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112화 (112/163)

00112  히든리거  =========================================================================

“괜찮아. 다음 경기에서 다시 이기면 된다.”

스포츠는 언제나 냉정하다. 승리하면 기뻐하고 패배하면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국방부는 시즌 세 번째 고개를 숙이고 있는 중이었다.

다른 팀들에 비해 패배수가 많은 것도 아니지만, 이들에게 패배는 아직 익숙지 않은 결과였다.

경기가 끝난 후, 모두는 한 동안 말이 없었다. 주전 선수 세 명이 빠진 자리를 확실하게 메워두겠다고 호언장담하였지만, 결국 패배를 안고 말았다.

선수들은 강릉에서 경기가 끝나자마자, 다시 서울로 향하였다. 지난 번 패배와 느낌이 너무나 다르게 전달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총 10경기에서 3패.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군.”

이강수와 서용식은 강릉에게 패배하였다는 소식을 들은 후, 휴게실에 앉아 캔 커피를 먹으며 대화하고 있었다.

“리그 최하위 강릉에게 1승을 헌납하고 말았군. 강릉은 쉽게 잡고 1승을 더 추가할 수 있겠다고 여겼는데, 이거 완전히 뒤통수 맞은 기분이야.”

이강수의 말에 이어 서용식도 어이없다는 듯 말을 하였다. 홈 관중들에게까지 외면 받은 팀에게 어이없게 패하고 돌아오는 선수들을 보며, 따끔한 충고를 해주려는 마음도 있었다.

늦은 시각. 강릉에서 돌아오는 국방부 차량을 보며, 정책기획관이 먼저 마중 나왔고, 곧 이강수와 서용식도 주차장으로 향하였다.

“수고했네.”

정책기획관은 세령을 보며 말한 뒤, 차량에서 내리는 선수들을 도닥거려 주었다.

“불과 며칠 전에 장관님께서 이 감독에게 승리를 따내, 기대에 부응하라고 말한 듯한데, 어째 그 말이 있은 후, 치르진 첫 경기에서 보기 좋게 물먹고 올 수 있는가?”

정책기획관의 따뜻한 반응에 비해, 이강수는 세령과 함께 선수들을 보며 쏘아붙였다.

“죄송합니다.”

“아니야. 나에게 죄송할 필요 없다. 난 경기에 뛰지도 않았고, 선수들에게 그 어떤 전술적 요소도 주지 않았어. 난 행정만 볼 뿐이다. 그러니 나에게 죄송할 것이 아니라, 자네와 선수들을 믿고 있는 장관님이나 정책기획관님께 죄송하다고 말해야지.”

이강수는 세령의 말을 들은 후, 그녀를 비웃는 듯 한 억양으로 말한 뒤, 곧 정책기획관에게 경례하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모두 가서 쉬고, 이번 경기의 패배는 운도 따르지 않았던 것도 있다. 그러니 주말에 열리는 경기에서 다시 승리를 하면 돼.”

정책기획관은 이강수의 말을 듣고, 세령과 선수들이 주눅 들지 않을까하여, 세령을 보며 웃는 얼굴로 말해주었고, 곧 장두관이 세령의 어깨를 토닥거린 뒤, 먼저 숙소로 향하였다.

“너희들도 수고했어. 어서 가서 쉬어.”

모두 멍하니 서 있는 선수들을 보며, 연동훈이 말했고, 그제야 선수들은 각기 짐을 챙겨 숙소로 향하였다.

“너희들도 가서 쉬어. 그리고 오늘 경기에 대한 분석은 내일하자.”

세령의 힘없는 목소리였다. 역시 패배하면 모든 것이 다 가라앉는 듯 한 분위기였다.

“어제의 경기로 인하여 국방부는 한 계단 내려앉은 3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위 자리에는 9라운드까지 5위였던 서귀포가 현재 광양과 승점이 같지만, 골득실에서 밀려 2위가 되었습니다.“

다음 날, 회의실에서는 강릉전의 패배로 인하여 변화된 순위변동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자네의 말을 듣자니, 한 경기마다 순위변동이 많은 것 아닌가? 어제의 경기에 패배하고 3위로 내려앉았지만, 다음 경기에서 승리하면 1위까지 올라설 수도 있다는 말아닌가?”

