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116화 (116/163)

00116  히든리거  =========================================================================

“이번 경기에는 되도록 많은 선수들을 교체하여 그 능력을 볼 것이다. 정식적인 축구경기에서는 세 명의 교체카드만 사용할 수 있지만, 평가전이나, 기타 친선경기에서는 양 팀의 인정하에 교체인원을 늘릴 수 있다. 이에 우리는 영국과의 경기에서 총 일곱 장의 교체카드를 사용할 것이다.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11명의 선수와 함께, 교체멤버로 이름을 올린 일곱 명 모두가 그라운드를 밟을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네 명은 그라운드에 올라설 수 없다.”

국가대표로 발탁된 선수는 총 22명이었다. 그리고 선발로 11명이 그라운드 위에 오르고, 교체인원으로 일곱 명이 이름을 올린다. 그렇게 하면 총 열 여덟 명이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는 것이지만, 나머지 네 명은 이번 평가전에 나갈 수 없는 처지가 되는 것이었다.

“아직 이번 경기에 뛸 선수는 확정짓지 않았다. 남은 기간 동안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선수는 선발로 뛸 것이다. 그리고 몸에 이상이 없는 선수가 교체멤버로 올라간다. 그리고 만에 하나 자신의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다고 여기는 선수가 있다면 말해. 그 선수는 이번 경기에 뛰지 않아도, 다음 A매치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최홍표의 말에 선수들은 서로의 눈을 보았다. 이번 경기에서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는 특혜가 있지만, 만에 하나 그 단 한 번의 경기로 최홍표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최홍표가 감독으로 있는 한, 두 번 다시 태극마크를 달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따른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 뛰지 않는 네 명은 그들의 실력과는 상관없이, 다음 A매치 때 자동적으로 최홍표의 부름을 받는 다는 것이었다.

이는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무리하게 경기에 뛰는 선수가 없도록 하기 위한 최홍표의 결정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선수들의 마음을 어지럽게 만드는 말이기도 하였다.

“그라운드에 오를 18명의 선수명단은 오는 목요일 발표할 것이다. 그 전에, 자신의 몸에 이상이 있다고 스스로 판단한 선수가 있다면 꼭 말하기 바란다.”

최홍표는 선수들을 고루 보며 말한 뒤, 곧 수석코치에게 몇 말을 전하였고, 그는 그라운드를 벗어나고 있었다.

“모두 감독님 말씀 잘 들었지? 이번 영국 전에서 그라운드를 밟는 선수는 열 여덟 명이다. 앞으로 남은 사흘 동안에 그 열 여덟 명을 선발할 것이니 그 기간 안에 너희들의 실력을 확실하게 보여줘.”

수석코치가 선수들을 향해보며 말했다. 이미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은 몇 선수들을 제외하면, 이번 무대가 그들의 최종무대가 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한 편. 세령 일행은 경기도 포천의 8사단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여형민이 준비하고 있었다. 여형민 역시 미드필더지만 그의 영상을 본 세령은 공격적인 자원으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실력을 겸비한 것을 확인하였다.

빠른 침투능력은 물론,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상대 수비수를 농락하는 공간침투능력이 매우 탁월하였다.

“충성!”

보병 8사단 오뚜기부대에 속한 한 부대로 들어서자마자, 위병근무자들의 힘찬 목소리가 들렸고, 곧 여형민을 만나기 위하여 움직였다.

여형민도 역시 모든 준비를 한 채, 세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형민.”

“충성! 이병! 여형민!”

여형민 역시 지호형과 같은 이등병이었다. 그의 능력은 이미 수차례 본 세령이기에 그에게도 역시 같은 질문만 하였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여형민은 수십 번 감사의 뜻을 전달하였다. 그리고 곧 부대장이 다가서고 있었다.

“충성.”

그를 보며 장두관이 경례하였다. 보통 부대장은 장두관과 같은 중령의 계급이었다. 하지만 여형민이 속한 부대의 부대장은 대령으로 장두관보다 상관이었다.

