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133화 (133/163)

00133  히든리거  =========================================================================

-의외입니다! 저 상황에서 이민구를 보았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아나운서의 말처럼 연태민이 몸을 돌려세우지 못하였기에, 오른쪽 골포스트 앞 약 10미터 정도에서 수비수와 붙어 있는 이민구를 눈으로 확인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연태민은 두 명의 수비수 다리 사이로 공을 밀었고, 그 공은 수비수 다리사이를 빠져, 이민구에게 전달되었다.

-놀라운 패스입니다! 정확하게 수비수 두 명의 다리 사이를 모두 통과한 공! 이민구 선수에게 정확하게 전달됩니다!-

진주의 수비수들이 공을 잡은 연태민과 중앙에 서있는 추강에게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민구에게도 한 명의 수비수가 붙어 있었지만, 생각지 못한 패스로 인하여 이민구에게 붙어 있던 수비수마저 공을 미처 보지 못한 채, 그 공을 이민구가 받도록 허용하였다.

-이민구 슛! 아! 다시 공이 뜨고 맙니다!-

“이런! 이태성을 다시 복귀시켜라!”

골대와 거리는 10미터도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민구는 전반 초반에 보여주었던 슛과 마찬가지로 골대 위를 훨씬 넘어가버리는 슛을 날렸고, 이에 관중들은 야유를 보냄과 동시에, 제대를 앞두고, 원대 복귀한 이태성의 이름까지 거론하였다.

이태성 주니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많은 기대를 모았던 이민구는 이미 세 차례 기회를 모두 날리며, 고개를 숙였다.

연동훈도 고개를 숙였다. 정말 이번에는 골로 연결될 것이라 믿었다. 추강이 직접 슛을 지르지 않고, 연태민에게 공을 패스할 때부터, 이미 이 모든 것이 계획된 플레이였다. 하지만 마지막 결정을 지어야 할 이민구는 다시 모든 선수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말았다.

“이민구…….어디다 신경 쓰고 있어!”

참다못한 연태민이 소리쳤다. 그러자 이민구의 눈동자가 떨여왔고, 이민구의 뒤쪽에서 만에 하나 흘러나올 공을 잡고자 기다렸던 마형식마저 이민구를 외면한 채, 서둘러 국방부진영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었다.

“연동훈.”

“네.”

세령은 연동훈을 불렀다.

“이민구가 기죽지 않도록 선수들에게 말해줘. 같은 팀에서조차 손가락질하면, 그 선수는 두 번 다시 그라운드 위에 설 수 없다.”

“알겠습니다.”

세령은 이민구를 향해 보았다. 그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고서 중앙선부근으로 뛰기 시작하였다.

“마형식. 이민구는 오늘 경기가 처녀출전이다. 너도 그렇고, 우리 국방부선수들도 처음에는 그랬다. 긴장하고 있을 것이다. 네가 풀어줘.”

연동훈은 다시 수비를 하기 위하여 중앙선 부근으로 온 마형식에게 말했다. 그러자 마형식의 시선은 이민구에게 향하였다. 고개를 여전히 숙인 채, 자신의 머리위로 날아오는 공도 보지 않고 있었다.

“이민구! 경기중이다! 공에서 시선을 떼는 놈은 너 뿐이다!”

마형식이 큰소리쳤다. 그제야 이민구의 숙인 고개가 들렸다. 이민구는 자신의 머리 위를 지나, 중앙선을 넘어 국방부진영 중앙에 있는 이호성에게 떨어지는 공을 보았고, 곧 마형식을 향해 보았다.

“이민구! 공을 봐라!”

다시 연태민이 소리쳤다. 그러자 그의 시선은 마형식에서 연태민에게 돌아갔고, 이내 이호성이 잡은 공을 향해 보았다.

이호성의 곁으로 전철민이 붙기 시작하였고, 이어 추강도 수비에 가담하기 위하여 육중한 몸을 이끌고 뛰는 모습이 보였다.

-전철민! 태클! 완벽합니다!-

이호성이 공을 잡은 후, 자신의 뒤에서 다가서는 추강을 견제하고자 몸을 돌렸지만, 그 앞으로 전철민이 빠르게 다가서며 태클을 시도하였고, 그 태클은 정확하게 공만 걷어냈다.

