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8 히든리거 =========================================================================
“그만 가시오! 그리고 군대면 군대답게! 쓸데없는 곳에 장병들 굴리지 말고, 나라나 제대로 지키시오!”
오형호의 아버지는 세 사람을 향해 큰소리친 후, 주방으로 들어섰고, 오형호의 어머니는 눈물이 맺힌 눈동자를 한 채, 장두관의 뒤에 서 있는 오형호를 보았다.
“형호야…….”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미안해 엄마…….그런데. 나 공차고 싶어. 진짜…….차고 싶어. 아버지가 이루지 못했던 것, 형과 삼촌이 이루지 못했던 것…….그거, 내가 이루고 싶어.”
오형호는 장두관의 뒤에서 서서히 나오며 말했다. 그러자 그의 어머니 눈동자는 더욱 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축구…….그래. 세상에 얼마나 많은 축구선수들이 있는데, 고작 군대에서 공 좀 찼다고 세계가 인정할 것 같아?”
“…….”
곧 횟집 문이 열리며, 한 사내가 그물 안에 조개류 등을 잔뜩 담아 주방으로 가져가며 말했다.
“삼촌…….”
그의 삼촌이었다.
“형호야. 그냥 군대제대하고, 우리와 횟집이나 하자. 얼마나 좋아. 가족들이 모두 모여 일한다는 것은 행복이다. 그러니…….”
“꿈을 포기하면서까지 모두 모여 있는 것은 행복이 아닙니다.”
“…….”
삼촌의 말이 나온 후, 곧바로 세령이 한 마디 하였다. 그러자 주방에 있던 오형호의 아버지는 물론, 어머니와 삼촌도 아무런 말없이 세령을 보았다.
“당신…….그 유명한 우리나라 프로축구 첫 여성감독이오? 보기보다 많이 약해 보이는군. 그래…….당신은 얼마나 축구를 하였습니까?”
삼촌이 그녀를 보며 물었다.
“저는 축구를 정식으로 한 적은 없습니다. 축구선수로 뛰어 본적도 없습니다. 하지만…….우리나라에서 프로축구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진 군대스리가에서 수많은 군 장병들과 함께 공을 차며, 축구에 대한 묘미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장병들의 꿈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하여 또! 제 꿈도 이루어지도록 세상에 당당하게 서 있습니다! 학연요? 지연요? 그래요…….살아가면서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그런 것 없어도 모두가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곳이 군대입니다. 군대에서 누군가의 아들이라 특혜를 받는 인간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훌륭한 장병들이 더 많습니다. 그 장병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국방의 의무 기간 동안 자신이 하고자하는 미래를 위하여 그 시간을 헛되이 사용치 않습니다.”
이어지는 세령의 말에 세 사람은 여전히 아무런 말없이 그녀를 보고만 있었다.
“지금의 군대는 과거의 군대와 다릅니다. 장병들의 꿈을 위해, 그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든 길을 다 열어줍니다. 그리고 오형호 이병…….그는 축구에 천재적인 소질이 있습니다. 물론…….그 능력은 아버지로부터 자연스럽게 물려받았을 테죠. 그런 훌륭한 아들의 미래를 막고 싶으십니까?”
세령은 주방에 있는 오형호의 아버지를 정확히 보며 물었다. 그리고 시선을 천천히 돌리며, 그의 어머니와 삼촌을 보았다.
“난…….내 아들을 군대에 보냈지, 축구선수를 하라고 보내지 않았습니다.”
잠시 후, 그의 아버지가 다시 주방에서 나오며 말했다.
“맞습니다. 오형호는 건장한 대한민국 청년으로 군대에 입대하였습니다. 그것도 힘들다고 말하는 해병대 수색대대를 자원하여 갔습니다. 그만큼 당신의 아들은 강합니다.”
세령이 다시 말했다. 그러자 그의 아버지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지고 있었다.
“내 아들이 강한 것은 당신들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누누이 말했듯이 난 내 아들에게 축구를 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완강하였다. 뭔가 대화가 진척이 되어야 설득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 대화는 조금도 발전이 없었다. 오로지 반대만을 내세우고 있었다.
“아버님의 꿈…….그 꿈이 무너져 내렸는데, 자식이 또 다시 그 꿈이 무너지는 경험을 할까하여 두려워서 그러십니까?”
“이봐요!”
세령은 그의 아버지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오형호의 어머니가 큰 목소리로 세령에게 소리쳤다.
“그만하게 이 소위.”
그리고 장두관이 그녀를 말렸다.
“군대입니다. 지금 아드님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적어도…….군복무기간은 아버님의 아들이 아닌, 대한민국의 아들입니다.”
세령은 장두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할 말을 모두하고 있었다.
“그 참…….이봐요 젊은 아가씨.”
“이세령 소위입니다.”
삼촌이 나섰고, 그의 말에 세령은 그를 노려보며 자신이 누군지 다시 말해주었다.
“그래…….이세령 소위님. 소위님의 말처럼 우리 형호가 국방의 의무를 하기 위하여 군대에 갔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아들입니다. 맞습니다. 그런데…….왜 축구를 시켜야 하는 것입니까? 군대에서 공차는 것이 의무입니까?”
삼촌의 말은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국방의 의무에 축구는 없다. 나라를 지키는 의무를 하기 위하여 간 것이지, 그의 말처럼 공을 차기위하여 간 것은 아니었다.
“맞습니다. 국방의 의무에 공을 차는 의무는 없습니다. 군복무 기간 동안 공을 차라는 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단 한번이라도 형호의 마음을 이해해 주실 수는 없는 것입니까?”
