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23 히든리거 =========================================================================
“후반전 시작과 함께 등장하면,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충분한 시간이야. 이태성과 추강, 그리고 용지현이 얼마나 자신들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지가 궁금하군.”
장두관도 자세를 고쳐 앉으며 말했다. 한 명, 한명이 따로 교체되는 것이 아니라, 국방부FC소속 선수 세 명이 모두 동시에 출격하니 두근거린 것이었다.
“우리 선수 세 명이 동시에 나오는군요. 정말 기대됩니다.”
같은 시각. 국방부 스포츠회의실에서는 빔프로젝트를 이용하여 대형 화면으로 영국과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고, 아나운서의 말을 들은 후, 정책기획관이 장관을 보며 말했다.
“지금 내가 무척 긴장되네. 우리 선수들이 이 한 경기가 끝난 후, 과연 국민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가 너무 궁금하고 떨리네.”
장관은 두 손을 만지작거리며, 초조한 자신의 기분을 행동으로 보이고 있었다.
-후반전 경기를 위해 선수들이 다시 그라운드로 오르고 있습니다. 교체된 선수들이 새로운 변화를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하프타임을 끝내고 양 팀 선수들이 다시 그라운드로 올랐다. 경기장 전광판에는 교체되어 들어온 다섯 명의 선수들이 하나하나 잡히고 있었고, 관중들은 환호성을 질러주었다.
“진짜…….저런 몸에 축구를 하는 사람이 있긴 있네.”
추강이 화면에 잡히자, 관중석에서 추강의 몸을 보며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이거…….긴장되네.”
장두관은 두 손에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있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비단 장두관만이 긴장되는 것은 아니었다. 세령은 물론, 코칭스태프와 함께 국방부FC선수들도 마치 자신들이 경기에 뛰는 듯, 긴장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주시하고 있었다.
“잘해…….”
세령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며, 그라운드 위에 오른 세 명의 선수를 고루 보았다.
“삐~익!”
-후반전! 시작됩니다!-
심판의 휘슬소리가 울리고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영국의 선축으로 시작된 후반전은, 전반전 한국의 선축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영국은 공을 뒤로 돌리지 않았고, 한 번의 터치가 있은 후, 곧바로 왼쪽사이드로 공을 넘겼다.
-앨런 선수! 공을 잡고 곧바로 한국진영으로 치고 들어옵니다! 무척 빠른 스피드로 우리의 미드필더를 간단히 따돌리며 들어섭니다!-
영국의 공격은 여전히 빨랐다. 왼쪽사이드에서 공을 잡은 앨런은 패스 없이 그대로 치고 들어갔다. 한국의 미드필더 오지성이 따라붙었지만, 그의 스피드를 따라가지 못하였고, 곧 포백의 이만기가 그를 마크하기 위하여 붙었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영국의 공격이 매섭습니다! 앨런! 이만기 선수를 등지며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이만기가 바짝 붙어 있었다. 앨런은 몸을 돌리려 하였지만, 이만기의 밀착마크로 인하여 돌아서지 못하고 있었다.
-앨런 선수! 중앙의 아론 선수에게 길게 넘겨줍니다!-
이만기를 돕기 위하여 중앙에 있던 서민수가 움직였다. 그 순간 앨런은 홀로 남겨진 아론을 보았고, 곧바로 긴 패스를 연결하였다.
-아론! 아론! 그대로 슛!-
‘착!’
-먼 거리였지만, 정확한 슛을 우리의 용지현 선수가 잡아냅니다! 용지현 선수! 그대로 공을 던집니다!-
“뭐야!”
아론의 정확한 슛을 쳐낸 것이 아니라, 잡은 것도 대단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 뒤로 이어지는 용지현의 행동에 영국의 벤치에서 감독이 엉덩이를 들어 올리며 일어섰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벤치에서 일어서지 않았던 그가 일어난 이유는 용지현의 전매특허인 긴 스로윙 때문이었다. 그가 던진 공은 중앙에 있던 추강에게 아주 정확히 전달되었다.
