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105화 (105/163)

00105  히든리거  =========================================================================

“연중사.”

“중사…….연동훈.”

곧 소재은이 그를 불렀다.

“그 봐. 넌 이제 중사야. 연중사. 연병장이 아니잖아. 왜 그리 흥분해? 오히려 그 말을 들으면 연태민이 흥분해야 하는 거 아냐?”

소재은의 말을 듣고, 연동훈은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연태민을 보았다. 연태민은 그다지 별 관심이 없는 듯, 그 역시 가만히 있었다.

“이제 넌 연병장이 아니라, 연중사야. 그러니 흥분하지도 말고, 또…….연태민도 연병장이지만, 그다지 마음에 두지 않는 듯하니, 쉽게 부르고 쉽게 살자.”

소재은은 연동훈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말하였고, 모두가 연동훈을 보며 히죽히죽 웃었다. 연동훈은 그만큼 연병장이라는 단어에 히스테리를 느끼고 있었던 것이었다.

선수들과 함께 모두가 미소를 짓고 웃었다. 그 모습을 본 이태성도 미소를 지었다. 이제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제대. 그 후에 이들과의 이별이 이미 예약되어 있다는 것을 알지만, 남은 기간만이라도 이들과 함께 땀 흘리며, 최선을 다하고, 마지막까지 훌륭한 경기를 펼친 후, 정말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하며 제대하고파 하는 이태성이었다.

국방장관의 특별조치로 진주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일요일 다시 서울로 향해 움직였다.

선수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서울행에 올랐고, 세령을 포함하여 코치진은 짬을 이용하여 이동중에 수면을 취하고 있었다.

이태성의 마음도 소재은과의 대화 후, 많이 가벼워졌다. 자신의 진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이는 그의 표정이었다.

주말 진주전을 끝내고 주중에 치러진 Y대와의 FA컵도 가볍게 승리를 따내며, 국방부는 남은 한 경기의 승패와 관계없이 FA컵 16강을 확정지었다.

이어지는 주말 경기에서 국방부는 강릉을 맞아, 다시 활기를 되찾은 이태성의 귀중한 결승골에 힘입어 1대0 승리를 거두며 연승을 이어갔고, 4승 2무 1패로 승점 14점으로 광양에 이어 리그 2위를 달리고 있었다.

광양은 리그 9위인 시흥을 맞아 천재 골게터 서용호와 이민호가 각각 두 골씩을 성공시키며, 시흥을 4대0으로 대파하여, 리그 일곱 경기 째, 무패행진을 하며, 5승 2무, 승점 17점으로 단독 선두에 있었다.

또 한 챌린지 리그 빅 매치라 불렸던 경기와 서귀포의 경기는 각각 세 골씩을 주고받는 난타 끝에 무승부를 기록하며 나란히 승점 1점씩을 가졌다.

7라운드까지 순위는 광양이 선두였고, 그 뒤로 국방부, 경기, 서귀포, 진수 순으로 상위 5위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주중에 열린 FA컵 3차전 H조선과의 경기마저 2대0으로 승리하면서 국방부는 조 1위로 FA컵 16강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려놓았다.

FA컵 예선은 기존 홈앤드 어웨이 방식을 떠나, 각 팀과 단판으로 경기를 치러, 상위 두 팀만을 올려놓는 방식이었다. 이는 클래식리그의 팀들이 아시아챔프 등, 나서는 경기가 많아 여러모로 체력적인 문제를 내세우면서 변경된 것이었다.

“내일 토요일 오후 7시, 최홍표 국가대표 감독은 5월에 있을 영국과의 A매치에 앞서 국가대표 선발에 대한 결과를 보고합니다. 이는 지금까지 1무 5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가지고 있는 최홍표 감독의 A매치 7번째 도전에 앞서 선발되는 부분이며, 해외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물론, 국내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대부분 확인한 그가, 내일 있을 국가대표 선발 발표에 어떤 선수의 이름이 호명될지, 모두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4월 중순이 훌쩍 넘어갔다. 예정보다 늦은 시일에 국가대표 선발내용을 알리는 최홍표 감독이었다.

