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126화 (126/163)

00126  히든리거  =========================================================================

국방부에 도착하자, 장관과 함께 정책기획관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축하해…….축하하네! 이 감독.”

장관은 장두관에게 먼저 말한 뒤, 세령을 보며 말했다. 두 사람은 지금 이 시간까지 장관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하였다. 국방부FC 경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기에, 더욱 더 의아해 하였다.

“앞으로 더 많은 선수들이 국가대표로 발탁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게. 그렇게 해 줄 수 있겠는가?”

세령을 보며 물었다. 세령은 그의 물음에 힘찬 답변을 주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여겼다.

“모두 수고했다.”

같은 시각. 최홍표는 모든 선수들을 숙소에서 만나 서로를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대표 팀의 주장이었던 손차형이 그의 말에 답했다.

“그래…….비록 오늘 경기에서 자신들의 실력을 제대로 보이지 못한 선수들도 있겠지만, 이것이 마지막이라 생각지마라. 오늘 난…….많은 것을 보았고, 배웠다. 그리고 느꼈다. 그 누구라도 기회를 줄 것이다. 편견도 없을 것이다. 지금처럼 해외파는 물론, 국내파의 2부 리그, 하물며 대학리그도 다 돌아보고 선수 선발을 할 것이다. 그러니…….다시 기회를 잡고자 한다면, 자신이 속한 리그에서 최선을 다해라.”

최홍표는 이번 경기로 인하여 주어진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두 번 다시 국가대표에 오를 수 없다는 말을 경기 전, 하였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선수들에게 더 독한 마음을 품도록 하기 위한 자신의 술수였다.

“해외파 선수들은 다시 소집이 있을 때까지 또 해외에서 열심히 해주고, 국내리그 소속 선수들은 언제나 내가 직접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라.”

“알겠습니다!”

모두가 표정들이 밝았다. 챌린지 리그에서 온 이태성과 추강, 서민수와 용지현을 좋은 눈으로 보지 않았던 이유성은 경기가 시작된 후, 그 때와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하였다.

그 누구보다 더 이태성과 추강에게 기회를 많이 열어준 인물이 이유성이었다. 골을 넣을 수 있도록 정확한 패스는 물론이며, 기회를 잘 살릴 수 있는 공간창출까지 만들어 주는 플레이를 하였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지금. 그는 웃으며 챌린지리그 소속 선수들을 안아주고 있었다.

“오늘은 푹 자고, 내일 모두 각자의 소속팀으로 돌아간다! 모두 수고했다!”

최홍표는 선수들을 향해 마지막으로 인사하였고, 선수들도 그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였다.

“저기 옵니다!”

다음 날. 국방부FC의 정문에는 국방장관과 함께 정책기획관, 그리고 국방부FC 관계자와 장두관이 나와 있었고, 그들의 옆, 끝으로 세령과 함께 서재호와 연동훈이 서 있었고, 정문 앞에 나와 있던 태영훈 코치가 큰 소리로 외치자, 모두 정문을 향해 보았다.

“어라…….”

국가대표 차량이 직접 국방부FC까지 태워다 주었고, 자신들을 마중 나와 있는 모두를 보며 세 사람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수고했네!”

곧 세 사람을 보며 장관이 큰 소리로 말했고, 세 사람은 큰 소리로 대답대신 경례를 하였다.

모두가 돌아가며 세 사람과 악수를 하였다. 국가대표 평가전을 치르고 돌아온 것인데. 대우가 완전히 달라진 것에 세 사람은 적응되지 않는 듯 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수고했어.”

그리고 끝에 서 있던 세령이 다가와 말했다. 세 선수는 그녀를 보며 괜한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었다.

“왜…….그래? 다 큰 놈들이 왜 눈이…….”

“그냥…….그냥입니다. 감독님이 이토록 그리울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이태성이 말했다. 그는 나머지 두 사람보다 더 특별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그녀를 보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또 그녀를 감독님이라 부르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워도…….더 큰 무대를 위해서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 선수다. 너흰…….더 큰 무대를 밟아보고 온 거야.”

