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0 히든리거 =========================================================================
13라운드 상대는 진주다. 국방부FC와 승점이 21점으로 동률이지만, 골득실에서 밀려 4위에 자리한 팀이다. 이 경기는 3위인 국방부와 4위인 진주의 경기로, 이미 챌린지리그 13라운드의 최대 경기인 1위 광양과 2위 서귀포의 경기에 이어 최고의 경기로 꼽히고 있었다.
이번 경기의 결과에 따라 두 팀의 순위는 물론, 1위인 광양FC가 승점 22점이므로, 1위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경기였다.
“13라운드의 경기는 모든 팀들에게 매주 중요한 경기가 된다. 공교롭게도 1,2위 팀이 서로 붙고, 3,4위팀이 같은 시간에 경기를 치른다. 이 상위 네 팀은 이번 경기 결과에 따라 1위에서 4위까지 자리 변동이 심할 것이다.”
연동훈이 13라운드 경기의 중요성을 말해주었다. 하지만 아직 이들에게는 13라운드 경기보다는 이태성이 없는 빈자리에 대한 공허함이 더 크게 보였다.
주말이 되었다. 화창한 날씨였으며, 춥지도 덥지도 않은 5월의 중순이었다.
“금일 진주와의 경기는 우리에게 또 다른 추억을 남길 경기다.”
아침식사를 마친 후, 그라운드에 모인 선수들을 향해보며 세령이 말했다. 금일 경기는 오후 두 시에 있을 예정이며, 홈경기이기에, 이들은 지난번처럼 진주까지 내려가는 수고를 들게 되었다.
“금일. 진주와의 경기를 끝으로 우리는 마형식, 우동화, 전철민, 이철호를 보내주어야 한다.”
모든 선수들이 호명된 네 사람을 보았다. 이태성에 이어 또 다시 찾아올 이별 대상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입대날짜가 같았다. 비록 원 소속 부대는 다르지만, 입대날짜가 같았기에, 제대하는 날짜 또 한 같았다.
“연이은 이별에 의해 너희들의 마음도 무거울 것이다. 하지만 떠나는 이들에게 패배의 추억보다는 승리의 추억을 안고 가도록 하면 좋지 않을까?”
세령은 선수들의 우울한 표정들을 하나하나 보며 말했다. 곧 떠나야 할 사람들. 세령의 말처럼 오늘 경기가 이들과 함께 뛰는 마지막 경기가 되는 것이었다.
이태성처럼 클래식무대에서 러브콜이 온 선수들은 없었다. 어쩌면 적으로 마주쳐야 할 기회조차 없는 이들일 수 있었다.
“오늘 선발명단에 이 네 명의 선수가 포함된다. 마지막인 만큼 이들에게 우리 국방부FC의 홈그라운드를 마음껏 누벼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하지만 놀지마라. 그냥 그라운드 위를 뛰어다녀라고 선발명단에 올린 것은 아니다. 자신 스스로…….마지막 경기에서 후회 없는 필드를 밟아보라는 것이다.”
세령이 네 명을 향해보며 말했다. 그 동안 전철민은 꽤 많은 경기에 뛰었다. 우동화도 전철민보다는 적지만, 많은 경기를 소화하였다. 하지만 마형식과 함께, 골키퍼인 이철호는 경기를 뛴 경험이 많지 않았다. 그만큼 같은 포지션의 경쟁자에게 밀렸던 시간이 많았다.
“진주는 공격력도 화려하다. 주로 원톱공격수인 이경수에 의해 골이 만들어지지만, 중앙미더필드인 이호성의 공격 또 한 매섭다. 더불어 이경수는 현재 챌린지리그에서 득점 10점으로 개인기록 4위에 오른 만큼 물오른 득점력을 과시하고 있다.”
세령은 이어 진주FC에 대한 설명을 하였다. 무엇보다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은 역시 공격수였다. 그 중에서도 이경수는 매 경기당 0.75골이라는 놀라운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기에, 그에 대한 경계를 당부하였다.
“그리고 지난 주, A매치를 뛰고 돌아온 선수 중, 추강만이 경기에 투입된다. 이태성은 원대복귀를 하였고, 용지현은 이철호의 마지막 무대를 위해 교체멤버로 투입된다.”
