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6 히든리거 =========================================================================
“늦지 않아 다행이군.”
네 선수를 보내는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장관이 헐레벌떡 뛰어오며 말했다. 단 네 명의 일반 사병의 제대를 축하하기 위하여 국방부장관이 뛰어오는 것은 진정 이례적인 일이었다.
“충성!”
곧 장두관이 경례하였고, 장관은 짧게 그의 경례를 받은 후, 네 명의 선수들 앞으로 서서, 일일이 악수를 해 주었다.
“우리 국방부FC를 빛낸 선수들로, 앞으로 우리 국방부FC의 얼굴로 남아 있을 것이네. 제대하더라도 꼭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자신들의 앞날을 위하여 선택도 잘 하게나.”
장관은 한 편으로 이들에게 미안한 감도 있었다. 이태성처럼 축구를 이어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는 것이었다. 네 명은 스포츠매체를 통해 제대가 알려졌지만, 이렇다 할 영입제의가 들어온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잘 가라. 그리고 언제든지 너희들에게는 이 국방부FC의 홈구장은 열려있다. 언제라도 찾아와라.”
이어서 이강수가 말했다. 자신 또 한, 제대하는 이들의 앞날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을 미안해하고 있었다.
언제나 국방부FC에 반감만을 가지고 있던 이들은, 좋은 출발과 함께, 국가대표로도 선발된 선수들을 보며, 조금씩 마음을 달리하고 있었고, 지원도 서서히 더 늘어나고 있었다.
“그럼. 제가 인솔하여 모두 원대복귀를 마무리하고 오겠습니다.”
서재호가 나섰다. 선수들을 영입하는 것부터, 그들을 다시 원대 복귀시키는 일은 모두 서재호가 처리하게 되었다. 그는 7사단의 마형식과, 8사단의 전철민, 11시단의 이철호를 데려다 준 뒤, 평택에 주둔한 해병대대로 우동화를 보내주어야 하기에 바삐 서둘기 시작하였다.
“제대하는 선수들을 대체할 선수들에 대한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는가?”
서재호가 네 명을 데리고 국방부를 벗어난 뒤, 장관은 세령에게 물었다.
“네. 이민구는 이미 어제 진주와의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렀고, 수도군단에서 온 미드필더 지호형과, 8사단에서 온 중앙미드필더 여형민, 그리고 어렵게 우리 국방부FC로 영입된 해병대대 오형호에 이어, 골키퍼 구자훈까지, 모두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세령은 새롭게 영입된 다섯 명의 선수들을 호명하며 답하였다. 그녀의 말처럼 이민구는 이태성의 빈자리를 메꾸며 첫 경기를 소화하였다. 하지만 나머지 네 명은 아직 그라운드를 밟지 않은 상황이기에, 이들에게 그라운드 울렁증을 없애기 위한 훈련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무쪼록, 지금까지 잘 이어온 우리 국방부FC의 흐름에 녹아들도록 자네가 잘 지도해주게나.”
“알겠습니다.”
장관은 세령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말하였고, 곧 그라운드를 벗어나기 시작하였다. 정책기획관과 함께, 장관을 따라온 모두가 그라운드를 벗어나기 시작하자, 세령의 시선은 이미 국방부를 벗어난 네 명을 떠올리는 듯, 국방부 정문을 향해 보고 있었다.
“자식들, 잘 지낼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녀의 옆으로 연동훈이 다가서며 말했다.
“은근슬쩍 아주 세령옆에 잘도 다가선다. 연동훈.”
“네? 아…….아닙니다. 전 그냥…….”
또 다시 연동훈을 놀릴 수 있는 기회를 잡은 듯, 소재은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말하였고, 연동훈은 깜짝 놀라 세령의 옆에서 한 발 더 떨어지며 말을 더듬거렸다.
“자자! 이제 새로운 선수들과 함께, 새로운 전술, 그리고 새로운 경험을 해 본다. 연동훈.”
세령은 소재은과 연동훈의 대화를 듣지 못한 듯, 아무렇지 않게 모두를 향해보며 말했고, 곧 연동훈을 불렀다.
