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리거-98화 (98/163)

00098  히든리거  =========================================================================

“감독님. 선수 교체를…….”

“아직 아니다. 지 놈들 인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하는 기회를 주고 있는데, 저정도 다리를 절룩거린다고 바꿔주면, 오히려 저 놈들이 더 화를 낼 것이야.”

코치가 절룩거리는 선수를 안쓰럽게 보며 말했지만, 감독은 선수 교체를 단행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교체멤버로 앉아 있는 선수들은 곧 자신이 뛸 수 있는 상황이 올 것이라 여겼지만, 그들에게 남은 시간에 대한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남은 시간은 이제 10분 정도 남았습니다. 국방부FC는 선수 교체로 인하여 여전히 빠른 경기를 진행하고 있지만, 시흥FC의 선수들은 꽤 많이 지쳐 보이고 있습니다. 전방에 있는 서지민 선수에게 공을 전달 할 미드필더들이 대부분 지친 듯, 빠른 국방부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의 말처럼 시흥 선수들의 움직임은 굉장히 느려졌다. 심지어 절룩거리는 선수는 아예 그라운드 위를 그냥 어슬렁거리며 걷고 있는 듯 보였다.

-선수 교체가 필요한 시기 같은데요.-

모두가 아나운서와 같은 생각일 것이었다. 하지만 시흥 감독은 끝까지 선수교체카드를 쓰지 않고 있었다.

-교체해 들어온 국방부의 장만식 선수! 체격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의 빠른 움직임으로, 시흥의 포백 라인을 돌아 들어가는 연태민 선수에게 스루패스를 연결합니다!-

장만식 또 한 마철수와 버금가는 아주 큰 키와 체격을 소유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진정 가벼운 몸놀림으로 자신의 앞에 선 시흥의 수비수를 간단히 제친 뒤, 연태민을 향해 정확한 패스를 시도하였다.

-오프사이드를 절묘하게 피해 돌아들어가 연태민 선수! 그대로 슛!-

‘철렁!’

-또다시 들어갑니다! 교체해 들어온 선수의 득을 톡톡히 보고 있는 국방부 입니다!-

장만식의 패스를 받은 연태민은 자신의 발 앞으로 정확하게 흘러오고 있는 공을 본 후, 골대와 골키퍼의 위치까지 확인하며, 인사이드 킥으로 공을 감아 찼고, 공은 골키퍼를 지나 골대 반대방향으로 빙 돌아 골망을 흔들었다.

시흥 선수들은 그저 고개만 숙였다. 그리고 절룩거리는 다리를 하고 끝까지 버티고 있던 미드필더 두 명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지친 선수들을 교체하여, 새롭게 들어온 선수들이 경기장을 휘젓고 다녀주는 것은 기본이야. 그리고 그 기본을 국방부는 아주 제대로 한 것이지만, 시흥은 감독 전술에서도 졌고, 선수들의 의지에서도 졌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지만, 최홍표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이미 자신이 볼 수 있는 모든 것은 다 보았다는 뜻이었다. 그가 일어서 나가자, 시흥 감독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고, 그 때야, 그는 아직 사용치 않은 세 장의 교체카드를 꺼내들며, 지친 선수를 교체해 주었다.

“삐익! 삐익!”

-경기 끝납니다! 국방부의 4대 0 완승으로 챌린지 리그 제 4라운드 경기가 끝납니다!-

교체 시기가 너무 늦었다. 그리고 시흥은 결국 1승도 올리지 못한 채, 4라운드를 마감하였고, 국방부는 네 골이라는 어마어마한 득점으로 시흥을 물리치고, 2연승을 질주하고 있었다.

장관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환한 미소를 지은 채, 큰 박수를 보내주었고, 관중들도 국방부 선수들을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었다.

경기를 끝내고 들어서는 모든 선수들을 향해 세령은 기꺼이 자신의 품을 또 내어주었고, 이제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 선수들도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그럴 때마다 연동훈의 가슴은 마구마구 쓰려왔지만, 그에 대해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장두식은 선수들을 토닥거리며 미소를 지었고, 소재은도 이제는 세령과 마찬가지로 선수들을 아주 편하게 안아주었다.

