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113화 (113/163)

00113  히든리거  =========================================================================

“훌륭한 선수군. 다음 선수도 보여주게.”

장관은 이민구의 활약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은 뒤, 곧 다음 선수들도 보길 원했다.

그 뒤로 서재호는 두 명의 공격수와 함께, 미드필더 진영을 맡을 선수들도 소개하였다. 이태성에 이어 전철민과 함께 마형식, 우동화등, 미드필더 진을 구성하고 있는 선수들도 곧 뒤따라 제대하기에 미리 선수들 구성을 해 놓을 심상이었다.

그 뒤로 보는 선수들 역시 화려하였다. 특히 수도군단의 이등병, 지호형은 전문적인 프로선수들과 같은 현란한 드리블과 함께, 전방으로 뿌려주는 패스능력이 탁월해 보였다.

또 한, 8사단 소속 일병 여형민은 설태구처럼 작은 체격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주 빠른 움직임과 함께, 공간을 잘 보며 침투하는 능력이 탁월해 보였다.

빈 공간을 잘 보며, 같은 팀 동료가 아주 편하게 공을 뿌려줄 수 있는 위치를 찾아 이동하는 플레이는 장두관과 함께, 세령의 마음에 쏙 드는 듯 한 플레이를 하고 있었다.

“이번에 보실 선수는 해병특전대 수색대대의 영상입니다.”

다음으로 또 하나의 영상이 나왔다. 추운 겨울에 찍은 영상으로 보이며, 눈이 내리고 있었다.

“와우…….”

장두관이 첫 영상을 보며, 감탄사가 절로 나온 듯 홀로 말했고, 모두가 그의 감탄사를 인정하는 표정들이었다.

눈이 내리며, 연병장에 쌓이고 있었지만, 연병장에서 공을 차는 장병들은 상의 탈의를 한 뒤, 활동화나 축구화를 신지 않은 맨발로 공을 차고 있는 모습들이었다.

“정말…….해병대는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연동훈이 그들의 체육활동에 넋을 놓고 보며 말했다. 올 해초, 국방부FC는 경남 남해에서 비가온 후, 얼어붙은 운동장에서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도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 이들은 그와 같은 상황에서 더 악조건을 스스로 만들어 공을 차고 있는 모습들이었다.

“지금 보고 계신 이 영상에서 미드필더로 뛰고 있는 이 선수를 주목해 주십시오.”

서재호는 많은 장병들 중, 유독 거침없이 공을 차며, 발바닥이 찢어질 듯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은 듯, 종횡무진 휘젓고 다니는 한 장병을 가리키며 말했다.

역시 체격도 우람했고, 눈이 쌓인 곳에서 맨발로 공을 차고 있지만, 마치 축구화를 신고 공을 차는 듯, 그가 차는 공은 쭉쭉 뻗어나가며, 또 드리블 능력 또 한, 일품이었다.

“이름은 오형호이며, 계급은 일병입니다. 이 장병에 대해서 몇 알아본 결과, 이 선수의 가족이력에 축구선수가 꽤 있었습니다. 그 피를 속이지 못하는 듯 하였습니다. 하지만…….축구를 한 집안 어른들의 반대로 인하여, 축구를 할 수 없었고, 수색대대에 자원입대한 후, 그곳에서 자신이 사회에서 하지 못했던 축구를 마음껏 즐기고 있는 선수였습니다.”

서재호의 설명을 마저 들은 후, 모두의 표정이 편해 보이지만은 않았다. 비록 스스로 모든 것을 다 결정할 수 있는 나이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부모나 주위의 영향이 꽤 많은 것은 사실이었다.

축구를 한 가족이력이 있지만, 무슨 연유인지 자식에게 축구를 하지 못하도록 하였고, 오형호는 그로 인하여 자신의 꿈인 축구선수를 접고, 수색대대에 자원입대를 한 케이스였다.

“뭐. 유능하다면, 가서 설득시켜서라도 팀에 합류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봐야지.”

서재호의 설명이 있은 후, 장관이 말하였다. 그리고 세령은 지금까지 본 선수들에 대한 내용을 자신의 수첩에 따로 기록하고 있었다.

