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104화 (104/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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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연중사님과 이중사님처럼 다시 군대에 말뚝을 박을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라운드 위를 누비는 선택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래. 그런 선택은 섣불리 하는 것이 아니야. 연동훈과 이민우는 이 감독에게 홀딱 빠져서 자신들 미래를 바꾼 놈들이지만, 넌 아니잖아, 넌 진정 축구가 좋아서 이 길을 택한 놈이야. 그렇다면 저 두 놈과 같은 선택을 해서는 안 돼.”

소재은은 연동훈과 이민우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이태성의 시선도 그 두 사람을 향해 집중되었다.

세령은 경기를 보면서 가끔 소재은과 이태성을 보았다. 두 사람이 신중한 표정으로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며, 그 누구도 두 사람의 가까이 가지 않도록 연동훈을 통해 말해두었다.

“제대하면, 넌 좋은 팀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야. 단 몇 경기를 뛴 것이지만, 너의 실력은 월등하였어. 클래식 무대를 뛸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한 선수야. 그러니…….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는 선택을 해.”

소재은은 그의 선택이 훗날 후회가 되지 않도록 말해주고 있었다. 연동훈은 진정 축구를 좋아했지만, 축구보다 세령을 좋아하여 코치라도 되어서 그녀의 곁에 있고자 한 것이었고, 이민우는 축구와는 전혀 인연이 없었지만, 그 역시 세령을 보고 팀에 합류하였다. 그들에게 후회는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라운드를 밟고 싶은 이태성에게는 더 나은 차선책을 알아보는 것이 그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삐익! 삐익!”

-네! 전반전 경기가 끝납니다. 두 팀 모두 훌륭한 경기를 치렀지만, 득점으로 연결은 시키지 못한 채, 0대0으로 전반전을 끝냅니다.-

소재은과 이태성의 대화 중, 전반전 경기가 끝났다. 그만큼 긴 시간동안 서로 대화를 나눈 것이었다. 전반전을 끝낸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향하였고, 그 뒤로 이태성도 자리에서 일어나 라커룸으로 향하였다.

“어땠습니까?”

세령이 소재은의 옆으로 서며 물었다.

“결론은 제대가 맞아. 제대 날짜가 다가오면서 자신의 거취에 대해 불안하여 그런 것이었어.”

세령은 이태성의 뒷모습을 보았다. 여전히 어깨는 쳐져 있었고, 힘이 없어 보였다.

-후반전 경기를 진행하겠습니다.-

0대0으로 끝난 전반전에 변화를 주기 위하여 진주FC는 후반전 시작과 함께 공격진을 더 배치하는 전술을 두었다. 미드필더 두 명을 모두 공격형으로 변환한 것이었다.

소재은은 이태성의 옆에 앉아서 후반전을 관전하기 시작하였다. 장두관은 여전히 아무런 말없이 경기 관전 중이었고, 가끔씩 이태성을 보곤 하였다.

-국방부FC 빠른 역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남FC. 서둘러 수비로 전환해야 하는데…….아…….수비수 숫자가 적습니다!-

공격형으로 바꾼 것이 화근이 되고 있는 순간이었다. 역습 찬스를 맞은 국방부는 거침없는 공격으로 빠르게 뚫고 지나가고 있었지만, 수비수 숫자가 고작 3명밖에 없었던 진주FC는 국방부의 빠른 공격에 제대로 된 수비를 할 수 없었다.

-설태구 선수! 센터링! 연태민 선수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지만, 골키퍼 펀칭으로 멀리 쳐냅니다!-

설태구의 정확한 센터링이었지만, 골문 앞으로 너무 붙은 것이 골키퍼의 손에 먼저 와 닿았고, 그 공은 그라운드 중앙으로 그대로 흘러갔다.

-아! 추강선수! 그대로 슛!-

중앙에는 언제나 추강이 버티고 있었던 국방부였다. 추강은 흘러나오는 공을 처리하는데, 단연 독보적인 존재로 급부상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철렁!’

