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137화 (137/163)

00137  히든리거  =========================================================================

비단, 새로운 선수구성을 위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은 아닐 것이라 모두 생각하고 있었다.

이미 모두가 겪고 있는 것이지만, 유독 세령은 그 아픔이 더 크게 느껴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또 그에 맞는 기존의 사람을 잃는 경우가 많다. 스포츠에서 그런 일은 허다하다.

하지만 국방부FC는 여느 구단과 다르다. 재계약이란 개념이 없다. 정해진 기간이 종료되면 그 즉시 해당 선수와의 계약도 모두 종료된다. 재계약은 물론, 다시 그 선수가 국방부FC 소속으로 경기를 뛸 수 있는 상황은 절대 만들어지지 않는다.

세령은 앞으로도 이와 같은 경험을 수없이 많이 해야 한다. 그 누구보다 더…….그 아픔은 클 것이었다.

오전에 미니게임을 치른 후, 연동훈은 선수들의 각 개인 간 기량과 함께, 서로 협력해야 하는 선수들에 대한 포지션 변경에 대해서도 확인하였다.

장두관은 지난 밤 회의에서 있었던 장철수를 만나기 위하여 서재호와 함께, 306보충대로 향하였고, 소재은은 선수들의 체력 및, 건강관리를 위해 개인 면담을 하기 시작하였다.

모두가 각자 자신이 맡은 임무에 대해 열심히 하고 있지만, 처음 국방부FC가 창설될 때처럼, 두근거림과 함께, 흥분감은 덜 한 상태가 되었다.

성적이 나쁜 것도 아니며, 주변의 많은 찬사를 받고 있는 명실공이 최고의 팀으로 승승장구 하고 있지만, 현재 이들에게는 그 누구도 모르는 갑갑한 마음이 자리하고 있었다.

“감독님. 이번 14라운드 경기의 선발라인업을 모두 결정하였습니다. 검토 바랍니다.”

그 후로 이틀이 지났다. 이틀 동안 세령은 여전히 선수들의 미니게임은 물론, 연습경기를 자세히 지켜보지 않았다.

그 모든 것을 연동훈에게 맡기고, 자신은 여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줄 곧 가졌었다. 이에 연동훈은 자신이 지켜본 선수들의 기량을 토대로 선발라인업을 구상하였고, 그 내용을 세령에게 보이고 있었다.

“이번 경기…….네가 지휘할래?”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지휘를 어찌 합니까?”

전혀 생각지 못한 세령의 말에 연동훈은 깜짝 놀란 눈으로 그녀의 물음에 다시 되물었다. 감독이 없는 것도 아닌데, 자신에게 한 경기의 지휘를 맡기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번 한 경기만 네가 지휘해. 내 머리가 좀 복잡하네.”

세령은 그가 가지고 온 선발라인업 명단표도 보지 않은 채, 말하였고, 연동훈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는 그녀를 보며 가만히 서 있기만 하였다.

“일단…….장소령님과 의논해 보겠습니다. 쉬십시오.”

더 묻고 싶었다. 어디가 불편한지 묻고 싶었지만, 연동훈은 아무런 물음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회의실을 나섰다.

그가 나선 후에도 세령은 여전히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내가…….왜 이러지…….몸이 아픈 것도 아닌데, 그냥 의욕이 없어진 것 같다. 우리 선수들…….이리 잘하고 있는데, 왜…….”

세령은 홀로 중얼거렸다. 자신도 자신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알 수 없는 듯 한 말을 하였다.

“그래? 이감독이 그런 말을 했어?”

“네.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연동훈은 그 즉시 장두관과 소재은에게 세령이 했던 말을 그대로 전하였고, 그의 말을 들은 두 사람도 의아한 눈빛으로 서로를 마주보고만 있었다.

“아마…….인생으로 따지면 갱년기 아닐까 싶습니다.”

“갱년기?”

소재은이 말하였고, 그녀의 말에 장두관이 다시 되물었다.

