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9 히든리거 =========================================================================
다음 날. 경기에 앞서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두 팀의 필승을 다짐하는 감독들의 이야기와 함께, 선수들의 몇 말도 함께 전해졌다.
하지만 기자들의 관심은 오로지 세 선수에게 있었다. 명실공히 국가대표이기에, 그들의 말이 더 중요시되는 것이었다.
세 선수는 난생처음 겪는 일이라,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그저 말을 얼버무리며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었다.
-축구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챌린지리그 제9라운드 여수FC와 국방부FC의 경기를 중계해 드리겠습니다.-
여수에서는 평소보다 더 많은 관중이 자리하고 있었다. 여수 홈팬들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대한민국 60만 장병을 대표하는 국방부FC를 응원하기 위하여 군인들의 관람이 꽤 많이 늘어난 것이었다.
-이번 경기에서 국가대표로 발탁 된 세 선수의 기량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나운서도 세 선수에 대한 평가를 관중들에게 직접 부탁하는 듯 한 말을 하였다. 최홍표 감독이 선출한 세 선수가 기대에 부응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먼저 평가하는 것이었다.
경기가 시작된 후, 국방부FC의 공격이 매섭게 이어졌다.
-추강 선수! 여수의 골문을 파고드는 이태성 선수에게 패스합니다! 이태성! 슛! 골! 골입니다!-
경기 시작 10분이 지난 상황이었다. 추강이 찔러준 정교한 패스를 이어받은 이태성이 힐 킥으로 가볍게 첫 골을 성공시킨 후, 추강을 향해 달려가 얼싸 안았다.
“실력차가 있긴 있네.”
여수의 공격에 비해, 국방부의 공격이 매섭게 느껴지는 홈팬들이었다. 관중석에 앉은 군인들은 응원가로 군가를 부르며 국방부를 응원하였고, 여수의 홈팬들도, 챌린지리그에서 보기 드문 빠른 공격을 보이는 국방부의 경기에 매료되기 시작하였다.
-용지현 선수! 간단히 잡아냅니다!-
여수의 공격은 철벽 수문장 용지현의 손을 통과하지 못하고 잡혔다. 골문의 그 어떤 곳으로 차도, 그곳에는 언제나 용지현의 손이 있었다. 마치 거미손을 연상시키듯, 그 어디든 용지현의 손이 보였다.
“저 골키퍼는 정말 인정해주고 싶다.”
여수의 팬들조차도 용지현의 선방쇼에 대해서는 그 어떤 인물도 토를 다는 인물이 없었다. 진정 국가대표로 발탁되어도 손색이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여수 팬이었다.
-전철민 선수! 추강선수에게 연결합니다! 추강! 골대를 정면에 두고 바로 슛!-
‘팅!’
-아! 골포스트 맞고 나옵니다. 그 공을 이태성 선수가 곧바로 헤딩합니다! 골! 골입니다! 이태성 선수, 전반 40분에 또 다시 추가골을 작렬시킵니다!-
추강의 슛이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자, 바로 앞에 있던 이태성의 머리 부분으로 공이 들어왔고, 이태성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가볍게 헤딩으로 방향을 틀어,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이로써 국방부는 전반전을 2대0으로 마무리하였고, 이태성은 멀티 골을 성공시켰다.
후반전 들어, 여수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역시 철벽 수문장 용지현을 뚫지 못하고 번번이 슈팅이 모두 막히고 있었다.
-용지현 선수! 공을 던집니다!-
용지현의 긴 스로잉이 다시 나왔다. 그 공을 받은 전철민은 또 다시 추강에게 연결해 주었고, 추강은 그 즉시 골문을 향해 파고드는 이태성을 향해 로빙스루패스를 찔러주었다.
공이 땅에 깔려서 가는 것이 아니라, 수비수의 모든 키를 다 넘기고 포백의 수비라인을 아슬아슬하게 무너뜨리고 들어선 이태성의 발 앞에 뚝 떨어졌다.
-이태성! 슛! 골입니다! 이태성선수 해트트릭을 기록합니다!-
이태성은 발 아래로 뚝 떨어지는 공을 원바운드 없이 곧바로 슛을 질렀고, 그 공은 골대 모서리를 아주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이태성은 챌린지리그 9라운드 만에 첫 해트트릭을 기록하였고, 이 기록은 이번 시즌 클래식과 챌린지리그 통틀어 처음 나온 해트트릭이었다.
“삐익! 삐익!”
-경기 끝납니다! 철벽 수비를 자랑하였던 여수FC. 국방부를 맞아 홈에서 세 골을 내어주며 무너집니다!-
경기가 끝났다. 국방부는 지난 충청과의 경기에서 패배한 후, 다시 1승을 챙겼다. 그리고 철벽수비로 유명한 여수의 수비를 무너뜨리고 무려 세 골을 폭발시켰다.
또 한 세 골 모두 이번에 국가대표로 발탁된 이태성의 원맨쇼라 이번 경기로 인하여 이태성에게 의문을 던졌던 많은 축구팬들 중, 일부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의 국가대표 선발에 대해 인정하는 듯 한 행동을 취하는 관중들도 있었다.
“오늘. 여수와의 경기를 끝으로 모든 팀들과 1회전을 끝냈습니다. 순위는 5승 2무 2패 현재 2위입니다. 1위는 광양FC이며 우리 국방부FC와 승점은 같지만, 골득실에서 앞서 있는 상황입니다.”
여수와의 경기를 끝낸 다음 날. 국방부로 돌아온 선수들에게는 휴식을 부여하였고, 세령을 비롯하여 코칭스태프와 관련 인물들이 모두 보인 회의실에서 정책기획관이 9라운드까지의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
“아주 훌륭한 첫시즌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장관이 모두를 보며 물었다.
