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101화 (101/163)

00101  히든리거  =========================================================================

-국방부FC. 전반 9분에 선취득점을 하며, 1대 0으로 앞서갑니다.-

주중이지만, 클래식리그에서 뛰는 광주와의 경기를 보기 위하여 많은 관중이 자리하고 있었고, 국방부는 그 관중들의 호응에 답하듯, 순조로운 출발을 하고 있었다.

-광주의 공격이 다시 매섭게 이어집니다! 신태호 선수! 중앙선에서 잡은 공을 길게 오른쪽으로 열어줍니다!-

비록 2군 팀으로 구성되어 있는 광주였지만, 그들의 패스실력은 대단하였다. 중앙선에서 연결한 공은 국방부의 오른쪽을 완전히 허물며 정확하게 전달되었고, 공을 잡은 광주 선수는 그 즉시 센터링을 올렸다.

-센터링!-

‘탁!. 팅!’

“역시 용지현이다! 저런 공을 또 막아내!”

이젠 관중들이 먼저 용지현의 선방을 예고하는 듯하였다. 센터링으로 올라온 공을 광주의 스트라이커가 몸을 띄워 정확하게 헤딩슛으로 연결하였지만, 그 공은 용지현의 손에 맞고, 다시 골포스트를 맞은 뒤 골라인 밖으로 나갔다.

-정말 기가 막힙니다! 도저히 사람이라고는 느끼지 못할 반사 신경을 가진 용지현 선수입니다!-

용지현의 선방에 아나운서의 감탄사와 함께 칭찬이 계속하여 들려왔다.

-코너킥! 슛!. 역시 용지현 선수의 품에 고스란히 안기는 공입니다!-

코너킥으로 올라온 공도 정확하게 광주의 공격수 머리에 와 닿았다. 하지만 그 공도 용지현의 품으로 살포시 안기고 말았다.

“던져!”

그 순간 관중석에서는 큰 소리가 들렸다. 또 다시 용지현의 긴 스로잉을 보고자 한 것이었다. 하지만 용지현은 공을 잡은 후에 멀리 던지지 않았다.

위험한 상황을 맞이한 후, 공격진까지 중앙선 아래로 내려와 있는 것을 보았고, 무엇보다 광주의 포백이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었던 것을 본 그였다.

“용지현의 경기템포를 맞추는 능력은 탁월하다. 자신의 장기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경기를 조율하고 있어.”

연동훈이 이민우와 서지호, 그리고 태영훈이 앉은 자리의 바로 앞에 서서 말했다.

세령과 장두관도 용지현의 선택에 흡족한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용지현 선수, 장강식 선수에게 공을 살짝 던져줍니다. 장강식 선수. 공을 몰고 천천히

오르고 있습니다.-

공을 받은 장강식이 약 5미터 정도 중앙선을 향해 움직인 후, 아주 멀리 보았다.

‘펑!’

-아주 긴 패스가 이어집니다. 장강식 선수! 반대 공격 진영에 있는 설태구 선수에게 거의 50미터가 넘는 아주 긴 패스를 성공시킵니다!-

조금 전 있었던 광주의 신태호가 연결해준 패스보다 더 먼 거리를 연결하는 패스였다.

-공을 잡은 설태구 선수. 마치 첫 골을 넣었던 상황을 연상시키는 데자뷰와 같은 상황이 전개됩니다!-

설태구는 다시 공을 끌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아나운서가 전반 7분여에 있었던 상황을 그대로 보는 듯 하여 말하였다. 비록 정확히 반대 방향에서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진정 거울을 보는 데자뷰처럼 느껴지는 공격이었다.

설태구는 여전히 현란한 개인기로 앞에 있는 두 수비수를 제친 후, 곧바로 공을 살짝 위로 띄웠다.

‘펑!’

-설태구! 센터링! 이태성 선수! 헤딩슛!. 아…….골키퍼 민석진 선수의 정면으로 향하는 공입니다.-

정확한 센터링에 정확한 헤딩슛이었다. 하지만 공은 이미 자리잡아 서 있는 광주의 골키퍼 민석진의 품에 안겼다.