“그냥…….모든 것이 귀찮아지고, 힘들어지며, 괜한 우울증이 따라오는 증세일수도 있습니다. 뭐…….지난날을 되새겨 생각해보면 지금 이 소위가 지친 것은 당연할 수 있습니다.”

소재은은 의무장교답게 세령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말하였다. 그녀의 말처럼 어쩌면 세령은 팀의 성적과는 상관없이 자신 스스로 슬럼프에 빠져들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성취감도 느꼈고, 선수들에 대한 만족감도 느꼈다. 모두가 그 행복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 믿었지만, 이별은 찾아왔다. 그로 인하여 자신 스스로를 컨트롤 하지 못하여 일어나는 증세라 말하고 있었다.

세령은 선수들에게 자신 스스로의 컨트롤을 잘 관리하라는 말을 하였지만, 정작 자신은 그런 컨트롤을 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었다.

“제가 만나보고 오겠습니다.”

소재은이 총대를 메고, 세령을 만나기 위하여 움직였다. 같은 여자이니, 남자에게 하지 못할 말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나선 것이었다.

“이 감독…….”

소재은은 회의실 문을 살며시 열며 세령을 불렀고, 세령은 힘겹게 고개를 들어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소재은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냐. 아냐. 그냥 앉아 있어.”

소재은은 서둘러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다시 의자에 앉히며 말했고, 곧 그녀의 앞으로 앉았다.

“어디…….아파?”

“아닙니다. 아프지는 않는데, 그냥 힘이 빠지는 듯합니다.”

세령은 자신도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듯 말했다.

“인간의 본능일수도 있어.”

“본능…….말입니까?”

“그래. 본능. 지금 이소위의 상태를 보면, 아마 이별에 대한 아픔이 그리움을 만들어 내었는지도 몰라.”

소재은은 그녀의 눈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세령도 소재은의 눈을 보며 그녀의 말을 들었다.

“그리움…….”

그리고 짧게 소재은이 말한 그리움이란 단어를 되내었다. 그리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움…….그러고 보니 세령은 지난해부터, 이별에 대한 경험은 해 왔지만, 자신이 보고자 하였던 사람들과의 만남은 부족하였다.

국방부FC의 감독 자리에 앉으면서,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인 이해석을 자주 만나지도 못하였다. 지난해까지 거의 붙어있다시피 살았던 아버지를 멀리한지가 어느덧 8개월이 지나가고 있었고, 소재은은 어쩌면 세령이 아버지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지만, 그것을 표현하지 못하여 일어나고 있는 현상일 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래. 이번 14라운드 경기는 연중사에게 맡기자, 그리고 이번 주는 이 소위가 휴식을 가져, 그리고 만나고 싶었던 사람도 만나고, 자기만의 시간도 좀 가져, 듣고 보니 너무 국방부FC만을 위해 그동안 달려온 듯하네.”

소재은이 그녀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말하였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은 뒤, 회의실을 나섰다.

“아버지…….”

그녀가 나간 후, 세령은 아버지라는 단어를 중얼거렸다. 소재은의 말처럼 자신이 보고파 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그렇지 못해서 일어난 일일수도 있었다.

그리움은 모든 것을 힘들게 만든다는 소재은의 말이 점점 더 와 닿고 있는 그녀였다.

“그래? 이 소위가 그런 말을 했단 말인가?”

같은 시각. 장두관은 정책기획관을 만나, 연동훈의 말을 전하였고, 정책기획관도 놀란 눈으로 다시 장두관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이 감독에게 휴식을 좀 주었으면 합니다. 마냥 선수들을 위해, 우리 국방부FC를 위해 뛰기만 하였지, 생각해보면 진정 그녀를 위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정책기획관은 장두관의 말을 들은 후,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그의 말처럼 세령은 국방부FC를 맡은 후, 개인적인 일로 영내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주말에도 휴식이 아니었고, 매번 경기를 치르기 위하여 움직였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면 또 다음 경기를 위하여 조사하고, 선수들 구성하고, 그렇게 매일 매일을 보냈던 그녀였다.

“알았네. 자네의 뜻을 장관님에게 말씀드리겠네.”

