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132화 (132/163)

00132  히든리거  =========================================================================

‘촤아아아’

-진주! 태클입니다! 아! 이민구의 발 앞에 걸린 공을 향해 가해진 정확한 태클에 이민구는 넘어졌지만, 공이 레프트윙인 서민구 선수에게 연결되면서, 심판은 그대로 경기를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태클은 정확하였다. 비록 이민구가 넘어졌지만, 그 공은 서민구에게 연결되었고, 골대와 대각선 구도를 갖춘 자리에 서 있던 서민구는 수비수 한 명을 앞에 두고, 오른쪽으로 공을 짧게 차 둔 뒤, 곧바로 몸을 틀어 슛을 날렸다.

‘팅!’

-아깝습니다! 아주 훌륭한 슛이었지만, 골포스트를 맞고 골라인을 벗어납니다.-

서민구는 잔디를 걷어찼다. 정말 아쉬운 슈팅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첫 득점을 줄 수 있었던 아주 완벽한 찬스를 놓친 것에 아쉬워하였다.

-전방 40분이 지나고 있습니다.-

전반 10분경 터진 이경수의 PK로 인하여 얻은 1점을 잘 지켜내며, 진주는 전반전을 마치려 하였다. 하지만 국방부는 아니었다. 1점을 리드당한 상태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보다, 동점을 만들고 휴식을 가지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에, 조금이라도 느슨한 경기를 하지 않으려, 공이 있는 곳이면, 무조건 달리고 있었다.

“삐익! 삐익!”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심판이 전반전 종료를 알리는 휘슬을 불었고, 국방부FC는 동점골을 넣지 못한 채, 전반전을 끝냈다.

선수들은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기에, 고개를 숙이며, 경기장을 빠져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유일하게, 이민구만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두 번의 기회. 원톱으로 나선 만큼 그 기회를 꼭 살려야 했었다. 하지만 첫 번째 슛은 골대를 한 참 넘어 지나쳐갔고, 두 번째 기회는 자신의 속도가 느려, 진주의 수비수를 따돌리지 못하였다.

“아직…….후반전이 남았다. 너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 남았으니, 분발해 봐.”

고개를 숙이고 들어서는 그에게 연동훈이 어깨를 토닥거려주며 말했다. 세령은 그런 연동훈을 보며 엄지손가락을 살며시 들어 보여주었고, 연동훈은 그저 그 하나의 행동만으로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다.

“이제, 아예 세령이 하는 모든 행동이 다 좋아?”

그리고 그의 얼굴을 본 소재은이 농담하듯, 그의 옆으로 붙으며 말하자, 연동훈의 얼굴은 더 붉어지고 있었다.

“후반전에 공격수를 한 명 더 투입한다.”

라커룸으로 들어선 후, 세령이 선수들을 보며 말했다. 원톱으로 섰던 이민구를 믿지 못하여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민구가 긴장하고 있기에, 그 긴장감과 함께, 자신에게 집중된 무게감을 들어주기 위하여 내린 결정이었다.

“마철수를 빼고 연태민이 들어간다. 그리고 전철민은 중앙미드필더로 마철수의 자리까지 커버한다. 또 한 추강은 쉐도우의 자리를 그대로 지키며, 투톱으로 나서는 이민구와 연태민을 뒤에서 받쳐준다.”

미드필더를 줄이고 최전방 공격수를 늘린 것이었다. 이는 상대 공격진이 우수하면 절대 사용할 수 없는 포메이션이었다. 하지만 진주는 거의 대부분의 공격이 이경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그에 반해, 국방부의 공격은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기에, 더 많은 공격루트를 찾으려는 세령의 뜻이었다.

“포메이션은 4-4-1-1에서 4-3-1-2로 변형한다.”

공격수를 한 명 더 늘림으로써, 포메이션도 공격적으로 변형되었다. 그리고 변형된 포지션이 그동안 꽤 많은 승률을 가져왔던 국방부FC였다.