이강수의 설명에 이어 장관이 그를 보며 물었다.

“네. 맞습니다. 이기면 1위까지 넘볼 수 있지만, 광양과 서귀포의 상승세를 감안해야 합니다. 또 한 무엇보다 다음 주말 경기는 우리 국방부와 청주의 경기입니다. 청주는 현재 1승 8무 1패로 6위입니다. 무승부의 경기가 많은 만큼, 청주는 이번 경기에서 무조건 승리 하려는 의지를 보일 것입니다.”

다음 경기 상대에 대해 말했다. 그의 말처럼 청주는 8무승부라는 엄청난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10경기 중, 여덟 경기를 비겼고, 한 경기를 이기며, 한 경기를 패했다.

무승부가 많은 팀은 진정 자신들이 이기고자 마음먹은 팀을 만났을 경우 이를 꽉 깨물고 승리를 가져가려 할 것이었다.

무승부에서 조금만 더 뛰었다면 승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현실과는 다른 결론을 매번 만들어 내었던 주였다.

“그리고 현재 1위인 광양은 리그 최하위로 내려앉은 시흥과 경기를 치릅니다. 이 경기에서 모든 전문가들이 광양의 손쉬운 승리를 예상했고, 또 서귀포는 7위인 여수를 맞이하기에, 이 역시 서귀포의 승리가 예상됩니다. 그럴 경우, 우리 국방부가 승리해도 승점은 오르겠지만, 순위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공교롭게도 선두권에 있는 팀들이 다음에 상대해야 할 팀은 비교적 약체로 꼽히는 팀들이었다. 즉 모두가 승리한다면 순위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었다.

“그래도 승점은 쌓아두어야지. 순위에는 변동이 없더라도, 꼭 승리하여 승점을 쌓고, 마지막까지 그 승점 1점으로 인하여 떨어지는 경우는 없도록 해주게.”

장관은 긍정적으로 모든 면에서 보고 있었다. 세령은 그의 말을 들은 후, 그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에 미안함을 가졌기에 고개를 들지 않고 있었지만, 그녀의 옆에 앉은 장두관이 그녀의 고개를 들도록 하였다.

“이기고 지는 것은 스포츠에서는 당연히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한 번졌다고 무너지면, 그 끝은 하염없습니다. 모두 마음을 추스르고, 다음 경기인 청주전을 승리로 장식하여, 선두권에서 멀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장두관이 대신 말하였고, 세령은 그를 보았다.

“그래. 열심히 하면 꼭 결과는 좋게 따라 올 것이네. 또 한, 제대 하는 인원이 있기에, 새로운 선수가 들어와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니, 그에 대해서도 잘 관리해주기 바라네.”

장관은 세령을 보며 말한 뒤, 회의실을 나섰다.

“그러고 보니, 서중위가 오늘 새롭게 우리 국방부FC로 들어올 선수들에 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온다고 하지 않았나?”

장두관이 말했다. 서재호는 국방부FC에 합류한 순간부터 전군을 다 돌아보고 있었다. 곧 제대할 이태성을 비롯하여 몇 선수들을 대체할 자원을 확보해야 하는 중대한 임무를 가지고 전군의 군대스리가를 직접 보고, 뛰어난 인재들을 담은 영상을 가지고 온다는 말을 들은 장두관이었다.

회의가 끝난 후, 선수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였다. 장두관과 세령, 그리고 소재은과 연동훈이 함께 걷고 있었고, 저 멀리 선수들이 모여 있는 곳에는 한 사내가 선수들을 모아놓고 뭔 말을 하는 듯 보였다.

“누구지?”

거리가 좀 멀어 사내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서중위님 같습니다.”

연동훈의 눈에는 그의 형상이 보인 듯하였다. 그리고 네 사람이 조금 더 다가서자, 선수들을 모아놓고 뭐라 연신 떠들고 있는 인물이 보였다. 그는 연동훈의 말처럼 서재호였다.

“서중위님.”

세령은 무척 오랜만에 보는 그를 미소를 지으며 물렀고, 서재호도 네 사람을 보며 다가와 장두관을 보며 힘찬 목소리로 경례한 후, 세령을 보았다.

“모두 잘 지내셨습니까? 그리고 지금까지의 모든 경기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 성적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습니다.”

