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102화 (102/163)

00102  히든리거  =========================================================================

세령은 용지현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지난 과거를 떠 올렸다. 축구에 ‘축’자도 모른다는 인물에게 축구공을 던져주었지만, 내심 믿음은 없었었다.

그리고 테니스장에서 자신을 향해 날아오던 빠른 공을 몸을 날려 잡아낸 용지현을 보고, 믿음을 얻었었다. 3미터의 거리에서, 몸을 날려 공을 잡아낸 그의 반사신경에 놀라움을 처음 느꼈던 때를 갑자기 떠 올린 그녀였다.

“후반전에도 좋은 결과 만들어내자. FA컵은 예선 세 경기를 치른 후, 승자 두 개 팀이 오른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16강으로 토너먼트를 진행하고, 그때부터는 패배가 곧 탈락이다. 이번 광주 전을 승리로 장식하면, 여러모로 16강 진출까지는 우리 국방부가 우위를 점한다.”

세령은 후반전 45분의 중요성을 알려주었다. 리그의 모든 경기가 중요하지만, 챌린지 리그에 속한 팀들은 FA컵에도 사활을 건다. 그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아시아 챔프에도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에, 리그 경기만큼 큰 힘을 쏟는 경기가 FA컵이었다.

FA컵은 클래식 무대를 밟는 팀들 중에서 나왔다. 그만큼 실력 차가 커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챔프에 출전했을 경우, 아시아 최강자들과 경기를 치르기에 만에 하나 3전 전패로 경기를 끝내고 돌아오는 수모를 당할 수 있기에, 국내축구팬들도 되도록 챔프 출전 팀이 클래식에서 나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한국에 주어진 챔프 출전 티켓 4장 가운데 만에 하나 한 장을 챌린지 리그가 가져간다면, 그 조에 속한 팀들은 그저 1승을 가지고 갈 것이라 확신하며 경기에 임할 것이었다.

-후반전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휘슬소리와 함께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여전히 두 팀의 선수교체는 없었다. 전반전 9분에 넣은 설태구의 선취득점을 잘 지킨 채 끝난 전반전이었고, 후반전 들어 광주의 공격이 매섭게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번번이 수비진에 막히고, 미들진에 걸리며, 득점으로 성공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후반 30분이 지나고 있습니다. 양 팀 모두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반전 보다는 못한 경기가 이어지고 있었고, 이에 세령은 변화를 주기 위하여 교체카드를 준비하고 있었다.

-국방부FC 선수 교체를 합니다. 최전방의 이태성 선수를 빼고, 연태민 선수를 투입시킵니다.-

이태성이 나가고 연태민이 들어왔다. 그동안 날아다니다시피 가벼운 몸을 보여주었던 이태성이 오늘따라 무거운 걸음을 옮기는 것을 보며, 그를 교체해 주었다.

“수고했어.”

벤치로 들어선 이태성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세령이 말했고, 곧 연동훈도 그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어디 아프진 않지?”

소재은이 그의 옆으로 다가서며 물었다.

“네. 몸은 괜찮은데, 오늘따라 마음같이 움직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 인간이기에 그런 시기도 있는 거야. 잘했어. 좀 쉬면 또 나아질 거야.”

소재은은 그의 체온과 함께,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하여 몇 가지 검사를 해 보았다.

-교체 해 들어온 연태민 선수! 전반 이태성 선수에 비해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주며, 광주진영을 종횡무진 뛰어다닙니다!-

연태민의 몸은 다행히 가벼웠다. 그는 남은 시간동안 자신의 모든 체력을 다 쏟아 부을 듯 광주의 모든 진영을 다 휘젓고 다녔다.

‘탁!’

-추강 선수! 광주의 패스를 차단합니다!-

광주의 수비진이 갑자기 다가서던 연태민에 의해 중앙선 방향 정중앙으로 패스를 시도하였지만, 그 공은 육중한 몸을 이끌고 움직이고 있던 추강의 발에 살짝 걸렸다.