-민석진 선수! 길게 던집니다! 이 모습은 마치 용지현 선수가 자랑하는 롱스로잉과 같은 느낌입니다!-

민석진이 던진 공은 중앙선 인근까지 날아갔다. 하지만 용지현이 던졌던 공과는 달랐다. 용지현이 던지는 공은 거의 다이렉트로 쭉 뻗어 날아갔지만, 민석진이 던진 공은 위로 높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고, 그 곳은 추강과 함께 광주의 미들진이 경합하게 되었다.

‘툭!’

“삐 익!”

-추강 선수의 반칙이 선언됩니다.-

추강은 결코 강하게 밀친 것이 아니었다. 볼 경합도중 살짝 서로 부딪힌 것이지만, 추강의 몸이 워낙 육중하기에, 광주의 미드필더가 마치 팅겨져서 멀리 날아가는 듯 보였다.

중앙선을 조금 넘어선 지점에서 광주의 프리킥이 선언되었다.

먼 거리이긴 하지만, 그 공을 페널티박스 안까지 잘 차올리면 충분히 득점으로 연결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펑’

-광주 이형호 선수! 길게 문전 앞으로 차올립니다.-

예상대로 공은 페널티 박스 안으로 들어서는 아주 긴 프리킥이 나왔다. 강하거나, 빠르지 않은 공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넘어온 공을 보고, 광주와 국방부 선수 다섯 명이 서로 엉키기 시작하였다.

‘철푸덕’

“삐익!”

-아! 공이 선수들 곁에 오기도 전, 광주의 신태호 선수가 넘어졌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주심의 휘슬소리가 울렸습니다!-

모두가 심판의 판정이 어찌 나올지 기다리고 있었다. 대부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벌어지는 볼 경합에는 수비수 반칙이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공격자의 할리우드 액션도 있기에 아직 주심의 정확한 판정이 없어 모두의 시선이 심판에게 집중된 상황이었다.

-아! 수비수 우근우 선수의 파울로 선언하며, 광주에게 페널티킥을 줍니다!-

우근우의 반칙이 선언되었다. 볼 경합 중, 함께 뛰어오른 우근우가 팔꿈치로 상대 선수의 안면부를 살짝 스쳐지나간 것이 카메라에 잡혔고, 그 충격으로 광주 선수가 바닥에 쓰러진 것이었다.

카메라로 보아도, 사실 아프거나, 반칙성으로 보이는 충돌은 아니었다. 볼 경합 중, 팔이 거의 닿을 듯 말듯하며 지나쳐갔지만, 광주 선수는 마치 자신의 얼굴이 강타 당한 듯 한 심한 리액션을 보이며 바닥에 쓰러졌고, 심판이 페널티킥을 선언하자, 곧바로 일어나,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라운드 위에 오른 선수는 그 순간 배우가 되는 것도 배워야 하는 거다. 아주 미세한 충돌이라도, 팀을 위해서 톱배우 뺨치는 리액션은 기본이지.”

선수의 과한 액션을 두고, 국방부에서는 선심에게 강한 항의를 하였지만, 광주의 벤치에서는 이 또 한 경기의 일종이라며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었고, 광주의 코치는 홀로 중얼거리며 국방부 벤치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전반 38분. 국방부FC. 위기를 맞이합니다!-

관중들도 모두 일어나 용지현을 보았다. 그의 반사 신경이라면 페널티킥은 거뜬하게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페널티킥은 필드 킥과는 다르다. 모든 것이 정지된 상황에서 오로지 킥커와 골키퍼만의 싸움이지, 공을 어디로 보내야 골이 될 것이라고 여기는 필드 킥과는 달리, 페널티킥은 차는 그 순간, 33%의 확률이 적용된다. 좌. 우. 그리고 중앙. 킥커가 움직인 후, 골키퍼가 어느 한 방향을 잡고 뛰어야만이 잡을 수 있는 거리이기도 하지.”

연동훈이 모든 관중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골문 앞에 선, 용지현을 보며 말했다.

