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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리거-124화 (124/163)

00124  히든리거  =========================================================================

이태성과 추강, 그리고 중앙미드필더인 양민구가 영국진영으로 파고들어 자기진영에서 공을 돌리고 있는 영국선수들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이유성! 오지성도 들어가!”

지금까지 얌전히 앉아서 선수들을 보고만 있던 최홍표가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그러자 양쪽 사이드의 공격을 책임지는 두 선수가 압박에 합류하고 있었다.

-한국선수들의 압박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영국! 공을 다시 후방으로 돌리며, 쉽게 앞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반전과 다른 전개였다. 한국이 영국의 압박을 받으며 공을 후방으로 돌리던 전반전이었지만, 지금 현재, 후반 약 15분 정도가 지나는 시간에는 영국이 한국의 압박에 공을 후방으로 돌리고 있었다.

‘펑!’

-영국의 중앙수비 도슨 선수! 길게 공을 차, 한국진영으로 넘기고 있습니다!-

공은 영국의 최후방까지 밀려났고, 더 이상 밀려날 곳이 없기에 공을 잡은 도슨 선수가 길게 차 올렸다.

-아론선수. 도슨 선수가 차 올린 공을 잡습니다!-

그냥 차 올린 공이라 여겼지만, 그 공은 정확히 한국진영 중앙에 위치하고 있던 아론 선수에게 연결되었고, 아론은 공을 잡자마자 몸을 돌리려 하였지만, 그의 뒤에는 또 다시 서민수가 바짝 붙었다.

-서민수! 아론 선수를 묶어둡니다! 돌아서게 해서는 안 돼요!-

전반전에도 서민수는 앨런이 돌아서지 못하도록 완전 봉쇄를 하였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론마저 완벽하게 묶어두며, 그가 몸을 돌려 공을 전방으로 패스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막고 있었다.

아론은 어쩔 수 없이 다시 공을 중앙선 방향으로 돌렸다. 서민수라는 2부 리그 미드필더를 뚫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스캇 선수! 아론 선수의 패스를 받아 왼쪽으로 치고 들어가는 앨런 선수에게 길게 연결합니다!-

중앙은 서민수로 인하여 쉽게 뚫지 못하여, 또 다시 사이드를 이용하여 공격 루트를 찾고 있었다.

공을 받은 앨런은 자신의 발에 공이 닿자마자, 한 번의 터치와 함께, 코너부분으로 길게 공을 찬 후, 뛰기 시작하였고, 그의 공격을 저지하고자 이만기가 따라붙었다.

하지만 역시 스피드에서 차이가 보였다. 코너부분으로 찬 공의 속도를 따라붙고자 빠르게 달린 앨런을 이만기는 따라붙지 못하고 있었고, 공을 먼저 잡은 앨런이 중앙을 향해 시선을 한 번 주었고, 곧바로 센터링을 올렸다.

-앨런! 센터링!-

앨런의 공은 중앙으로 날아오다 한국진영 중앙으로 휘어졌다.

-벨라미! 그대로 공을 잡아 슛!-

‘탁!’

“와우!”

-대단합니다! 용지현 선수! 앨런의 센터링을 가슴트래핑으로 받은 후, 그대로 발리슛을 날린 벨라미 선수의 슛을 쳐 냅니다. 진정 슈퍼세이브입니다!-

아나운서의 흥분된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관중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짜릿한 함성을 질렀다. 마치 한 골을 넣은 것과 같은 기분이었으며, 영국은 한 골을 실점한 듯 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용지현…….정말 대단한데.”

수석코치가 조금 전 있었던 용지현의 선방을 보고 중얼거렸다. 지금까지 한국의 수문장은 장형이 도맡아했다. 그를 능가하는 골키퍼는 한국 축구사에 나오지 않을 것이란 말까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축구를 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기억에 용지현이라는 천재적인 골키퍼가 장형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해 가고 있었다.

“저 골키퍼 반응속도가 진정 놀랍습니다.”