“이 감독.”

“네. 장관님.”

“서중위가 꽤 유능한 놈들을 물색해서 가지고 온 것 같은데, 마음에 드는 녀석이 있는가?”

“네. 있습니다. 모두가 마음에 들고, 모두가 뛰어나다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아무나 국방부FC로 들어올 수 없기에, 조금 더 확실하게 분석하여 해당 장병들을 직접 만나, 결정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내가 보기에는 이 선수들 모두를 데리고 오고 싶지만, 정해진 T.O가 있으니, 그럴 수도 없고,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이들의 계급이 아직 일병이나, 이등병이기에, 차 후, 제대자가 있으면, 그 대체는 쉽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네.”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국방부FC의 특성상, 장병들 계급도 함께 봐야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장관님의 말씀처럼 이들 모두가 아직은 군 제대를 1년 이상을 남겨두고 있는 장병들이기에, 차후 제대자를 대체할 자원으로는 충분할 것 같습니다. 제가 코칭스태프들과 함께 다시 한 번, 장병들에 대해 확인한 후, 결정을 내리겠습니다.”

“그래. 그럼 난 이만 자리에서 일어나겠네. 그리고 이강수 대위와 서용석 대위는 나와 함께 움직여야 할 것 같네. 오늘 국정회의가 있은 후, 축구협회에서 몇 업무지원에 대한 내용을 발표한다고 하니, 자네 두 사람이 직접 가서 듣고, 그에 대한 확인도 해주어야겠네.”

“네. 알겠습니다.”

장관은 자신이 할 말을 모두 한 후, 자리에서 일어서며, 이강수와 서용석을 함께 일어서도록 하였다.

제대자를 대체할 장병들이 국방부FC로 들어오면, 그들에 대한 행정 처리도 모두 마무리해야 하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축구협회에서 신생팀에 대한 몇 가지 업무지원에 대해서도 직접 듣고, 그에 대한 확인을 하도록 명령 내렸다.

“하…….어땠습니까?”

장관과 함께 이강수와 서용석이 나간 후, 서재호는 한 숨을 내쉬며, 아직 자리하고 있는 장두관을 향해보며 물었다.

“난. 잘 보았네. 정말 대한민국 60만 장병들 속에 숨어있는 인재들은 무한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

장두관은 서재호가 가져온 모든 자료에 대해 대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서둘러 선수들 선발을 해 보자고 이 감독.”

서재호는 세령을 보며 말했다. 모두가 마음에 들고, 인정한다고 하여도, 결국 이 모든 것의 결정권은 세령이 쥐고 있는 것이었다.

새로운 선수 발탁에 앞서 주말에 치르지는 경기를 위해 국방부는 금요일 저녁 청주 원정길에 올랐다.

이번 원정에는 그동안 군대스리가를 보고 돌아온 서재호도 함께 움직였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A매치 영국과의 평가전의 표도 이미 매진되었습니다. 아무쪼록 세계 최고의 리그라 자부하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영국의 유명한 선수들은 물론, 해외리그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우리 선수들을 보기 위하여 축구팬들이 입장권 발매 세 시간 만에 모두 매진시켜 주었습니다.”

주말. 축구협회에서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평가전에 대한 기대치가 컸다. 무엇보다 입장권 수입 면에서 전석 매진을 만들며, 수입 면에서도 꽤 성공한 케이스라 말하고 있었다.

또 한, 축구광들이 모여 산다는 영국으로 위성방송을 내보내며, 그에 대한 위성중계료도 함께 챙기니 모처럼 기분이 좋아 보였다.

“영국 대표는 진정 모두 1군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려서 한국 땅을 밟는다는 답신이 왔습니다. 이는 자국리그에서 뛰는 한국선수들의 대단한 실력을 모두 알기에, 영국 감독도 최선을 다하며, 경기에 임할 것임을 알렸습니다.”

영국의 선발라인업도 화려하였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한국선수들의 실력을 모두가 잘 알기에, 영국대표팀 감독은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맹활약하는 자국 선수들을 모두 소집시켰다.

“우리대표팀은 잘 하고 있습니까?”

협회장이 물었다.