14라운드 경기는 토요일 열릴 예정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수요일이었다. 단 3일이라도 그녀에게 휴식을 주어, 예전의 세령으로 돌아오도록 배려를 해주고자 생각한 정책기획관이었다.

정책기획관은 그 즉시 장관에게 이와 같은 보고를 하였다.

“우리가 무심했을 수도 있지. 그래 자네의 뜻대로 이 감독에게 휴식을 주게, 이 감독의 뜻에 따라 14라운드는 수석코치에게 맡기고, 이 감독은 내일부로 휴가를 주게.”

“알겠습니다.”

정책기획관은 장관의 말을 들은 후, 그 즉시 장두관을 만나기 위하여 움직였다.

“알겠습니다. 내일 당장 이 감독에게 휴가를 주어, 단 4박 5일만이라도, 이곳 국방부FC에서 신경을 떼도록 명령내리겠습니다.”

14라운드를 꼭 승리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세령을 고되게 만들 생각은 아무도 없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꼭 이겨야 하는 경기이지만, 그녀에게 휴식을 줄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이 감독.”

장두관은 정책기획관의 결정을 듣고, 그 즉시 회의실을 찾았다. 소재은에 이어 장두관도 찾아오자, 그녀는 괜한 민폐를 일으키고 있는 듯, 미안한 표정으로 장두관을 보고 있었다.

“그런 표정 짓지 말게. 그리고 이것 받아.”

“무엇입니까?”

“어디, 사병들만 휴가증에 환장하는가? 장교들도 휴가증은 좋아하네. 생각해보니 자네가 소위계급을 달고, 지금까지 단 하루도 휴식을 취해 본적이 없는 것 같더군. 그래서 특별히 장관님께서 내리는 휴가증이야. 하지만 길지 않아. 4박5일이야. 그 기간에 몸도, 마음도, 머리도 모두 식히고, 새로운 마음을 잔득 가진 채, 다시 돌아오게.”

장두관은 그녀에게 휴가증을 준 후, 말했고, 세령은 자신의 손에 들린 휴가증을 보며 멍한 눈을 하였다. 휴가를 원해서 이런 행동을 한 것도 아니었다.

“전…….휴가를 원해서…….”

“알아. 자네 같은 성격의 소유자가 휴가증 타령 할 놈도 아닌 것 알아. 하지만…….인간이기에 휴식도 필요한 거야. 마음 놓고 4박5일을 잘 보내고 와. 그 때까지는 일체 국방부FC의 일에 신경도 쓰지 말고, 14라운드 경기는 나와 연동훈이 지휘할거야.”

“하지만…….”

“됐어. 거기까지. 자넨 당장 짐 싸서 휴가준비나 해.”

장두관은 그녀의 말을 일체 듣지 않고 회의실을 나섰고, 세령은 멍하니 서서 그가 나간 문을 향해 보고 있었다.

“연동훈…….이 놈을 그냥…….”

세령은 곧바로 회의실을 나서며 연동훈이 있는 그라운드를 향해 갔다.

“연동훈!”

그리고 곧바로 연동훈의 이름을 큰소리로 불렀고, 그로 인하여 그라운드에서 연습을 하고 있던 모든 선수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하였다.

“너희들은 연습이나 해!”

세령은 자신에게 집중된 여러 시선들을 고루 보며 소리쳤고, 곧바로 연동훈의 앞에 서서 그를 올려다보았다.

“너…….대체 무슨 말을 어찌 한거야? 무슨 말을 했는데, 나에게 휴가증을…….”

“그냥…….다녀오십시오. 그 동안 너무 지치셨습니다. 이 감독님이 기름만 주입하면 쌩쌩 달리는 기계도 아니고, 심지어 그런 기계도 휴식을 줍니다. 그러니…….더 많은 발전을 위한 휴식이라 생각하시고, 마음 편히 다녀오십시오.”

세령은 멍하니 연동훈을 보았다. 그에게 따지러 달려온 것이지만,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한 채, 그저 멍하니 그를 보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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