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1 히든리거 =========================================================================
-국방부FC 점 차 진주진영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마형식 선수, 곧 제대를 앞 둔 선수입니다. 이번 경기가 마지막인 만큼 기억에 남는 경기를 해 주길 바랍니다.-
아나운서는 마형식이 공을 잡자, 그에 대해 짧게 말하였고, 곧 관중들이 박수를 보내주었다.
-마형식! 빠르게 치고 들어갑니다!-
‘촤아아!’
-진주FC의 이 민 선수 공을 몰고 들어가는 마형식을 향해 정확한 태클을 시도하여 공을 빼 냅니다!-
마형식이 사이드를 치고 올라가려 하였다. 하지만 이미 그의 움직임을 간파한 듯, 진주의 수비수가 태클로 공격을 차단하였고, 수비수는 그 즉시 진주의 중앙미드필더인 이호성 선수에게 패스하였다.
이호성은 진주에서 두 번째로 득점이 많은 선수였다. 이경수에 이어 득점력이 좋은 선수지만, 득점보다는 어시스트가 더 뛰어난 선수였다.
-이호성! 잡은 공을 곧바로 최전방 이경수에게 뿌려줍니다!-
아주 절묘하고 정확한 패스였다. 이호성의 발에서 떠난 공은 그의 앞에 있던 전철민은 물론, 센터백인 우근우의 다리 사이를 빠져나가며, 돌아들어선 이경수에게 그대로 연결되었다.
-이경수! 이호성의 패스를 받아 그대로 슛!-
‘탁!’
-이철호 선수의 선방입니다! 빠른 공격에 의해 공의 방향을 살짝 바꿨지만, 공의 방향을 읽은 이철호 선수의 선방으로 위험한 고비를 넘기는 국방부입니다.-
순식간에 포백 라인이 무너졌던 순간이었다. 이호성의 패스가 그만큼 절묘했다는 뜻이었으며, 오프사이드를 뚫고, 들어선 이경수의 움직임도 완벽하였다.
하지만 방향을 돌린 공의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았기에, 이철호의 다이빙 캐치에 막혀 골라인 아웃되었다.
-진주의 코너킥! 올라옵니다! 이경수!-
‘펑!’
-이경수의 머리에 닿기 전, 이철호 선수가 뛰어나와 길게 펀칭으로 쳐 냅니다. 튀어나온 공을 잡은 전철민 선수. 그대로 중앙선을 넘어선 추강에게 연결합니다!-
역시 빠른 역습이었다. 이는 이미 영국과의 경기에서 추강의 빠른 역습이 돋보였던 순간과 거의 일치하였다. 전철민이 패스해준 공을 잡은 추강은 곧바로 진주진영 페널티박스에 조금 못 미치는 자리에서 수비수를 뚫고 들어서려는 이민구를 보았다.
-추강! 이민구 선수를 향해 스루패스!-
추강의 패스 역시, 진주의 이호성 못지않은 정교한 패스였다. 수비형 미드필더의 사이를 뚫고, 오프사이드를 피해 들어간 이민구의 발 앞으로 연결되었다.
-이민구! 골키퍼를 앞에 두고 그대로 슛!-
‘펑!’
-아…….어이없는 슛입니다. 골대와의 거리는 약 10미터 정도였지만, 공의 높이는 그 거리보다 더 높이 올라서는 듯 합니다.-
아나운서의 말 대로였다. 골키퍼를 앞에 두고, 골키퍼의 키를 넘기거나, 그의 양쪽 사이드를 공략하여 가볍게 차 넣는 것이 더 효과적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민구는 잔뜩 힘을 실은 듯, 강력한 슛을 때렸고, 그 공은 하늘높이 치솟아 올라, 진정 아나운서의 말처럼 골대와의 거리보다 더 높게 날아간 뒤, 관중석 중간에 떨어졌다.
“이민구가 긴장한 듯 하군.”
장두관은 그의 실축성 킥을 보며 말했다. 그동안 군대스리가에서 뛰었던 것과 전혀 다른 경험을 하고 있기에, 그의 몸이 자신의 의지처럼 쉽게 움직여주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민구! 긴장하지마라!. 군대스리가와 다를 것 없다!”