“대체…….어찌된 팀이야. 고작 군바리 몇 놈 모아서 공을 차는데, 그런 팀을 이기지 못하고…….”

국방부의 분위기와는 달리, 시흥 팀의 분위기는 초상집 분위기였다. 감독은 모든 책임을 선수들에게 떠넘기는 듯 한 억양으로 말했고, 그의 말에 선수들의 표정은 아주 매섭게 변하였다.

“또 이겼네…….”

이강수는 시흥 팀과의 경기를 모두 보고 난 뒤, 홀로 중얼거렸다. 뭐라 흠잡을 수 없는 경기라, 이번 경기에 대해 왈가왈부 하지 못할 것 같았다.

“최홍표 감독이 잘 보고 갔으니, 어쩌면 좋은 결과가 있을지도 몰라. 적어도 한, 두 명은 너무나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었으니, 그의 부름을 받을지도 모르니, 기대를 해보자고.”

경기가 끝난 후, 국방장관은 스포츠 회의실로 이동하였고, 곧 정책기획관과 몇 관련인물이 앉은 자리에서 말했다.

“만에 하나, 최감독의 부름을 받고, 태극마크를 달게 된다면, 군인의 신분으로 해외를 나가야 하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그에 대한…….”

서용석이 장관의 말이 끝난 후, 물었다. 그의 말처럼 군인은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그 문제는 이미 이런 팀을 만들기 전에 답을 만들어 두었으니 걱정하지 말게. 우리가 국방의 의무를 대신할 스포츠인을 만들고, 그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기로 한 것은 자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네.”

서용석의 물음에 대한 답은 정책기획관이 대신하고 있었다.

“만약. 국방부 소속으로 경기를 뛰다, 더 좋은 클럽이나, 또는 국가대표로 발탁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우린 그 선수의 모든 것을 다 지원하기로 하였지. 그러니 국가대표로 발탁되어, 해외 경기를 치르게 되면, 당연히 그 선수는 군인의 신분이지만, 장관님의 특별 조치로 인하여, 해외로 나갈 수 있으며, 그 동안의 법은 군법이 아닌, 민법 적용을 시킬 것이네.”

이 내용은 이미 처음 국방부FC가 창단되기 전에 말해 둔 내용이었다. 선수들의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선수를 위해 그 앞길을 막지 않겠다고 하였다. 이는 국방장관의 특별법이 적용된다. 그리고 국내 클래식 무대나, 해외 프로리그에서 스타웃 제의가 온다면, 국방부는 기꺼이 그 선수의 미래를 위하여 제의를 받아 줄 것을 말해두었었다.

“정책기획관의 말처럼, 선수들을 위한 모든 것은 다 이루어질 것이네. 우리 선수 모두가 국가대표가 되고, 또 우리 선수 모두가 국내 클래식무대는 물론, 해외 유명구단에 입단 테스트 의뢰가 들어온다면, 기꺼이 환영하여 다 받아 줄 것이네.”

다시 듣는 이야기지만, 정말 대단한 혜택이었다. 군인이라는 신분으로 나라를 지키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를 대표하여 나라를 홍보할 수 있는 자격까지 주는 것이었다.

“만약 최홍표 감독이 우리 국방부에서 선수를 차출한다면, 그 연락은 언제 쯤 올 것 같은가?”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뀔 수도 있지만, 장관은 실망감을 느끼더라도, 기대감을 가지고 싶은 마음이었다.

“5월 중순에 국가대표 A매치 평가전이 있으니, 늦어도 4월 중에는 답변이 올 것으로 보입니다.”

정책기획관이 답을 주었다.

“단 한명이라도 발탁되어, 우리 국방부FC의 존재감을 더 높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군.”

장관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A매치는 국가대항전이다. 그리고 각 선수의 프로필에는 현재 소속된 팀의 이름도 함께 나온다.