서재호는 지난 날 아주 밉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령과 함께 연동훈에게 큰 힘이 되는 인물로 변화된 사람이었다.

“그 동안 잘 지냈는가?”

장두관이 그를 보며 안부를 물었다.

“저야…….뭐. 아주 자유인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제가 그동안 한 일을 모두에게 보일 때도 된 듯합니다.”

서재호는 자신이 직접 보고 느낀 것을 영상파일과 함께 모두 저장해 두었고, 군부대별로 나누어진 파일과 함께, 몇 명단도 적혀 있었다.

“국방부FC에 새롭게 들어올 인재를 따로 분류해보았습니다. 일단 제가 분류한 것은 일차적인 것이며, 마지막 결정은 여기 있는 이 감독의 몫이니, 이 영상을 보고 마음에 드는 놈이 있다면 그 놈을 직접 보러 가면 되는 것입니다.”

노트북에 정리된 파일은 상당히 많았다. 그가 그동안 전국 군대를 돌아다니며, 군대스리가를 녹화한 영상에다, 해당 영상에서 눈여겨봐야 할 인물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기록해 두었다.

코치들에게 주말 청주전을 대비한 연습내용을 알려준 뒤, 세령과 장두관, 그리고 연동훈은 서재호와 함께 회의실로 향하였다.

“그런데, 장관님은 만나보고 온 것인가?”

“아…….죄송합니다. 제가 그것까지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곧바로 장관님과 정책기획관님을 만나 뵙고 다시 회의실로 오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장두관이 물은 후, 서재호가 국방부장관 및, 정책기획관을 만나 복귀신고를 하기 위하여 돌아서려던 찰나, 장관과 함께 정책기획관이 회의실로 향하며 말했다.

“충성!”

“고생했네. 그래 자네가 들고 온 파일이 궁금한데, 지금 바로 확인할 수 있겠는가?”

“물론입니다.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서재호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그만큼 모두가 인정하는 선수들을 물색해보고 온 듯 한 그의 표정이었다.

브리핑을 할 모든 준비가 끝난 후, 곧 이강수와 서용석도 들어섰다. 두 사람 역시 이번에  새롭게 선출될 선수에 대하여 알아야 할 인물이었다.

“그럼 제가 보고 온 모든 것을 담은 영상을 함께 보시면서, 그 설명도 함께 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서재호는 여전히 자신에 찬 목소리로 답한 뒤,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영상을 재생시켰다.

“먼저. 이태성을 대신하여 공격자원에 대한 선수소개입니다. 지금 영상에 나오는 선수는 수방사 소속 이민구 일병입니다.”

처음 소개되는 인물은 가장 급한 포지션인 FW이었다. 이태성이 곧 제대를 앞두고 있기에 그 자리를 서둘러 채워두어야 하는 것이었다.

모두는 영상 속 장면을 숨죽여 보고 있었다. 큰 키에 맞는 체격까지 잘 갖추었고, 전방에서 공을 다루는 능력과 함께, 슈팅을 지르는 장면이 몇 차례 보였다.

“일병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장두관이 물었고, 서재호는 그를 보며 답했다.

“수방사에서 보직은 무엇인가?”

“네. 공병으로 전기분야를 다루는 장병입니다. 군 입대 전, 대학리그에서도 잠깐 뛰어 본 경력을 가진 선수입니다.”

공병출신 답게 모든 체격면이 마음에 쏙 들었다. 또 한 최전방에서 일병의 계급으로 당황하지 않고, 볼을 다루는 능력은 모두의 시선을 집중하게 만들고 있었다.

“꼭…….이태성 주니어 같지 않습니까?”

장두관이 해당 선수의 경기가 녹화된 영상을 보며 물었다. 그의 물음이 비단 뭔가를 짜 맞추려는 듯 그냥 나오는 말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였다.

군대스리가에서 일병의 계급으로 최전방에 서는 경우는 극히 드문 현상이었다. 하지만 영상에 보인 이민구는 정말 일병이라는 계급이 무색할 정도로 상대팀의 수비수는 물론, 골키퍼까지 모두 농락하는 듯, 자유롭게 수비수와 골키퍼를 제치고 골을 쉽게 넣는 장면도 몇 개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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