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111화 (111/163)

00111  히든리거  =========================================================================

“추강을 발탁한 이유는 그의 경기를 보았다면 쉽게 납득할 것이다. 그는 미드필더로써 볼 배급능력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으며, 무엇보다 그의 슈팅에 대한 정확성은 국내 K리그를 통틀어 가장 높은 유효슈팅을 보유한 선수다. 그만큼 골대를 향해 날아가는 공이 많다는 것이다.”

추강에 대한 발탁이유도 최홍표가 직접 말해주었다.

“저도 추강의 경기를 몇 개 보았습니다. 진정 우리 팀에 필요한 선수라 여겨집니다. 지난 경기들을 보면, 우리 팀에서는 중, 장거리 슛이 거의 없었습니다. 골문이 훤히 보이고 있어도, 슛을 지르지 않고, 공을 돌리며 더 확실한 기회를 보고자 하였지만, 그럴 때마다 공을 뺏겨 역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최홍표의 말이 끝난 후, 손차형이 그의 말을 거들었다.

“맞는 말이다. 우리에게 충분히 그런 능력이 있음에도 우리는 슛을 아꼈다. 물론 더 좋은 찬스를 만들고자 함은 좋은 것이지만, 골문이 열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면, 망설이지 말아야 하는 것도 선수의 몫이다.”

최홍표가 마저 말하였고, 선수들은 추강을 보았다. 최홍표와 손차형이 인정하였지만, 그의 외형적이 모습이 먼저 눈에 계속 들어오니 쉽게 매치가 되지 않고 있었다.

“다음으로 DF. 일어나.”

수비수 여덟 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 여덟 명에 관해서는 특별한 말이 없었다. 수비수는 기존에 이미 국가대표로 뛰었던 선수들로만 구성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GK.”

골키퍼 세 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모두의 눈에는 아주 큰 키에 수려한 외모까지 겸비한 용지현에게 시선이 가고 있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서울의 장형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천재적인 골키퍼다. 경기당 실점률이 0.3골이다. 즉 세 경기에 한 골을 허용할까말까하는 실력을 겸비하였고, 앞으로 장형과 같은 골키퍼가 나올 것이라 장담 할 수도 없는 인재다. 그리고 대구의 박창권은 아직 어리다. 이제 나이 19세다. 그의 미래를 보고 박탈했다. 마지막으로 용지현. 이 선수의 경기를 본 사람 있는가?”

“네. 제가 보았습니다.”

최홍표의 설명이 있은 후, 갑작스러운 그의 질문에 손차형이 손을 들었다.

“그래. 이태성과 추강의 경기를 보았다면, 같은 팀 소속인 용지현의 실력도 잘 보았을 것이다. 진정…….골키퍼를 하기 위하여 태어난 놈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신들린 선방을 펼치고 있는 선수다. 이는 장형과 함께, 우리 팀 골문을 확실히 지켜줄 인물이라 여겨 발탁하였다.”

국가대표 선발 발표가 있을 때, 이태성과 추강, 그리고 서민수에 대해서는 모두가 말이 많았었다. 하지만 용지현에 대해서는 그 어떤 누구도 말이 없었던 그 때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선수들은 용지현에 관해서는 그 어떤 태클도 걸지 않고 있었다.

“자. 이렇게 새롭게 구성된 우리 국가대표팀은 오늘 5월 17일, 영국과 A매치를 겪으며 그 실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줘야 한다. 만에 하나, 단 한경기에서 내가 원하는 실력을 보여주지 않았을 때는, 두 번 다시 내가 감독으로 있는 이 팀에는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을 꼭 명심해라.”

이미 A매치를 경험한 선수들에게도 리그보다는 더 큰 부담을 주는 경기가 바로 A매치였다. 국가대항전이기에, 그 만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보는 경기이며, 더 큰 리그로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되는 것도 있었다.

처음 국가대표에 발탁되어 A매치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그를 보고만 있었다.

“강릉은 아직도 춥군.”

한 편. 강릉 원정경기를 치르기 위하여 강릉 구장에 도착한 후, 버스에서 내리는 선수들은 서울에 비해 아직 그 추위가 더 한 듯 느껴지는 강릉의 날씨를 말하고 있었다.