-이민구! 전철민 선수의 태클에 의해 팅겨나간 공은 이민구선수에게 이어졌습니다!-

공은 중앙선으로 이제 막 들어서던 이민구의 발로 이어졌다. 이민구는 자신의 발아래에 있던 공을 본 후, 그 즉시 고개를 들어 추강을 보았고, 다시 시선을 돌려 오른쪽 사이드를 파고드는 마형식을 보았다.

-이민구. 마형식에게 바로 열어줍니다!-

아주 빠른 판단이었다. 조금만 늦었다면, 오프사이드에 걸렸을 것이고, 조금만 빨랐다면, 마형식이 놓쳤을 것이었다. 하지만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패스가 이어졌고, 마형식이 빠르게 치고 들어서자, 곧 이민구의 옆으로 추강이 다시 뛰기 시작하였다.

“공격자가 공격시에 멍하니 있으면 어째!”

추강이 그의 옆을 지나쳐가며 소리쳤고, 이민구는 그의 큰 목소리에 잠시 놀랐지만, 이내 빠르게 진주진영으로 오르기 시작하였다.

“추강과 포지션이 겹치잖아!”

무작정 뛰었다. 그러다 이미 자신을 지나쳐 갔던 추강과 함께 나란히 뛰게 된 그를 보며 중앙선을 갓 넘어온 전철민이 소리쳤다.

이민구는 조금 전 일어난 자신의 실축으로 인하여, 아직도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 자신의 자리마저 찾지 못하고 있었고, 이미 공을 몰고 진주진영 페널티박스 오른쪽 모서리에 서 있는 마형식은 골대를 향해 시선을 주고 있었다.

-마형식! 그대로 슛!-

마형식은 페널티박스 중앙에 있는 연태민을 보고 패스를 하려 하였지만, 여의치 않았고, 골문도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대로 슛을 질렀다.

‘퍽! 팅!’

-아! 골키퍼 손에 아슬아슬하게 걸리며, 왼쪽 골포스트를 맞고 공은 팅겨나옵니다! 서민구 선수! 다시 공을 잡아 그대로 슛! 아! 슛 할 자세를 취했지만, 공을 진주진영 중앙의 이민구 선수에게 패스합니다!-

서민구도 공을 잡자마자 바로 슛을 지를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마형식과 달리, 골문이 보이지 않자, 시야를 중앙으로 돌렸고, 중앙에서 연태민과 추강이 보이자, 두 사람에게 공을 연결해 주려 하였지만, 다시 시선을 약간 내리자, 추강이 서 있어야 할 자리로 빠르게 들어서고 있는 이민구가 보였다.

-이민구! 그대로 슛!-

거리는 약 20미터, 추강이 늘 서 있던 자리였으며, 그 자리에서 추강은 언제나 강력한 캐논 슛을 선보였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자리에 추강이 아닌 이민구가 서 있었고, 자신 앞으로 굴러오는 공을 본 이민구는 그대로 자신의 발등에 공을 적중시켰다.

‘철렁!’

“와아아!”

-이민구! 골! 골입니다! 완벽하게 추강선수의 모습을 빼닮은 강력한 중거리 슛을 작렬시킵니다!-

또 다시 찾아온 기회를 이번엔 놓치지 않은 이민구였다. 그는 자신의 앞으로 정확하게 굴러오는 공을 보았고, 골키퍼의 위치를 확인한 뒤, 진정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공을 보내는 듯, 정확하게 골키퍼가 움직이기 힘든 골대 모서리에 공을 차 넣었다.

이민구는 자신이 찬 공이 골문 안으로 들어갔지만, 소리를 지르거나, 기뻐하는 표정이 없었다. 그냥 멍하니 그 자리에 선 채, 골문 안에서 움직임이 멈춘 공을 보고만 있었다.

“잘했다! 이민구!”

곧 추강과 함께, 마형식, 연태민이 그의 곁으로 다가서며 그의 머리를 마구 흔들고 소리쳤고, 이내, 국방부선수들이 그의 곁으로 다가와 축하를 표시하는 과한 행동들을 보여주었다.