“뭐. 흘러나온 정보라도 없습니까?”

장관은 궁금하였다. 혹시나 국방부 소속 선수들이 한 명이라도 있을까하여, 그에 대한 궁금증이 커, 늦은 시간. 퇴근도 하지 않은 채, 정책기획관에게 묻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아직 저희쪽은 물론, 그 어떤 쪽에서도 최홍표 감독의 마음을 읽은 곳이 없습니다. 일선에서는 현재 해외파 선수들이 워낙 많기에, 국내리그 선수들 선발이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정책기획관의 말에 장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팀 창단 첫해에 너무 무리한 희망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선수들의 능력을 보고 가능성은 있을 것이라 여겼다.

“내일. 우린 리그 8위 충청과 챌린지리그 제 8라운드 경기를 가진다. 충청은 FA컵 등, 모든 경기를 통틀어 단 두 골만을 넣은 극심한 골 가뭄에 시달리는 팀이다. 우린 이번 충청과의 경기도 승리하여, 리그 5경기 연속 무패의 기록에 도전하며 FA컵을 포함하여 6연승을 달성하도록 노력한다.”

금요일오전. 연동훈은 선수들을 그라운드에 집결시킨 후, 다음 경기인 충성과의 경기에 대한 필승을 다짐하는 말을 하였다.

그의 말처럼 충청은 극심한 골 가뭄을 겯고 있는 팀이었다. 충청은 FA컵 세 경기와 리그

7경기를 뛰며, 단 두 골만을 넣을 정도로 골이 없는 팀이었다.

국방부FC는 오전 훈련을 마치고, 오후에 충청으로 원정경기를 치르기 위하여 떠났다.

“우리 선수들이 참으로 자랑스럽군. 군인들만 모아둔 것으로 진정 군대축구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흔히 말하는 뻥축구를 구사할 것이라 여긴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축구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경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국방부 정문을 통과하는 국방부FC  차량을 보며 장관이 말하였고, 그의 옆에 서 있던 정책기획관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말에 답하고 있었다.

“이번 충청과의 경기는 어떻게 예상하는가?”

“이번 경기도 순조롭게 승리할 것이라 봅니다. 일단 공격력이 약한 충청을 상대로 용지현이 골문을 지키면 골을 뺏기지 않을 것이며, 이태성이 다시 부활한 듯 한 공격력을 과시하니, 조심스럽게 국방부의 승리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장관은 조금 전보다 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금요일 오후 6시경. 충청의 홈구장에 도착한 후, 충청에서 특별히 마련해 준, 숙소로 모두 움직였다.

충청은 연고팀인  충청FC의 성적이 좋지 않지만, 그래도 충청남,북도 지자체에서 아주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는 팀이었고, 원정오는 팀들에게도 호화스러운 숙소를 제공해주고 있는 유일한 구단이었다.

“좋다…….”

군인의 신분으로 이토록 호화스러운 숙소에 머물게 되는 것을 두고, 국방부의 선수들 몇몇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호텔 내부를 마치 촌놈이 서울구경 온 듯 한 표정들을 하며 보고 있었다.

“오늘 푹 자두고, 내일 좋은 컨디션으로 충청과의 경기를 치른다. 모두 휴식.”

지난 진주전에 비하면 거의 옆 동네에 원정 온 정도였다. 하지만 연동훈은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었고, 선수들은 호텔 내부를 두리번거리며 곧 창가로 나가, 숙소 인근의 야경을 보고 있었다.

-축구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K리그 챌린지 제 8라운드 충청과 국방부의 시합을 중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충청의 자치 방송국에서 이번 경기를 생중계 하는 듯하였다. K리그 클래식 경기는 대부분 공중파 방송에서 생방송으로 방송을 내보내지만, 인기가 없는 챌린지 리그의 경기는 대부분 지방자치 방송국에서 촬영하여 직접 송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충청에서도 충청남,북도를 연고로 하는 충청FC와 국방부FC의 경기를 충청지역 방송국에서 나와 연신 촬영 중이었다.

