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4 히든리거 =========================================================================
수많은 가로채기는 물론, 수비와 공격에 적절하게 가담하면서, 상대의 공격과 수비를 조금씩 흔들어 놓는 역할도 빠짐없이 잘 수행하였다.
-전철민의 패스를 받은 추강. 마형식에게 다시 열어줍니다!-
진주와 달리, 국방부는 사이드를 굉장히 많이 공략하였다. 중앙의 추강이나, 전철민, 그리고 공격 진영에 연태민과 이민구의 움직임이 조금씩 더 활발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공격루트는 사이드를 공략한 후, 중앙으로 침투하는 루트였다.
“똑같은 공격전술인데, 진주는 매번 뚫리는군.”
이제는 관중들의 눈에조차 보일 정도였다. 국방부가 여전히 사이드 공략을 많이 하고 있지만, 여전히 진주는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방식에 뚫리고 있었다.
-마형식. 수비수 두 명이 따라붙지만 침착하게 공을 다루고 있습니다.-
라이트백과 라이트윙어까지 마형식에게 붙었다. 하지만 마형식은 의외로 침착하게 두 선수 사이에서 공을 잘 지켜내고 있었고, 곧 후방에서 공격지원을 하기 위하여 빠르게 올라서는 레프트백 장강식에게 공을 밀어주었다.
-장강식 선수! 참 오랜만에 공격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의 말처럼 장강식은 레프트백이다. 수비를 전담하는 그가 공격으로 오르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마형식의 뒤를 받쳐주며, 움직이다, 그에게 두 명의 수비가 붙은 것을 보고 그를 지나쳐 오버래핑으로 공을 받았다.
-장강식! 센터링!-
장강식은 더 깊숙하게 사이드 구석까지 들어선 후, 곧바로 센터링을 올렸고, 공은 아주 큰 회전을 그리며, 페널티박스 중앙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연태민!-
연태민이 센터백과 함께 뛰어올랐고, 그에 맞춰 진주의 골키퍼도 뛰어 올랐다.
-헤딩! 아! 공은 모두를 지나쳐 골대로 가지 않고, 중앙으로 흘려집니다!-
연태민을 비롯하여 진주의 골키퍼와 센터백이 모두 뛰어올랐지만, 세 선수를 모두 지나쳐갔다. 그리고 그들의 뒤로 공은 원바운드 되면서 추강의 몸에 맞았고, 미처 공격 자세를 취하지 못하였던 추강은 자신의 몸에 맞고 뒤로 빠지는 공을 잡으려 하였지만, 이미 진주의 센터백이 먼저 발을 들이밀었다.
-아! 멀리 걷어내지 못합니다!-
발을 들이밀었지만 아나운서의 말처럼 공은 멀리 뻗어나가지 못하였다. 잘 못 맞은 공은 굉장한 스핀으로 뱅뱅 돌면서 페널티박스를 약간 벗어났으며, 그 바로 앞으로 전철민이 아주 빠르게 다가서고 있었다.
“막아!”
전철민에게 골대는 완벽하게 열려 있었다. 골키퍼가 다시 자세를 잡아 전철민을 향해 다가서고 있었고, 수비수 두 명도 붙었지만, 강력한 슛을 때린다면 골문을 열릴 듯 보였다.
-전철민! 전철민 슛!-
“뭐…….뭐야…….”
전철민의 향해 다가섰던 두 명의 수비수는 그의 발 앞으로 슬라이딩을 하며 몸으로 막으려 하였고, 골키퍼도 각도를 줄이며, 몸을 낮춘 채 다가섰지만, 전철민의 슛은 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땅에도 깔리지 않은 로빙슛이었다.
두 명의 수비수는 물론, 몸을 낮췄던 골키퍼의 키마저 모조리 넘기며 골대를 향해 천천히 원을 그리며 떨어지고 있었고, 이내 그 공은 골라인 앞에서 원바운드 된 뒤, 골문 안으로 통통 팅기며 들어갔다.
“와아아!”
