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139화 (139/163)

00139  히든리거  =========================================================================

“정말입니까? 정말 국방부FC 감독님께서 오셨습니까?”

이세령의 방문은 삽시간에 부대 내에 퍼지고 있었다. 이연호의 말을 전해들은 장병들은 들뜬 기분으로 그녀가 방문한 것을 다시 물었다.

이들도 신병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세령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은 국방부FC를 이끌고 있는 감독으로 진정 전군에서 최고 스타였다.

또 한 그녀가 방문한 틈에 자신들의 축구실력을 보여, 그녀에게 눈도장이라도 받는 날에는 진정 군 생활 활짝 피는 날이 올 수 도 있다고 여기기에, 모두가 들뜬 기분으로 앉아 있었다.

“어…….이 소위님? 정말 이 소위님 맞으십니까?”

세령은 이해석과 몇 대화를 나눈 뒤, 간부식당으로 향하였고, 그녀가 들어서자, 취사병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오늘…….내가 요리솜씨 좀 뽐내도 될까?”

세령은 식당 안으로 들어선 후, 취사병에게 물었고, 그들은 그녀와 함께 서 있는 이해석을 보았다. 그리고 이해석이 고개를 끄덕거리자, 망설임 없이 취사실을 내어주었다.

취사병들은 이세령이 직접 음식을 만들고 있는 것을 보며, 모두가 멍하니 서 있었다.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장교에게 맡긴 것은 미안하지만, 대대장이 직접 허락한 것이니 보고 있는 것이었다.

또 한, 그녀의 요리를 처음 보기에, 그녀가 어떤 요리를 만들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다.

“오늘 중식은 이세령 소위가 직접 만들고 있다는데, 정말 기대되지 않습니까?”

이 소식 또 한 삽시간에 대대 내에 퍼져나가고 있었다. 단지 이해석을 위하여 간단한 요리를 준비하려고 했던 세령이지만, 어쩌다보니, 부대 내 간부들의 모든 음식을 다 책임지는 상황까지 되어버렸고, 이에 간부식당 취사병들도 팔을 걷어 올리며, 그녀의 옆에서 함께 요리를 하기 시작하였다.

“참. 작전장교.”

“네. 대대장님.”

이해석과 함께 간부식당에 들어섰던 작전장교를 이해석이 불렀다.

“어제. 우리부대 작업으로 인하여 수요일 전투체육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네. 혹시…….그 전투체육. 오늘 오후에 장병들에게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내어 줄 수 있는가?”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전투체육은 장병들의 신체적 건강과 군 사기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이기에, 꼭 정해진 시간이 아니라도, 대대 자체적으로 시간변동을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대장님의 말씀처럼, 어제 부대 내의 공사로 인하여, 장병들이 전투체육을 즐기지 못하였기에, 오늘 오후. 그 시간을 만들어 놓도록 하겠습니다.”

작전장교는 이해석의 말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였다. 그리고 그 즉시 대대 행정반에 이와 같은 내용을 알렸고, 대대 행정반에서는 곧바로 방송을 통해 이해석의 뜻을 전하였다.

“기회…….제대로 왔다. 국방부FC를 책임지는 감독이 우리 부대를 찾았다. 이번 기회에 너희들의 실력을 보여줘라. 그리하여 꼭 이 감독의 눈에 들어, 국방부FC에서 새로운 군 생활을 만들어 봐.”

방송이 나가자마자, 각 중대 중대장은 물론, 소대장들도 모두 뜻밖에 찾아온 기회를 자신이 데리고 있는 장병들이 살릴 수 있도록, 모두 지원하고 있었다.

간만에 간부식당에는 대대내의 간부들이 줄기차게 들어서고 있었다. 세령은 하나하나 늘어나는 간부들을 보며 경례도 해야 하고, 또 음식도 해야 하는 번거로운 일을 자처한 꼴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진정 즐거운 표정을 지은 채, 간부식당 취사병들과 함께, 준비된 재료만으로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잠시 후, 그녀가 만든 음식이 나왔다. 이해석의 앞으로 가져온 음식은 그저 일반적인 된장찌개였다. 식당 안에 있는 재료만으로 해야 하는 제안적인 음식이지만, 이해석은 세령이 만들어준 된장찌개를 무척 좋아했었다.