-골입니다. 진주FC. 추강선수의 강력한 슛을 막지 못하고 실점을 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의 힘마저 없어 보였다. 홈팬들의 열렬했던 응원도 조용해지는 순간이었다. 거의 25미터가 족히 넘을 법한 먼 거리에서 때린 추강의 슛은 그대로 골대를 향해 그물을 찢을 듯 날아갔고, 그대로 꽂혔다.

큰 신장을 가진 진주의 골키퍼도 손쓸 틈이 없는 완벽한 슈팅이었다.

국방부의 모든 선수들은 추강을 향해 달려가 얼싸 안았고,벤치에서도 모두 일어나 박수를 쳤다. 그리고 이태성도 자리에서 일어나 추강의 득점에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보기 좋지? 저런 묘미를 느끼려고 그라운드에 나서는 것이 진정한 선수야. 너도 그래야 하고, 넌…….축구를 하는 놈이지 축구하는 선수의 뒤치다꺼리 하는 인물과는 거리가 멀다. 선택 잘 하기 바라.”

소재은은 이태성을 보며 말했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자신의 선택에 대한 후회를 절대 하지 말라는 듯 한 충고를 다시 한 번 해주었다.

-후반 25분이 지나면서 국방부의 선취득점이 나왔습니다. 요 근래 몇 경기에서 항상 국방부의 선취득점이 나오는데요. 그만큼 국방부 선수들의 경기가 좋다는 뜻이겠죠?-

아나운서의 말대로 근래에 치른 경기에서 국방부는 항상 선취득점을 만들어냈고, 그 득점을 잘 지키며, 승리를 가져갔다.

경기가 다시 시작되었고, 국방부는 또 다시 역습찬스를 만들어내었지만, 연태민을 저지한 수비수의 명백한 파울이 보였는데도 심판은 휘슬을 불지 않고 그대로 경기를 진행시켰다.

-진주FC! 역습 찬스를 맞이합니다!-

곧바로 역습으로 이어졌다. 연태민이 쓰러져 있었고, 추강은 물론, 국방부의 미드필더진들도 대거 진주진영에 있었다. 이번엔 제대로 된 진주의 역습이 이어지고 있는 순간이었다.

-공격자 다섯 명! 수비 세 명입니다!-

조금 전, 상황과 반대가 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공격자를 늘린 보람을 느껴야 하는 순간이었다. 수비보다 많은 공격자원이 움직이고 있는 진주FC는 절묘하고 빠른 패스로 수비수를 농락한 뒤, 골대 앞으로 다가서는 진주의 공격수에게 마지막 공이 전달되었고, 공격수는 골키퍼 이철호와 살짝 부딪히는 듯 하였지만, 그의 몸을 뛰어넘으며 그대로 흘러가는 공을 일체 건드리지 않았다.

-골입니다! 윙포워드 지철환 선수가 패스한 공을 이호성 선수가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흘려보냈고, 그 공은 국방부의 수문장 이철호선수의 옆으로 지나쳐가며 골라인을 통과합니다!-

골문앞 혼전이었다. 이철호는 진주의 공격수 이호성을 의식하며 움직였지만, 이호성은 그대로 몸만 움직인 격이었다. 공은 그냥 흘러갔고,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40분! 드디어 동점골이 터졌습니다!-

아나운서의 흥분된 목소리와 함께, 관중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소리가 그라운드를 무너뜨릴 듯 울려 퍼지고 있었다.

연동훈은 골이 있기 전 상황을 두고, 선심에게 계속된 어필을 하였지만, 이미 지나간 시간이었다.

“젠장…….”

연동훈이 격한 말을 내뱉은 후, 다시 벤치로 돌아왔고, 그의 쓴 표정을 본 이태성이 다시 그라운드 위로 시선을 돌렸다.

-경기는 이대로 끝날 듯합니다. 추가시간 2분이 주어졌고, 정규시간이 끝난 후, 1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길 수 있었던 경기였다. 하지만 후반 40분 홈그라운드 이점을 제대로 살린 진주의 역습에 한 방 먹은 것이었다.

