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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리거-141화 (141/163)

00141  히든리거  =========================================================================

“어찌 오셨습니까?”

서재호가 그녀의 옆에 앉자, 세령이 물었다.

“나도…….휴가를 좀 가고 싶어서 정책기획관님께 말씀드렸지, 자네처럼 4박 5일은 아니고, 외박증을 기꺼이 허락해 주셨네. 그리고 장두관 소령님도 자네가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는 말에 나의 등을 떠밀기까지 할 정도였네.”

“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아빠를 만나러 가는데 왜 장소령님이 서중위님을 등을…….”

“인재 발굴…….자네가 첫 인재를 발굴하였던 이곳에서 숨겨진 인재를 다시 데려오라는 특명이지…….그런데 자네는 무슨 뜻으로 받아들인 거야? 설마…….장소령님이 자네와 나를…….”

“아…….아닙니다.”

세령은 장소령의 행동에 대해 정확한 뜻을 알지 못하였었다. 하지만 서재호의 말을 들은 후, 그의 뜻을 알게 되었다.

장두관의 말처럼 세령이 가장 먼저 인재를 찾았던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추강이라는 축구천재와 설태구라는 아주 빠른 인물. 그리고 용지현이라는 진정 괴물 같은 수문장. 이 세 사람은 축구에 축자도 모르는 사람들이었지만, 모두 세령에 의해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발굴해 낸 인물들이었고, 지금은 국방부FC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원이었다.

“그 보다. 인재는 좀 있었어?”

경기가 시작되려 하기 전, 서재호가 앞 서 열렸던 경기에 대해 물었다.

세령은 주위를 살펴보았다. 자신의 입모양을 보고 있을 중대장들을 의식한 것이었다.

“없었습니다.”

그녀는 손으로 입을 가린 뒤, 서재호의 귀에다 작은 목소리로 말했고, 서재호는 앞 서 경기를 치른 듯, 한 쪽으로 앉아 있는 장병들을 향해보며 그녀의 말을 들었다.

“더 보면 알겠지. 일단 보자.”

서재호는 남은 한 경기라도 제대로 보기 위하여 자리 잡아 앉았다.

“삐익!”

곧 14중대와 15중대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와우…….빠른데. 드리블도 괜찮고, 키도 적당하며, 체격도 적당하고…….좋은데.”

서재호는 세령과 관전하는 방식이 달랐다. 세령은 아무런 말없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과 달리, 서재호는 연신 경기에 대해 자신 스스로 중계를 하는 것 마냥 말하고 있었다.

“이장성! 뛰어!”

전반전 중반에 접어들었을 때, 3소대장 차호성의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에 세령의 시선은 연병장에서 공을 잡고 뛰는 한 장병을 보았다.

훤칠한 키에 성큼성큼 뛰며, 공을 다루는 수준도 꽤 유경험자처럼 보였다. 자신에게 다가서는 14중대 장병을 아주 간단하게 따돌리고, 공을 다루는데 여유까지 보이는 행동을 취하고 있었고, 곧 차호성의 목소리를 듣고, 공을 앞으로 툭 찬 뒤, 이내 빠르게 드리블하며 순식간에 14중대 골문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펑!’

‘철렁!’

“와…….저 놈 뭐야? 내가 전군을 돌아다니며, 이곳도 보았는데, 그 때는 없는 놈이었는데.”

차호성이 이장성이라 부른 장병의 움직임과 함께, 골을 성공시키는 장면까지 본 서재호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중얼거렸고, 곧 세령도 그를 주시하여 보았다.

중앙선에서부터 잡은 공을 홀로 끌고 올라간 뒤, 골문을 열었다. 비록 상대가 군대스리가만을 경험한 장병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장성의 드리블과 마무리는 진정 수준급이었다.

“어때? 꽤 괜찮은 물건이지?”

이에 최태윤도 거들고 나섰다.

“언제 입대한 놈입니까?”

“자대배치 받은 지 고작 보름 되었네. 즉…….아직 군 생활이 창창하게 남아 있다는 뜻이지.”