“조금 전 슛…….이태성 주니어가 아니라, 꼭 추강 주니어 같지 않았나?”

장두관이 조금 전 이민구의 슛을 다시 떠 올리며 말했고, 세령이 그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이민구에게 붙은 별명인 이태성주니어, 하지만 조금 전 그의 모습은 장두관의 말처럼 이태성보다 추강에 가까워 보였다. 이태성은 페널티박스 안에서의 움직임이 단연 돋보이는 선수였지만, 추강은 페널티박스 외부에서의 움직임이 돋보이는 선수였다.

이번 경기에서 이민구에게 있었던 기회 중, 페널티박스 안에서 얻은 기회는 모두 무산되었다. 하지만 페널티박스 외부에서 강력하게 때린 중거리 슛은 정확하게 골문을 통과하였고, 득점을 만들어냈다.

-국방부FC! 후반 25분 만에 동점골을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습니다!-

진주의 벤치에서는 또 다시 지난 1차전의 경기가 떠오르고 있었다. 아나운서의 말을 듣고, 지난 1차전 때와 거의 흡사하게 진행되고 있는 이번 경기라, 또 다시 경기종료 몇 분을 남겨두고, 역전골을 허용할 것만 같은 불안한 마음이 진주감독을 제외하고는 모든 코칭스태프들에게 일어나고 있었다.

“조마조마했는데, 드디어 동점골이 나왔습니다.”

귀빈석에 앉은 군 관련자들은 경기시간이 점차 막바지에 이르고 있을수록 좌불안석이었다. 장관의 표정이 밝지 않은 상태였으며, 모처럼 영관급장성들이 대거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상황에 패배한다면, 여러모로 그 자리에 참석한 것이 후회될 것이었다.

하지만 동점골이 터지며,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는 국방부FC의 경기에 그들의 마음도 조금은 편안해지고 있었다.

-진주FC. 공격의 루트가 너무 단조롭습니다. 또 다시 중앙을 선택하고, 이호성 선수를 중심으로 이경수 선수에게 득점기회를 제공코자 같은 방법의 공격을 감행하는데요. 이는 이제 국방부FC의 수비진들이 모두 꿰뚫고 있는 전술이라 볼 수 있습니다.-

동점골을 허용하고 난 뒤에도 진주FC는 공격루트에 대한 변화가 거의 없었다. 사이드를 공략하며, 여러 방면으로 골문을 열도록 해야 하지만, 진주는 여전히 이호성에서 이어지는 공격에 이경수가 마무리 하도록 하는 전술이었다.

“진주의 공격자원이 부족하다는 증거지. 진주는 이번 시즌 시작과 함께, 이경수라는 천재적인 골게터를 받쳐줄 인물로 이호성을 데리고 왔지만, 그 외적인 공격자원을 확보하지 못했어.”

세령이 연동훈의 옆으로 서며 말했다. 상무시절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결국 클래식리그의 부름을 받지 못하고 진주FC로 진로를 선택한 이경수와 이호성 외에는 그다지 뛰어난 선수를 영입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초반 두 선수의 강세로 인하여 선두권 경쟁에 합류하긴 하였지만, 점점 여느 팀들이 진주의 공격성향을 알았고, 그에 대한 방편을 마련하면서 진주는 조금씩 내리막을 걷고 있었다.

“진주에도 변화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도 너무 단조로운 방식입니다. 또 이호성이고, 또 이경수입니다.”

연동훈도 그녀의 말에 공감하였다. 공격자원이 없으니, 할 수 있는 전술도 제한적인 진주였다.

-후반 40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지만, 진주FC. 후반 들어 국방부에게 완벽하게 끌려가고 있습니다.-

후반전의 후반부에 다다를수록 진주의 힘은 더욱 더 없어보였다. 국방부도 마찬가지로, 수많은 득점기회를 놓치는 바람에 대량득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다시 한 번 치고 들어가자!”

진주의 공격이 계속 차단되면서, 또 다시 진주의 패스를 차단한 전철민이 소리쳤다. 전철민도 이번 경기가 마지막이기에, 필사적으로 경기에 임했고, 그는 이번 경기에서 단연 돋보이는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