세령은 삼촌의 완벽한 말에도 물러서지 않고 다시 그에게 물었다.
“오형호.”
“이병 오형호.”
세령은 그를 불렀고, 장두관의 뒤로 서 있던 오형호가 장두관의 옆으로 서며 관등성명을 말하였다.
“너의 뜻을 말해.”
세령은 오형호에게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뜻을 말하도록 시간을 주었다. 세령이 아무리 어필해도, 진정 당사자가 직접 말하는 것만 못한 것이었다.
“저…….공차고 싶습니다.”
오형호는 자신의 뜻을 말했다. 고개를 숙인 채,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공차고 싶습니다!”
이내 다시 고개를 들어 큰 목소리로 말했고,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삼촌은 오형호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비록…….대한민국에서 이름 날린 축구감독은 아닙니다. 축구경험이 많은 감독도 아닙니다. 하지만…….진정 내 동생처럼 여기며 장병들과 지내왔습니다.”
세령은 그의 말이 있은 후, 세 사람을 보며 말했다.
“맞는 말이긴 합니다.”
“…….”
곧 식당 다락방 같은 곳에서 한 사내가 내려오며 말했다.
“형…….”
그는 오형호의 형이었다.
“모두 보지 않았습니까? 저 여자감독 말입니다. 경기가 끝나고 나면, 장병들을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 토닥거려 주었고, 미소를 지어주었습니다. 모두 TV로 다 봤잖아요.”
오형호의 형은 다락방에서 내려온 후, 자신의 가족들 앞으로 서며 말했다. 그 역시 건장한 체격을 소유한 인물이었다.
“모두…….보셨습니까?”
그리고 세령이 물었다. 오형호의 형이 한 말이 사실이라면, 이들은 국방부FC의 경기를 모두 본 것이었다.
“모두 봤습니다. 선수들이 뛰는 것도 보았고, 군대스리가를 한 층 더 업그레이드 시킨 군대축구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대단하다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그의 형은 세령의 질문에 답하며, 점차 세령의 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 아버지와 삼촌, 그리고 나는 그 축구란 것에 빠져들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불행하게도, 우리 모두가 군 생활 할 때에는 국방부FC가 없었습니다.”
그의 형은 세령앞에 선 후, 그녀를 보며 말한 뒤, 다시 오형호의 앞으로 가서 섰다. 그리고 그의 양쪽 어깨에 손을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이놈은 운이 좋게 군대 입대하니, 국방부FC라는 축구단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 감독이 축구에 축자도 모르는 여성감독이라 여겼는데, 진정 스타감독이었습니다. 아주 놀라웠습니다.”
그는 오형호의 눈을 보며 계속 말하고 있었다.
“너…….무슨 말을 하려는 것이냐?”
그의 아버지가 오형호의 형을 보며 물었다.
“그냥…….보내줍시다 아버지.”
“!!!”
모두가 그의 한 마디에 놀랐다. 그토록 어필하였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었다. 그리고 그의 형이 입을 열자, 모두는 진정 놀란 눈이었다. 적어도 그의 형은 오형호가 국방부FC로 간다는 것을 찬성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버지와 삼촌, 그리고 제가 실패했다고 우리 막둥이도 실패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아버지도 아시겠지만, 이놈의 축구실력은 우리 셋보다 더 훌륭합니다. 그리고 나라에서 원하고 있지 않습니까? 나라에서 원한다는 것은 적어도 이 나라에서 쓸모없게 살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의 형의 말은 청산유수였다. 그냥 술술 흘러나왔고, 세령과 서재호. 그리고 장두관은 서로의 눈을 보았다.
“넌 그만 올라가! 어디서…….”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오형호의 형을 향해 큰소리치며 말하자, 그의 말을 자르고 세령이 더 큰 소리로 말했다.
“아버님과 삼촌, 그리고 오형호의 형이 겪었던 그 모든 것…….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진정! 실력이 있다면 충분히 나라를 위해 태극마크까지 달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세령이 다시 큰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그의 형이 오형호의 옆으로 서며 어깨동무를 하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버지…….부러우셨죠?”
“…….”
그의 말뜻을 모두가 몰랐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알고 있는 듯, 아무런 말없이 그를 보고 있었다.
“이번 국가대표 발탁에 국방부FC소속 선수가 세 명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모두 다…….그저 평범한 군인이며, 그 군인신분에서 태극마크를 가슴에 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부러우셨죠?”
그의 형은 다시 물었다. 그 말은 국가대표 선수 발표를 이들은 모두 보았다는 뜻이었다.
“우리 형호가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까? 군대에서 매일같이 삽만 들고 삽질하는 놈이 아닌, 진정 나라를 위해 이름값 좀 하는 놈. 우리 형호가 그렇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의 형은 오로지 오형호를 믿고 보내주려는 뜻만을 내세우고 있었다. 이는 세령에게는 아주 큰 힘이 되고 있는 것이었다.
“아버지…….저…….공차고 싶습니다.”
오형호는 다시 한 번 말했다. 큰 목소리도 아니었다. 하지만 눈빛은 정확하게 자신의 아버지를 보며 말하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삼촌은 서로를 보았다. 아무런 말없이 그저 보고만 있었다.
“기회를 주십시오. 훗 날…….후회하지 않을 기회 말입니다.”
“…….”
세령의 이 말. 이 한마디에 아버지의 눈동자가 떨렸다. 이는 이미 자신도 후회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었다. 지난 과거를 후회하는 본인을 본 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여보…….”
그의 어머니가 아버지를 보며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