일부 간부들은 대단한 요리가 나올 것이라 여겼지만, 된장찌개 하나를 보고 실망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녀의 음식을 맛 볼 인물은 자신들이 아니며, 오로지 이해석을 위한 음식이었기에, 자신들 앞에 된장찌개가 놓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이거…….찌개 향이 보통 된장찌개와는 전혀 다릅니다. 대대장님. 먼저 드셔보십시오.”

곧 최태윤이 된장찌개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을 맡으며 말했고, 이해석이 먼저 수저를 들어 맛을 보았다.

“맛있구나. 자…….모두들 들게.”

이해석은 짧게 한마디 하였고, 모두를 향해 말했다. 그리고 그 후에 모든 간부들이 일제히 수저를 들어 된장찌개를 맛봤다.

“놀라운데. 이소위. 정말 시집가도 되겠어.”

이해석에 이어 곳곳에서 된장찌개를 맛 본 장교들이 하나, 둘 세령을 보며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리고 최태윤이 그녀를 보며 말하자, 식당 내에 있던 모두가 한바탕 웃었다.

최태윤은 진정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고자 한 말이지만, 그 한마디가 이해석에게는 무겁게 다가서고 있었다.

어린 꼬마로 언제나 자신의 곁에 있을 것이라 여겼던 딸이 어느새 다 자라났고, 자신의 곁을 떠나 홀로 생활도 하며, 이제는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도 할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해석은 된장찌개를 먹으며 아무런 말없이 맛을 음미하였고, 곧 세령이 그의 앞으로 와 앉았다.

“맛있습니까?”

아버지에게 하는 물음이 아닌, 군 상관에게 하는 물음처럼 들렸다.

“맛있구나. 이런 음식을 먹고 싶었는데, 어찌 내 마음을 잘 알고 이리 찾아와 주었는지…….고맙다. 세령아.”

이해석은 자신의 앞에서 말똥말똥한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세령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고, 그 행동에 모두는 괜한 찡한 마음이 일고 있었다.

군부대의 계급서열이 아닌, 진정 부녀간의 모습을 보는 듯하였고, 잠시 잊고 있었던 자신들의 부모를 떠 올리는 영향까지 주고 있었다.

점심을 맛있게 먹은 후, 모든 간부들은 아주 바쁘게 움직였다. 어제 하지 못한 전투체육을 금일 한다는 말을 전해 들었고, 지금 국방부FC의 감독이 와 있으니, 자신들의 부대원이 그녀의 눈에 들도록 만들고 싶었던 것이었다.

“언제…….갈 것이니?”

세령과 이해석은 대대장실로 향하였고, 곧 이해석이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물었다.

“휴가에요. 4박 5일. 월요일 부대복귀하면 돼요. 그 때까지 아빠하고 함께 있을거에요.”

세령도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답했고, 이해석은 4박5일이라는 시간동안 자신의 딸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절로 미소가 생겨나고 있었다.

‘똑똑’

곧 대대장실 문에 노크소리가 들렸다.

“들어오게.”

“전진. 15중대장. 최태윤 대대장님께 볼일 있어 왔습니다.”

최태윤이 들어섰다. 그는 이해석에게 경례한 후, 곧 세령을 보았고,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다시 한 번, 정식으로 악수를 하였다.

“TV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봤는데, 이렇게 직접 보니 느낌이 새롭군. 그 동안 잘 지냈는가?”

최태윤도 곧 커피한잔을 가지고 와서 함께 앉았고, 세령에게 안부를 물었다.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중대장님께서도 잘 지내시고 계십니까? 그리고 우리 3소대는 어찌 지내고 있습니까? 이제는 꼴통 소대를 벗어나 제대로 된 소대로 지내고 있습니까?”

최태윤의 물음에 답한 후, 세령은 자신이 맡았던 3소대에 대한 안부도 물었다. 그녀는 국방부로 가기 전, 꼴통소대라 소문이 자자하였던 3소대를 맡았고, 그런 3소대를 진정 대대최고, 연대최고, 사단에서 최고가 되는 소대로 만들어 두었었다.