“뭐. 보통의 골키퍼라면 그렇겠지만, 용지현은 다릅니다. 지켜보십시오.”

페널티킥은 용지현에게는 처음과도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모두의 우려와는 달리 이민우는 느긋하였다. 그는 골키퍼 코치로 임명되면서 지금까지 이렇다 할 코치능력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용지현을 비롯하여 이철호까지 골키퍼에게 뭔가 특별한 것을 가르친 마냥 말하고 있었다.

-용지현 선수가 두 손을 번쩍 들어섰습니다. 광주의 킥커는 신태호 선수로, 비록 2군소속이지만, 아주 정확한 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선수입니다.-

“삐익!”

아나운서의 멘트가 끝난 후, 곧바로 심판의 휘슬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광주의 신태호는 용지현의 눈을 본 뒤, 공을 향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펑!’

-신태호 선수! 슛!-

“!!!”

“뭐야!”

-용지현 선수 막아냅니다! 정말 믿기지 않는 선방입니다!“

“와아아아아!”

신태호의 슛이 막혔다. 광주의 벤치에서는 일제히 벌떡 일어나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있었고, 아나운서 여식 눈으로 직접 보았지만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관중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이민우는 아주 느긋한 자세로 벤치에 앉아 있었다.

“알고…….있었어?”

연동훈이 이민우에게 물었다.

“제가 뭐. 특별하게 주문한 것은 없습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용지현의 반사 신경은 인간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며 정확합니다. 이는 진정 승부차기에 아주 최적화 된 선수라 생각이 되었습니다.”

이민우는 편안히 몸을 기댄 채, 연동훈의 물음에 답하고 있었다.

-킥커가 공을 차고, 그 공이 골라인을 통과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0.7초입니다. 아주 찰나라고 할 수 있는 짧은 시간입니다. 그래서 골키퍼들은 한 쪽을 포기하며 킥커가 공을 차는 그 순간보다 조금 더 빠르게 몸을 날려 한 쪽으로 움직입니다. 하지만! 용지현 선수! 광주의 킥커인 신태호 선수가 공을 찬 후에 그 공을 보며 몸을 움직였습니다! 정말 믿기지 않습니다!-

아나운서의 말이었다. 그의 말처럼 용지현은 킥커가 공을 차기 전, 먼저 움직이지 않았다. 신태호가 공을 찼고, 그 공이 날아오는 것을 확인한 후에 정확히 공이 날아오는 지점으로 몸을 날렸다.

이는 적어도 0.7초 이내에 몸이 반응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용지현의 반응속도는 인간이 아닙니다. 동물보다 빠른 반응속도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흔히들 보는 개를 예로 들어 눈앞에서 먹이를 살짝 던져주면 개는 그 먹이를 아주 정확하게 캐치하여 입으로 가져갑니다. 불과 30센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던져주어도 그 먹이를 정확히 먹습니다. 그 반응속도가 0.3초 정도 된다고 하였습니다.”

이민우는 모두가 자신을 보고 있는 시점에서 자신이 용지현을 보며 떠오른 생각을 말해주고 있었다.

“용지현의 반응속도는 이미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놈에게 다른 골키퍼와는 다른 주문을 해 두었습니다. 자신의 반응속도를 믿고, 킥커가 공을 차기 전까지 절대 움직이지 말고, 킥커가 공을 찬 후, 그 공을 보고 움직이라 말해두었고, 용지현은 자신의 반응속도를 믿고 그 말을 따른 것입니다.”

-하하…….정말 생각하면 할수록 대단하다는 결론 밖에 없는 듯합니다.-

아나운서는 계속하여 조금 전 용지현의 선방에 대해 말을 끝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어지는 광주의 코너킥이 무의미하게 끝나면서, 조금 전의 상황은 그 상황을 본 모두의 기억 속에 여전히 남아 있었다.

“삐 익!”

-전반전이 종료됩니다!-

전반전이 끝났다. 관중들은 화장실로 향하며 전반전 최고의 하이라이트로 용지현의 선방을 말하고 있었다. 국방부 라커룸에서도 용지현의 선방에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그의 어깨를 치며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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