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125화 (125/163)

00125  히든리거  =========================================================================

-추강! 그대로…….아…….공을 옆으로 밀어줍니다!-

또 다시 추강의 강력한 슛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추강은 슛을 지르지 않았다. 자신의 주위로 수비에 가담한 영국 선수 세 명이 보였기에, 그 상태에서 슛은 힘들다고 여겨졌다. 그리고 곁눈으로 보인 또 다른 선수. 바로 광양FC의 서민수였다.

서민수는 자신이 차단한 공을 드리블하며, 빠르게 들어선 이유성을 보고, 자신도 중앙선을 넘어 들어왔다. 전반전 내내 중앙선을 넘어 영국진영에 들어선 적이 없었던 그의 대담한 플레이였다.

추강은 서민수가 빠르게 앞질러 나오는 것을 보며, 슛이 아닌 그를 향해 찔러주는 스루패스를 하였다

공은 추강보다 더 골대에 가까이 다가선 서민수의 앞으로 흘러갔고, 이미 추강에게 붙은 수비수들은 몸을 돌려 서민수를 마크할 수 없었다.

-서민수! 서민수…….그대로 슛!-

페널티박스에 접어들기 전이었다. 서민수는 이태성에게 붙었던 수비수와 추강에게 붙었던 수비로 인하여 비교적 자유롭게 치고 들어갔고, 골문이 보이는 듯 그 자리에서 그대로 슛을 질렀다.

‘철렁!’

-골! 골입니다! 서민수 선수! 동점골을 성공시킵니다!-

관중들의 환호성으로 상암구장이 무너질 듯하였다. 엄청난 함성이 들려왔고, 동점골을 넣은 서민수는 그 즉시 추강을 향해 달려와 안겼다.

한국 벤치에서도 모두 일어나 펄쩍 뛰며 환호하였고, 영국 벤치에서는 경기 시작 후 처음으로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의 쓴 표정이 나왔다.

-2대 2! 동점이 됩니다!-

아나운서의 목소리도 흥분돼 있었다. 조금은 갈라지는 듯 한 음성으로 소리치며 동점골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었다.

반면 축구협회 관계자들은 기뻐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자신들이 한사코 반대했던 챌린지리그 소속 선수 두 명이 나란히 골을 넣었다. 천재적인 공격수이며, 해당 소속팀에서 에이스로 뛰고 있는 해외파들이 아닌 국내 2부 리그 선수들이 만회골과 동점골을 넣었고, 또 실점과 다름없는 상황을 여러 차례 막아내며, 더 이상의 실점도 허용하지 않고 있는 선수 또 한 2부 리그 선수였다.

-경기가 점점 재밌어 집니다! 한국! 아직 남은 시간이 많습니다. 이 기세를 몰아 역전골로 최홍표감독에게 첫 승을 선물 할 수도 있습니다!-

아나운서는 무승부도 아닌 승리를 원하고 있는 어투로 말하였고, 그의 말은 곧 5만 관중들의 함성소리를 더 크게 울려 퍼지도록 만들고 있었다.

-남은시간은 5분입니다. 추가시간 포함하여 약 8분 정도가 주어질 것 같은데요. 8분이면 우리선수들…….충분히 한 골을 더 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나운서의 욕심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관중들의 바람이기도 하였다.

-영국. 공을 쉽게 전방으로 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미 두 번의 역습에 제대로 당한 기억이 아직 생생하게 남아 있기에, 쉽게 한국진영으로 들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소극적인 상태로 바뀌었다. 자기진영에서 공을 돌리며, 그 공을 따라가는 이태성을 놀리는 듯하였다.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아론 선수를 시작으로 다시 클레베리 선수에게 공이 넘어갔습니다.-

체면 상, 계속 수비적으로 나갈 수 없었던 영국은 서서히 다시 공격적으로 나가기 시작하였다.

아론은 공을 몰고 직접 들어서지 않았다. 이미 서민수를 뚫지 못하여 일어난 두 번의 공격 실패가 모두 자신의 말에서 이루어졌다. 그로 인하여 역습을 허용하였고, 동점골까지 내준 상황이었다.

