여수FC의 수비력이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여수는 챌린지리그 팀들 중, 최소실점을 기록하고 있기에, 공격력이 막강한 국방부를 맞이해서도 여전히 철벽수비를 보이고 있습니다.-

어느새 전반 30분도 지나가고 있었다. 아나운서의 말처럼 국방부의 공격이 매서웠다. 이민구는 물론, 추강과 오형호, 여형민, 지호형까지, 공격을 주도하는 모든 선수들이 매서운 슈팅을 날렸지만, 수비에 막히고, 골키퍼에 막히면서 공격 숫자에 비해, 아직 득점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어때? 군대스리가와는 다르지?”

차호성이 이장성과 서지호를 보며 물었다. 이곳에 오기전, 세령앞에서 보여주었던 자신들의 화려한 드리블과 슈팅에 대해 자신감이 가득 찼던 두 사람은 진정 화려한 드리블에 이은 강력한 슈팅을 모두 막아내고 있는 여수의 수문장을 보며 놀란 눈을 하고 있었다.

“골이…….쉽게 들어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장성이 그라운드 위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중얼거렸다.

“삐익!”

-전반전 종료됩니다. 전반전에 보여주었던 국방부FC의 슈팅을 보면, 무려 11번의 유효슈팅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수의 골문을 통과한 공이 단 한 번도 없을 만큼 여수의 수비는 완벽하였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여수는 전반전 동안 단 하나의 슈팅이 있었고, 이마저도 국방부의 신입골키퍼인 구자훈의 손에 닿지 않은 슈팅이었습니다.-

여수는 여전하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강점인 수비를 여전히 내세우며 경기를 운영하고 있었고, 그 결과는 일단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수비만으로는 절대 승리를 챙길 수 없는 것이 스포츠다. 승리를 위해서는 공격이 있어야 하기에, 여수의 후반전 경기 운영에 관심이 쏠리고 있었다.

“잠시…….벤치 좀 다녀오겠습니다.”

“안 돼. 자네는 절대…….벤치 근처도 갈 수 없어.”

전반전이 종료된 후, 벤치로 내려가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다시 올 요량으로 세령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하자, 곧바로 정책기획관이 그녀의 생각을 막아 세웠다.

“그냥 쉬어, 편안하게 경기를 봐, 그리고 벤치에서만 보던 시선을 버리고, 관중석에서 관중들이 보는 시점에서 국방부FC를 봐. 그리고 보이는 것이 있다면 적어도 이 자리에 앉은 시간이 아깝지는 않을 것이야.”

정책기획관의 말은 쉽게 이해가 갔다. 항상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았던 세령이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관중석에 앉아서 경기를 보았다. 벤치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관중석에 앉은 후, 보이는 것이 있었다. 그로인하여 자신의 생각을 연동훈에게 알리고 싶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 경기는 연동훈이 이끄는 경기였다. 휴가자인 세령이 중간에 끼어들어, 연동훈의 전술을 바꿀 수 없도록 정책기획관이 아예 담을 쌓아버린 것이었다.

“후반전에는 조금 더 강하게 밀어붙이자. 골문을 계속하여 두드리면 언젠가 열린다. 계속 두드리고, 추강과 이민구, 그리고 여형민. 너희들은 수비 전향시 중앙선을 넘지 않는다. 후반전에는 우리 국방부FC의 최대 장점인 빠른 역습을 보여준다.”

“네. 알겠습니다.”

후반전 시작 전, 연동훈은 선수교체없이 전반전에 뛰었던 모든 선수들을 그대로 투입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공격을 주도할 세 명에게 새로운 전술을 말해주었다.

국방부의 최대장점인 빠른 역습을 후반전에 보인다는 말이었다. 챌린지리그는 물론, 클래식리그에서도 국방부FC의 역습은 그 어떤 팀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빠르며 정확하다는 평을 내렸었다. 그리고 후반전, 그 빠른 역습과 정확성으로 철문같이 굳게 닫혀 있는 여수의 골문을 열 계획이었다.

-후반전 경기를 위해 양 팀 선수들이 다시 그라운드 위로 오르고 있습니다. 국방부FC는 선수교체없이 그대로 후반전을 소화할 예정인 듯 보이며, 여수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빼고, 공격형으로 두 명의 선수를 교체하였습니다. 이는 후반전을 공격적으로 나가겠다는 감독의 뜻이기도 합니다.-

후반전 시작을 위하여 선수들이 각기 자신의 포지션에 섰다. 그리고 교체된  선수에 대해 말하였고, 여수의 포지션 변경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상대가 공격적으로 나오면, 그만큼 역습의 찬스는 많아진다. 후반전은 화려한 골 잔치를 만들어보자.”

장두관이 벤치에 앉으며 말했고, 연동훈은 그라운드 위에 오른 선수들을 향해 수시로 손을 흔들어 뭔가 숫자를 표시하는 수신호를 보냈고, 큰 목소리로 해당선수에게 뭔가 따로 지시를 내리는 행동을 하였다.

“삐익~!”

-후반전 시작됩니다. 국방부FC. 경기 시작과 함께 곧바로 여수진영으로 파고듭니다!-

보편적으로 경기가 시작되면 공을 자기진영으로 돌린 뒤, 상대 공격수를 끌어당기며, 빈 공간을 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국방부는 후반전 시작과 함께 추강이 밀어준 공을 받은 이민구가 단독드리블로 여수진영을 곧바로 파고들고 있었다.

-이민구. 오른쪽을 치고 들어서는 오형호 선수에게 바로 연결해줍니다! 오형호. 여수 미드필더를 따돌리며 그대로 치고 들어갑니다!-

아주 빠른 공격이었다. 이민구에 이어 오형호에게 패스된 공은 어느새 여수의 안방구석까지 들어가고 있었고, 그에 맞춰, 추강은 물론, 이민구와 지호형, 여형민까지 빠르게 페널티박스 안으로 진입하였다.

-오형호! 센터링!-

오형호는 중앙으로 시선을 돌린 후, 곧바로 높은 센터링을 올렸다. 이는 전반전에 낮게 깔리는 센터링에 비해, 거의 세 배 정도가 높은 센터링이었고, 높이 떠올라 급격하게 꺾이며 떨어지는 공을 공격수와 수비수가 모두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펑!’

-여수의 차민호 골키퍼! 떨어지는 공의 정확한 낙하지점을 파악하여 높이 떠올라 펀칭으로 쳐 냅니다!-

공격수와 수비수의 머리에 공이 닿기 전이었다. 여수의 골키퍼 차민호가 먼저 공을 쳐냈고, 그 공은 생각보다 멀리 벗어나며, 여수진영 중앙에 위치하고 있던 여수의 미드필더에게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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