관중석에 앉은 관중들이 모두 일어섰다. 그리고 진주의 벤치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정말 거짓말같이 1차전과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경기 막판 공세를 막지 못하고 역전골을 허용하였다. 이는 진정 1차전과 거의 시간까지도 다 맞아 떨어진 것이었다.
귀빈석에 앉은 장관은 물론 영관급 인물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큰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질렀다.
패배에서 무승부, 무승부에서 승리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은 20분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장장 70분간을 끌려 다녔지만, 막판 20분 만에 동점골과 역전골을 넣으며 승리를 가져가게 된 국방부였다.
“삐익! 삐익!”
-경기 끝납니다! 국방부FC! 지난 1차전과 마찬가지로, 이번 2차전도 진주에게 역전승을 거두며 승점 3점을 챙깁니다!-
4위, 진주를 맞이하여 또 다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에 진주는 자칫 국방부와의 경기에 대한 트라우마까지 생겨날 판이었다.
“잘했어! 요녀석 아주 사람 애간장 녹이는데 능력 있다.”
경기를 마치고 벤치로 들어서는 선수들을 보며 연동훈이 말했고, 이내 이민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태성 주니어라는 별명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전반전에 보여준 그의 플레이는 진정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모두가 그에게 기회를 주었다. 그리하여 실망스럽게 끝날 수 있었던 이민구의 데뷔전은 화려한 중거리 포에서 나온 득점으로 성공적인 데뷔전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국방부FC소속으로 마지막 경기를 뛰고 들어오는 네 명의 선수를 다시 보았다.
마형식과 우동화, 전철민과 이철호. 이제 이 네 명은 더 이상 국방부FC 소속으로 경기에 뛸 수 있는 기회는 없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이들에게 뜻 깊은 경기가 되었다.
“충성!”
라커룸에 모인 선수들에게 국방부장관을 비롯하여 국방부의 별들이 찾아왔다. 진정 군 생활하며, 보기 힘든 엄청난 별들의 등장에 선수들의 표정은 긴장되어 있었다.
항상 보았던 국방부의 수장보다, 별이 네 개. 세 개인 이들을 보니, 진정 저절로 몸은 떨려오는 듯하였다.
“아주 훌륭한 경기를 보여주었네. 우리 국방부FC에서 첫 단추를 꿰어주고, 떠나는 장병들에게 미래를 보장해주고 싶은 마음은 정말 굴뚝같지만, 스포츠세계는 냉정하다는 것을 자네들도 인식하고 있을 것이네.”
국방부장관은 선수들을 고루 보며 말한 뒤, 제대를 위해 다시 원대복귀를 해야 할 네 명의 선수를 다시 보며 말했다.
이미 첫 제대를 앞 둔, 이태성이 클래식무대를 밟는 것에 확정이 난 것이지만, 아직 이 네 명에 대해서는 다른 여타 구단에서 영입제의가 온 것이 없었다.
이에 장관은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였지만, 해당 선수 네 명은 크게 개의치 않는 듯 한 표정이었다.
군대 입대해서 이런 경험을 하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아주 큰 모험이었으며, 도전이었다. 그리고 경험이었다. 비록 자신들의 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또 다른 꿈도 꾸게 만들었던 시간이었다.
“군 제대를 하더라도, 자네들의 꿈은 놓치말게. 축구선수가 되고자 한다면, 언제든지 서재호 중위에게 연락하게. 비록 우리 국방부FC에서는 떠나지만, 국방부FC를 빛내 준, 초대 선수들로써 충분히 도움을 받을 자격이 있으니, 언제든지 연락하여 자신들의 꿈을 위해 더 나가보게나.”
장관은 네 명의 선수들 앞으로 서며 일일이 악수를 청하였다. 네 명은 장관의 악수를 받으며, 무섭고 두렵기만 했던 군대생활에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 지난 시간들을 떠 올리고 있었다.
“이제…….네 명마저 떠나니, 우리 국방부FC는 진정 제 2기 출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되었네.”