-한국! 역습입니다!-
제대로 된 역습상황이었다. 아론의 슛이 있은 후, 아직 수비로 돌아서지 못했던 영국선수가 일곱 명이었다. 즉 세 명의 선수만이 수비에 있는 상황이었다.
-공격수 네 명! 수비 세 명입니다!-
추강의 양 옆으로 이유성과 오지성이 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으로 이태성이 있었다.
-추강선수! 오른쪽 이유성 선수에게 공을 열어줍니다!-
추강은 전방을 본 후, 이태성에게 공을 연결하려 하였다. 하지만 수비수 세 명이라 자칫 오프사이드에 걸릴 확률이 있었고, 비교적 안전한 위치에서 치고 들어가던 이유성을 보고 그에게 공을 패스하였다.
-이유성! 빠르게 치고 들어갑니다!-
이유성의 속도가 무척 빨랐다. 그의 돌파를 막고자 수비수 한 명이 앞으로 다가섰지만, 이유성은 그 즉시 중앙에서 뛰어 들어가고 있는 추강의 앞으로 공을 찔러주었다.
-수비수 없습니다! 노마크 찬스! 추강! 슛!-
추강이 움직이는 곳 바로 앞으로 공이 전달되고 있었고, 추강은 자신이 뛰어 들어오는 속도에 맞춰, 아주 정확하게 들어오고 있는 공을 보았다. 그리고 디딤발을 제대로 짚어 그대로 슛을 질렀다.
“와우!”
‘팅!’
-아! 아쉽습니다. 영국의 골키퍼 잭 스틸 선수가 움직이지도 못한 아주 정확한 슛이었지만, 골포스트를 맞고 골라인 아웃됩니다!-
관중들도 놀랐다. 아나운서도 아쉬운 탄식을 쏟아내며 소리쳤고, 영국의 벤치에서는 이제 아예 엉덩이를 들고 일어서 있었다.
꽤 먼 거리였다. 약 25미터는 족히 될 거리에서 질러진 추강의 슛은 정확히 골대를 향해 날아갔지만, 약간 높게 뻗어가는 바람에 골포스트를 맞고 골라인을 벗어났다.
진정 골키퍼가 꼼짝도 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아까비!”
연동훈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진정 A매치 첫 데뷔에서 데뷔 골을 넣을 수 있었던 찬스였다.
“저 몸에…….대단한데 저 선수”
불과 5분 전만해도 그의 몸을 보며 어리둥절해 있던 관중들이었다. 하지만 그의 슛. 체중을 실어 정확하게 뻗어나가며, 그 속도마저 어마어마하였기에, 관중들은 그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되었다.
이는 비단 관중들만이 아니었다. 현장에 있던 축구협회 관계자는 물론, 영국 측 벤치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추강의 슛에 놀란 눈들이었다.
-영국. 자기진영에서 천천히 공을 돌리고 있습니다.-
영국의 공격 스타일이 그 즉시 바뀌었다. 언제나 공격적으로 치고 나가던 그들이 공격의 템포를 늦추고 있는 것이었다.
-영국. 버트랜드 선수. 중앙으로 들어서고 있는 아론 선수에게 공을 연결합니다! 아! 서민수 선수의 인트셉터! 서민수 선수 슬라이딩으로 아론 선수에게 연결되던 공을 차단합니다!-
영국진영에서 천천히 올라오다, 중앙을 침투하던 아론의 움직임을 본 영국의 수비수 버트랜드가 길게 공을 뿌려주었지만, 그의 패스는 아론의 앞에 닿기 전, 서민수가 몸을 날려 차단하였다
-또 다시 역습입니다!-
연이은 역습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영국의 수비가 많았고, 한국의 공격 숫자가 몇 없었다.
서민수는 인트셉터한 공을 곧바로 오지성에게 연결하였다. 이유성과 반대의 위치에서 달리는 오지성은 공을 잡자 자신의 앞에 있던 수비수를 제친 후, 곧바로 더 치고 들어갔다.
-오지성! 개인 드리블이 굉장히 좋은 선수입니다.-
아나운서의 멘트대로 오지성은 이미 두 명의 수비수를 따돌리고, 페널티박스를 향해 달렸다.
“반대!”