태영훈코치가 큰소리로 외쳤다. 이민구는 그의 말을 들은 후, 어색한 미소를 지은 뒤, 다시 서둘러 자기진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진주FC의 공격이 이어집니다. 진주는 리그 4위로써, 국방부FC와는 승점이 같지만, 골득실에서 밀려 있습니다. 이에 득점왕 경쟁에 뛰어들어 있는 이경수 선수의 움직임이 무척 가벼우며, 빠르게 국방부진영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아나운서의 말처럼 이경수의 움직임은 진정 가벼웠다. 국방부FC는 지금까지 이태성과 추강, 전철민과 연태민 등, 공격진이 고루 골을 넣은 것과 달리, 진주에서는 이경수가 진주의 총 득점 16점 중, 열 골을 홀로 넣은 골게터였다. 그만큼 이경수에게 공격이 치중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이호성 선수! 중앙을 파고들며, 전방을 보고 있습니다! 이경수 선수! 포백라인과 동일선상에 서 있기에, 자칫 오프사이드의 위험성을 느낀 듯, 바로 치고 들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경수는 센터백 사이에서 약, 반 발 정도 물러나 있는 상황이었다. 조금만 앞서 움직이면, 오프사이드며, 그렇다고 또 늦게 움직이면, 수비에 먼저 막힐 듯하였다.
-이호성 선수. 결국 공을 사이드로 보냅니다.-
이경수의 자리가 좋긴 하였지만, 센터백의 자리 또 한 괜찮았다. 즉. 이경수에게 공이 전달되기 전, 두 명의 센터백이 서로 협공하여 선수를 막고, 공을 차단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이에 이호성은 무리한 패스가 아닌, 사이드로 공을 돌리며, 센터에 집중되어 있는 선수들을 분산시키고 있었다.
“역시. 진주에는 이호성이 키플레이군. 정확하게 경기장 구석구석을 다 보고 경기를 조율한다.”
장두관의 눈에 보인 이호성의 플레이는 수준급 이상이었다. 만약 지난 A매치에서 서민수라는 또 다른 챌린지리거 없었다면, 그 자리는 충분히 이호성에게 갔을 정도라 여겨지고 있었다.
-설지형 선수! 센터링!-
사이드로 공이 전달된 후, 곧바로 치고 들어간 진주의 라이트윙인 설지형 선수가 중앙을 향해 시선을 돌린 뒤, 그대로 센터링을 올렸다.
공은 높게 떠서 페널티박스 중앙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여느 센터링처럼 휘어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그저 공중에 높이 뜬 상태이며, 느린 속도로 서서히 떨어지고 있었다.
-이철호 선수! 이경수 선수! 우근우와 여민호 선수!-
높이 뜬 공을 보며 네 명의 선수가 서로 엉키고 있었다. 심판은 공을 보면서도, 네 명의 선수 움직임을 주시하여 보았다.
“삐익!”
공이 떨어질 때, 이철호가 손을 높이 뻗어 올린 뒤, 공을 낚아챘다. 하지만 그의 앞으로 세 명의 선수가 넘어졌고, 그 순간 심판의 휘슬소리가 들렸다.
모두 심판을 향해 시선을 돌릴 때, 심판은 페널티박스 안을 손으로 꼭 찍어 가리키며, 페널티킥을 선언하였다.
“!!!”
그의 결정에 국방부선수들이 놀란 눈으로 심판의 곁으로 다가서며, 이유를 물었다.
보통 골키퍼와 함께 떠오르면, 골키퍼 차징이 선언될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달랐다. 이철호가 공을 잡기 전, 이미 이경수는 넘어졌다. 그리고 이경수의 위로 우근우와 여민호도 넘어졌다. 그 다음 이철호의 손에 공이 잡혔다.
심판은 이경수가 헤딩경합을 하기 위하여 자리를 먼저 선점한 뒤, 몸을 뛰어 올리려는 순간, 우근우가 그의 어깨를 누르며 뛰어 오르지 못하도록 하였고, 그로 인하여 이경수가 주저앉는 바람에 함께 뛰어오르려고 하던 우근우와 여민호가 그의 위로 넘어진 것이라 표현하였다.