“이정도 추위쯤은 아무것도 아니잖아? 부대에서 혹한기 뛰는 동기들을 생각해, 그럼 이 정도는 아주 봄날이다.”

연동훈이 선수들을 보며 말했다. 진정 부대에서 혹한기 훈련을 소화했을 동기들을 생각하면, 지금 이들은 아주 편한 군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내일 경기 잘 치르고, 주말 경기도 소화한 뒤, 마음 편하게 영국과 A매치를 치르는 우리 식구들 경기를 보자.”

“넵! 알겠습니다!”

영국과의 A매치가 있기 전, 주중 경기와 함께, 주말 경기를 치러야 하는 국방부였다. 두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후, 마음 편히 A매치를 관전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축구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강릉FC와 국방부FC의 챌린지리그 제10라운드 경기를 중계해 드리겠습니다.-

다음 날. 화창한 날씨에 경기가 시작되기 전이었다. 관중석은 거의 텅 비어 있었지만, 강릉 선수들의 마음은 편해 보이는 듯하였다.

강릉은 9라운드까지 치른 상황에서 현재 리그 최하위에 머물고 있으며,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로 인하여 홈팬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는 팀이기도 하였다.

-이번 국방부FC의 선발라인업에는 변화가 있겠습니다. 현재 국가대표 소집으로 인하여 공격수 이태성선수와 쉐도우 추강선수, 그리고 골키퍼 용지현 선수가 없는 상황이기에, 그 세 선수의 자리를 다른 선수가 채우고 있습니다.-

강릉은 국방부의 뛰어난 선수 세 명이 없다는 것을 재물로 삼아 1승을 챙겨보려는 마음이었다. 모두가 천재라 말하고 있는 용지현이 없기에, 골문을 열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으며, 골게터인 이태성이 없기에, 실점도 최소화로 줄일 수 있다는 두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기에, 연이은 무승부와 패배로 인하여 외면한 홈팬들을 다시 불러오게 할 각오였다.

“모두 알겠지만, 이번 경기에 국방부의 핵심이 없다는 것을 잘 이용해라. 비록 그 세 명이 없어도 국방부에는 뛰어난 선수가 많다. 하지만 그 세 명이 없는 기회를 우린 꼭 살려야 한다.”

아나운서의 말처럼 강릉의 벤치에서도 이번 기회를 절대 놓치려 들지 않았다. 또 다시 언제 찾아올지 모를 기회이기에, 그 기회를 꼭 살리려는 각오였다.

“모두 열심히 하고, 너희들이 말한 각오를 꼭 보여줘.”

한 편. 연동훈은 선발로 뛰는 선수들을 모두 세워두고 필승을 다짐하는 각오를 다졌다. 스스로 이 기회를 잘 살리고자 말했으니, 그 각오를 보여 달라는 뜻이었다.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텅 빈 관중석을 보면서 챌린지리그 제 10라운드가 시작되었다.

-강릉! 서지형 선수! 그대로 슛! 골! 골입니다!-

경기 초반 느슨한 전개가 이어지더니 시작 10여분 만에 강릉의 선취골이 나왔다. 골키퍼로 나선 이철호가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슛이었지만, 수비수의 발에 살짝 맞고, 방향이 바뀌며 강릉에게 행운의 첫 골을 선사해준 것이었다.

“괜찮아! 남은 시간은 많다!”

불운으로 첫 골을 내준 후, 연동훈은 선수들을 향해 소리쳤다.

“선수들의 패스가 이어지지 않아. 그리고 슈팅 횟수가 너무 적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전반전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그동안 완벽한 패스를 자랑하던 전철민이나 설태구의 패스미스가 이어졌고, 또 공격수로 나선 연태민이나, 장만식의 슛이 너무 없는 것이 문제였다.

“삐익~!”

-전반전 끝납니다! 강릉이 전반 10분에 넣은 골을 유지한 채, 1대0으로 전반전 경기를 끝냅니다.-

전반전이 끝난 후, 지친 모습으로 선수들이 돌아오고 있었다.

“대체 왜 그래? 이번기회에 너희들의 실력을 잘 보여준다고 스스로 큰소리쳤는데, 이게 무슨 경기야!”

