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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리거-140화 (140/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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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윤은 연병장이 정리된 후, 3소대장 차호성과 2소대장 이연호, 그리고 화기소대장 강찬호에게 각각 인원을 선발하여 14중대와 경기를 치를 준비를 하도록 명령내렸다. 그리고 그는 곧 중대 행정반으로 향하였다.

“중대장님은 직접 관전하시지 않으십니까?”

그가 들어서자, 행정병이 물었다.

“잠시 통화 좀하고 갈 것이네. 너도 어서 활동복으로 환복하고 연병장으로 내려가. 너 같은 인재가 여기서 있으면 안 되지.”

“알겠습니다. 중대장님.”

행정병은 그의 말을 듣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곧바로 활동복으로 환복하기 위하여 움직였다.

그가 나간 후, 텅 빈 행정반에 앉은 최태윤은 전화기를 꺼내들었다.

“전진! 중대장님께서 이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

그의 전화를 받은 인물은 서재호였다. 현재 국방부FC의 스카우트 역할을 하고 있는 그에게 전화한 것이었다.

“지금…….이 소위가 우리 부대를 찾아왔네. 혹시 이 소위에게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네? 이감독이 그곳으로 갔습니까? 요즘 들어 힘들어하는 듯 보여서, 장관님께서 특별히 휴가증을 내려주셨는데, 또 군부대라니…….참 어쩔 수 없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래? 요즘 이 소위가 힘들어 하고 있었는가?”

최태윤은 서재호의 말에서 세령이 그동안 지쳐있었다는 말을 들었고, 행정반에서 연병장을 향해 내려 보며 이해석의 옆에 앉은 그녀를 보았다.

“사실…….선수들을 위하여 달려 온 8개월이었습니다. 자신을 뒤돌아보는 시간을 단 한 번도 가지지 못하였으며, 휴식은 더더욱 없었습니다. 그로인하여 장관님께서 특별히 휴식을 주었습니다. 그런데…….또 군부대로 휴가를 가다니…….”

서재호는 진정 알지 못하였다. 그녀에게 휴식을 준 것은 진정 휴식을 가져라는 뜻으로 준 것이었다. 늘 상 봐왔던 군인들을 또 다시 보라는 뜻으로 보낸 것은 아니었다.

“이 소위가 휴가를 아주 제대로 온 것이네.”

“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군부대에서 또 군부대로 간 것인데…….”

“이곳에는…….이소위의 가족이 있지 않은가. 대대장님께서 계시고, 또 이 소위가 처음 소위계급을 달고, 군복무를 시작하였던 3소대의 식구들도 있네. 이쯤 되면 최고의 휴가처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최태윤은 서재호와 다른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그의 말을 들은 후, 서재호도 자신의 생각이 잘 못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진정…….힐링을 위한 휴가를 찾아 떠난 그녀란 것을 뒤늦게 알 수 있었다.

“지금…….이곳에는 때 아닌 축구시합이 열리고 있네. 모두 이소위에게 눈도장이라도 받고 싶어 난리들이야.”

“하하…….역시 이감독이 대단합니다. 그럼 중대장님께서도 함께 봐 주십시오. 중대장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제가 국방부FC의 스카우트입니다. 제 눈에 들면,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우리 국방부FC에 들어서기 위한 테스트를 받기 쉽습니다.”

서재호는 최태윤의 말을 들은 후, 최태윤에게 부탁을 하였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짧게나마 진행되는 경기를 녹화 해주기를 부탁하였고, 최태윤은 기꺼이 그의 부탁을 받아주었다.

“제가…….지금 출발하면 1시간 정도 소요될 수 있습니다. 제가 갈 테니,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그래. 알았네.”

최태윤은 전화를 끊은 후,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국방부FC의 감독에 이어, 스카우트가 직접 온다면, 이것보다 더 좋은 기회는 진정 없는 것이었다.

축구를 생각하지 않은 장병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지만, 축구란 것에 빠져들어 있는 장병들에게는 지금의 기회는 진정 하늘이 내려준 기회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최태윤은 곧바로 서재호와의 통화 내용을 이해석에게 알렸고, 세령에게도 알려주었다.

“네? 서중위님께 제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까?”

“미안하네. 하지만 궁금해서 내가 먼저 연락을 해 본 것이네.”