이에 아론은 중앙이 아닌 오른쪽을 공략하며 움직였다. 공을 받은 클레베리는 수비수를 앞에 두고 이리저리 개인기를 선보였고, 그의 발재간에 한국 측 수비수는 쉽게 무너지는 듯하였다.

-클레베리! 안으로 더 들어섭니다!-

수비가 뚫리며 조금 더 앞으로 들어선 클레베리는 페널티박스 중앙으로 뛰어 들어가고 있는 벨라미 선수를 보았다. 그리고 정확히 그의 발에 맞춰 공을 패스하였다.

-벨라미! 슛!-

‘탁!’

-용지현선수! 그것을 막아냅니다!-

“대체 저 선수는 뭐야!”

영국에서는 기가 막히는 상황이었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빠르게 오프사이드를 피해 들어간 벨라미에게 연결된 공이었다.

벨라미는 골키퍼와 약 3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 공의 방향만 살짝 바꾸는 슛을 했지만, 그 공마저 용지현의 손에 걸리며 옆으로 흘렀고, 흘러나온 공을 교체하여 들어간 이지민 선수가 중앙에서 뛰어올라가고 있는 서민수를 보며 패스하였다. 이지민이 패스한 공은 서민수의 발 앞으로 와 닿았고, 서민수는 그 공을 곧바로 추강에게 연결하였다.

아주 빠른 전개였다. 오히려 영국의 역습보다 더 빠른 전개로 영국진영에 들어섰고, 추강은 공을 잡자마자, 그 즉시 자신을 향해 또 다시 달려오는 수비수를 보며, 사이드를 치고 들어가는 오지성을 보며 패스하였다.

오지성은 자신에게 오는 공을 보며, 또 곧바로 중앙 페널티박스 안쪽을 보았다.

한국의 빠른 역습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도 영국의 공격진들은 조금 전의 아까운 순간을 아쉬워하는 듯, 머리를 싸매고 있을 뿐, 빠르게 수비로 전향하지 않고 서 있었다.

-오지성! 공을 잡지 않고 곧바로 띄웁니다! 이태성! 이태성!-

오지성이 띄운 공은 페널티박스 안으로 들어섰고, 이태성이 수비수 한 명과 함께 서 있었다. 하지만 공은 이태성을 약간 지나쳐 가는 듯하였다.

‘펑!’

-아! 이태성 선수! 오버헤드킥을 보여줍니다!-

‘철렁!’

-골! 골입니다!-

“와아아아아!”

관중들은 미쳐 날 뛰는 듯하였다. 전광판의 시계는 이미 멈춰 있었다. 그리고 스코어는 3대 2가 되었다.

오지성이 올린 공은 약간 높고 멀게 갈 듯 하였다. 이태성의 머리를 지나쳐 가는 듯하였다. 공이 높이 뜬 것을 보며, 지나쳐 갈 것이라 여긴 영국의 수비수도 뛰어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태성은 그 공을 그냥 보내지 않았다.

자신을 지나쳐가는 듯 보이는 공을 향해 몸을 뒤로 더 움직였고, 그 즉시 몸을 공중에 띄워 발을 치켜들었다.

지나쳐 갈 듯 한 공은 이태성의 오버헤드킥에 그대로 걸렸다. 아주 정확하게 이태성의 발등에 꽂혔고, 그 공은 골키퍼가 꼼짝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골문을 통과하였다.

“환장하겠네. 저 선수들 챌린지리그 선수들 맞아?”

관중들 사이에서는 이번 경기에서 세 골을 합작한 선수에 대해 말하였다. 공교롭게도 영국 전에서 세 골을 넣은 선수들 모두가 챌린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었다.

“삐~익!”

-경기 끝납니다! 한국이 축구 종주국 영국을 맞아 3대 2로 대 역전극을 펼치며 승리하였습니다. 이로써 최홍표감독은 국민들에게 처음으로 자신이 지휘하는 태극호에 첫 1승을 기록하는 순간이 되었습니다.-

경기가 끝났다. 선수들은 모두 얼싸안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영국선수들도 한국선수들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하였다. 유독 이태성과 추강, 그리고 서민수에게 많은 악수 세례가 왔다.