영국의 벤치에서도 용지현의 선방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거리상으로는 약 17미터 정도, 벨라미의 슛팅능력을 잘 알고 있는 영국 측 벤치에서는 그가 저 정도의 거리에서 지른 슛을 막기 위하여 반응하는 골키퍼는 손에 꼽힐 정도라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 어떤 골키퍼보다 완벽하며, 안전하게 공을 골라인 밖으로 쳐 내는 용지현을 보며 놀란 눈을 하고 있었다.

-영국의 코너킥입니다. 앨런선수, 코너킥을 차기 위하여 자리합니다.-

영국은 코너킥으로 한 골을 넣었었다. 그리고 이번 코너킥도 이미 짜 두었던 각본대로 서로 사인을 주고받으며 선수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앨런! 코너킥! 벨라미선수와 소델 선수가 뛰어오릅니다!-

중앙 혼전이었다. 페널티박스 안에서는 영국 공격수 세 명과 함께, 한국의 수비진들이 엉켰지만, 공은 그 모두를 지나쳐 반대로 넘어갔다.

-아! 클레베리 선수! 그대로 슛!-

‘팅!’

-다행입니다! 골포스트 맞고 골라인 아웃됩니다!-

이 역시 짜인 각본이었다. 페널티박스 안의 혼전을 틈 타, 2선에서 침투해 들어온 클레베리 선수의 강력한 다이렉트 슛이었다.

하지만 그 공은 골포스트를 맞고, 그대로 골라인을 벗어났다. 그리고 관중들은 큰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지만, 축구관계자들의 눈은 용지현에게 돌아가 있었다.

한국 측 벤치는 물론, 영국 측 벤치에서도 시선은 용지현에게 있었다.

“정말…….물건이다.”

영국 감독이 중얼거렸다. 조금 전의 슛은 용지현이 막은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축구관계자들의 눈에는 용지현의 반사 신경에 다시 놀란 것이었다.

비록 공을 직접 터치하지 않았지만, 정확하게 날아오는 공의 방향을 눈으로 보았고, 몸을 날렸다. 보통 그 거리에서 날아오는 강슛이 골대 반대방향으로 날아갈 경우, 골키퍼는 움직이지 못한 채, 골이 들어간 후, 시선을 돌리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용지현은 그 공을 막고자 몸을 날렸다. 정확히 공을 보며 몸을 날렸고, 그 공은 용지현의 손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리지 않은 상태에서 골포스트를 맞고 라인을 벗어났다.

“저 선수의 동작은 딱 골포스트 안쪽까지다. 자신의 손에 맞지 않으면 골이 아니라고 스스로 믿을 정도로, 골문 안을 철저하게 계산하여 움직인다.”

수많은 관중들 틈에 앉은 외국인. 이들은 지난 날, 최홍표를 만난 외국인이며, 국방부FC의 경기를 직접 관람하였던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번 A매치도 직접 관람하고 있었으며, 그 중에서 용지현을 비롯하여, 자신들이 직접 실력을 인정한 몇 선수들을 보고 있었다.

-용지현 선수! 전방을 향해 보며 길게 공을 차올립니다!-

“하…….킥력도 엄청나네…….”

용지현이 찬 공은 단번에 중앙선을 넘어, 영국진영 페널티박스 인근까지 날아와 떨어졌고, 그 공은 크게 원바운드 된 뒤, 영국의 골키퍼 손에 그대로 다시 잡혔다.

관중들 중, 일부가 그가 찬 공을 보며 중얼거렸지만, 한 편으로는 참으로 허무하게 다시 공격권을 넘겨준 상황밖에 되지 않았다.

전반전에 비해, 후반전은 비교적 두 팀 모두 활발한 공방을 주고받고 있었다. 전반전에 보였던 영국의 계속된 공격이 아닌, 한국의 공격도 이어지면서, 후반전의 볼 점유율은 거의 비슷한 수치를 보이고 있었다.

-후반 30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아직 1대 2로 끌려가고 있지만, 우리 선수들 참 잘 싸워주고 있습니다.-

전반전에 내준 두 골 외에는 아직 추가 실점은 없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모두가 천재라고 생각하던 장형을 능가하는 용지현이 있었다.