그 순간 이유성이 소리쳤다. 영국의 중앙수비수와 미들진들이 중앙을 완전 장악하고 있었기에 마땅히 중앙에 있던 추강이나, 이태성에게 연결할 타이밍을 놓쳤었다. 하지만 이유성을 보며 그가 홀로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오프사이드 위치도 아니었기에, 오지성은 그 즉시 길게 반대로 공을 넘겼다.
공은 중앙을 넘어 이유성에게 전달되었고, 영국의 수비수들이 다시 이유성을 향해 두 명이 움직였다.
‘탁!’
“!!!”
하지만 두 명의 움직임은 헛수고였다. 이유성은 자신에게 공이 오자마자, 원터치로 곧바로 중앙으로 공을 패스하였다. 중앙에는 또 다시 추강이 있었다. 앞 선 상황에서도 그렇고, 지금도, 이유성은 추강에게 기회를 열어주고 있었다.
-추강! 이유성이 보내준 공이 추강 선수의 앞으로 다시 굴러옵니다! 노마크! 슛!-
“!!!”
‘철렁!’
“와아!”
“대체 뭐야…….저 슛은…….”
관중들은 환호했다. 자신들이 본 광경을 믿지 못하면서도 환호성을 질렀다. 반면에 영국의 벤치에서는 어안이 벙벙하였다.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약 25미터에서 질러진 추강의 슛이었다. 그 슛은 조금 전보다 더 빠르게 골대를 향해 날아갔고, 역시나 골키퍼는 움직이지 못하였다.
영국감독은 추강의 슛에 놀란 눈을 한 채, 그를 향해 보고 있었다.
-추강선수의 대포알 슛이 그대로 골네트를 가릅니다! 한국! 후반 7분 만에 만회골을 성공시키며, 한 골을 따라붙습니다!-
아나운서는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고, 관중들은 추강의 이름을 연호하였다.
2부 리그 소속으로 많은 관중들에게 외면 받고 있던 선수들이었다. 언제나 1부 리그의 경기만을 지켜보았던 관중들은 2부 리그에서 뛰는 추강의 슛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이대로 밀고나가자.”
이태성이 추강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말했다. 한국의 선수들도 추강을 향해 다가서며 어깨를 토닥거려 주었다.
“의외군. 최홍표의 눈이 맞았다는 것인가?”
한 편. 축구협회관계자들은 VIP석에 앉아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최홍표의 선수선발에 그 어떤 누구보다 반발하였던 이들이었다.
하지만 최강이라는 영국 대표 팀을 상대로 시원한 중거리 슛으로 만회골을 넣은 인물이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2부 리그 팀이며, 심지어 군인이기에 그들은 자신들의 선택을 외면하고, 선수 선발한 최홍표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경기는 다시 재개되었다. 추강의 만회골로 인하여, 한국은 새로운 활력을 찾았다. 반면에 영국은 지금까지 공격적으로 나가던 경기템포를 더욱 더 수비적으로 전향하고 있었다.
-영국! 쉽게 공격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두 번 연속 이어지는 역습에 의해 한 골을 실점한 것이 그 영향을 발휘하는 듯합니다.-
아나운서는 영국의 벤치를 보며 말했다. 영국의 벤치에서는 아나운서의 멘트를 해석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의 말처럼 경기가 재개되고도, 아직 자기진영에서 공을 돌리고 있는 선수들이었다.
-이태성 선수가 공을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영국이 전반 초반에 사용하였던 전술이었다. 강한 압박을 가하여 상대 선수들의 패스미스를 끌어냈던 전술을 이번엔 이태성이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쉐도우로 들어섰던 추강도 조금씩 앞으로 움직이며, 이태성의 뒤에서 받쳐주고 있었다.
“저 두 선수가 한 팀 소속이라 발이 잘 맞습니다.”
한국의 수석코치가 최홍표의 옆으로 가며 말했다. 최홍표는 그의 말을 들은 후, 이태성과 추강의 플레이를 집중하여 보고 있었다.
한 팀에서 발을 맞춰 온 경험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이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A매치를 접하고 있는 신인선수들이라고는 믿지 못할 정도의 침착함이 그를 더 흡족하게 만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