-아…….느린 화면이 나오는데요. 심판이 아주 정확히 보았습니다. 우근우 선수. 이경수 선수의 어깨를 강하게 누르며 그의 위로 올라섰네요.-
마침, 전광판에는 조금 전 일어난 플레이에 대해 느린 화면이 나오고 있었다. 카메라에 잡힌 영상을 보며, 그 누구도 심판의 결정에 반박할 수 없었다.
심판은 아나운서의 말처럼 아주 정확하게 보았다.
-이경수 선수. 페널티킥을 차기 위하여 섰습니다.-
역시 킥커는 이경수였다. 현재 열 골로 득점 랭킹 4위인 그가 한 골을 더 추가한다고 하여 순위 변화는 없지만, 3위인 광양의 서용호와, 경기의 민태호가 넣은 득점인 12골에 한 골 차로 더 따라붙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현재 득점랭킹 1위는 서귀포의 천재 골게터, 강석중이 14골로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삐익!”
-심판의 휘슬소리와 함께, 이경수! 달려갑니다! 그대로 슛!-
‘철렁’
-골입니다. 진주FC의 이경수 선수 PK로 먼저 선취득점을 넣습니다.-
이철호가 움직인 방향과 정 반대방향으로 들어선 공이었다. 이경수는 두 손을 벌려 그 자리에서 관중석을 향해 사방으로 돌며 서 있었고, 곧 진주선수들이 그에게 달려가 안겼다.
하지만 진주의 벤치에서는 아직 만족하는 표정들이 아니었다. 앞 서 벌어졌던 두 팀의 1차전에서 진주는 먼저 골을 넣고도, 1대2로 역전패를 당했었다. 그러기에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 진주감독의 표정은 밝아지지 않을 듯 보였다.
“이민구. 더 올라서고! 전철민과 추강의 연계플레이에 더 집중해!”
경기가 재개되기 전, 연동훈이 이민구와 추강, 전철민을 보며 큰소리로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진주의 선수들에게도 모두 들렸지만, 그 말만으로 선수들 간의 움직임을 간파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었다.
경기가 다시 재개되자, 이민구는 추강에게 공을 주었고, 추강은 그 즉시 오른쪽 공격을 지휘하는 마형식에게 연결하였다. 경기 초반 공을 뒤로 돌렸던 것과는 또 다른 방식이었다.
마형식은 공을 잡은 후, 자신의 앞에 서서 자신을 마크하는 진주의 미드필더와 잠시 마주하고 서 있었다.
-지형식 선수! 마형식 선수를 완전히 막아 세우고 있습니다. 마형식 선수! 공을 다시 뒤로 돌립니다.-
결국 공이 다시 후방으로 넘어오는 것은 같았다. 진주의 미드필더들은 각기 이민구와 추강, 전철민의 옆에서 딱 붙은 채, 떨어지지 않고 있었기에, 마형식이 자신의 앞에 선, 지형식을 따돌리지 못하는 한, 진주진형을 치고 들어설 방법은 없었다.
-공을 잡은 여민호 선수. 중앙 아래까지 내려온 전철민 선수에게 패스합니다.-
전방으로 빠르게 치고 올라서지 못했기에, 전철민이 조금 아래로 내려왔고, 추강이 중앙선까지 움직였다.
전철민은 여민호에게 받은 공을 곧바로 추강에게 주었고, 추강은 그 즉시 원톱으로 나선 이민구에게 찔러주었다.
“와아아아!”
그 순간 관중석에서 엄청난 환호성이 나왔다. 추강이 공을 잡은 순간부터 함성이 나왔지만, 무엇보다 그가 이민구를 향해 찔러준 스루패스는 진정 놀라울 정도로 아주 정확하게 연태민의 발 앞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이민구! 이민구! 속도를 더 내야 합니다!-
진주진영 중앙에서부터 공을 잡은 이민구의 옆으로, 진주의 센터백 두 명이 바짝 따라붙었다. 세 명의 속도가 거의 비슷하였지만, 이민구가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