세령은 세 선수를 고루 안아주며 말했다. 그녀의 말처럼 이들은 아주 큰 무대를 밟아보고 왔다. 클래식무대가 아닌, 국가대표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를 뛰고 왔다.

이보다 더 큰 무대는 없다. 비록 아시안게임, 아시안컵. 올림픽, 월드컵 같은 어마어마한 무대들이 있지만, 지금 이 세 사람에게는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장에 올라섰다는 것만으로 아주 큰 무대를 밟고 온 것이었다.

다음 날. 일요일의 날씨는 화창했다. 지난 날 토요일에 있었던 A매치에서 놀라운 실력을 보여주었던 챌린지리그 소속 선수들로 인하여 오늘 있을 경기 중, 클래식과 챌린지리그에서는 오히려 챌린지리그를 관람하고자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이 꽤 많았다.

국방부FC도 오늘 있을 시흥과의 12라운드 홈경기를 앞두고, 벌써부터 국방부FC 홈구장에 들어서는 관중들을 보며 놀란 눈들을 하였다.

이는 타 구장보다 더 많은 관중들이었다. 심지어 경기장만 컸더라면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영국과의 A매치에서 각각 한 골씩 넣은 이태성과 추강이 있으며, 신들린 선방으로 무수히 많은 골과 다름없는 슛을 막아낸 용지현이 있는 국방부FC의 선수들을 보기 위하여 찾은 관중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 세 선수는 뛰지 않을 예정이었다. 하루 전, A매치를 치르고 돌아왔기에 세령은 그들에게 휴식을 주었다.

이태성과 추강, 용지현이 경기에 뛰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앉은 벤치 주위로 많은 관중들이 다가와 연신 사진을 찍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 분위기 속에 이어진 경기에서 국방부FC는 전철민의 후반 종료직전 터진 결승골로 시흥을 1대0으로 제압하며 기분좋은 1승까지 챙겼다.

세 선수가 없었던 두 경기에서 1무1패의 성적을 거두었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승리를 가져가며 승점 3점을 챙겼다.

관중들은 세 명의 선수가 직접 그라운드 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라운드를 누비고 다녔던 양 팀 선수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었다.

“요즘 같은 날들만 있다면 내가 매일같이 춤이라도 추겠네.”

장관은 연일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어제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리그에서 1승을 올리며 자신을 흡족하게 해주고 있는 국방부FC의 모든 인물들이 다 보물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다음 경기는 주말이다. 주중에 클래식리그 경기만 잡혀있고, 챌린지리그는 주말에 모두 치르질 예정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되었다. 국방부FC의 최고선임인 이태성이 원대복귀를 해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제대를 1주일 남겨두고, 원소속 부대로 복귀하여 제대신고를 해야 했다.

모두의 표정은 가라앉아 있었다. 그 누구도 쉽게 이태성에게 말을 건네지 못하고 있었다.

“이태성.”

연동훈이 숙소에 앉아있는 그를 불렀다. 이태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연동훈의 앞으로 갔다.

“잠시…….바람 좀 쐬자.”

다른 선수들도 함께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연동훈은 이태성만을 데리고 숙소를 나섰고, 곧 텅 빈 국방부FC 홈구장이 보이는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수고했어.”

“아닙니다. 무척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갑니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면 고맙고, 길지도, 짧지도 않았던 시간이지? 처음에는 모두가 누군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서로 만나서 삐거덕거릴 것이라 여겼는데, 그 중심을 네가 잘 잡아주었다.”

연동훈은 그라운드를 보며 말했다. 이태성도 곧 그라운드 위로 시선을 돌렸다. 녹색으로 진하게 물들은 구장을 보니, 다시 마음이 뭉클해지고 있는 이태성이었다.

