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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리거-115화 (115/163)

00115  히든리거  =========================================================================

“하지만 3일이면 촉박합니다. 유능하다고 여겼던 선수들이 있는 곳을 보면, 수도권도 있지만, 저 아랫지방에도 있습니다. 이동하는데만 시간이 꽤 소요됩니다.”

서재호가 시간이 촉박함을 호소하였다.

“일단. 눈에 뛰었던 몇 놈을 먼저 봐. 그들이 속한 부대에는 직접 연락하여, 자네들이 도착할 때, 실력을 테스트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다 해놓고 기다리게 할 것이야. 그리고 도착과 함께, 해당 선수의 능력을 살펴봐.”

“알겠습니다.”

정책기획관은 이미 해당 선수들이 속한 부대에 지원을 요청해 둔 상태였다. 시간이 촉박하다는 서재호의 말은 그의 말이 나오기 전에 이미 생각하고 있었던 부분이기에, 최대한 이 세 사람이 도착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절차를 미리 준비해두고, 해당 선수를 만나 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두라는 공문을 해당 군부대에 보낸 상태였다.

“다녀오겠습니다.”

“피곤하겠지만, 그래도 서둘러주게.”

다음 날. 지친 몸이지만, 세 사람은 새벽 5시에 다시 정책기획관실을 찾았고, 보고와 함께 국방부를 벗어나기 시작하였다.

세령이 없는 사흘 동안에 선수들의 모든 훈련 책임은 연동훈이 맡았고, 그의 가르침아래 선수들은 1주일 후, 주말 경기에 대비한 연습을 할 것이었다.

국방부를 나선, 세 사람은 가장먼저 수도방위사령부를 찾았다. 이곳에는 뛰어난 공격능력으로 이태성 주니어라는 별명을 얻은 이민구가 있는 곳이었다.

이미 정책기획관의 공문을 받은 부대에서는 이민구를 테스트하기 위한 준비를 모두 해 두었고, 세 사람이 도착하자마자 그를 불렀다.

“충성! 일병 이민구!”

이민구는 영상으로 보던 체격과 달라보였다. 꽤 커 보였으며, 피부도 검게 보였다.

“우리가 시간이 많지 않아. 그러니 자네의 기본적인 체력테스트와 함께, 볼 배급능력과 슈팅능력을 다시 한 번 볼 것이다.”

서재호가 그를 보며 말했다. 그러자 이민구는 자신의 발아래에 있던 공을 잡아들었다.

“아니. 너의 볼배급능력, 슈팅능력은 모두 봤어. 영상 속 화면이 뭔가 조작한 것이 아니라면 충분히 너의 실력을 보았다고 생각한다. 다른 것은 중요치 않아. 이미 너의 실력을 인정했기에 이렇게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지금 다시 그 실력을 눈으로 본다고 하여 달라질 것은 없다. 다만…….난 한 가지만 묻고 싶어.”

서재호의 말에 이민구가 자신의 실력을 뽐내려 하였지만, 세령은 그가 공을 가지고 그라운드를 향해 뛰는 것을 막아 세운 후, 말했다.

“너. 공차고 싶어?”

“…….”

어이없는 질문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질문일 것이다. 제 아무리 천재적인 실력을 겸비하고 있다고 하여도, 본인이 하고자하는 의욕이 없다면 그 천재성은 아무짝에 쓸모가 없는 것이었다.

“공…….차고 싶습니다. 꼭 국방부FC에 들어가 군인들을 대표하여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민구는 세령의 질문을 들은 후, 그녀를 보며 말했다. 똑부러지는 어투, 그의 답을 들은 세령은 장두관을 보며 미소를 지었고, 곧 장두관도 미소를 지었다.

“이번 주 목요일. 국방부로 찾아와라.”

“네? 정말이십니까? 다른 테스트는 필요치 않습니까?”

장두관의 말에 이민구가 놀라 되물었다.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할 것이라 여겨, 준비도 많이 해 둔 그였다. 하지만 진정 세 사람의 앞에서는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늦으면 바로 탈락이다. 목요일 오전 11시까지 국방부로 찾아와 전입신고를 한다.”

