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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리거-117화 (117/163)

00117  히든리거  =========================================================================

“네! 알겠습니다!”

다행히 구자훈은 세령의 말을 들어 힘찬 목소리로 답했다. 그리고 사단장 역시 구자훈을 충분히 국방부FC로 보낼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마지막 장병입니다. 해병대대로 향하겠습니다.”

구자훈의 영입을 서둘러 확정한 뒤, 마지막 남은 인물은 화려한 가족이력을 가진 천재 미드필더가 있는 해병대 수색 대대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날 인물은 오형호로 그의 아버지와 형, 그리고 삼촌까지 모두 축구선수 이력을 가지고 있는 집안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오형호의 가족이었다. 서재호의 말을 들어본 결과, 오형호의 가족들은 그가 축구를 한다는 것에 아주 큰 반발을 내세웠다고 하였다.

“오형호의 부모님을 만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서재호가 이동 중 물었다.

“우선. 오형호의 마음을 먼저 알아보고 결정하지. 부모의 마음도 중요하지만, 이 감독의 말처럼 장병의 마음이 더 중요하니 말일세.”

장두관은 차창 밖을 보며 답했다. 하지만 세령은 두 사람의 대화중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부산에서 남해로 이동한 후, 해병대 수색대대중, 오형호가 근무하는 부대로 들어섰다. 이

곳에서도 국방부의 연락을 받고, 부대 내, 몇 관계자들이 세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해병대 수색대대 부대장이 이들을 직접 반겼다.

“언제나 수고가 많으십니다. 그런데…….오형호 이병은?”

부대장의 환한 미소를 보자, 일단 부대 내에서는 오형호가 국방부FC로 들어오는 것에 대해 막지는 않을 듯 보였다.

“수고라고 할 것이 있겠습니까? 일단 오형호 이병을 먼저 만나보십시오.”

부대장은 세 사람을 안내하였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수색대대 내의 막사 뒤, 작은 연병장이었다. 막사 앞에 아주 큰 연병장이 있었지만, 오형호는 막사 뒤편에 만들어져 있는 풋샬 경기장 만한 연병장에서 홀로 공을 차고 있었다.

“오형호 이병!”

곧 부대장이 오형호를 불렀고, 그는 아주 빠르게 달려왔다.

“이병! 오형호!”

역시 영상에서 보던 그의 모습과 일치하였다. 심지어 군화나 운동화를 신지 않고 있는 모습까지 같았다.

“여전히…….운동화를 신지 않고 공을 차는 건가?”

서재호가 그의 발을 보며 물었다.

“신고, 신지 않고 가 중요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그저…….제가 좋아하는 축구공을 신체와 직접 접촉하며 느끼고 싶은 것뿐입니다.”

오형호의 말을 들은 후, 세령은 다시 그의 발을 보았다. 그의 발은 온통 멍 투성이었다. 심지어 발가락 곳곳에는 굳은 살 까지 생겨나 있는 듯 보였다.

“아프지 않아?”

“아프지 않습니다.”

세령의 물음에 오형호는 자신의 발을 보며 답했다. 진정 보기만 해도 굉장히 아플 듯 보였다.

“공…….차고 싶어?”

세령은 그의 발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지금까지 만난 선수들에게 했던 물음과 같은 질문을 하였다.

“…….”

하지만 오형호는 쉽게 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고개만 숙인 채, 자신의 발을 보고 있었다.

“너의 뜻을 묻는 거야. 부모님의 의견이나, 삼촌, 형의 의견이 아닌, 오로지 너의 뜻을 묻는 거야. 답해 줄 수 있어?”

세령이 다시 물었다. 그러자 오형호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은 조금 전, 자신의 발을 보고 있던 떨리는 눈빛이 아니었다.

“하고…….싶습니다. 축구를 하고 싶습니다.”

오형호의 말을 들은 후, 세령은 그를 보며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리고 그의 앞으로 다가섰다.

키가 185센티 정도 되며, 아주 건장한 체격을 지닌 오형호는 자신의 앞으로 다가선, 작은 키의 세령을 내려 보았다.

“그럼…….같이 하자.”

세령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여전히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저도…….그러고 싶습니다. 하지만…….집에서 반대가 심합니다. 아버지는 물론, 형님과 삼촌까지도 제가 축구를 하는 것에 반대하고 계십니다.”

이는 이미 서재호에게 들어 알고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세령은 개의치 않는 듯, 그의 말을 듣고도 미소를 지우지 않고 있었다.

“네가 의지가 있다면, 그 의지대로 하면 돼. 일단 우리가 너의 부모님을 만나볼게.”

세령은 그를 보며 말한 뒤, 다시 시선을 돌려 부대장을 보았다.

“오형호의 부모님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연락…….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세령의 말에 부대장은 그녀를 보았다. 그리고 오형호를 보았다. 오형호의 눈동자는 떨리고 있었다.

“뭐. 그렇게 하지.”

부대장이 답하였고, 세령은 그의 답을 들은 후, 다시 오형호를 보았다.

“너와의 인연…….이어가고 싶다. 그러니 너도 함께 가자. 너도 이제 성인이잖아. 적어도 네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는 너의 생각도 부모님께 말씀 드릴 수 있어야 해.”

오형호는 잠시 동안 세령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오형호의 부모님께서는 통영에 계십니다. 그리고 미리 연락을 해 두었습니다. 하지만 만남에 대한 승낙은 얻지 못했습니다.”