국방부FC의 홈구장을 찾아오는 팬들에게 주는 일종의 팬서비스 차원일 수도 있었다. 영국과의 A매치에서 그림 같은 중거리 슛을 성공시켜 세계 축구팬들에게 자신의 놀라움을 각인시켜 준, 추강을 경기에 투입함으로써, 주말에 있는 클래식리그를 관전하지 않고, 챌린지리그를 찾아주는 팬들에게 주려는 서비스와 같은 것이었다.
“진주와의 경기에서는 특별히 장관님과 함께, 많은 군관계자도 함께 관람하실 예정이다. 이는 이미 이감독이 한 말처럼 지난 영국과의 경기에서 좋은 경기를 펼쳤던 선수들을 직접 보고자, 찾아오는 영관급 인물들이 많다.”
장두관이 선수들을 보며 말했다. 이는 주말이라 가능한 것이었다. 평일에는 아무리 계급이 높더라도 쉽게 경기장을 찾을 수 없다. 주말은 휴일이기에 이들에게도 국방부FC의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여유가 주어지는 것이었다.
여러모로 중요한 경기가 되는 진주 전이었다.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무대이기도하며, 또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실력을 한 층 더 발휘하여 눈도장을 받을 경기였다.
또 한. 얼마 전 새로 소속된 네 명의 선수 중, 이태성의 빈자리를 채워준 이태성 주니어라는 별명이 붙은 수방사에서 온 이민구가 경기에 투입될 예정이었다.
오전에 훈련 없이 몇 대화만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중식을 마친 후, 그라운드로 들어서자, 이미 관중석에는 수많은 관중들이 자리하기 시작하였다.
“관중들이 많습니다.”
연동훈이 관중석을 둘러보며 말했다. 아직 경기가 시작하려면 1시간 이상이 남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벌써 관중석은 거의 다 꽉 들어차 보이고 있었다.
“이건 마치, 클래식무대의 빅매치를 연상케 하는 관중 같은데. 이제 우리도 엄연한 명문구단이라는 증거지. 하하하.”
세령이 큰 웃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그러자 장두관과 함께, 코칭스태프들은 그녀를 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명문구단이라면 선수들의 뛰어남도 있지만, 감독의 뛰어남도 함께 포함되는 것이기에, 은근히 자신의 자랑을 한 것이라 보고 있는 것이었다.
“장관님은 물론, 3군사령관님과 함께, 수도군단장과 수방사령관님…….아주 벤치의 초호화군단입니다.”
관중석을 꽉 채운 관중들을 보다, 귀빈석에 앉은 인물들을 보며 서재호가 말했다. 그의 말에 장두관을 비롯하여 모든 선수들이 귀빈석을 보았다.
하지만 장두관과 서재호를 빼면, 사실 국방부장관을 제외하고는 누가 누군지 쉽게 알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선수들에게는 그저 평범한 중년 사내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이들이 언제 3군사령관과 수도군단장등을 바로 앞에서 볼 기회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자! 모두 정신 차리고! 누가 보고 있다고 긴장할 필요 없다. 경기에 패배하더라도 저 사람들이 너희들에게 군기교육대 입소를 명하지 않는다! 다만! 너희들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기량을 보여준다면! 저 사람들은 너희들에게 휴가증을 충분히 내어주실 분들이다!”
“와우!”
서재호의 말에 선수들의 표정에서 긴장한 표정이 보였다. 이내 세령이 그들을 보며 큰소리로 소리쳤고, 그녀의 말에서 휴가증이란 단어 하나에 군인들의 본능이 그대로 나왔다.
비록 공을 차며, 사회적인 경험을 더 많이 하고 있는 이들이지만, 본분은 군인이었다. 군인들에게 휴가증보다 더 좋은 선물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 이 감독 말이 맞다. 열심히 해라. 너희들의 능력을 모두 보인다면, 휴가증은 그냥 따라온다!”
이어 장두관도 그녀의 말을 뒷받침 해주듯 소리쳤고, 조금 전까지 긴장한 표정으로 귀빈석을 보고 있는 선수들의 표정이 풀리며, 귀빈석에 앉은 인물들이 모조리 휴가증으로 보이고 있는 착시를 일으키고 있을 정도였다.