“네! 알겠습니다!”

다시 한 번 장두관이 말했고, 이민구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큰 소리로 답했다.

서재호는 어안이 벙벙한 듯, 멍하니 서 있기만하였다. 그리고 곧 이민구가 다시 부대로 들어서고 난 뒤에, 서재호는 두 사람의 곁으로 움직였다.

“왜 테스트를 하지 않는 것입니까?”

장두관에게 물었다.

“자네가 보고 왔지 않은가? 자네가 자네 눈으로 그만큼 잘 보았고, 충분히 우리 국방부에 녹아들 수 있는 실력이 있다고 생각하여 우리에게 보여준 영상 아니었나?”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우린 자네를 믿네, 자네가 인정한 선수들을 믿고 발탁하는 것이야. 단지…….우리가 직접 장병들을 만나보고 싶었던 이유는 바로 조금 전, 이감독이 물은 것과 같은 것이네. 장병들의 마음. 그 마음이 가장 중요하기에, 우린 그 마음만을 알아보고자 함께 움직인 것이네.”

서재호는 장두관과 세령을 보았다. 자신이 애써 찾은 인재들에 대해 테스트를 한 후, 발탁하지 않으면, 속이 많이 쓰릴 것이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서재호를 믿고 있었다.

다른 그 어떤 것도 테스트 하지 않았고, 오로지 장병의 마음만을 확인 한 채, 영입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서둘러가자. 3일안에 모두 보려면 바쁘다.”

수방사에서 이민구를 보고 다시 나온 시간은 오전 10시였다. 단 하루의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한명을 영입하였고, 곧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다음 장소는 수방사에서 가까운 수도군단이었다. 수도군단에는 미드필더 포지션을 가지고, 아주 정확한 패스실력에다 드리블 능력을 보유한 지호형이 있었다.

지호형은 계급이 이병이기에, 그는 국방부FC에서 다음 시즌까지 뛸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하였다.

수도군단에 도착하자, 역시 수방사때와 마찬가지로 모든 준비는 다 되어 있었다. 지호형이 부대 내 연병장에 서 있었고, 부대 관계자들도 세 사람을 반기고 있었다.

“고생이 많으십니다.”

세 사람이 도착하자, 수도군단의 작전장교가 직접 나와서 그들을 반겼다.

“오랜만이네.”

곧 장두관이 그의 앞으로 다가가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였다.

“그냥 부대 내에서 놀고먹는지 알았는데, 어찌 이런 큰일을 하고 다녀? 그저 놀랍다.”

수도군단의 작전장교와 장두관이 서로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두 사람은 그동안의 이야기를 하는 듯, 연병장 한쪽 벤치에 앉아서 대화하고 있었고, 세령과 서재호가 지호형의 앞으로 섰다.

“역시…….이번에도 같은 물음을 할 거야?”

서재호가 세령에게 물었다.

“마음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이번에도 같은 물음만 할 생각입니다.”

“그래. 나를 믿어준다니 난 고마울 따름이야. 지호형!”

“이병! 지호형!”

역시 계급에 따른 목소리도 달랐다. 이제 군대에 입대한 지, 3개월 지난 지호형의 목소리는 관악산 한쪽 구석으로 자리한 부대 내에 크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너. 공차고 싶지?”

“네! 그렇습니다!”

“우리 국방부FC에 들어와서 공차고 싶지?”

“네! 그렇습니다!”

서재호는 세령이 할 말을 자신이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호형은 서재호의 물음에 대한 답을 할 때마다, 배에 힘을 잔뜩 주며 큰 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그럼. 우리와 함께하자.”

“네? 정말이십니까? 다른 것은 필요 없으십니까?”

지호형의 반응도 앞 서 본 이민구와 다를 바 없었다. 잔뜩 긴장하며, 많은 것을 준비한 그였지만, 역시 이민구와 함께, 이 한 가지 질문만으로 그의 영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번 주 목요일. 오전 11시까지, 국방부로 와라.”