-추강! 곧바로 연태민에게 스루패스를 해 줍니다!-

인터셉트한 공은 추강의 발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단 두 번의 볼터치가 있은 후, 추강은 곧바로 몸을 돌려 광주의 골문을 향해 뛰던 연태민을 보며 스루패스를 하였고, 광주의 포백이 일제히 손을 들어 오프사이드를 어필하였지만, 선심은 기를 들지 않았다.

“심판! 눈멀었어! 완벽한 오프사이드잖아!”

이에 광주의 코치진이 큰소리쳤다. 하지만 선심은 끝내 기를 들지 않았고, 홀로 공을 몰고 골대를 향해 달리는 연태민과 동일선상에서 뛰며 그라운드 위에만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연태민 선수! 골키퍼와 1대1 상황입니다. 연태민! 연태민! 그대로 슛!-

‘철렁!’

-골! 골입니다! 연태민 선수, 교체되어 들어와 10분 만에 추가골을 작렬시킵니다!-

완벽하게 뚫고 들어선 온사이드가 득점에 큰 기여를 한 것이었다. 광주의 포백라인을 아주 절묘하게 돌아들어서며 오프사이드를 피했고, 그 순간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이 만들어졌다.

연태민은 슛을 막기 위하여 나서던 골키퍼를 본 후, 골키퍼의 가랑이 사이로 빠지는 슛을 날렸고, 그 공은 그대로 골 문안으로 굴러들어갔다.

골이 인정된 후, 광주에서는 계속되어 조금 전의 상황을 어필하였다. 하지만 모든 정황을 다시 확인하여도, 오프사이드는 아니었다. 연태민이 한 발을 뒤로 빼며 돌아서 들어간 것이 광주의 라이트백 보다 반발 더 뒤에 서게 되었고, 이는 경기장에 다시 보이고 있는 슬로우비디오로 모든 관중들과 함께 광주의 벤치도 확인하였다.

-후반 5분을 남기고, 연태민 선수의 추가골로 2대0으로 달아나는 국방부FC입니다!-

“삐~익!”

-경기 끝납니다! 국방부FC. 광주와의 첫 FA컵 무대에서 클래식 팀인 광주를 2대0으로 제압하는 이변을 일으키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습니다!-

관중들은 많은 박수를 보내주었다. 최근 리그 세경기를 치르는 동안 2승1무로 패한 경기가 없었고, 이어지는 네 번째 경기인 FA컵에서도 승리를 가져왔다. 무서운 상승세로 최근 네 경기에서 3승1무를 거둔 국방부는 충분히 많은 홈팬들에게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는 팀이었다.

장관은 연신 입이 귀에 걸리고 있었다. 모든 국가부처에서 헛짓을 한다는 평을 받았고, 괜한 국비를 낭비하는 일이라 질책도 받았지만, 끝까지 밀고 왔었다.

그리고 어렵게 국가의 승인을 얻어 팀을 만들었기에 그의 어깨는 그 어떤 누구보다 더 무거웠을 것이었다. 하지만 모두의 우려와는 달리, 국방부는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FA컵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치른 여섯 번의 경기에서 국방부는 3승2무1패의 성적을 거두었고, 이는 신생팀으로써 굉장한 성적임을 말하고 있었다.

챌린지 리그가 아닌 FA컵의 첫 승도 꽤 큰 수확이었다. 더군다나 클래식리그의 팀과 겨룬 경기에서 승리를 가져오며, 국방부는 FA컵 16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되었다.

그날 저녁, 또 다시 모든 스포츠매체에는 오늘 있었던 경기 중, 단연 국방부가 클래식리

그 광주를 이겨낸 이변으로 첫 방송을 열어가고 있었다.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아시겠습니까?”

그날 늦은 시각. 최홍표는 다른 경기를 다 접어두고, 국방부와 광주의 FA컵 영상을 녹화한 자료를 보고 있었고, 누군가에 그 영상을 보이며 물었다.