“네. 일단 기존에도 합류한 적이 있던 선수들이 처음 합류한 선수들을 잘 이끌고 나가고 있습니다.”

“다 마음에 드는데…….최홍표의 마음을 알 수가 없습니다. 왜 굳이 챌린지리그 소속 선수들에게 태극마크를 준 것인지…….그 선수들보다 뛰어난 선수가 얼마나 많은데…….”

협회장마저도 최홍표의 의중을 모르는 것에 답답해하고 있었다. 그의 말처럼 예전과 달리 한국선수들의 해외진출이 많고, 또 그 리그에서도 대우받는 인물이 꽤 많았다. 그런 선수들을 배제하고 하부리그에서 뛰는 선수를 국가대표로 발탁한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최근 최감독의 성적표가 국민들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같은 성적표가 나온다면, 아마 국민들이 먼저 최감독의 경질을 운운하게 될 것입니다.”

협회에서는 최감독의 선수선출에 불만이 많았었다. 자신들이 내세우는 선수들은 철저하게 배제하면서, 도저히 납득하지 못하는 선수들을 선출하는 것에 언제나 불만이 많았던 협회였다.

“아무쪼록 이번 국가대표선수들은 국민들에게 시원한 경기를 선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협회장도 최감독의 선택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았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언급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자신이나, 협회가 나서지 않아도, 계속된 성적부진은 국민들이 먼저 그 결말을 지어 줄 것이라 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축구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챌린지리그 제 11라운드, 청주FC와 국방부FC의 경기를 청주구장에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주말 오후 두 시. 챌린지리그 11라운드가 전국 각 구장에서 시작되었다.

국방부는 청주 원정을 떠났으며, 광양은 리그 최하위로 떨어진 시흥을 안방으로 불러 들였다. 또 한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또 하나의 신생팀인 진주FC는 챌린지리그 명문 팀으로 인정받은 경기FC와 홈경기를 준비 중이었다.

리그 2위인 서귀포는 리그 7위인 여수와의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으며, 리그 8위인 충청과 앞 선 경기에서 국방부를 잡고 첫 승을 신고한 리그 9위, 강릉과의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선두권에 있는 광양과 서귀포의 우세가 거의 확정적이며, 진주의 무서운 상승세에 의해 경기FC는 고전을 면치 못 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또 한. 비록 세 명의 선수를 국가대표로 보낸 국방부지만, 그 저력이 여전하기에 국방부와 청주의 경기에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국방부의 승리를 예상하였다.

-국방부FC는 주전 선수 세 명이 없는 상태에서 이미 강릉과의 경기를 치르고, 패배를 맛보았습니다. 이어지는 청주와의 경기에서도 주전 선수 세 명이 없기에, 청주로써는 이번기회를 충분히 살려, 순위를 올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청주의 홈구장이기에 아나운서 역시, 청주 쪽에 서서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8무승부의 진기록을 가지고 있는 청주. 이번 기회에 1승을 추가할 수 있을지, 축구팬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곧. 경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었다. 세령은 선수들이 입장할 때, 그들의 앞에서 일일이 안아주며 토닥거려 주었고, 연동훈도 파이팅을 외쳐주었다.

-경기 시작됩니다.-

전반전이 시작되었다. 청주는 경기초반을 느슨하게 운영하고 있었다. 서둘지 않았으며, 국방부 진영에 있는 국방부 선수들이 더 나오도록 공을 자기진영에서 돌리고 있었다.

“경기가 지루하다…….”

어느덧 전반 30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관중석에 앉은 사람들도 몇 되지 않았지만, 그들 중, 한 명이 하품을 하며 중얼거렸다.

비단 한 사람만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전반 30분이 지나는 동안 양 팀의 슈팅갯수는 통틀어 단 하나였다. 그만큼 두 팀모두  소극적인 경기를 하고 있었다.

“경기가 시원스럽지 못합니다.”

관중들은 물론, 양 팀의 벤치에서도 관중들과 같은 심정이었다. 주전 세 명이 없는 국방부를 꼭 잡겠다고 나선 청주의 움직임도 둔해보였지만, 국방부의 움직임은 그 보다 더 둔해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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