“네! 알겠습니다!”

세령이 집합 장소와 시간을 알려주었고, 지호형은 큰 소리로 답했다.

“끝인가?”

지호형의 목소리가 들린 후, 수도군단 작전장교가 장두관에게 물었다.

“원래, 이 감독의 성격이 저래. 아무튼 자네의 장병을 나에게 맡겨줘서 고맙네. 언제 술이나 한잔하지.”

장두관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수도군단의 작전장교는 물론, 수도군단내의 장병들도 국방부FC에서 온 세 사람의 앞에서 지호형의 화려한 실력을 다시 볼 수 있을까하였다. 하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 잔득 기대했지만, 단 10분도 지나지 않아 지호형의 영입은 끝났다.

세 사람은 간단한 인사를 한 뒤, 다시 다음 장소를 향해 나섰다.

“이래도 되는 건가?”

이동 중, 서재호가 세령에게 물었다.

“뭘, 더 하고는 중요치 않아. 이감독이 마음에 들어 하고, 또 자네가 자네 눈으로 자세히 보았고, 장병이 공을 차고 싶다고 말했으면, 모든 것이 다 된 거 아닌가?”

서재호의 물음에 대한 답은 장두관이 하였다. 서재호는 국방부FC에서 선수들에 관해서는 가장 중요한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세령이 결정한 것이니, 그에 대한 어떤 말도 하지 않으려 하였지만, 괜한 불안감이 찾아와 물은 것이었다.

수도권 지역에 있는 선수들을 둘러 본 후, 다음으로 향하는 곳은 8사단이었다. 8사단은 뛰어난 공간침투능력을 보여준, 여형민이 있는 곳이며, 그 역시 이등병이었다.

“이제 영국과의 A매치가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우린 마지막 발을 맞춰보며 영국을 이길 핵심을 찾는다.”

한 편. 최홍표는 지난 주 소집한 국가대표 선수들이 그 동안 서로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을 주로 많이 주었고, 해당 포지션과 연계가 많은 선수들은 각기 같은 방 숙소를 배정해 주었었다.

그로 인하여 처음보다는 선수들의 친근감이 더 높아진 상태였다.

“모두가 알다시피 영국은 우리가 가장 잘 아는 프리미어리그의 나라이며, 축구 종주국이다. 세계적인 명문 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물론, 첼시와 아스날, 맨시티와 리버풀 등, 이름만 들어도 축구선수라면 자다 일어날 팀들이 수두룩하다.”

최홍표는 영국을 대표하여 한국 땅을 밟을 선수들에 대해 미리 그들의 강함을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한 자들만이 모여 있다고 그 팀이 결국 강하다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강자가 모여 있어도, 약자가 모인 팀들에게 잡히는 경우는 허다하였다.

“이유성.”

“네.”

최홍표는 영국 리그에 대해 말하다말고, 이유성을 불렀다.

“네가 느낀 영국축구에 대해 말해봐.”

그를 일으켜 세운 이유였다. 이유성은 첼시 소속으로 벌써 4년째 뛰고 있는 주전선수였다.

“영국축구는 빠릅니다. 그리고 거칠며, 몸싸움이 아주 심한 리그입니다. 모두 TV를 통해, 해당 리그를 한 번쯤은 다 보았을 것입니다. 수비에서 공격까지 이어지는 시간이 빠를 때는 3초도 걸리지 않습니다. 3초안에 역습이 이루어지며, 골까지 만들어 냅니다. 그만큼 빠른 전개로 경기를 운영하는 팀들이 많은 곳이 프리미어리그입니다.”

이유성이 자신이 뛰고 있는 리그에 대해 짧게 말하였다.

“그래. 프리미어리그는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의 세리에-A, 그리고 독일의 분데스리가와 함께, 유럽 최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모여 있는 리그다. 비록 영국리그에서 자국선수들이 해외파 선수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그래도 영국은 영국이다.”

최홍표는 이유성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그의 말에 이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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