서재호가 군침을 흘릴 만한 정보였다. 이제 자대배치받은 장병이면, 적어도 다음 시즌까지 국방부소속으로 뛰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고, 이별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세령에게도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을 가진 인물이었다.

“조금 더 지켜보자 이 감독.”

서재호는 이장성이란 장병에게 이미 홀려버린 듯하였다. 그것은 세령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단 한 번의 화려한 드리블을 본 것이지만, 차츰 더 보고 결정지을수도 있는 것이었다.

세령은 곧 시선을 돌려 차호성을 보았다. 그는 마치 감독처럼 여전히 연병장을 뛰고 있는 자신의 소대원에게 연신 뭔가를 주문하는 듯 한 행동과 함께, 목청을 높이고 있었다.

“또 이장성이다.”

공은 다시 이장성에게 넘어갔다. 그리고 이장성은 역시나 화려한 드리블로 쉽게 상대 장병을 따돌린 후, 중앙을 향해 시선을 돌렸고, 이내 인사이드킥으로 땅에 깔리는 스루패스를 중앙으로 찔러주었다.

‘펑!. 철렁!’

“와. 저 놈은 또 뭐야?”

서재호는 자신의 눈을 비비며 다시 멍한 눈으로 물었다. 이장성의 정확한 스루패스도 일품이었지만, 그 공을 받은 후, 정확하게 몸을 돌리며, 상대 장병을 아주 간단하게 자신의 뒤로 서도록 만들었고, 강하지 않았지만, 정확하게 감아 차는 인사이드킥으로 골문을 열었다.

조용하였던 전반 초반과는 달리, 중반을 넘어가면서, 15중대에서 이미 두 명의 인재가 보이고 있었다.

“저 놈은 다음 달이면 일병이야. 이등병보다는 더 군 생활을 많이 한 놈이지만, 그래도 국방부에서 내년시즌까지 잘 뛸 수 있는 놈이기도 하지.”

또다시 최태윤이 거들었다. 그리고 이번에 골을 넣은 인물은 조금 전, 최태윤이 행정반에서 인재라고 말한, 행정병이었다.

“저 놈의 이름은 서지호야. 자네 이름과 비슷하지. 그리고 우리 15중대 행정병이며, 중대 축구시합에서는 쉐도우자리를 맡고 있는 놈이지.”

최태윤의 말에 세령의 시선이 이번엔 서지호에게 향하였다. 그의 자리는 추강과 겹치는 것이었다. 그리고 현재 국방부FC에서는 추강과 같은 쉐도우 자리에 설 인물은 없었다. 공격수와 중앙미드필더, 그리고 윙어와 미드필더는 다시 보강하였지만, 추강의 자리에 앉힐 인물은 아직 찾아내지 못한 상태였다.

“이 감독…….진짜 휴가 잘 온 것 같아.”

서재호는 연신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만에 하나 세령이 이곳으로 휴가를 오지 않았다면, 이와 같은 인재를 그냥 지나쳐 갈 뻔 하였고, 그들에게도 이와 같은 기회를 줄 수 없었을 것이었다.

세령은 서재호의 흥분된 어투에도 여전히 두 선수를 번갈아보고 있었다.

전반전이 끝난 후, 두 선수가 각기 휴식을 취하기 위하여 골라인 밖으로 나왔고, 최태윤이 그들의 곁으로 내려가 다독거려 주며, 파이팅을 외쳤다.

세령도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의 곁으로 갔다. 세령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앞 서 경기를 치렀던 두 중대의 중대장들의 표정이 굳어지고 있었다.

이미 자신이 속한 중대에서는 인재를 찾지못했다는 결론이 나온 것과 같았다.

“이장성과 서지호…….너희 둘, 축구를 해 본 경험이 있어?”

세령이 직접 내려와 두 장병의 이름을 말하며 묻자, 두 장병은 멍한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없습니다.”

“없습니다.”

두 사람 모두 축구경험이 없는 그저 평범한 장병들이었다. 하지만 세령은 이미 축구경험이 없는 추강과 설태구, 그리고 용지현을 발굴하면서, 경험과 천재성은 따로 분류하고 있었다.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경험이 없더라도 자신의 재능을 일깨워준다면, 충분히 경험 많은 선수들을 따라잡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미 추강도 그랬고, 용지현도 그랬다. 그들은 무경험에서 유경험자를 모두 누르고 당당하게 주전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들이었다.