“우리 형민이를 잘 봐준 것은 참 고맙네. 앞으로 60만 장병을 대표하는 국방부FC에서 우리 형민이가 좋은 실력을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이야.”

부대장은 세 사람을 보며 말한 뒤, 여형민을 보았다. 그리고 세령과 함께 장두관을 따로 불렀다.

“사실…….형민이는 군대에 오지 않아도 될 형편이었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군대에 오지 않아도 될 형편이라는 것은 딱히 없었다. 과거에는 학력미달이나, 집안의 생계등, 여러 가지 요소가 가미되면서 군대 면제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엔 그 요소들이 잘 적용받지 않았다. 그래서 멀쩡한 몸에 상처를 내는 청년들이 꽤 늘어났었다.

“형민이의 집안형편은 다른 집안과는 달라. 그의 부모님은 장애가 있네, 두 사람모두 형민이가 돈을 벌지 않으면 생활하기가 힘들어, 그런데도 그는 신검을 받고, 군에 자원입대했지. 우린 그 사정을 알고, 특별히 그에게 의가사제대를 논하였지만, 결단코 제대를 받아들이지 않은 놈이야.”

부대장의 말을 들은 후, 두 사람은 여형민을 보았다. 그의 밝은 표정에서는 절대 부대장이 말한 내용을 볼 수 없었다.

“그럼…….현재 형민이의 부모님은…….”

“일단은 부대 내에서 그의 사정을 알고, 우리가 형민이 몰래 돕고 있는 상황이야.”

세령의 말에 부대장이 답했다. 여형민이 알지 못하게, 부대 내에서 장교들끼리 매달 일정금액을 생활비로 보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형민이 국방부FC로 가더라도 그의 부모는 우리가 계속 돕고 있을 것이야. 그러니 그가 마음 놓고 공을 찰 수 있도록 그의 마음을 잡아주는 것은 자네들이 해주게.”

부대장은 여형민을 진정 자식처럼 대하며 말하고 있었다. 자신의 자식을 다른 곳으로 입양 보내는 마음으로 말하였다.

“알겠습니다. 형민이가 자신의 실력을 모두 발휘하며, 꼭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가 되도록 지도하겠습니다.”

세령이 답하였다. 입대한 군인들에게는 각가지 사정들도 많았다. 어려운 가정형편이지만, 국방의 의무이니 어쩔 수 없이 입대하여 만기 제대하는 인물도 있고, 중간에 포기하여 제대하는 인물도 있다.

또 한, 아예 이 모든 것을 겪지 않으려, 입대 전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면제 받는 인물도 있으며, 어차피 갈 군대라면, 제대로 겪고 온다는 생각을 하여, 현역으로 자원입대하는 경우도 있다.

생계를 위한 입대도 많았다. 부사관이나 장교로 군 생활을 하는 경우도 꽤 있었다.

세령은 부대를 나오며 여형민의 어깨를 토닥거린 뒤, 그를 안아주었다. 그리고 국방부로 들어서는 시간도 알려주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보자. 내일은 강원도를 지나, 충청, 그리고 경북까지 보고, 마지막 날에 경남 쪽을 보자.”

선수들 선발을 위해 움직인 하루였다. 서울을 중심으로 근교에 위치한 부대를 찾아 선수들을 직접 보았다. 하지만 그들의 실력을 재검증하지는 않았다. 이미 실력은 서재호가 가져온 영상만으로 충분히 보았다고 여겼고, 그들을 직접 만난 이유는 장병의 마음을 보기 위함이었다.

다행이 오늘 본, 세 명의 선수들은 세령과 함께하기를 원했다.

다음 날. 강원도를 거쳐, 충청도의 몇 부대를 돌았다. 하지만 모두다가 세령과 함께 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공을 차고 싶은 마음이 아예 없는 장병들도 있었다. 단지 군대스리가에서 공을 좀 찼다고, 그게 프로무대에 통할 리 없다고 지레짐작하여 포기하는 장병들도 있었다.

