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108화 (108/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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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한다! 이태성!“

조용한 가운데 소재은이 큰 소리로 말했고, 그제야 모든 선수들이 이태성을 향해 박수를 보내며, 국가대표로 발탁된 것을 두고 축하의 말을 전하고 있었다.

“그냥 놀랍네. 창단 첫해에 국가대표를 만들어 내다니 말이야.”

같은 시각. 국방부에서도 이태성이 국가대표로 발탁된 것을 보며 국방장관이 멍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진정 원하긴 하였지만, 막상 명단이 발표되니 두근거리는 마음에 감정표현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있는 그였다.

“결국…….최홍표가 일을 저지르고 마는군.”

한 편. 모두의 기쁜 상황과 달리, 협회에서는 쓴 표정들이었다. 자신들의 말을 무시한 채, 오로지 최홍표감독의 생각만으로 선수가 선발된 것을 두고 화가 난 것이었다.

무엇보다 FW의 자리에는 이미 해외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가 꽤 있는 편이었다.

-손차형 선수와 이형식 선수에 대한 것은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이제 첫 시즌을 뛰고 있는 국방부의 이태성 선수 선발에 대해서는 의문이 가는데요. 이유라도 있으십니까?-

곧바로 기자가 이태성을 발탁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말씀드린 대로 그 선수의 능력을 본 것입니다. 그러니 더 이상의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다음으로 MF를 발표하겠습니다.-

최홍표는 기자의 물음에 대해 확실한 답을 주지 않았다.

-MF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설기동, 첼시의 이유성, 레알마드리드의 오지성, 레버쿠젠의 양민구, FC서울의 소지광, 수원의 서민환, 그리고 챌린지리그 광양FC의 서민수와 국방부FC의 추강. 이상 여덟 명입니다.-

이어지는 충격적인 발표였다. 미드필더진에는 챌린지 리그 선수 두 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광양의 중앙미드필더며, 수비와 공격에 탁월한 재능을 가진 서민수 선수가 포함되었고, 국방부에서는 추강이 발탁되었다. 추강에 대해서는 그의 정확한 슈팅력에 많은 점수가 부과된 듯 보였다.

“추강까지! 이거 완전 경사 났네, 경사 났어!”

국방부에서는 장관의 함박웃음이 군내에 울려 퍼졌다. 이태성에 이어 추강까지 국가대표가 되면서, 두 명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게 된 것을 기뻐하고 있었다.

“추강! 축하한다! 이놈아!”

세령이 추강의 복부를 툭툭 치며 말했고, 모두가 이태성에 이어 추강까지 태극마크를 가슴에 품게 되자, 더 큰 환호성을 지르며 축하해주었다.

-미드필더는 그 어떤 포지션보다 중요한 곳입니다. 뭐. 어느 한곳도 중요하지 않은 곳은 없겠지만, 특히 허리부분이 부실하면 그 팀은 곧 쓰러집니다. 그런데 미드필더 부분에 챌린지리그 선수가 두 명이나 되다니요? 이건 뭔가…….-

기자들은 또 다시 최홍표의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었다.

-서민수선수와 추강 선수의 경기를 보셨습니까?-

그러자 최홍표는 질문한 기자를 뚫어지게 보며 되물었다.

-뭐…….사실 두 사람의 경기는 보지 못하였습니다. 아무리 스포츠를 다루는 기자라고 하여도,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을 다루는 것이 중점이지 않겠습니까. 그런 와중에 해외파 선수나 클래식선수가 아닌, 챌린지리그 선수를 중점으로 소개할 필요가 없으니, 해당 선수의 경기를 본적도…….-

-그럼 아무런 말씀하지 마십시오. 기자 분들께서 국가대표를 이끌고 가시지 않습니다. 기자 분들이 원하는 선수는 누구입니까? 협회 측과 같습니까? 그럼 그 선수들을 데리고 경기에 나갔을 때, 또 다시 패배한다며, 그 때…….기자 분들께서는 기사를 뭐라고 쓸 생각이십니까? 전술이 엉망이었다. 선수들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뭐 이런 식으로 작성하지, 협회나 기사들이 내세운 것에 대한 말은 일체 하지 않습니다.-