“네? 아 네. 감독님.”
“어디다 정신을 팔고 있어? 어제 내가 한 말대로 준비했어?”
세령은 그가 다른 곳에 정신을 팔고 있다고 여기며 말했고, 곧 지난 밤, 자신이 주문한 내용에 대해 물었다.
세령은 연동훈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때때로 정말 무심할 정도로 모른 체하기도 하였다.
“네. 일단 이민구는 14라운드 경기에 다시 투입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여형민이 전철민의 자리를 대신할 것입니다. 전철민이 중앙미드필더로써, 경기조율을 책임졌으니, 공간을 잘 보는 여형민이 그 자리에 꼭 맞는다고 봅니다.”
세령은 여형민을 보았다.
“여형민.”
“이병! 여형민!”
여형민은 이병이다. 아직 우렁찬 목소리가 더 어울리는 이병이기에, 세령의 한 마디에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관등성명을 말했다.
“네가 설 자리에 대해 알고 있어?”
“네! 잘 알고 있습니다. 중앙미드필더로써, 경기 흐름을 잘 조율해야 하며, 무엇보다 팀 동료들이 마음 놓고, 공격과 수비에 가담할 수 있도록 중앙에서…….”
“말은 쉽다. 하지만 경기에 직접 뛰어보면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그에 대해, 스스로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을 먼저 길러.”
여형민은 자신이 어떤 임무를 가지고 경기에 투입되는지에 말하였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 전, 세령은 찬 물을 확 끼얹는 말을 던졌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사실이다. 경기에 투입되기 전, 자신이 어찌 행동할 것인지를 스스로 판단한다. 하지만 경기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럴 때, 스스로 페이스를 잊어버리면 그 경기는 망치게 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스스로 자신을 잘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부터 길러라는 말이었고, 이 말은 비단 여형민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모든 선수들에게 고루 적용되는 말이며, 이미 13라운드까지 경기를 뛰어 본, 선수들조차도 자신을 컨트롤 하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있기에, 경기 중, 실수가 계속하여 일어나는 것이었다.
“마형식과 우동화의 자리에는 각각, 오형호와 지호형이 들어갑니다. 오른쪽 공격을 책임졌던 마형식의 자리에, 침투능력이 뛰어나고, 볼 컨트롤은 물론, 자신감 있는 슈팅까지 고루 갖춘 오형호가 투입됨으로써, 보다 더 빠른 사이드 공략이 가능해 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지호형은 우동화의 자리에 들어가며, 여형민을 지원해주며, 역시 빠른 역습에 재능을 보이며, 한 층 더 업그레이드 된 국방부의 역습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 오형호와 지호형의 활용방안에 대해 말했다. 오형호와 지호형 역시 모두 이등병이라, 이들의 활용을 제대로 한다면, 국방부FC는 다음 시즌까지 이들에게 현 포지션을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골키퍼로써 부산에서 올라온 구자훈은 용지현과 함께, 로테이션으로 경기에 투입할 예정입니다.”
“로테이션? 두 선수를 번갈아가면서 투입한다는 말인가?”
이어지는 구자훈의 활용방안에 대해 들은 장두관이 연동훈에게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그건 좀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인 듯하네. 골키퍼를 제외하고 나머지 선수들을 로테이션으로 돌리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무작정 골키퍼도 로테이션으로 돌린다면, 자칫 감각을 잃을 수 있네.”
장두관의 말을 들은 후, 연동훈은 자신의 메모지에 메모된 상황을 다시 보았고, 곧 세령을 보았다.
“그 부분은 장소령님의 말씀이 맞는 것 같다. 골키퍼는 로테이션보다, 그 상황에 맞는 적절한 투입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용지현이 현재는 수중전에 약하니, 수중전을 대비하여 구자훈을 투입하는 방안도 생각해보고, 또 언제나 변수란 것이 있으니, 그 변수에 대해서도 착안해봐.”