“궁금하다니. 뭐가 말인가?”

최태윤의 말을 들은 후, 이해석이 그를 보며 물었다.

“이 소위가 휴가를 받아 우리 부대로 온 것이 궁금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궁금증은 곧바로 풀렸습니다. 군 장병들이 휴가를 받으면 가족이 있는 집으로 향하는 것처럼, 이소위도 휴가를 받아 가족이 있는 곳에 온 것뿐이었습니다.”

최태윤은 세령을 보며 이해석의 물음에 대한 답을 하였다. 세령도 그의 답을 들은 후, 미소를 지었고, 곧 이해석을 보면서 다시 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최태윤은 굳이 이세령이 힘들어 한다는 서재호의 말을 이해석에게 전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그저…….모든 장병들이 휴가를 받으면 하는 것처럼, 세령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같은 행동을 한 것뿐이라 말하였고, 이해석은 그의 말을 듣고 흐뭇해하였다.

세령은 최태윤이 자신의 지금 심정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 보았다. 서재호와 통화를 하였다고 했으니, 자신이 휴가를 떠나기 전, 국방부에서 어떤 행동을 하고 왔는지를 잘 알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자세한 말을 하지 않고, 이해석이 걱정하지 않도록 돌려 말해준 것은 참으로 고마운 것이었다.

정리된 연병장에 12중대와 13중대가 나란히 섰다. 이들은 세령이 보고 있다는 것만으로 지금까지 경험했던 군대스리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고 있었다.

“전, 후반 각각 15분씩 총 30분간의 경기를 치른다. 페어플레이는 기본이며, 특히…….짬밥 좀 된다고 정강이 걷어차는 놈은 그 즉시 퇴장이다.”

주심으로 나선 인물은 지난 해, 대대체육대회의 결승전에서 주심을 보았던 작전장교가 나섰다.

그는 엄청난 기세를 뿜어내는 인물로, 그의 눈에 잘 못 찍히면 그 즉시 퇴장이며, 심할 경우 군기교육대 입소까지 가능할 정도였다.

“삐익!”

경기가 시작되자, 흙먼지를 일으키며 장병들이 이리저리 뛰기 시작하였다.

세령은 그들의 움직임을 자세히 보았다. 지금 자신의 곁에 있는 국방부FC소속 선수들도 이들처럼 흙먼지를 일으키며, 공을 찼고, 자신들의 기량을 인정받아 국방부FC에 합류한 선수들이었다.

또 한, 그저 휴식을 취하고자 찾아온 그녀에게 뜻밖의 일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었다.

줄줄이 제대를 앞 둔, 선수들을 대체 할, 또 다른 선수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난 것이었다. 그로 인하여 세령은 푸른 잔디밭이 아닌, 흙바닥에서 축구경기를 치르고 있는 그들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어떠냐? 비록 네가 데리고 있는 장병들에 비해서는 모자라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놈들이 보이지 않느냐?”

이해석은 연신 공을 쫒아 뛰고 있는 장병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세령의 눈에도 그들은 진정 열심히 뛰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하나를 눈여겨본다는 것은 어려웠다. 공을 제대로 다루는 장병이 있긴 하였지만, 지금 현재 선수들을 대체할 만한 인재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었다.

“삐익!”

전반전이 끝난 후, 해당 중대의 중대장은 세령의 눈빛을 보기 바빴고, 그녀의 눈빛에서 나오는 뜻을 해석하기 바쁜 것이었다.

“삐익!”

잠시의 휴식이 있은 후, 곧바로 후반전도 이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세령의 눈에는 그 어떤 장병이 들어차는 경우는 없었다. 모두가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 국방부FC에 들어오는 것은 어려웠다.

곧, 전, 후반 30분 경기가 끝났다. 두 중대 모두 무득점으로 끝났으며, 전, 후반 30분을 소화하고 난 뒤, 장병들은 물론, 모두의 시선이 오로지 세령에게만 향해 있었다.

“잘 봤습니다. 역시 군대스리가가 바탕이 되어 있으니, 국방부FC의 선수들이 지치지도 않고, 모두가 열심히 인 듯합니다.”