“넌. 참 많은 것을 보여줬다. 그리고 후임병들에게 많은 기회도 주었고, 꿈도 주었다. 앞으로 군대스리가를 벗어나, 더 큰 무대를 밟아봐. 그 모든 것이 너의 뒤를 따라 제대할 후임 병들의 롤 모델이 된다.”

이태성은 그라운드 위에 집중된 시선을 돌리며 연동훈을 보았다. 롤모델. 누군가가 자신과 같은 삶을 살고자 한다는 뜻이었다. 그런 면에서 이태성은 국방부FC의 소속으로 첫 제대를 하는 인물이 되며, 그의 다음 거처가 남은 이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도록 할 것이었다.

“내일이지?”

“네. 그렇습니다.”

“오늘 저녁. 너를 보내는 파티가 있을 거야. 이건 비밀로 하라고 했지만, 내 성격상 낯간지러운 것은 못 참는다. 감동의 눈물…….이런 거 딱 질색이다. 파티니 제대 전, 너와 함께 한 이들과 마음껏 즐겨라.”

“네…….연 중사님.”

이태성은 눈물이 촉촉하게 맺혔다. 처음 연동훈을 보았을 때, 악마가 눈앞에 서 있다고 느꼈던 그였다. 하지만 그를 알면 알수록 악마가 아닌 천사라 느껴졌다. 그리고 지금. 자신에게 아주 큰 선물을 준 것이었다.

“국방부FC소속 선수들은 모두 국방부FC 식당으로 모인다!”

저녁 5시, 태영훈이 모든 선수들을 향해 말했다. 저녁을 먹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고, 당연히 저녁 식사집합이라 여겼다. 하지만 이태성은 이미 알고 있었다. 연동훈이 모든 것을 말해주었기에, 오늘 저녁은 파티 식으로 진행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모든 선수들이 줄을 맞춰 식당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섰다.

“뭐지?”

식당 안으로 들어섰지만, 음식들이 없었다. 배식창구에도 아무런 음식이 없었다. 선수들은 어리둥절한 눈으로 서 있었고, 곧 연동훈이 안으로 들어섰다.

“왜 멍하니 서 있어?”

모두가 그냥 서 있기만 하자, 연동훈이 물었다.

“밥이 없습니다.”

“밥이 없어? 그럼 굶어야겠네?”

“네?”

이철호의 말에 연동훈이 장난 섞인 어투로 말하자, 그 말을 진정 진심으로 들은 듯, 추강은 놀란 눈을 한 채 그를 보며 다시 물었다.

“추강.”

“일병. 추강!”

“밥 없다고 하니, 눈 튀어 나오겠다. 그리고 그 표정…….옆에 있으면 한 대 치겠는데.”

“아…….아닙니다!”

모두가 웃었다. 그 누구보다 먹는 것에 민감한 인물이 추강이었다. 그러니 연동훈의 농담을 진담으로 듣는 것이 당연하였다.

“오늘 저녁은…….특별하게 먹는다.”

연동훈이 이어서 말했고, 곧 식당 입구에서 세령과 장두관, 그리고 국방부관계자들은 물론, 장관까지 함께 들어서고 있었다.

“충성!”

장관을 보며 연동훈이 경례하였고, 곧 그의 경례를 받은 장관은 선수들의 앞으로 섰다.

“내일. 우린, 우리 국방부FC를 위해 그동안 열심히 뛰어주었던 이태성을 보낸다. 그를 동료로, 또 선임으로 여기며 보낸 지난 8개월. 많은 정도 쌓였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는 군대다. 제대하면 곧장 사회로 뛰어들어야 한다. 더 이상 국방의 의무는 없다. 자유롭게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사회로 나가, 이곳에서 하지 못했던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태성…….그가 곧 그렇게 된다.”

장관이 직접 이태성을 보며 말하고 있었다. 이태성은 오늘 파티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장관이 직접 자신을 보며 뜻있는 말을 해 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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