“이것만으로 얼마 전 자네가 말했던 그 선수들의 우월성을 평가하기에는 좀 이른 감이 있다고 보네. 국방부의 골키퍼가 뛰어나다는 것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나머지 선수들에 대해서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

그의 물음에 답하고 있는 인물은 한국 사람이 아니었다. 큰 키에 오뚝한 코. 약간 푸른빛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외국인이었다.

“어쨌든, 이 선수들을 잘 지켜봐주십시오. 그냥 평범한 군인들의 축구가 아닙니다.”

“알겠네. 내 빠른 시일 내로 정식 스카우트를 파견하지.”

최홍표의 말에 그는 긍정적인 답변을 하였고, 최홍표는 미소를 지었다.

“이번 주말에 있을 경기에 대해 대비를 하자.”

다음 날. 연이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만큼 모두의 표정도 밝은 아침이었다. 세령이 나오기 전, 아침 일찍 점호를 마친 후, 연동훈은 선수들을 그라운드 위에 세워두고 말했다.

“이번 6라운드의 대전상대는 우리 국방부와 함께, 올해 새롭게 탄생한 신생팀인 진주FC다. 진주FC는 초기 막강한 선수 보강을 내세워 충분히 상승세를 탈 것이라 전문가들이 내다보았지만, 현재 5라운드까지 치른 상황에 6위에 머물고 있는 팀이다. 우리와는 두 계단 차이지만, 이번 경기의 승패로 순위는 바뀔 수 있다.”

다음 상대는 또 다른 신생팀 진주FC였다. 진주FC는 챌린지 리그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초반에 강세를 충분히 보일 것이라 내다보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홈팬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경기를 하고 있었다.

챌린지 리그이지만, 클래식 무대를 뛰었던 선수가 무려 다섯 명이나 포진되어 있는 팀인데다. 연고지인 진주시의 든든한 후원까지 받고 있는 팀이었다. 하지만 그 성적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진주는 어려운 상대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원정을 가야 하는 곳이다. 옛 사람들이 진주에 갈 때, 천릿길 간다는 말을 하였다. 그만큼 멀다는 것을 의미하지. 원정길이며, 그곳에 도착해서도, 진주 홈팬들의 야유를 이겨내야 하는 숙제도 있다.”

연동훈이 마저 말하였다. 그리고 이들에게 진주구장은 처음이 아니었다. 바로 지난 해, 상무의 경기를 관전하기 위하여 찾은 구장이 바로 진주 공설운동장이었고, 그 곳에서 상무와 경남과의 경기를 지켜보았다.

비록 클래식 경기와 챌린지 경기의 관중수에 차이는 있겠지만, 그 당시 홈팬들의 엄청난 열정을 잘 보았기에 그 엄청난 함성소리를 들으며, 경기에 임할 생각을 하니, 지난 해, 상무선수들이 어떤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는지를 벌써부터 알게 되는 듯하였다.

주말 경기는 토요일 오후 두시에 열릴 예정이었다. 국방부FC는 주중 열린 FA컵 이후, 목요일 하루 동안 국방부 홈구장에서 연습 경기 등, 실전에 대비한 연습을 한 후, 금요일 오후 경남 진주로 향하였다.

진정 먼 길을 떠나는 듯하였다. 금요일 오후에 출발하던 터라, 남쪽으로 내려가는 많은 차량들과 함께 꽉 막힌 도로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늦은 시간 경남 진주의 촉석루 인근에 있는 호텔을 숙소로 정하였다.

“모두 수고했어. 먼 길 오느라 고생했는데, 선수들 푹 쉬도록 하고, 내일 경기에 대해 별 탈 없도록 준비해 줘.”

“네. 알겠습니다. 쉬십시오. 충성.”

세령의 몸도 많이 지쳐있는 듯하였다. 세령은 연동훈에게 나머지 일과를 맡긴 뒤, 숙소로 향하였고, 곧 소재은도 거의 녹초가 된 몸으로 세령이 있는 방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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