-최홍표감독, 선수교체를 단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두 명의 교체 인원이 남아 있었다. 최홍표는 두 명의 선수을 일으켜 세운 뒤, 몸을 풀도록 하였고, 그 모습을 본 아나운서가 먼저 운을 띄웠다.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중앙수비수 이승진 선수와 라이트백인 부산의 이지민 선수를 교체멤버로 들고 나왔군요. 그럼 서후 선수와 이만기 선수가 교체되어 나갈 것 같습니다.-

수비수 두 명을 교체하는 것이었다. 공격과 미드필더, 그리고 골키퍼까지 교체해 보았으니, 마지막으로 수비수 교체를 하려는 최홍표였다.

곧 공이 라인 아웃되자, 심판은 선수교체 신호를 보냈고, 예상대로 두 선수가 빠진 뒤, 이승진과 이지민이 들어섰다. 영국도 선수교체를 단행했다. 이들은 수비진을 보강하기 위하여 수비진과 미드필더 진을 대거 교체하였다.

전반전을 포함하여, 75분을 뛴 수비진들이 비록 두 골을 내주긴 하였지만, 비교적 안정된 수비를 보여주었던 후반전이었다. 그리고 교체되어 들어온 두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었다. 이는 지금까지 잘 맞춰온 것에 찬물을 끼얹는 일일수도 있으며,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는 교체일수도 있었다.

-이승진 선수와 이지민 선수가 들어오면서 앨런선수와 클레베리 선수의 공격을 더 빠르게 차단해 주기를 바랍니다.-

두 선수가 경기장에 들어서자 많은 박수가 이어졌다. 영국에서 교체되어 들어온 선수에게도 관중들은 많은 박수를 쳐 주었다.

“남은 시간은 15분인데, 우리 선수들이 조금 더 눈도장을 받을 수 있는 경기가 이어졌으면 하는군.”

한 편. 남은 시간을 보며, 국방장관이 말했다. 추강이 만회골을 넣었고, 용지현이 신들린 선방을 하면서, 두 선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눈도장이 찍혔다고 보지만, 이태성은 아직 공도 제대로 잡아보지 못한 상태에서 걱정되어 한 말이었다.

그의 말에 정책기획관이나, 이강수, 서용석은 아무런 말없이 그저 경기가 중계중인 TV에만 시선을 주고 있었다.

-서민수 선수! 다시 아론 선수에게 연결되는 공을 차단합니다!-

또 다시 서민수였다. 서민수는 중앙을 확실하게 책임지며, 중앙을 통해 공격하는 영국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내고 있었다.

-서민수 선수! 인터셉트한 공을 곧바로 이유성 선수에게 패스합니다. 이유성! 아주 빠르게 치고 들어갑니다!-

서민수가 인터셉트한 공은 아주 빠르게 전달되고 있었다. 이에 공격으로 나서던 영국은 다시 수비로 돌아서야 하지만, 후반전 초반과 마찬가지로, 역습의 전개가 아주 빠른 한국이었다.

-공격자 4명과 수비수 4명입니다! 이유성! 직접 치고 들어갑니다!-

이유성의 발재간도 수준급이었다. 영국의 수비수를 쉽게 제친 후, 곧바로 중앙수비수 한 명을 등지고 서 있는 이태성을 보았다.

-이유성! 이태성 선수를 보며 스루패스! 이태성! 이태성!-

이태성은 자신에게 온 기회를 놓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등 뒤에 붙어 있는 수비수로 인하여 몸을 돌리지 못하고 있었고, 곧 중앙에서 들어오는 추강을 보았다.

‘툭!’

-아! 추강선수에게 공을 패스하며 넘어지는 이태성 선수입니다!-

발끝에 아슬아슬하게 공이 닿으며 추강을 향해 공을 밀어주었다. 그 순간 영국의 미드필더 두 명과 수비수 한 명이 추강에게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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