라커룸으로 들어선 후, 연동훈의 큰 목소리가 들렸다. 진정 전반전은 볼 점유율부터 모든 면에서 다 강릉에게 밀린 경기였다. 볼도 잘 다루지 못하였고, 패스미스가 너무나 많았다. 또 한 가장 문제는 슈팅이 고작 3개였다는 것이었다.

전반 45분 동안 연태민이 지른 슛 두 개와 장만식의 중거리 슛 하나가 국방부의 슛 전부였다.

“이상하게 경기가 풀리지 않습니다.”

잘해보려고 노력하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것도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평소에 하지 않던 실수도 많은 전반전이었다.

“모두 긴장 풀고, 후반전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가자.”

세령이 선수들을 다독거려 주었다.

-후반전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후반전이 시작된 후, 국방부의 공격 성향이 바뀌었다. 짧은 패스 위주의 전반전보다, 긴 패스로 강릉의 허를 찌르는 공격을 이어가고 있었다.

“전반전보다 더 효율적이군.”

군대스리가의 뻥축구라 말하는 관중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 조직적인 짧은 패스로 상대진영을 파고들었던 경기를 주로 하였다. 하지만 전반전 내내 패스미스가 일어났고, 후반전에는 전술을 바꿔 긴 패스를 주로 하며, 공격적으로 나서니, 강릉진영이 열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설태구 선수! 왼쪽 측면에서 센터링! 연태민 선수 뛰어 올랐습니다! 그대로 헤딩 슛! 골! 골입니다!-

설태구의 센터링이 아주 정확하게 연태민의 머리에 와 닿았다. 연태민은 높은 점프력으로 뛰어올라, 자신의 머리로 향한 볼의 방향을 돌려놓았고, 공은 그대로 강릉의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1대1이 됩니다!-

역시 주전 선수가 빠져도 국방부의 공격은 여전하였다.

-후반전도 이제 거의 끝나가고 있습니다. 이대로 다시 무승부가 되면, 강릉은 또 다시 1승을 챙길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입니다.-

아나운서는 전광판에 보인 시계를 보며 말했다. 남은 시간은 고작 2분 정도였다. 추가시간을 포함한다고 하여도, 넉넉잡아 4분 정도의 시간밖에 없었다.

-강릉. 기회입니다. 국방부의 패스를 차단하고, 곧바로 역습으로 들어갑니다!-

남은 시간은 1분정도였다. 정규시간이 끝난 후, 추가시간으로 2분이 주어졌고, 그 시간도 1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강릉! 이정식 선수! 그대로 중거리 슛!-

‘팅!’

-아! 골포스트 맞고 나옵니다. 흘러나온 공, 도민석 선수! 그대로 다시 슛! 골! 골! 골입니다!-

“와아! 그래 바로 그거야!”

전광판의 시계는 멈춰있었다. 이정식이 지른 슛이 이철호의 손끝에 맞은 후, 방향이 약간 바뀌었고, 골포스트를 맞고 다시 팅겨나오자, 페널티박스 모서리에 있던 강릉의 도민석이 인사이드로 정확하게 골대 반대방향으로 감아 찼다. 그 공은 다시 몸을 일으켜 점프 한 이철호의 손에 맞지 않으 채, 그대로 골문을 향해 들어갔다.

“삐익! 삐익!”

-경기 끝납니다! 강릉FC! 이번 시즌 첫 승을 챙깁니다!-

아쉬운 패배였다. 불운으로 첫 골을 내준 후, 경기 막판에 다시 결승골을 내주며 국방부는 무너졌다.

가장 아쉬운 것이 역시 슈팅이었다. 동점골을 넣고 난 뒤에 이렇다 할 결정적인 슛이 없었다. 줄 곧 강릉에게 끌려 다니는 경기를 치르면서 결국 경기 막판 결승골을 내주며 무너진 국방부였다.

강릉은 시즌 첫 승을 따낸 것에 서로 얼싸안으며 환호성을 질렀고, 국방부 선수들은 그라운드 위에서 하나, 둘 주저앉았다.

“열심히 했지만, 운이 따르지 않은 것도 있었다.”

그라운드 위에 주저앉은 선수들을 보며, 장두관이 말했고, 곧 먼저 벤치를 벗어나고 있었다.

세령과 연동훈을 비롯하여 코칭스태프들은 그라운드 위의 선수들을 다독거려주려 올라섰고, 소재은도 그들을 따라 경기장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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