기자들은 조용하였다. 항상 결과만으로 책임론을 말하는 것이 협회나, 기자. 그리고 기타 관련기관이었다. 자신들이 내세운 것이 실패해도 결국 그 책임은 회피하려 하였고, 오로지 감독이나, 선수들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또 한, 선수선발을 잘했다. 협회나 기자들이 원하는 선수들로 구성되었다…….대표팀이 구성되면 이렇게 말하면서 경기에 패하거나,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를 치르게 되면, 하나같이 감독 탓이나 선수 탓을 하고 있었다. 협회도 인정하고, 기자들도 인정하는 선수들로 발탁을 해도 패배하면 싫은 소리만이 나오는 것이기에, 최홍표는 이번 선수 선발에 대해 거의 100%자신의 소신만을 가지고 선발을 한 것이었다.

이래나 저래나 욕먹는 것이 마찬가지라면, 단 한번이라도 자신의 뜻에 따라 선수들을 선발하고, 그 기량을 보고 싶어 하는 그였다.

공격진과 미드필더까지 발표되면서 기자회견장은 찬바람이 쌩쌩 부는 듯하였다. 이미 챌린지리그에서 세 명의 선수가 발탁되었기에, 뛰어난 해외파나 클래식리그의 선수들의 움직임에 방해나 되는 것이 아닌지 의심을 하고 있는 눈치들이었다.

-다음으로 DF입니다. 리버풀의 최민수, 아스날의 서후, 바르셀로나의 이승진, 유벤투스의 민승호 서울의 이만기, 수원의 오현창, 제주의 장지형, 부산의 이지민. 총 여덟 명입니다.-

이어서 수비진의 명단이 발표되었다. 수비진 여덟 명에는 단 한명의 챌린지리그 선수도 포함되지 않았다.

득점도 많이 없지만, 실점 또한 챌린지리그에서 단 두 골만을 허용한 여수에서 한 명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였지만, 결국 수비진에서는 최홍표의 부름을 받은 챌린지리거는 없었다.

수십 년 동안 국가대표의 최대 고질병이 바로 수비였다. 수비수 보강을 위하여 최홍표는 진정 한국선수들이 뛰는 모든 리그를 다 보았다.

심지어 대학리그는 물론, 고등학교 대회까지도 본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미 발표된 여덟 명의 수비진을 능가할 선수를 아직 찾지 못한 듯하였다.

수비진 발표 후, 기자들은 별다른 질문이 없었다. 수비진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구상하였던 어느 정도 부분까지 다 맞아 떨어졌다는 결론이었다.

-마지막으로 GK부분입니다. 서울의 장형, 대구의 박창권, 그리고 국방부의 용지현 선수입니다.-

“역시. 용지현은 국가대표로 충분한 재능이 있다고 보았다. 당연히 최홍표 감독의 눈에도 들어갔을 것이라 여겼지.”

용지현의 이름이 발표되자, 장두관이 그를 보며 말했다. 사실 쟁쟁한 선수들이 즐비한 여느 포지션에 비하여, 골키퍼는 의외로 해외파가 없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니 골키퍼만은 지금까지 국내파로 이루어졌던 대표 팀이며, 그만큼 경쟁이 많지 않기에, 재능을 인정받은 용지현이 충분히 들어갈 것이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국방부FC의 소속 선수들이나 관계자들은 어깨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었다. 창단 첫 해에 무려 3명이나 국가대표를 배출한 유일한 챌린지리그 팀이 된 것이었다.

골키퍼 명단이 발표된 이후에도 기자들의 질문은 많지 않았다. 그들은 골키퍼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었다. 바로 서울의 장형 이라는 천재적인 골키퍼가 있기에, 나머지 두 명은 그저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을 끝으로 경기에는 나서지 못할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총 22명의 국가대표 명단이 발표되었다. 가장 문제시 되는 부분이 공격진과 미드필더 진이었다. 그 중요한 두 포지션에 챌린지리그 소속 선수가 무려 세 명이나 포함되었다.