“후반전도 보자. 너희들의 재능을 보여줘봐.”

세령의 말에 모두가 부러운 눈으로 두 장병을 보았다. 이 한마디에 이미 세령의 눈에 들어갔다는 뜻이기에, 모두가 그리 보았고, 차호성도 미소를 지었다.

“삐익!”

이어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앞 서 벌어졌던 두 중대는 이미 그 자리를 모두 벗어났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였기에, 다른 중대원의 우월한 경기를 지켜봐야하는 배 아픔을 겪지 않으려, 자리를 벗어난 것이었다.

“확실히 두 장병의 움직임이 다릅니다. 그 동안 뭐 따로 훈련이라도 하였습니까?”

후반전이 시작된 후에도 22명의 장병 중, 유독 이장성과 서지호의 플레이만 눈에 들어오자, 서재호가 최태윤에게 물었다.

“말하지 않았나. 이제 자대배치 받고 온 놈이네. 따로 훈련이고 뭐고, 시킬 시간이 없지 않겠나.”

두 장병에게 따로 특훈이 없었음을 말하고 있는 최태윤이었다.

‘펑!’

‘철렁!’

“말이 안 나옵니다. 저 거리에서…….진정 추강과 맞먹을 놈입니다.”

이장성은 또 한 번의 엄청난 실력을 보여주었다. 약 30미터는 족히 될 거리에서 날린 장거리 슛이 그대로 골문을 통과하였다. 골키퍼가 아마추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의 슛은 진정 환상적이었다.

무엇보다 프로리그에서 사용하는 전용 축구공도 아니며, 축구화도 신지 않았다. 그저 군대에서 사용하는 평범한 공에, 활동화를 신고 날린 슛은 진정 일품이었다.

“어때? 저 정도면 앞으로 제대하는 놈들의 뒤는 충분히 받쳐줄 것 같은데.”

서재호가 세령을 향해보며 말했다. 세령의 눈에도 이장성과 서지호의 재능은 남달라 보였다. 마치 자신이 지난 해 추강과 용지현, 설태구를 볼 때와 같은 느낌이 들고 있었다.

“저 두 장병. 제가 조금 더 테스트 해보아도 되겠습니까?”

이내 세령도 결정이 선 듯 하였다. 세령은 최태윤에게 물었고, 최태윤은 시선을 이해석에게 돌렸다.

“내가 힘이 있겠나. 국방부에서 필요로 한다면, 부대에서는보내줘야지.”

이해석은 자신을 보고 있는 최태윤과 세령을 보지 않은 채, 연병장을 뛰고 있는 22명의 장병들을 보며 말했다.

“그럼. 대대장님께서는 국방부FC에서 원한다면, 장병을 내어 주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일개 대대에서 무슨 힘이 있겠나. 장관께서 전화하시면, 난 그냥 네네…….라고 말할 수밖에 없네.”

이해석은 부드럽지 않은 어투로 말하였지만, 그의 표정은 어투와 정 반대였다. 마치 자신이 기다리고 있었던 물음인양, 얼굴에는 미소가 생겨나 있었다.

후반전 경기도 종료되었다. 이장성과 서지호의 능력을 더 확인하였다. 두 장병에게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능력은 드리블과 돌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골 결정력이었다.

골문이 보이면, 주저하지 않고 그대로 슛을 날리는 과감한 행동까지, 모든 것이 세령과 서재호의 마음을 사로잡은 두 장병이었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비록 1박2일의 외박증을 받았지만, 오늘 본 이야기를 서둘러 정책기획관님과 장두관 소령님께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모든 전투체육이 종료되었다. 서재호는 이장성과 서지호에 관한 것을 알게 되었고, 한시라도 빨리 두 장병에 대해 전입신고를 부탁하고 싶었다.

“자주 좀 놀러오게.”

“알겠습니다.”

위병소를 나서는 그의 뒤로 최태윤이 말했고, 세령은 그에게 경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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