-후반전이 시작되겠습니다.-

전반전의 리드를 지키며 경기를 끝낸, 진주 선수들이 먼저 그라운드 위에 올라 있었고, 곧 국방부선수들이 다시 경기장에 모습을 보이자, 관중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관중들은 1점차로 끌려가고 있지만, 이미 국방부의 저력을 많이 봐 온 관중들이었다.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 절대 승부를 예측할 수 없었던 팀이 바로 국방부였고, 이들에게 역전승도 이미 다섯 차례나 되었기에, 또 한 번의 역전승을 기다리고 있는 팬들이 많았다.

“선수들의 몸이 무거운 것은 아니지만, 평소보다 공격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 같군.”

전반전을 지켜본 장관이 말했다. 정책기획관은 물론, 군 관련자들도 그의 생각과 같았다. 전반전. 선수들은 진정 가볍게 뛰었다. 하지만 슈팅이 그리 많지 않았었고, 기회마저 잘 살리지 못한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후반전 경기 시작됩니다!-

귀빈석에도 전반전을 관전하였던 모든 영관급 인물들이 다시 그대로 다 앉아 있었고, 관중석에도 전반전과 비교하여, 관중이 줄어든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국방부FC에 후반전 변화가 있습니다. 미드필더 마철수가 빠지고, 스트라이커 연태민이 들어오면서, 공격적으로 나갈 것임을 보여주고 있는 이세령 감독입니다.-

아나운서도 세령의 선수교체만으로 그녀의 경기운영이 어떤 변화를 감행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국방부FC 전반전과 달리 공격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국방부였다. 국방부는 공격자 한 명이 더 늘어난 것뿐이었다. 하지만 아나운서의 말처럼 공격의 활로가 열린 국방부였다.

두 명의 공격수가 진주의 센터백 두 명은 물론, 미들진 두 명마저도 함께 묶어 놓고 있는 현상이었고, 양쪽 사이드를 맡고 있었던, 마형식과 서민구는 추강과 함께, 동일선상에서 위로 오르고, 다시 내려가기를 반복하며, 진주 미들 진들이 쉽게 국방부진영으로 오르지 못하도록 하고 있었다.

“참…….난해한 전술을 사용하고 있군.”

이에 진주의 감독은 공격의 활로를 뚫지 못하고 있는 진주 선수들에게 뭐라 확신한 주문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공격적으로 움직이면서, 만에 하나 공격이 차단되면, 역습에도 대비해야 하는 것이었다. 국방부가 공격적으로 나온다고 하여, 수비가 허술하지 않으며, 또 한 역습에 있어서는 국방부를 따라올 팀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감독이 이에 맞는 전술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국방부는 여전히 이민구와 연태민, 그리고 쉐도우로 추강이 공격적으로 서 있으며, 무엇보다 양쪽 공격형 윙어인 마형식과 서민구 선수마저, 중앙선에 걸쳐 있는 형태라, 자칫 역습으로 인한 실점을 대비 한 듯, 진주의 공격은 쉽게 이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도 아주 정확하게 보고 있었다. 그의 말처럼 공격자 다섯 명이 중앙선 인근에서 맴돌고 있는 아주 특이한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국방부였다.

수비를 책임지는 선수가 고작 다섯 명이지만, 그렇다고 만만하게 볼 수비진들이 아니기에, 자칫 역습으로 이어진다면, 공격자가 많은 국방부에게 한 점을 내주는 것은 불 보듯 뻔 한 결과처럼 느껴졌다

-진주FC 중앙미드필더인 이호성 선수에게 공이 연결됩니다.-

또 다시 이호성이었다. 진주는 여전히 중앙을 뚫고, 최전방 공격수인 이경수에게 골문을 열도록 주문하고 있었다. 사이드를 이용하여 센터링을 올리며, 중앙에서 이경수가 경합하도록 하는 방식의 전술은 사용치 않고 있었다.

‘탁!’

-아! 국방부의 민철환 선수! 이경수에게 연결되는 공을 차단합니다! 그대로 길게 패스!-

“모두 뛰어!”

진주가 우려하던 상황이 일어났다. 이호성의 절묘한 패스는 성공률이 무려 92%에 달했다. 하지만 이경수에게 공이 가기 전, 국방부의 센터 백으로 나선 민철환이 아슬아슬하게 공을 차단하였고, 그 즉시 전철민에게 패스하였다.