경기가 끝나고, 모든 관중들도 돌아갔다. 선수들은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텅 빈 관중석에 앉아, 그라운드를 내려다보고 있던 장두관이 함께 나란히 앉은 세령에게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제 진정 두 번째 국방부FC를 탄생시켜야 할 시점이었다. 이태성을 시작으로 다섯 명이 제대를 하고, 또 이어서 연태민도 제대가 한 달 정도 남았다.
세령은 그의 말을 들은 후, 앞으로 있을 수많은 이별에 다시 한 번 마음이 울적해지고 있었다.
해가 저물며, 그라운드에도 어둠이 서서히 내려앉고 있었다. 석식을 마친 후, 세령은 홀로 그라운드 위, 중앙선에 서서 하늘을 보고 있었다. 서울하늘에서 별을 본다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몇 몇 별은 유난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하늘이 무너지는지 보는 거야?”
“네? 아…….그냥 하늘을 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아서 보고 있었습니다.”
소재은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 세령은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었고, 곧 다시 하늘을 향해 시선을 주며 말했다.
소재은도 그녀와 함께 나란히 서서 하늘을 올려보았다. 무척 검은 하늘에 유난히 빛나는 별을 보면서 두 여인은 한 동안 아무런 말도 없었다.
“봄바람이 시원하니 두 여인의 마음이 봄을 타는 건가?”
곧 장두관도 그라운드 위를 오르며, 두 사람을 향해보며 말했다.
“어쩐 일이십니까?”
소재은이 그를 보며 물었다.
“경기에 이기고, 기분도 좋은데…….무슨 이유인지 그 기분이 예전까지 않아서 말이야. 마음도 심란하고 하니, 바람이나 좀 쐬고 회의실로 가려했는데, 벌써 두 여인이 떡하니 그라운드 중앙을 차지하고 있더군.”
장두관은 소재은의 물음에 웃으며 말하였다. 그의 말은 비단 장두관 혼자만이 느끼는 기분이 아니었다. 국방부FC가 만들어진 이후, 첫 이별을 경험하였고, 줄줄이 찾아오는 이별에 대해 점차, 그 무게가 느껴지고 있는 것이었다.
“들어가지. 오늘 경기의 승리로 인하여 챌린지리그 순위에도 변화가 있었고, 또 앞으로 제대할 인원을 대체하여 투입할 선수들도 체크해야 하니 말일세.”
장두관이 잠시 동안 하늘의 별을 보고 서 있은 후 말하였고, 곧 세 사람은 하늘에 집중된 시선을 거두며, 회의실로 향하고 있었다.
“기다리다 졸려 먼저 자러 갈 뻔 하였습니다.”
세 사람이 회의실에 들어서자마자, 연동훈이 그들을 보며 말했다.
“미안.”
세령이 그를 향해 미소를 지으면 살짝 윙크를 하였고, 그 모습에 연동훈의 얼굴은 다시 빨개지며, 심장이 요동치고 있었다.
“이 감독."
“네. 소 대위님.”
“그냥 하는 윙크라도 그 윙크를 받는 연동훈은 심장이 터져버릴지도 몰라. 저 놈봐, 얼굴은 둘째 치고 이제 귀까지 빨개지잖아. 제발…….순진한 우리 연중사의 심장을 생각좀 해줘.”
소재은은 조금 전 세령의 윙크를 보며 말한 것이었다. 그녀는 요즘 연동훈을 놀리는 재미를 찾았고, 쏠쏠한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아…….아닙니다. 제가 언제…….괜찮습니다. 이 감독님. 계속 윙크하셔도 됩니다.”
“어쭈. 이놈 봐라.”
그의 말에 소재은이 또 다시 그에게 장난을 걸어보려 일어섰지만, 이내 장두관이 소재은의 팔을 잡아 앉혔다.
“그냥 웃어라. 좀. 연중사가 저리 좋아하는데, 그 윙크 좀 날려준다고 심장이 터지기야 하겠어?”
“네? 장소령님!”
처음에는 소재은의 장난을 말리려는 듯 보였지만, 결국은 연동훈을 다시 놀린 장두관이었다. 이에 연동훈이 그를 보며 소리치자, 장두관의 매서운 눈빛만이 다시 돌아오는 것을 보며, 머리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