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135화 (135/163)

00135  히든리거  =========================================================================

“이쯤하고, 그래…….오늘 경기 이후의 상황 좀 보자.”

장난은 그만하며, 회의실에 모인 이유에 대해 집중적으로 듣기 위하여 연동훈에게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일단. 지금 보시는 부분은 오늘까지 치른 13라운드 경기의 결과들입니다.”

연동훈은 장두관의 말을 들은 후, 숙인고개를 들었고, 곧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쳐둔 브리핑 내용을 하나하나 말하기 시작하였다.

“우리가 2위네.”

소재은이 자료를 보며 말했다.

“네. 오늘 있었던 진주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승점 3점을 가져왔습니다. 오늘 만약 광양FC가 서귀포와 비겼다면, 우리 국방부가 1위로 오를 수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아쉽게도 광양이 후반 막판, 서민수의 결승골에 힘입어 승점3점을 챙겼습니다.”

연동훈의 말처럼 광양이 비겼다면 1위 타이틀을 거머쥘 뻔하였다. 하지만 광양에서는 인재가 너무 많았다. 천재적인 골게터인 서용호와 쉐도우 이민호가 있었고, 또 중앙미드필더로 모든 경기를 조율하는 능력이 탁월한 서민수가 있었다. 진정 챌린지리그의 초호화 군단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명문 팀이기에, 현재까지 진행된 경기 중, 득점랭킹 1위인 강석중이 버티고 있는 서귀포를 무너뜨릴 수 있었던 팀이었다.

이에 반해 광양을 잡고 1위 자리로 오르겠다고 다짐하였던 서귀포는 결국 강석중이 골을 넣지 못하면서 아쉽게 광양에게 1대0으로 패하고 말았다.

“13라운드 경기를 종합하면, 광양이 서귀포를 상대로 이겼으며, 청주는 시흥을 상대로 오랜만에 1승을 챙겼습니다. 경기FC는 강릉을 2대0으로 제압하였고, 여수와 충청은 1대 1로 비겼습니다.”

경기 결과표가 떠 있는 자료화면을 보았고, 곧 연동훈의 설명이 곁들어지며, 세 사람의 눈은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청주가 아주 오랜만에 1승을 추가한 것 같군, 그럼 현재 청주는 2승을 거둔 것인가?”

장두관이 물었다.

“네. 청주는 단 2승을 거두었지만, 순위에는 6위입니다. 보시다시피 무승부가 무려 10회입니다. 이는 클래식리그를 통틀어도 현재까지는 가장 많은 무승부를 기록하고 있는 팀입니다.”

청주의 무승부는 진정 K리그 역사에 남을 기록을 만들어 낼 듯 보였다. 13라운가 치르지는 동안 10무승부. 거의 80%가 넘는 경기를 무승부로 결정지은 팀이었다.

“그럼 현재까지의 순위를 보겠습니다, 현재 1위는 승점 25점으로 광양이며, 그 뒤로 24점인 우리 국방부입니다. 3위는 경기FC이며, 4위는 서귀포입니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패한 진주가 5위를 자리하고 있으며, 6위는 청주입니다. 7위는 여수이며, 8위는 충청, 9위는 강릉, 그리고 최하위인 10위는 시흥입니다.”

13라운드까지의 순위를 확인하였다. 비록 선두권에 있지만, 또 다시 한 경기마다 충분히 순위가 변동될 수 있는 요지는 충분하였다.

그만큼 상위권에 랭커 되어 있는 팀들의 실력이 서로 비등하며, 우수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모두가 놀랄 만한 핫이슈가 오늘 낮 스포츠매체를 다 뒤집어 놓았습니다.”

오늘까지 있었던 경기내용 및 결과에 대한 보고가 끝난 후, 연동훈이 세 사람을 향해 보며 말했고, 세 사람은 오늘 하루, 인터넷 검색을 해보지 못하였기에, 그의 말뜻을 모르고 있었다.

“또…….한 기자가 헛소리를 찌걸인거야?”