“우리 새끼들이 아주 제대로 신고식을 하였군! 협회에 앉아 있는 놈들 머리통을 다 휘저어 놓았을 거야. 하하하!”

경기가 끝나고 난 뒤, 장두관은 박장대소하며 웃었다. 세령과 연동훈도 웃었고, 국방부FC소속 선수들 모두가 환호하였다.

이는 관중들과 함께 하는 환호라 더 즐거웠다. 항상 그라운드 위에서 뛰어다니며, 관중들에게 시선을 받았던 이들이, 지금은 그 관중석에 앉아 함께 환호하며 소리치고 있었다.

최홍표감독 경기를 끝내고 들어서는 선수들을 맞이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들을 안아주었고, 또 웃어주었다.

그의 웃음은 참으로 오랜만에 카메라에 잡혔다. 1무 5패의 성적.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A매치였다. 하지만 이제 그 전적에 1승이라는 또 다른 기록을 올린 순간이었다.

“내…….오늘은 절대 잊지 않을 것 같네.”

같은 시각. 장관의 눈동자는 촉촉하였다. 모두가 세금낭비라는 팀을 만들어 눈총을 샀지만, 채 1년도 되지 않아 엄청난 보물을 캐 낸 것이었다.

국가대표로 세 명을 보냈고, 그 세 명이 오늘 첫 경기에서 많은 축구팬들에게 혼란을 주었다.

“오늘 경기에서 특히, 한국의 2부 리그 선수들이 돋보였습니다. 우리 선수들은 한국을 한 수 아래로 보며 경기를 느슨하게 끌고 간 것이 패인의 요인이며, 한국의 2부 리그 소속 선수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경기에 임한 제 실수이기도 합니다. 오늘 경기…….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갑니다.”

경기가 끝난 후, 이어지는 양 팀 감독의 인터뷰 중에서 영국 감독의 인터뷰가 전파를 탔고, 그 내용은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축구 종주국인 영국에서 한국축구에 한 수 배우고 돌아간다는 말이 많은 축구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어 놓았다.

경기가 끝나고 늦은 시간이었지만, 경기장 인근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즐비하였다. 모두가 오늘 있었던 경기에 대해 서로 웃으며 대화하고 있었고, 곳곳에서 환호성이 갑자기 들려오고 있었다.

“우리도 가지. 오늘 경기는 두고두고 머릿속에 떠오를 것 같네.”

곧 주차장으로 나온 후, 많은 관중들의 환호성이 끊이지 않는 것을 흡족한 미소를 한 채 보고 있던 장두관이 세령에게 말했다. 세령도 그와 같은 느낌이었다. 축구를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군인들이 A매치에 첫 출전을 했고, 그 첫 출전에 데뷔골마저 넣었으니,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리고 영국축구의 핵심이라는 영국의 젊은 공격수들이 연신 내지르는 강슛을 막아낸 용지현도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오늘 있었던 영국과의 A매치에서 한국은 총 세 골을 넣으며, 전반 두 골을 넣은 영국에게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라디오나 스포츠매체를 다루는 방송에서는 계속하여 영국과의 경기 내용을 내보내고 있었다.

-오늘 세 골의 주인공들은 모두 챌린지리그 소속으로 광양FC의 서민수 선수와 국방부FC의 이태성, 추강 선수입니다. 그리고 이 선수들 외에, 한국의 골문을 지킨 수문장으로 수많은 골과 같은 슛을 막아낸 용지현 선수에 대해 이미 전국각지에서 그의 외모와 함께 실력이 출중하다며, 벌써부터 팬클럽까지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야…….용지현. 너 진짜 용 됐다.”

국방부로 돌아가는 길에 라디오에서 나오는 방송에서 용지현에 관한 말이 나오자, 모두 그를 보며 부러운 눈빛과 어투로 말했고, 용지현은 얼굴이 빨개지며, 쑥스러워 하는 표정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