2부 리그이며, 이제 갓 생겨난 국방부FC의 존재감을 알리는 것에 이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없을 것이었다.

주중 경기를 끝내고 모처럼 달콤한 저녁 시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4대 0이라는 대승을 거두고 나니, 선수들의 어깨에도 괜한 힘이 들어간 듯하였다.

“오늘 경기의 승리로 국방부FC는 2승 1무 1패로 승점 7점입니다. 챌린지리그 총 10개 팀 중 4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석식을 마친 후, 선수들에게는 휴식을 주었고, 정책기획관을 필두로 국방부FC관련 모든 간부들이 스포츠 회의실에 모였다. 그리고 서용석이 현재 국방부FC의 성적에 대해 말하였다.

“현재까지 총 4경기를 치렀는데, 4위며 그다지 나쁜 성적은 아니야, 총 10개 팀의 성적을 확인할 수 있는가?”

정책기획관이 서용석에게 물었고, 서용석은 그 즉시, 4라운드까지 진행된 경기의 기록을 적은 파일을 빔프로젝트를 사용하여 화면에 띄웠다.

“현재 1위는 시즌 시작 전 전문가들이 예상한대로 광양이 3승1무로 승점 10점입니다. 또 한 경기FC도 3승1무로 승점 10점이며, 광양과 골득실, 득점이 모두 같아 공동 1위입니다. 그 아래로 3위는 서귀포로 3승1패, 승점9점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국방부가 4위로 승점 7점입니다, 5위는 진주로 1승3무이며, 승점 6점. 6위는 여수로 1승 2무 1패로, 승점5점입니다. 청주가 승점 3점으로 7위, 8위는 오늘 우리와 경기를 치른 시흥이 승점 2점입니다. 9위는 강릉으로 승점1점이며, 최하위 10위는 충청으로 아직 단 1점의 승점도 없으며, 단 1점의 득점도 없는 팀입니다.”

4라운드가 끝난 시점에서 점차 팀의 승점차가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아직 초반이기에 충분히 최하위 팀이 최상위 팀을 잡을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남아있었다.

“다음 경기에서 승리하고, 1,2,3위팀이 모조리 패하면, 우리가 선두로 나설 수 있는 건가?”

정책기획관이 서용석을 보며 물었다.

“네. 현재 1위인 광양과 경기FC가 우리 국방부와의 승점 차는 3점입니다. 우리가 승리하면 승점에서 동률이 되지만, 1,2,3위가 모두 패한다는 전제를 둔다면, 그 팀은 득점이 그대로고 실점이 늘어나기에, 1위까지 넘볼 수 있는 상황이 됩니다. 하지만……. 국방부의 다음 경기는 경기FC의 원정입니다. 특기 경기FC는 지난해에도 홈에서 단 한 번의 패배도 하지 않은 팀이기에…….”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던 서귀포에게 두 점이나 넣은 우리 국방부네. 경기FC에게도 지난 서귀포전처럼, 처음 느끼는 패배를 안겨 줘야지.”

서용석의 말을 들은 후, 그의 말이 다 끝나기 전에, 정책기획관은 세령을 보며 말했다.

세령은 그의 말을 들었지만, 그녀의 눈빛은 빔프로젝트가 쏘고 있는 현재 순위와 각 팀의 득점을 보고 있었다.

“이 감독.”

“네? 아 네. 소위 이세령.”

“자신 있겠지?”

“물론입니다. 다음 5라운드 역시 최선을 다하는 경기를 하겠습니다.”

세령은 그제야 정책기획관의 물음에 답하였고, 이강수는 세령을 보며 비웃는 듯한 웃을 지었다.

“그런데, 현재 개인 득점 순위는 어찌되는가? 내가 알기로는 그래도 우리 국방부가 꽤 골을 넣은 듯한데 말이야.”

각 팀의 순위를 확인하였으니, 당연히 득점도 확인하고 싶은 정책기획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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