두 번째 날에 만난 장병들 중에서는 세령과 함께 하기로 한 장병이 없었다. 장병은 마음에 들어도, 부대에서 놓아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또 한 장병이 먼저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경우도 있었다.

“어렵군.”

첫째 날에 비해 둘째 날에는 모두 허탕이었다. 아무리 국방의 의무를 한다지만, 하기 싫다는 장병에게 공을 차라고 강요까지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마지막 날인 수요일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53사단 충렬부대와 함께 해병대 수색대대를 돌아야 합니다. 두 장병을 만날 것이며, 53사단은 부산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날 장병은 골키퍼입니다.”

서재호가 장두관을 보며 말했다. 공격진과 미드필더를 보충하고 있지만, 곧 제대를 앞 둔 이철호도 생각해야 한다. 그의 포지션은 골키퍼였다. 용지현으로 인하여 주전경쟁에서 밀렸지만, 그렇다고 그 자리를 비워둘 수는 없었다.

“53사단을 먼저가자. 그리고 해병대를 돌자.”

장두관이 말했고, 차량은 부산으로 향하였다. 부산에 도착한 후, 곧바로 53사단으로 향하였다.

“충성!”

부대 안으로 들어서자, 오뚜기부대와 마찬가지로 힘찬 경례가 들렸다.

“잘 오셨습니다!”

그들이 도착하자, 사단에서 행정장교가 직접 나왔다.

“잘 왔네.”

그리고 곧바로 사단장이 직접 나왔다. 지금까지 돌았던 부대에서 부대의 최고 책임자가 직접 나온 경우는 지난 오뚜기 부대에서 여형민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긴 부대장이 처음이었지만, 부산에 도착하니, 소장의 계급인 사단장이 직접 세 사람을 반겼다.

“충성!”

세 사람은 사단장을 보며 힘찬 목소리로 경례하였다.

“부산에도 드디어 국방부FC에 몸담는 선수가 나오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사단장의 말처럼 현재 국방부FC에 소속된 선수들 중, 부산 출신은 단 한명도 없었다. 이에 사단장은 부산을 대표하는 군대스리가가 프로리그를 밟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직접 이들을 맞이하고자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일단 안으로 들어서서…….”

“죄송합니다. 사단장님. 오늘 안에 남해 해병대 수색대대도 가봐야 합니다. 그곳에서도 선수를 봐야하기에 서둘러야 합니다.”

사단장은 세 사람을 부대 안으로 들여, 커피라도 한 잔 대접하려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세 사람의 그의 마음만 받았다.

“국방부FC의 경기를 보면 용지현인가…….그 훤칠하게 생긴 놈 말이야. 그 놈의 실력이 엄청나던데.”

“네 맞습니다. 용지현 일병으로, 골키퍼를 하기 위하여 태어난 놈처럼 보이는 장병입니다.”

사단장도 군인인지라 국방부FC의 경기를 많이 지켜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데리고 있는 유능한 선수의 포지션이 골키퍼이기에 그와 가끔 비교가 되긴 하였었다.

“구자훈 장병을 만나보고 결정짓겠습니다.”

세령은 사단장의 말이 끝이 없을 것 같아, 구자훈을 만나기 위하여 그가 말이 나오기 전에 움직였다.

곧 구자훈의 앞으로 갔다. 용지현과 마찬가지로 아주 큰 키를 자랑하고 있는 장병이었으며, 영상으로 접한 그의 동작도 용지현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 실력이었다.

“구자훈.”

“충성! 이병! 구자훈!”

구자훈 역시 이등병이라 목소리는 엄청 컸다.

“우리와 함께 가자.”

역시 같은 질문이었다. 이 질문에 어제 만난 장병들은 단 한명도 네. 라는 대답을 하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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