세령의 의견도 장두관과 같았다. 골키퍼의 로테이션은 사실 여느 구단에서 그리 사용하지 않는 부분이었다. 주전 붙박이 수문장을 두고, 나머지를 백업으로 활용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연동훈은 백업이라는 것보다, 서로 한 경기씩을 뛰게 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시키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자신만의 생각으로 국방부 전체의 운명을 좌지우지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경쟁은 충분히 다른 면에서도 할 수 있기에, 실전에서 그런 도박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다시 한 번, 확인하여 결정짓도록 하겠습니다.”
연동훈은 장두관과 세령의 말에 다른 말을 하지 않았고, 곧 두 사람의 의견대로 행할 것을 말하였다.
“자자. 그럼 이번 주말에 있을 14라운드를 대비하여 서로 발을 맞춰보자.”
세령은 연동훈이 말한 내용을 토대로 선수들 배치를 시키고 있었다. 이민구를 원톱으로 내 세우고, 그 뒤로 추강을 세웠다. 그리고 전철민을 대신하여, 여형민을 세웠고, 여형민의 약간 뒤쪽으로 우동화를 대신한 지호형을 세웠다. 그리고 마형식의 자리에 오형호과 섰고, 용지현을 대신하여 구자훈이 먼저 자리하였다.
“미니게임을 해보자. 모두 자신들의 실력을 이 미니게임에서 보여줘. 그리고 실력이 늘어난 선수들에게 14라운드 선발자격을 줄 것이다.”
세령은 같은 팀 간에 이뤄지는 미니게임이지만, 이 게임으로 14라운드 선발라인업을 구축할 예정임을 말하였다.
선수들의 표정이 다시 비장해졌다. 기존 선수들은 새롭게 영입된 선수들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지 않기 위한 눈빛이었으며, 새로 영입된 선수들은 기존 선수들을 내치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의지의 눈빛이었다.
“14라운드 상대는 여수입니다. 여수는 현재 7위이며, 챌린지리그 10개 팀 중, 가장 적은 득점과 가장 적은 실점을 하고 있는 팀입니다. 즉. 공격력은 약하지만, 방어력이 좋은 팀이라 볼 수 있으며, 우리 국방부와 있었던 1차전 때, 3대0으로 우리 국방부가 승리하였던 팀입니다.”
선수들이 미니게임을 시작하고 있을 때, 연동훈이 14라운드 상대인 여수에 대해 세령과, 장두관에게 말하고 있었다.
“여수는 공격이 빠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골을 넣는 골게터도 없는 팀이다. 하지만 연중사가 말했듯이, 수비력은 정말 철벽수비를 자랑하지, 우리 국방부와의 1차전 때 허용한 3골을 빼면, 경기단 0.6골을 허용한 팀이네. 공격력이 강한 광양과 서귀포도 두 골을 빼낸 것이 가장 높은 득점이었네.”
연동훈의 말에 이어 장두관도 여수에 관한 짧은 내용을 말하였다.
“까다로운 팀인 것은 알고 있습니다. 공격을 쉽게 하지 않으면서도 실점을 하지 않으니, 이기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지만, 새롭게 개편된 우리 국방부의 창을 믿어볼 생각입니다.”
세령도 여수에 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기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1차전의 대승으로 인하여 절대 나태한 생각으로 경기에 임할 생각은 없었다.
최대한의 실력을 모두 발휘하여, 상승세를 이어가며, 전반기 경기가 끝나기 전, 꼭 1위 자리에 오르고자 하는 세령이었다.
“선수들 컨디션 잘 체크하면서 하고, 무엇보다 부상에 주의해,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부상 한 방이면 그 재능이 무용지물이 된다.”
“네. 알겠습니다.”
세령은 연동훈에게 선수들 관리에 대한 당부를 하였고,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는가?”
장두관이 그녀를 보며 물었다.
“잠시…….머리 좀 식히겠습니다. 기존 선수들과 새롭게 투입되는 선수들의 활용방안에 대해, 최대한의 목적을 달성 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세령은 장두관의 말에 답한 뒤, 미니게임을 하고 있는 선수들의 능력을 직접 보지 않은 채, 회의실로 향하였고, 그녀의 뒷모습을 장두관과 소재은, 연동훈이 보고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