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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리거-128화 (128/163)

00128  히든리거  =========================================================================

“모두 잠들었습니다. 이태성 병장도 코를 골고 있습니다.”

자정이 거의 다 된 시간이었다. 목표대상이 모두 잠들었다는 말과 함께, 정말 모두가 악마의 얼굴을 한 듯, 한 번씩 미소를 지은 후, 숙소로 향하였다.

세령도 자신이 소대장으로 임명된 후, 처음으로 겪는 일이었으며, 연동훈도 처음 겪는 일이었다.

모두가 들뜬 마음으로 숙소를 향해 걸어갔고, 아주 천천히, 조용하게 문을 열었다.

“모두…….정해준 목표물을 향해 다가선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연동훈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고, 곧 한, 두 명씩 선수들이 침상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무려 두 시간이나 쏟아지는 졸음을 참고 견디고 있었던 이들은 이 짜릿한 기분 한 번을 느껴보고자 기다렸었고, 이제 곧 그 짜릿함을 느낄 생각에 피곤함은 모두 달아난 듯 한 표정들이었다.

‘팟!’

모두 준비가 끝나자, 이민우가 숙소 내 불을 밝혔고, 곧바로 선수들은 이미 정해진 자신들의 목표를 향해 달려들었다.

마치 굶주린 야수가 먹이를 낚아채 듯, 일제히 달려들었고, 대상을 향해 모포를 덮은 뒤, 돌돌 말기 시작하였다.

“뭐야!”

곧 전철민의 큰 목소리가 들렸지만 이미 모포가 자신의 몸을 완전히 감은 후였다. 국방부FC의 숙소는 국방부 건물과 따로 떨어져 있었고, 커튼으로 완벽하게 불빛을 차단해 두었기에 불빛도 세어나가지 않았으며, 이들의 고함소리에 반응할 다른 군인들은 없었다.

일사 분란하였다. 모포를 돌돌 말은 후, 진정 허락된 사랑의 구타를 시작하였고, 목표대상들은 모포 안에서 고함을 치고 있었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곧바로 장두관의 두 번째 신호가 떨어지자, 선수들은 정해진 인물들을 달랑 들어 올린 뒤, 샤워실로 곧장 향하였다.

“누구야! 나 성질 더러운 것 몰라!”

이철호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이미 모두의 정신세계는 악마와 거래를 한 듯한 세계에 있었다. 이철호의 목소리에도 장두관의 멈춰라는 신호가 없었기에, 선수들은 그대로 샤워실로 향한 뒤, 미리 받아둔 물 안에 하나씩 던져 넣기 시작하였다.

“어푸! 어푸!”

물에 들어가자마자, 한 두명씩 모포를 걷어내고 거친 호흡을 하며 물 위로 뛰어올랐고, 곧바로 물속을 빠르게 뛰어나왔다.

“정신이 바짝 들지? 이게 바로 제대자의 화끈한 신고식 아니겠어!”

그들의 모습을 보며 연동훈이 소리쳤고, 곧 자신들이 제대자 모포말이를 당했다는 것을 알고, 하나둘씩 미소를 지었다.

한 겨울이었으면 진정 욕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얼음물에 갑자기 들어가면 욕이 나오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하지만 이들은 점점 더워지는 계절에 시원한 냉수를 뒤집어 쓴 것이라 여겼고, 이내 전철민이 욕조에 받아둔 물을 한바가지 뜬 후, 연동훈을 향해 뿌렸다.

모두가 웃었고, 이내 이철호도 한바가지 퍼서, 연동훈을 향해 뿌렸다. 하지만 장두관을 향해서는 그 누구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또 한 감독인 세령은 물론, 소재은과 서재호에게도 아무도 물을 뿌리지 않았다.

“장난이…….심한데…….”