-국방부FC의 마지막 공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시간은 다 지나갔지만, 주심은 휘슬

을 불고 있지 않습니다.-

-추강선수. 빠르게 공을 치고 들어가며 페널티박스 안으로 진입합니다. 수비수 세 명이 붙습니다!-

-추강! 골대를 앞에 두고 슛을 지르려 하였지만, 수비가 많아 공을 중앙으로 뿌려줍니다. 달려오는 전철민 선수! 그대로 슛!-

‘철렁!’

-아! 골입니다! 이미 정규시간이 지나고, 추가시간도 모두 지났지만, 전철민 선수의 강력한 중거리 슛이 진주 수비수 박경탁의 발에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갑니다.-

모든 시간을 다 소비하고 난 후에 터진 결승골이었다. 추강의 발을 떠난 공을 받은 전철민이 아주 빠르게 다가서며 때린 슛은 골대를 완벽하게 벗어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운이 좋게 그 공을 걷어내기 위하여 진주FC의 수비수가 발을 살짝 들이밀었고, 그로 인하여 공의 방향이 바뀌면서 골문 안으로 공이 흘러들어갔다.

진주의 홈팬들은 탄식을 자아내었다. 자책골을 넣은 수비수는 그 자리에 드러누웠고, 국방부 선수들은 모두 얼싸안고 기쁜 마음을 마음껏 표출하고 있었다.

“이거…….손에 땀이 나서 씻고와야겠군.”

장두관이 손에 난 땀을 보며 말한 뒤, 일어났고, 소재은은 이태성을 보며 얼싸안아주었다.

선수들이 모두 벤치로 다가와 서로 얼싸안았고, 이태성도 모처럼 마음껏 큰 소리로 웃었다.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국방부의 극적인 결승골로 인하여, 국방부는 4연승을 질주하게 되었고, 진주는 아까운 승점 1점을 놓쳐버린 순간이었다.

진정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경기였다. 승점1점과 승점3점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그 1점에 의해 또 다시 챌린지 리그에 머물 수도 있고, 클래식무대를 밟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국방부 선수들은 한 동안 그라운드 위에서 승리를 자축하였다. 아주 먼 거리까지 달려와 값진 승리를 안고 돌아갈 수 있기에 더욱 더 승리의 기쁨은 컸다.

이태성은 소재은과 나눈 대화로 많은 마음의 안정을 찾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진로를 정확하게 확인 한 듯, 편한 마음으로 선수들과 함께 승리를 만끽하고 있었다.

“어이 추강.”

모두가 환하게 웃고 있을 때, 연태민이 추강을 불렀다.

“일병 추강.”

“너. 나한테 할 말 있잖아.”

“네? 무슨…….”

“아까. 경기 시작 전에 내가 연 중사님과 비슷하다고 한 것 말이야.”

연태민의 말을 들은 연동훈이 추강을 보았다.

“아…….그게 말입니다.”

“뭔데. 말해라 추강.”

연동훈마저 추강을 보며 물었다.

“저…….그것이 말입니다. 연태민 병장님을 연병장이라고 부르니, 갑자기 제가 자대 배치 받고 갔을 때, 소대장님이나, 중대장님께서 연동훈 중사님께 연병장이라고 부르는 말이 생각나서…….”

“난 또. 뭐라고.”

연동훈은 별 다른 말이 있을 듯하여 굳은 표정으로 물었지만, 성씨가 같기에 느낌이 비슷하였다는 말을 듣고, 대수롭지 않게 돌아섰다.

“그런데…….그 말이 왜 기분 좋게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을까?”

연태민이 다음 말을 이어서하자, 연동훈의 걸음이 멈추었고, 모두 추강을 보았다.

“그냥…….갑자기…….연병장이 떠올라서…….”

“너. 이놈의 새끼! 내가 그 말은 하지 말라고 했지! 꼭 나를 부를 때, 모든 이름을 부른 후, 계급을 불어라고 했지!”

연동훈이 곧바로 돌아서 추강의 앞에서며 표정을 구기고, 이를 꽉깨문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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