“요즘 3소대는 진정 사단내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소대네.”

“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최태윤의 말에 세령이 그를 보며 다시 물었다.

“현재 국방부FC의 감독인 자네가 맡았던 소대라는 것이 소문으로 퍼지면서, 너나 할 것 없이 신병들이 3소대를 선호하고 있어. 이미 T.O가 꽉 찼는데도, 신병들은 3소대를 원하니, 이거 난처한 경우도 많아.”

세령이 지나쳐 간 흔적이 그나마 3소대를 변화시켜 놓았다는 것이었다. 그녀로 하여금 두 번 다시 꼴통소대라는 불명예를 얻지 않고 있는 것은 둘째 치고, 신병들이 가장 선호하는 소대가 된 것은 세령에게도 기쁜 소식이었다.

“참. 새로 온 3소대장을 만나 보았는가?”

“아닙니다. 만나지 못했습니다.”

최태윤은 기존 3소대장과 현재의 3소대장을 서로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 그는 곧 중대 행정반에 연락하여, 3소대장을 내려오도록 말하였다.

‘똑똑’

약  5분 후, 노크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180센티가 넘는 키에, 약간은 검은 피부, 탄탄한 근육을 자랑하는 듯, 군복이 몸에 꽉 끼는 사내가 들어섰다.

“전진! 소위 차호성. 대대장실에 볼일 있어 왔습니다.”

그는 안으로 들어선 후, 우렁찬 목소리로 자신의 관등성명을 말하였고, 곧 최태윤이 그를 자신의 옆으로 앉도록 하였다.

“인사하게. 자네가 오기 전, 꼴통소대였던 3소대를 명문소대로 변화시킨 장본인이며, 지금은 현 국방부FC의 감독을 맡고 있는 이세령 소위네. 그리고 자네와 같은 소위이지만, 호봉수가 높으니 대우는 칼 같이 해야 하네.”

“전진! 소위 차호성입니다. 만나서 영광입니다!”

차호성은 자리에서 다시일어나 세령에게 경례하였고, 세령은 그의 우렁찬 경례를 다시 들은 후,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였다.

“이세령이야. 앞으로 3소대를 더 많이 발전 시켜줘.”

“알겠습니다! 이 소위님께서 다녀가신 흔적에 누가 되지 않도록 3소대를 최고의 소대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진정 우렁찼다. 마치 이등병의 신고식을 보는 듯 한 그였다.

“이 참에 우리 3소대의 변화된 모습을 보시겠습니까? 오늘 전투체육이 있다고 하니, 우리 3소대의 단결력도 한 번 보여드리겠습니다.”

차호성이 자리에 앉지도 않은 채 말하였다. 그러자 세 사람은 서로 눈을 보았고, 곧 자리에서 일어섰다.

모든 장병들이 중식을 마쳤기에, 전투체육을 하기 위하여 연병장에서 장병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대대 내에서 공 좀 찬다는 장병들이 거의 다 나온 듯, 연병장이 좁아 보일 지경이었다.

“이거…….이소위의 효과가 너무 큰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많은 장병들이 연병장에 나와 있으면, 누구하나 제대로 평가할 수도 없겠습니다.”

최태윤이 연병장의 상황을 보며 말했다. 진정 초등학교 운동회를 연상시키는 듯, 연병장에는 불규칙하게 많은 장병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통신장교.”

“네. 대대장님.”

이해석이 연병장으로 나오면서, 대대 내에 있던 웬만한 장교들은 거의 그의 뒤를 따라 나왔고, 곧 통신장교를 불렀다.

“오후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뿐이니, 통제를 잘 하게. 각 중대별로 나와서 30분씩 각자의 기량을 보일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하게. 이래서야 어디 제대로 보기나 하겠는가?”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던 난장판에 가까운 장병들을 행동을 보며 이해석이 눈살을 찌푸릴 만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자신의 딸인 세령에 의한 일이라, 오히려 흐뭇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곧 통신장교가 대대 내에 전체적으로 방송을 하였고, 그로 인하여 난장판 같았던 연병장이 순식간에 정리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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