-축구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국방부FC의 홈구장에서 국방부와 진주의 챌린지리그 13라운드를 중계해 드리겠습니다!-
경기 시작 10분전이었다.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로 올라서 있었고, 장내에는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중계카메라는 추강을 집중적으로 비추고 있었고, 이에 관중들의 환호성과 함께,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이어 용지현이 카메라에 잡히자, 그에게도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보내주었다.
“이태성이 있었으면, 좋은 경험을 하고 갔을 텐데…….”
세령은 두 선수가 소개된 것도 아니지만, 그저 카메라에 포착된 것만으로 관중들에게 많은 박수를 받자, 제대를 앞두고 원대 복귀한 이태성이 떠올랐다.
“와아~!”
이어 갑작스럽게 관중들의 환호성이 다시 커졌고, 그 소리로 인하여 세령과 연동훈등, 코치스태프와 선수들의 시선이 대형 전광판으로 향했다.
“누구…….생각입니까?”
세령이 전광판을 보며 물었다. 전광판에는 이태성의 모습이 잡혔다. 비록 지금 현재 그라운드 위에 있지 않고, 벤치에도 있지 않지만, 그 동안 이태성이 국방부FC 소속으로 뛰었던 경기 중, 몇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와우!”
그리고 마지막 하이라이트처럼, 이태성이 지난 영국 전에서 보여주었던 오버헤드킥 골 장면이 보이자, 관중들은 그 때의 기억을 머릿속에서 떠 올린 듯, 더 큰 함성을 질러주었다.
-이태성 병장. 제대를 축하합니다!-
이어 전광판에는 이태성의 제대를 축하한다는 큰 글귀와 함께, 아나운서의 멘트가 나왔고, 이어 관중들의 큰 박수가 이어졌다.
이태성은 원소속부대로 돌아갔지만, 이들에게는 영원한 국방부FC의 선수로 남는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태성은 소속부대에서 부대장의 특별조치로 인하여, 국방부FC와 진주와의 경기를 관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았고, TV를 통해 자신의 제대를 축하해주는 수많은 관중들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양 팀 선수. 그라운드 위에 섰습니다. 오늘 있는 또 하나의 빅매치 경기인 광양과 서귀포의 경기 또 한 수많은 관중이 들어찼다는 소식입니다. 광양과 서귀포, 그리고 국방부와 진주. 이번 경기로 인하여 이 네 팀의 순위변동이 있을 것이기에, 더욱 더 많은 관심이 가는 경기입니다.-
아나운서는 타구장의 소식까지도 전해주었다. 그리고 광양에서도 또 한명의 A매치 스타가 있었다. 바로 서민수 선수로써, 그 역시 영국과의 경기에서 화려한 골 맛을 본 인물이었다.
-지난 경기에서 진주FC는 홈에서 국방부에게 일격을 당해 1대2로 패했습니다. 그 설욕전을 할 것인지. 아니면 국방부FC의 진주전 2연승이 이어질 것인지…….-
“삐익~!”
-경기 시작됩니다! 챌린지리그 제 13라운드 국방부FC와 진주FC의 경기, 국방부FC의 선축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와아!”
경기 시작과 함께 관중들의 힘찬 함성이 한 차례 울려 퍼졌고, 공을 잡은 전철민이 공을 후방으로 돌리며, 골키퍼 이철호에게 패스 해주었다.
이철호는 공을 잡은 후, 전방을 향해 주시하였다. 진주FC의 선수들은 강한 압박을 하지 않고 있었다. 최전방 공격수인 이경수만이 공을 가지고 있는 이철호의 곁으로 서서히 다가서고 있었고, 나머지 선수들은 중앙선에 약간 전진한 형태였다.
-이철호 선수, 라이트백 여민호 선수에게 패스합니다. 이경수 선수…….서서히 따라붙는데요. 서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경수는 경기초반 많은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고 있었다. 이철호에게서 공을 받은 여민호는 곧바로 다시 중앙미드필더 전철민에게 공을 주었고, 공을 받은 전철민이 라이트윙인 마형식에게 공을 주었다. 마형식은 공을 잡고, 천천히 진주진형으로 오르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