이호성의 바로 뒤편에 서 있던 전철민은 자신에게 공이 오자마자, 이호성이 붙기 전, 곧바로 추강에게 패스하였다.

-국방부의 역습이 시작됩니다! 역습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완벽한 역습을 보여주었던 국방부! 아주 빠르게 진주진영을 파고들기 시작합니다!-

추강이 공을 받은 위치는 정확하게 중앙선상이었다. 그리고 양쪽 공격형 윙어인 마형식과 서민구가 빠르게 진주진영 사이드를 치고 들어가면서, 진주의 수비진들이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물러나지 말고 붙어!”

이에 진주의 코치가 큰소리로 외쳤지만, 이미 오프사이드는 무너진 상태였다. 역습에 의해 빠르게 넘어오자, 진주의 수비진들이 뒤로 더 물러나면서, 마형식과 서민구가 오프사이드에서 자유롭도록 만들어 주었다.

“제길…….”

이미 추강의 발에 있던 공은 사이드 깊숙이 파고들기 시작한 서민구에게 연결되고 있었고, 이에 선심의 오프사이드 판정이 없자, 진주의 코치진이 쓴 소리를 내뱉었다.

-서민구 선수. 이미 몸이 자유로워졌습니다. 진주의 수비수 네 명은 모두 중앙에 몰려 있으며, 사이드로 치고 들어선 서민구 선수에게 붙은 선수가 없습니다!-

완벽한 패스에 이은 완벽한 찬스였다. 중앙에 서 있었던 추강은 오른쪽인 마형식보다, 왼쪽인 서민구가 조금 더 빠르며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을 보았고, 그 즉시 서민구에게 패스해 준 것이었다.

이에 서민구는 사이드 깊숙한 곳에서 점점 페널티박스 안으로 공을 몰고 오면서, 자신의 앞에 중앙수비수 한 명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툭’

-서민구 선수! 중앙에서 치고들어온 추강선수에게 패스합니다.-

“와아아! 질러라 추강!”

중앙수비수 한 명이 자신에게 붙자, 중앙의 한 쪽이 뚫린 것을 확인한 서민구가 추강에게 공을 패스하자, 추강은 정확히 골대를 정면에 두게 되었고, 거리는 약 20미터 정도였다. 이에 관중들은 추강의 캐넌 슛을 보고자, 일제히 크게 외쳤다.

‘탁’

-추강! 슛을 할 것 같았지만, 진주의 센터백과 거의 붙어 있는 연태민 선수에게 공을 패스합니다.-

의외였다. 정말 골문이 훤히 보이는 정면이었지만, 무슨 영문인지, 추강은 연태민에게 패스하였다.

그렇다고 연태민이 더 좋은 위치나, 자유롭게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더 나쁜 위치였으며, 이미 수비수를 등지고 있던 상황이라, 쓸모없는 패스라 여겼다.

“추강이…….저런 실수를…….”

진주 감독도 그의 패스가 의아하여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중얼거렸다. 지금까지 봐 온, 추강은 저 자리에서 공을 잡으면 무조건 슛이었다. 하지만 그는 슛이 아닌 엉뚱한 곳으로 패스한 것과 같았다.

-연태민! 몸을 돌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미 진주의 수비수가 빠르게 들어서고 있습니다!-

공을 너무 질질 끈 상황이었다. 수비수가 고작 네 명이었던 진주진영에 어느새 미들진들까지 가세하면서 수비 숫자가 일곱 명으로 늘었고, 공격자는 다섯 명이었다.

-연태민! 공을 잡아 몸을 돌려세우려다 그대로 공을 옆으로 밀어줍니다!-

연태민은 몸을 돌려세우지 않았다. 그의 뒤에는 여전히 수비수가 붙어 있었다는 것도 있지만, 마음만 먹었다면 다시 공을 서민구에게 열어주고, 자신이 수비수를 따돌리고 들어설 수 있는 주고받는 패스를 시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연태민의 발끝에서 떠난 공은 서민구나 추강이 아닌, 이민구에게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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