세령은 두 중대의 경기를 본 후, 아주 짧게 관전소감을 말하였다. 아주 거대한 프로팀이나, 명문구단의 감독은 아니지만, 세령은 군 장병에게 있어, 그 어떤 구단주나, 감독들보다 더 큰 존재였고, 그녀에게 단 한 번의 눈도장이라도 받아보고자, 진정 사력을 다해 뛴 경기였다.

“조금 더, 열심히 뛰고, 죽을 정도로 달려야지, 이게 뭐야! 모든 축구경기는 골로 답이 나오는 것이다. 골을 넣어야 이 소위에게 더 점수를 얻을 것 아냐!”

경기를 끝내고 들어서는 장병들에게 해당 중대의 중대장과 소대장은 연신 질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어느 한 중대라도 득점을 하였다면 당연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이었다. 하지만 두 중대는 무득점으로 경기를 끝냈고,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은 선수가 없다는 것을 자신들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듯 말을 하고 있었다.

“곧 우리 중대의 경기군. 기대되지 않은가? 3소대의 변화. 그리고 자네의 뒤를 이어 3소대를 맡은 차성호가 호언장담하는 결과가 어찌 나올지도 궁금하군.”

곧 14중대와 15중대의 경기가 준비 중에 있었다. 그러자 최태윤이 세령을 보며 말했고, 곧 그녀의 시선은 단상 아래에서 3소대에서 차출된 선수들에게 몇 지시를 내리고 있는 차호성이 보였다.

또 그 옆으로는 이연호와 강찬호도 자신의 소대에서 차출된 장병에게 말하고 있었고, 강찬호는 단상위에 오른 세령을 가리키며, 장병들에게 경례까지 하도록 하였다.

세령은 그의 돌발적인 행동에 어색한 미소를 보이며 장병들의 경례에 답례를 해 주었고, 곧 연병장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어. 저 차량은?”

연병장으로 시선을 돌리자, 위병소를 통과하는 서재호의 차량이 보였고, 세령은 최태윤을 향해 보았다.

최태윤은 그와 통화를 하였다는 말은 하였지만, 그가 직접 찾아온다는 말은 하지 않았었다. 그로인하여 갑작스러운 방문이 되어버린 서재호에게 세령의 눈길이 가고 있었다.

“아직…….경기 끝나지 않았습니까?”

서재호는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한 후, 위병소를 지나치는 절차를 서둘러 끝내고 곧바로 단상으로 올라와 이해석에게 경례한 후, 최태윤에게도 경례하였다. 그리고 곧바로 물었다.

“12중대와 13중대의 경기는 끝났네. 그리고 지금 14중대와 15중대의 경기가 시작될 참이네.”

최태윤은 그에게 말하였고, 곧 서재호는 세령을 향해 보았다.

“국방부에서 보는 느낌과 이곳에서 이 감독을 보는 느낌이 다르네. 꼭 이감독이 지난해, 처음 3소대를 맡은 후, 우리 소대와 경기를 치를 때가 떠올라서 말이야.”

서재호의 말에 세령도 그 때가 갑자기 떠올랐다. 자신을 못마땅하게 보든 사람들. 사실 이해석과 최태윤, 그리고 행정보급관인 박만둘을 제외하고는 장병들이나, 소대장들 모두가 자신을 달갑게 보지 않았다.

그로인하여 지금과 같은 인연이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하였다. 하지만 이제 모두 지난 과거였다. 그 과거는 지금 세령의 머릿속에 없었다. 오로지 자신을 인정하고, 또 사람에 대한 편견을 버린 이 모두가 지금 자신에게는 모두 소중한 사람들로 변해 있었다.

“자네…….우리 세령이 고생시키는 것 아니지?”

“네? 절대 그럴 리 없습니다. 누가 감히 국방부FC의 감독을 고생시키겠습니까? 심지어 국방부장관께서도 이 감독의 말이라면, 그저 고개를 꾸벅 숙일 정도입니다.”

“뭐? 하하하. 자네 농담이 많이 늘었군.”

서재호는 이해석의 물음에 웃으며 답하였다. 비록 그의 말이 농담이라도, 이해석에게는 듣기 좋은 말이었다. 국방부의 수장인 장관이 세령을 잘 보고 있다는 것은 진정 그녀의 선택이 잘 이루어진 것이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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