“아직 시즌의 4분1만을 소화하였기에, 이번 시즌의 끝을 말하기는 이르지만, 출발은 좋다는 평이 많습니다.”
정책기획관이 장관의 물음에 답했다.
“여기에 계신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가?”
다시 물었다.
“네. 이 정도 성적이면 나쁜 출발은 아닙니다.”
곧이어 장두관이 답을 주었다. 하지만 이강수와 서용석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자네들은 아직도 못마땅한가?”
그들의 표정을 본 장관이 두 사람에게 물었다.
“못마땅한 것이 아닙니다. 기획관님의 말씀처럼 이제 고작 4분1을 소화한 시즌입니다. 출발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결국은 결론이 중요한 것입니다. 모든 경기가 끝난 후, 그 때…….만족을 하시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이강수가 답하였다.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경기초반부의 상승세가 마지막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스포츠에서는 더더욱 장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초반 강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중반부부터 급격하게 떨어지는 팀들도 자자하였다. 반대로 초반약세로 시작하여, 중반부를 넘어 후반부에서 극적으로 우승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강수는 현실적인 부분을 두고 말한 것이었다.
“자네의 말도 충분히 일리가 있지만, 초반 강세에 대해 칭찬할 것은 해주어야 하지 않겠나.”
“네. 물론 칭찬 할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결과를 보기 전, 축배부터 드는 습관을 기르지는 말자는 뜻으로 한 말입니다.”
장두관이 이강수의 말을 들은 후, 그를 보며 말하자, 이강수는 자신의 뜻을 소신 있게 모두 말하였다.
“모두의 말이 맞네. 초반 강세에 대해 칭찬해주는 것도 좋고, 결과를 보기전, 축배부터 들지 말자는 말도 맞아. 그러니, 모두의 말을 들어, 이 감독은 칭찬도 받고, 또 축배도 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게.”
장관이 결론을 내려주었다. 결국 세령의 몫으로 돌린 것이었다. 뛰어난 선수도 필요하고, 뛰어난 행정가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뛰어난 감독이 필요한 것이 스포츠다.
아무리 훌륭한 선수들로 만들어진 팀이라고 하여도, 감독 전술이나, 선수기용에 문제가 있다면, 그 팀은 오합지졸이 되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세령은 지금까지 모든 회의내용을 듣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장관의 말을 들은 후, 짧게 답하였다.
길지 않은 회의가 끝난 후, 모두 회의실을 나왔다. 장두관은 세령의 옆으로 서며 그녀의 어깨를 두어 번 토닥거린 뒤, 앞서 걸었고, 곧 소재은이 그녀의 옆으로 섰다.
“뭐. 결론은 잘해보자는 뜻 아니겠어? 그냥 잘하면 되는 거야. 장관님의 말씀도 그렇고, 이강수의 말도 그렇고, 모든 것이 그냥 잘하면, 다 해결되는 거야.”
소재은은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말처럼 잘하면 문제가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스포츠는 그 누구도 모르는 것이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모두가 같을 것이다. 모두가 승리를 하고 싶은 마음만을 가지고 경기에 임할 것이다. 하지만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기에 이 모든 말 또 한, 세령에게는 아주 큰 부담이 되는 말이었다.
그라운드로 향한 세령은 열심히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선수들을 보았다. 모두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저들에게 모두가 원하는 것이 너무나 많을 수도 있다고 여겼다.
“기운 내십시오.”
그녀의 심정을 아는 듯, 연동훈이 옆으로 서며 말했다.
‘툭!’
그러자 세령은 그의 복부를 살며시 쳤다.
“너도 힘내.”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지은 뒤, 곧 그라운드 위를 뛰고 있는 선수들을 모두 집합시켰다.
“모두 고생이 많아. 하지만 이건, 너희들의 의무다. 바로 국방의 의무. 다른 동기들은 총을 들고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지만, 너희들은 공을 차며, 국방의 의무를 이행한다. 그러니…….의무라고 생각하고 죽도록 열심히 해. 그래야 다른 동기들에게 미안하지 않다.”
“네! 알겠습니다!”
연동훈의 말에 선수들은 힘차게 답했다. 군에 입대하여 총을 드는 것보다 삽을 드는 날이 더 많긴 하지만, 이들은 그 삽보다 더 공을 많이 차고 있는 인물들이었다.
“이번 주에 아마 국가대표 소집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태성과 추강, 그리고 용지현이 빠진 상태에서 우린 챌린지 10라운드를 치러야 한다.”
“괜찮습니다! 이참에 팀의 핵심 멤버 세 명이 없어도, 팀이 잘 굴러간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드리겠습니다!”
세령의 말이 곧 이어졌고, 그녀의 말에 연태민이 아주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국가대표로 발탁된 세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아주 큰 소리로 함성을 질렀다.
“이 놈들 봐라…….그러니까. 너희 말은. 이태성과 추강, 용지현이 없는 사이에, 그 자리를 확실히 꿰차보겠다? 뭐 이런 심상이냐?”
“네! 그렇습니다! 확실히 그 자리를 빼앗아보겠습니다!”
연동훈이 그들의 말을 듣고 다시 물었고, 이번엔 장만식이 큰 소리로 답했다.
유독 이 두 사람은 이태성과 추강에 의해 자신의 자리를 잘 찾지 못한 인물이었다. 연태민은 국방부FC의 최강 원톱인 이태성에게 항상 자리를 양보하였고, 장만식 또 한, 추강에 의해 쉐도우 자리를 늘 양보할 수밖에 없었었다.
하지만 기회가 온 것이다. 두 사람이 빠지면 그 두 자리의 경쟁가가 없다. 그러기에 이 두 사람은 무조건 경기에 나갈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