이로 인하여 협회와 기자들은 연신 이 내용을 탑으로 다루며 분석에 나서고 있었다.

-이상. 최홍표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의 제 3기 선수선발을 모두 끝냈습니다. 5월 17일

열리는 영국과의 A매치에서 이들의 실력을 볼 수 있으니, 많은 시청 바랍니다.-

뉴스의 클로징멘트가 나왔고, 곧 최홍표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었다. 하지만 기자들은 곧바로 자리를 떠나지 않고, 연신 기사내용을 작성하기 바빴다.

최홍표감독의 발표가 끝난 후, 해외파는 물론, 클래식리거들은 쓴 표정들이 많았다. 대표에 발탁되지 않은 해외파가 수두룩했다. 이미 일각에서는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해외파만으로 충분히 꾸릴 수 있을 것이라 말하기도 하였다. 그 말에 클래식리거들은 화가 났었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완전하게 엎어놓았다.

해외파는 물론, 클래식리거들의 대거 탈락이 이번 발표가 준 큰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챌린지리거 네 명이 포함되었다.

그 자리는 지금까지 해외파나 클래식리거가 차지해 왔던 자리였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는 그 자리를 내어준 것이었다.

“최감독이 아주 큰 결심을 한 모양세군. 일단 그가 영국과 치르는 A매치 결과가 그의 향후 거처까지 확정지어 줄 듯 해 보이는군.”

충청FC의 홈구장 인근 호프집에 앉은 두 외국인의 대화였다. 이 두 사람은 국방부와 충청의 경기를 관전한 인물이었고, 이미 최홍표와는 안면이 있는 인물이었다.

주말 저녁에 날아든 낭보로 인하여 국방부는 잔치분위기였다. 장관은 해당관계자들을 모두 데리고 지난 번, 선수들과 먹었던 고기 집으로 향하였고, 그 곳에서도 연신 이번에 발탁된 선수들을 자랑하느라 입이 잠시라도 쉬지 않았다.

정책기획관의 허락을 받고, 국방부FC도 충청지역에서 소소한 회식을 가졌다. 선수들이 가장 먹고 싶어 하는 고기로 모두 배를 채웠고, 술을 먹을 수 없기에, 간간히 탄산음료로 알코올을 대신하고 있었다.

비록 패배한 경기가 있었던 날이었지만, 선수들의 표정에는 패배의 아픔은 보이지 않았다.

일요일. 다시 국방부로 돌아온 선수들은 충청과의 패배를 잊고,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며, 챌린지리그 제9라운드를 준비하고 있었다. 수요일 오후 6시에 열리는 경기이며, 상대는 리그 6위인 여수였다.

여수는 득점도 리그 최하이지만, 무엇보다 실점 역시 리그 최하였다. 8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단 두 골만을 내어준 철벽수비를 자랑하는 팀이기도 하였다.

달콤한 일요일의 휴식을 보내고, 월요일 선수들 간의 발을 맞춰보는 훈련을 한 뒤, 국가대표 소집이 있기 전 마지막 리그 경기라 할 수 있는 여수전을 치르기 위하여 국방부는 화요일 여수로 원정을 떠났다.

여수에 도착한 후,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게 뭐야…….”

국방부차량이 여수에 마련된 숙소로 들어서자, 생각지 못한 취재진이 그들을 반기고 있었고, 선수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채, 차량에서 내리고 있었다.

“이태성선수, 추강선수, 그리고 용지현 선수. 이번 최홍표 감독의 부름을 받았는데, 한 말씀씩 해 주십시오.”

기자들이 모인 이유였다. 바로 이번 국가대표에 발탁된 세 선수의 인터뷰를 요청한 것이었다. 하지만 정해진 인터뷰 외에는 따로 인터뷰를 할 수 없기에, 선수들은 별다른 말없이 숙소로 들어섰다.

“느낌이 새롭네.”

자신이 군대에 있으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날이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한 이들이었다. 이태성은 제대를 앞두고 전혀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을 두고 홀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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