“진주와의 경기 때와 별반 다른 것이 없습니다.”

시합 시작도 전에 이미 관중석이 거의 다 들어찬 것을 보며 설태구가 중얼거렸다.

“그러게. 이거 뭐, 클래식 무대도 이정도의 관중을 보기는 쉽지 않은데 말이야.”

그의 옆에 서 있던 연태민이 말을 받아주었다. 충청을 연고로 하는 스포츠 팀은 충청FC가 유일하였다.

그러기에 충청남,북도는 이 팀에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원정팀 숙소는 물론, 경기장 입장권도 다른 구장에 비해 거의 30%정도 할인된 가격에 공급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충청남,북도를 다 묶은 팀이니, 그만큼의 홈팬을 거느리고 있는 장점도 있는 구단이었다.

-공식 집계로 오늘 관중은 3만 50여명의 관중이 방문을 하였습니다. 이는 지난 경기 때보다 더 많은 관중숫자이며, 그만큼 충청남,북도의 축구팬들이 충청FC의 승리를 기원하고 있다는 뜻도 함께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약 3만 관중이 들어찬 경기장이었다. 챌린지 리그에서의 3만관중은 보기 드물다. 지난 진주 전에서도 3만관중이라는 꽤 많은 관중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클래식 경기를 보러가며, 챌린지 경기는 소외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신생팀인 국방부의 화려한 공격도 보았고, 또 광양이나, 서귀포처럼 화끈한 공격을 보여주는 팀들도 많았기에, 팬들은 클래식과 챌린지 구분 없이 구장을 찾아주고 있는 것이었다.

-국방부FC의 선발라인업입니다. 이태성 선수가 다시 나왔군요. 그 밑으로 추강선수를 대신하여 장만식 선수가 출전하였습니다. 역시 중앙미더필드를 책임지는 사령관 역할은 전철민 선수가 맡았습니다.-

최전방에서 추강을 빼고, 선발로 장만식을 넣었다. 장만식은 아주 큰 체격을 소유하고 있는 인물로, 그가 공을 잡으면, 진정 다가서기 힘든 기세를 뿜어내고 있는 듯 한 외모를 지닌 인물이었다.

이어서 양쪽 윙포워드로 설태구와 박철강이 다시 나왔고, 지형구와 이민철이 오랜만에 전철민을 받쳐주는 미드필더 자리를 꿰차고 섰다.

-수비수로는 장형도와 서민후, 민철환이 서면서, 전체적인 포메이션은 1-1-4-4를 표방한 3-4-3의 진형을 갖춘 국방부입니다. 그리고 수문장에는 역시 천재적인 골키퍼 용지현 선수가 섰습니다.-

용지현이 다시 골문을 지키고자 경기에 나섰다. 그리고 아나운서의 말처럼 지금까지와는 다른 3-4-3 시스템을 들고 나온 세령이었다.

원톱을 세웠지만, 이태성과 장만식, 전철민에게 거의 공격진영을 휘젓고 다니라는 듯 전방배치를 해 두었고, 미드필드 진영은 꽤 빠른 발들을 가진 미드필더 네 명을 포진 시켰다. 수비수는 역시 지금까지 좋은 시합을 보여주었던, 장형도와 서민후, 그리고 민철환으로 구성된 스리백을 채택하였다.

-원정팀 국방부FC의 선축으로 경기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이태성은 공을 밟고 있었고, 곧 자기진영을 훑어보았다. 다소 어색한 듯 한 포메이션이지만, 그래도 미드필더 네 명을 전방이 아닌 후방지원을 주로 하도록 배치시킨 것에 수비수 숫자가 세 명이 아닌, 일곱 명이라 여기며 경기에 임할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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