장두관이 연동훈의 말을 들은 후, 물었다.

“헛소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보시면, 왜 발칵 뒤집어졌는지를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곧 연동훈은 인터넷 검색창을 띄웠고, 인기검색어를 클릭한 후, 7위에 랭크된 장철수란 이름을 클릭하였다.

“장철수? 설마…….그…….”

“네. 맞습니다. 지난 시즌까지 클래식리그 수원에서 뛰었던 천재적인 스트라이커로 3년 전 그의 나이 17세이 이미 최우수 선수상을 받았고, 3년간 수원에서 뛰면서 매년 상을 휩쓸었던 선수입니다. 그리고 지난 시즌, 수원과의 계약기간이 끝나고 난 뒤, 거액을 제시한 수원은 물론, 해외리그도 나가지 않은 채, 무적선수로 있었고, 오늘…….돌연 현역입대를 하였습니다.”

“!!!”

진정 스포츠매체를 뒤집어 놓을만한 말이었다.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으며, 한 창 몸값이 오를 20세의 나이에 축구를 접고 현역입대를 할 인물은 많지 않다. 아니…….아마 없을 것이었다. 20세면, 그 후에도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충분히 우수한 성적을 거둬 군 면제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기에, 모든 선수들은 그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장철수는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현역입대를 선택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곳은 상무입니다. 그가 만약 입대한다면, 상무로 올 것이라 모두가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현역으로 입대하였고, 상무로 들어갈 생각은 없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군에 입대한다면, 거의 100% 상무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상무가 아니라도, 비록 2부 리그지만, 국방부FC가 존재하고 있기에, 입대하는 장병들에게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었다.

“자네의 말에 대한 요지를 생각한다면…….”

“네. 충분히 우리 국방부FC에서 장철수 선수를 당길 수 있습니다. 그가 오늘 입대했으니, 신병교육이 끝나는 시점에 우리 국방부FC로 영입 가능합니다. 물론…….해당 선수가 우리 국방부FC로 오고자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만, 결코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장두관의 표정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한 달 후면, 국방부의 스트라이커 연태민이 제대한다. 그의 대체자를 빨리 찾아야 할 시점에 이와 같은 정보를 듣게 된 것이었다.

“서재호에게 알려서, 장철수를 만나보라 해야겠군.”

“서두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마 상무 쪽에서도 장철수를 만나고자 움직이고 있을 것입니다. 그들보다 먼저 장철수를 만나 의견을 들어봐야 하는 것입니다.”

장두관의 말에 연동훈이 서둘 것을 말하였다. 장철수가 비록 현역으로 입대하였지만, 그렇다고 상무가 그를 그냥 버려둘리 없을 것이었다.

“알았네. 서둘러 장철수를 만나보도록 하지.”

장두관이 자신의 메모장에 메모를 하며 말하였다.

“하지만. 여러모로 우리 국방부가 불리할 것입니다.”

조용하였던 소재은이 말하였다.

“무슨 뜻인가? 우리가 불리하다니?”

그녀의 말에 장두관이 메모를 하다말고 다시 물었다.

“상무는 클래식리그입니다. 우리 국방부FC와는 다른 팀입니다. 선수들의 기량도 우수하고, 또 클래식리그이기에 여타 해외구단의 스카우트들도 많이 관전합니다. 그에 비해 우리 국방부의 경기에는…….”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소재은의 말이 다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세령이 화면에 띄워진 장철수에 대한 기사내용을 보며 말했다.

“생각이 다르다? 자네의 생각은 어떠한가?”

장두관이 이번엔 세령을 보며 물었다.

“연중사가 말했고, 또 기사내용을 보면, 그는 수원에서 제시한 거액의 몸값을 거절했다고 하였습니다. 또 한 해외리그에서 들어오는 수많은 러브콜도 거절했다고 하였습니다. 그 말은…….그가 새로운 경험을 하려고 하던지, 아니면 축구를 그만 두려는 생각…….이 두 가지로 나눠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세령의 말을 들은 후, 그녀의 말에 충분히 일리가 있음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상무로 갈 것이면, 굳이 수원과의 계약을 하지 않을 리 없었다. 또 한 해외리그로 나가지 않을리도 없었다. 하지만 세령의 말처럼 그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면, 충분히 그의 결정에 대해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이었다.