모두 큰소리를 내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욕실 안에서 울려 퍼지는 묵직한 목소리. 연동훈이었다. 연동훈은 자신에게 물을 뿌린 전철민과 이철호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자 모두의 행동이 멈추었다. 진정 그를 처음 보았을 때, 그 표정이 그대로 나왔다. 악마의 표정. 모두는 화기애애하게 웃고 있었지만, 그의 단 한마디에 모두 얼어버린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내가…….장난 좀 했다고 나에게 장난을 걸어? 너 이 새끼들……. 아직 군인이라는 것 잊었지? 아주 제대로 한 번 굴려줄까?”

여전히 그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눈매도 변하였고, 두 주먹마저 꽉 쥐고 있었다.

“연 중사. 왜 그래? 이거 장난이잖아. 그리고 제대자들이…….”

“장난은 끝났습니다. 이쯤에서 이놈들에게 자신들의 위치가 어딘지 다시 알려줘야겠습니다.”

세령이 연동훈을 말리며 말했지만, 그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그리고 장두관의 표정마저 굳어진 채, 그는 욕실을 말없이 빠져나갔고, 곧 소재은과 서재호도 마저 나갔다.

“연중사…….이건…….”

“나가 계십시오. 아직은 군인입니다. 군인이 위아래가 없어서야 말이 됩니까? 제대 전…….군대가 왜 군대인지…….아주 제대로 느껴보고 가도록 만들어 두겠습니다.”

세령이 다시 한 번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연동훈의 악마 기질이 다시 본성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었다.

“이태성을 비롯하여, 우동화와 전철민, 마형식과 이철호를 제외하고 나머지도 모두 나가!”

이내 큰 소리가 들렸다. 목표대상이었던 다섯 명을 제외하고 모두는 서둘러 욕실을 나섰고, 다섯 명은 표정이 굳은 채, 연동훈을 보고만 서 있었다.

“제대 한다고해서 아주 기분이 날아갈 것 같지? 사회인이 된다니 지금까지 군 생활이 모두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지?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너흰 아직 군인이고, 난 너희 상관이다. 제대로 느껴봐라. 모두 정렬!”

연동훈의 악마의 목소리에 모두는 빠르게 움직였다. 맨발로 모두 욕실에 서서 줄을 맞췄다. 그리고 연동훈을 향해 보았다.

“눈…….내려깔지마라. 그렇다고 내 눈을 똑바로 보지도 마라.”

연동훈은 줄을 맞춰 선, 그들의 앞을 지나쳐가며 말했다. 모두는 긴장한 듯 한 표정이 역력하였고, 그의 입에서 나오는 한마디 한마디에 심장이 쪼그라드는 듯하였다.

“모두 다시 욕조로 들어간다. 실시!”

연동훈의 말에 모두는 후다닥 움직이며 다시 차가운 물이 허리정도 차 있는 욕조로 들어갔다.

“잠수.”

그리고 한마디 하였다. 다섯 명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누구하나 먼저 몸을 낮춰 욕조안의 물속으로 머리를 담그는 이는 없었다.

“내 말이 안 들리나? 모두 잠수!”

다시 한 번 연동훈의 큰 목소리가 들리자, 이내 이태성이 먼저 몸을 숙여 물속으로 머리를 담갔고, 이어서 네 사람도 줄줄이 완전 입수를 하였다.

그리고 연동훈의 입가에는 서서히 미소가 생겨나고 있었다.

“들어가도 돼?”

곧 세령이 욕실 문을 열며 조용히 물었다.

“네. 들어오십시오.”

“너…….연기해도 되겠다. 알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심장이 두근거려서 혼났다.”

“제가 원래 연기파 군인입니다. 하하하.”

세령의 말에 연동훈은 큰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리고 이내 장두관과 함께, 모두가 다시 들어왔고, 선수들도 모두 들어왔다.

이미 이 모든 것도 계획이었다. 분위기를 한꺼번에 완전히 내려앉혔다가, 다시 불을 붙이려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머리끝까지 물속에 담그고 있던 다섯 명에게는 지금 이들이 나누는 대화는 절대 귀로 들어가지도 않고 있었다.