곧 부대장이 오형호의 부모님과 연락을 취해 주었다. 하지만 기분 좋은 답은 얻지 못한 상태였다. 부대장은 일단 오형호의 부모님이 있는 집주소와 함께, 전화번호를 장두관에게 건네며 말했다.

“부대장님께서는 오형호이병을 우리 국방부에 보내실 의향은 있으신 것이 맞습니까?”

“난. 단 한명의 장병이라도, 자신의 뜻을 이루어 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군대라는 정해진 의무로 인하여 자신의 꿈을 버리는 젊은 인재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부대장의 마음은 들었다. 그도 부산의 53사단장과 같은 마음이었다. 자신의 자식처럼 여기며, 그 부대원의 앞길을 열어주고 싶어 하는 인물이었다.

부대장의 특별 외출증을 받은 오형호와 함께, 세 사람은 오형호의 부모님을 만나기 위하여 통영으로 향하였다.

“제가…….아니라도 군대에서 공을 잘 차는 장병은 많습니다. 굳이 저로 인하여…….”

“그만…….그래. 네 말대로 군대에서 공을 잘 차는 장병은 많을 거야. 하지만 아직 우리 눈에 들어오지 못했을 뿐이겠지. 그리고 넌 우리 눈에 들어왔고, 그래서 나서는 거야. 그냥 군대에서 2년이라는 의무의 기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도 상관없겠지. 하지만 우리 국방부FC가 만들어진 이유…….너도 들었을 것이야. 물론 국방부FC는 첫 단계다. 앞으로 군대에는 많은 특화된 시스템이 만들어질 것이야.”

세령은 그의 말을 자르며 자신이 왜 이토록 나서고 있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처럼 국방부FC는 국방부가 추구하는 장병들의 혜택에 대한 첫 단계일 뿐이었다. 앞으로 과학과 의료, 그리고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군 장병들을 선출하여, 나라에 진정한 도움이 되는 길을 열어주고자 준비 중이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시작된 것이 바로 축구였다. 축구는 군대에서 꽤 오랫동안 장병들과 함께 한 스포츠였다. 군대스리가라는 이름이 나올 정도로 축구는 군대에서 이미 자랑하는 스포츠가 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기에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축구였다.

“부모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세령의 말을 들은 후, 오형호가 고개를 숙이며 말하였고, 곧 장두관이 이유를 물었다.

“저희 아버지…….촉망받던 축구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학연, 지연…….우리나라 어디서나 꼭 있어야 하는 상생관계 아니겠습니까? 그로 인하여 유망한 선수라고 세계에서 인정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아버지를 제대로 평가조차 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대학축구팀에서 최고의 선수자리에 올랐지만, 결국…….프로무대는 진출하지 못하셨습니다. 하물며…….해외리그로 나갈 수 있는 길마저 누군가가 막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유망주로 끝내 축구의 길을 접으셨습니다.”

오형호의 말을 들은 후, 장두관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는 그냥 나오는 말이 아니었다. 누구의 아들이니 힘 좀 써달라는 말은 자신도 심심찮게 들었다.

그리고 유독…….그 학연, 지연이라는 것이 스포츠에 많았었다. 한 번 자리 꿰차고 앉으면 그와 관련된 인물들은 사돈에 팔촌, 심지어 친구의 아들이나, 또 그 아들의 친구마저도 우선시되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오형호의 아버지는 그런 악습에 의한 피해자가 된 것이었다.

“삼촌과 형도 축구를 하지 않았어?”

세령이 다시 물었다.

“했습니다. 하지만 같았습니다. 아버지께서 학연, 지연이 없으시니, 두 사람이라고 제대로 되겠습니까? 모두가 같았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께서는 삼촌과 형님에게 스포츠에 관한 일은 일체 하지 말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세령의 표정이 굳어지고 있었다. 자신은 이와 같은 것을 몰랐었다. 그저 실력 좋고, 열심히 하면, 자연스럽게 그 실력에 맞는 대가가 따라올 것이라 믿고 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 모든 것에도 누군가의 입김은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젠장…….”

세령에게서 처음 듣는 거친 말이 나왔다. 장두관과 서재호가 그녀를 보았다. 진정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믿을 수 없는 두 사람의 표정이었다.

부대에서 통영까지는 멀지 않았다. 곧 오형호의 부모님이 있는 곳에 도착하였다.

“저깁니다.”

오형호가 손으로 가리켰다. 아주 큰 횟집이었다.

“축구를 그만두시고, 어머니와 결혼하셔서 지금까지 횟집을 운영하며 살고 있습니다.”

오형호의 말을 듣고, 세 사람은 횟집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대체! 부대에서 뭘 하기에, 이런 시간에 군부대에서 직접 나오는 것이냐!”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한 사내의 우렁찬 목소리가 횟집 안에 울려 퍼졌고, 오형호는 그 즉시 장두관의 뒤로 몸을 숨겼다.

“아버님. 잠시 진정 좀…….”

“진정? 나라의 의무라 어쩔 수 없이 군대를 보냈는데, 군대에서 대체 내 아들에게 뭘 가르친 것이오? 공차기 싫어하는 얘한테, 공차라고 강요하고…….군대에서 지키라는 나라는 지키지 않고, 무슨 공을 찬다고 지랄들이야!”

앙금이 너무나 깊게 남아 있는 듯하였다. 잠시라도 격한 마음이 진정된다면, 대화라도 할 수 있지만, 그 대화마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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