“장철수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의 생각을 직접 듣지 않는 한, 아무도 그의 뜻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니 불리하다기 보다는 그의 생각을 먼저 듣고, 그 생각에 맞춰서 접근한다면, 결코 불리하다고만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세령의 말에 장두관은 메모를 마저 이어서 하였다. 이제는 진정 두 번째 국방부FC 선수들을 탄생시켜야 할 시점이었다. 총 23명 중, 다섯 명을 제대시켰고, 곧 제대자가 또 이어진다. 그리고 이번 시즌의 막바지에는 제대자가 대거 등장한다. 그에 대한 대비를 미리하면서,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도록 미리 맞춰놔야 하는 것이었다.

“일단 내일. 보충대로 가서 그를 만나고 난 뒤, 3일 후, 그가 향하는 신교대에가서 신병교육대대장을 만나 다시 말해봐야겠군.”

장두관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그리고 곧 소재은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늦은 시간까지 고생 많았다. 연동훈.”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소재은이 그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말하자, 연동훈이 웃으며 답하였다.

“그래. 네가 해야 할 일이지. 그리고 이런 준비를 잘해줘서 고맙다는 의미로, 내가 이곳을 일찍 벗어나줄게, 그럼 잘해봐라.”

“네? 무슨 말씀이신지…….?”

연동훈은 소재은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소재은은 연동훈의 옆으로 가서 그를 빤히 보고 있었다.

“이 소위는 아직 궁금한 게 많은가봐.”

그제야 소재은의 말뜻을 이해하고 있었다. 소재은은 세령과 둘 만이 남아있도록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이에 연동훈은 얼굴이 다시 빨개지며, 홀로 앉아서 연신 무언가를 기록하고 있는 세령을 향해 보았다.

“너…….얼굴에 너무 표시난다. 처음에는 그렇지 않더니, 이제 아예 대놓고 이 소위에게 관심을 드러내네.”

“하하…….하하…….어서 들어가 쉬십시오.”

연동훈은 그녀의 말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 뒤, 그녀를 서둘러 회의실에서 나서도록 하였고, 곧 홀로 앉아 있는 세령을 향해 보았다.

그리고 그저 그녀를 보고만 있는 상황에서도 얼굴이 빨개지고 있는 것이 느껴졌고, 심장마저 꽤 크게 요동치는 듯하였다.

“연중사.”

“네? 아네. 감독님.”

연동훈은 멍한 눈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고, 곧 세령이 자신을 부르자, 놀란 듯 답하였다.

“일단 장철수에 관한 것은 장소령님과 서중위님에게 맡기고, 우린 14라운드를 준비하자. 이태성 이후, 네 명이 다시 떠나니, 그 자리를 빠르게 채워야 해.”

“알겠습니다.”

업무적인 것 외에 몇 말을 나누고 싶었던 연동훈이었다. 하지만 처음과 달리 어찌된 영문인지, 그녀에게 쉽게 말을 건네지 못하는 자신이 이해가지 않고 있었다.

연동훈은 소재은이 애써 만들어 준 시간을 그저 그녀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 모두 보내고 있었다.

다음 날. 또 다시 이별이 찾아왔다. 마형식과 우동화, 전철민과 이철호가 제대를 위하여 원대복귀를 준비 중이었다.

“잘 가.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 국방부FC를 잊지 마.”

네 사람을 그라운드위에 세워두고 세령이 말했다. 이태성 때처럼 똑같이 눈에는 눈물이 맺히고 있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우리 국방부를 위하여 헌신한 자네들의 앞날에 탄탄대로가 이어지길 바라네.”

곧 장두관도 그들을 보며 말한 뒤, 일일이 악수를 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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