“꽤 오래 버티네. 자…….모두 물바가지 준비하고, 올라오는 놈을 향해 두더지 잡기마냥 쏟아 붓는다.”

“네! 알겠습니다!”

연동훈은 다시 악마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선수들도 한층 기분이 업그레이드 된 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모두 각기 바가지에 물을 잔뜩 담아 기다리고 있었다.

“어푸!”

“모두 사격개시!”

이내 전철민이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준비된 사수마냥 그를 향해 일부가 물바가지 세례를 퍼 부었고, 연이어 고개를 들어 올리는 이들을 향해 다 퍼부었다.

“어푸!”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태성이 고개를 들자, 그의 바로 앞에는 세령과 연동훈만이 서 있었다.

“이태성.”

그리고 세령이 그를 보며 진정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렀다.

“제대…….축하한다!”

‘팟!’

세령의 부드러운 말이 끝나자마자, 세령과 연동훈이 동시에 그의 얼굴에 물을 퍼부었고, 자신을 향해 두 사람이 퍼 붓은 물을 맞으며 이태성은 연신,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두 손으로 닦고 있었다.

“모두! 내 연기에 깜빡 속아 넘어갔지? 어때? 나 연기자로 나서도 될 것 같아?”

연동훈은 자신을 향해 보고 있는 다섯 명의 앞에 서서 어깨를 활짝 펴고 말하였고, 그의 말을 들은 후, 다섯 명은 잠시 그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입가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연 중사님.”

“왜 그러는가? 이태성 병장.”

이태성이 그를 불렀다. 그러자 연동훈은 여전히 어깨에 힘을 잔뜩 주며 그의 물음에 답했다.

“늦었지만…….연 중사님의 병사제대도 축하드립니다.”

“뭐?”

“모두 발사!”

‘팟!’

“으악! 뭐야!”

이태성의 말에 그 의미를 알지 못하던 연동훈이 몸을 돌려세우자마자, 세령의 목소리가 들렸고, 그 순간 그를 향해 엄청난 물세례가 이어졌다.

“너도…….느껴보고 싶었지? 그래서 마지막으로 준비한 거야. 연동훈…….지난 날 내가 해주지 못한 축하인사야. 제대를 축하하며, 다시 나의 곁으로 온 것을 감사해.”

세령의 말을 듣고 난 뒤, 연동훈의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다. 자신의 얼굴을 타고 내려오는 물에도 눈 하나 깜빡거리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모습을 보고 있던 선수들이 다시 자신들이 들고 있던 바가지에 물을 퍼 담기 시작하였지만, 연동훈의 눈에는 세령밖에 보이지 않았다.

“모두 감사드립니다!”

이내, 이태성을 비롯하여 모든 선수들이 각자 들고 있던 바가지에 담긴 물을 세령은 물론, 욕실 안에 있는 모든 장교들에게 뿌리며 소리쳤고, 세령이 물세례를 맞자, 연동훈이 그녀를 감싸며 독한 눈빛으로 모두를 고루 훑어보았다.

진정…….한 번만 더 뿌리면 지옥을 보게 해 줄 듯 한 그의 눈빛이었다.

다음 날. 이태성은 눈이 퉁퉁 부은 상태에서 눈을 떴다.

“잘 주무셨습니까?”

곧 침상에 걸터앉아 멍하니 있는 그의 옆으로 연태민이 다가서며 물었다.

“잘 잤냐고? 장난해? 어째 잠들만하면 깨우고, 또 잠들만하면 깨우고 그래?”

“하하하. 그것도 많이 배려해 준 것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눈만 감으면 그냥 깨우려고 했는데, 그래도 짧게나마 수면이라도 취하시라고 한 시간마다 깨운 것입니다.”

연태민은 아직 제대로 눈이 떠지지 않고 있는 이태성의 옆에 앉아서 웃으며 말했다.

“좋은 아침이다.”

곧 숙소로 연동훈이 들어섰다. 그리고 평소와는 다른 약간 톤이 높은 목소리로 모두를 보며 말했고, 곧 시선이 이태성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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